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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5 - (13)
어디선가에서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모든 사고가 멈춘 듯 머릿속이 새하얘진 가운데, 나는 애써 이성을 되찾았다. 그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리들 교수의 가슴팍에 손을 대고 그를 밀쳐냈다. 얼굴에 시린 기운이 돌자, 다시금 정신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 그만해요.”
차가운 얼음 덩어리가 와르르 쏟아지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 둘 사이에 흘렀던 뜨거운 기운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긴장과 떨림이 아직도 몸에 미약한 잔재가 되어 남아 있었다. 부들거리는 손에 힘을 꽉 주었지만, 이렇게 몸의 반응을 억제한다고 해서 심장에서부터 느껴지는 흔들림까지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이, 이게…….”
나는 말을 채 잇지도 못하고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하는 거죠?”
리들 교수의 숨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마치 꿈에서 깬 것처럼 그의 눈동자가 다시 차분해졌지만, 나는 그 속에 순간적으로 인 당혹스러움을 읽었다. 그는 처음으로, 내 앞에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 상황에서도 나는 그게 낯설게 느껴졌다.
불편한 침묵이 우리 사이를 갈랐다.
“…또 대답하지 않는 건가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당장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은 느낌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리들 교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는 그게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그가 갈무리한 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면 단순히 입맞춤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리들 교수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멀어져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그를 스쳐 연구실 문으로 걸어갔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리들 교수가 마법을 사용해 나를 속박이라도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다행히 그는 더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뛰다시피 한 빠른 걸음으로 나는 연구실 밖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으며 겨우 숨소리를 가다듬었다.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꿈이라도 꾼 것처럼 현실감각이 없었고, 아직도 가슴은 세차게 뛰고 있었다.
래번클로 기숙사 방에 도착한 나는 그대로 샤워실로 직행했다. 거울 앞에 서서, 세면기에 가장 차가운 물을 틀었다. 얼어붙을 것 같은 찬물이 수도꼭지에서 흘러내렸다. 그가 닿은 어디든 아직도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 나는 찬물로 입술을 씻어냈다. 찬 기운이 얼굴과 목덜미에 돌았지만, 아직도 정신이 멍했다. 나는 잠시 가만히 서서 물에 젖은 내 입술을 만졌다.
샤워실에서 나온 나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 저녁 식사시간이었지만, 대연회장에 갈만한 심적 여유는 남아있지 않았다. 아이작에게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미리 말해야 하는데. 사실 그러기도 싫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복잡해진 마음을 달랬다.
지금까지 그가 나에게 보였던 태도는 너무나 비 일관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제 그가 나를 제 장기 말로 생각하는 것인지, 부하로 생각하는 것인지, 제자로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심심할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쯤으로 여기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연구실에서 리들 교수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반복되어 재생되었다.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그의 말이 가지는 내포는 나를 혼란스럽게만 했다. 그가 나에게 드러냈던 열감은 거짓이 아니었다. 분명 나를 향했던 그의 짙은 갈망을 읽었다. 하지만 왜 나에게 그런, 눈빛을? 나를 마음에 두고 있기라도 한단 말인가?
절대 할 수 없는 가정이었다. 그가 누군가에게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날린단 말인가. 이상하게도 그 순간, 그가 병동에서 내 볼을 쓰다듬었던 기억이 스쳤다. 그건 정말 리들 교수였을까. 절대 사랑이나 애정과 같은 단어와 조합될 수 없어 보이는 그가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이 ‘나’라는 사실은 더욱이 그랬다. 나를 왜? 그가 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리들 교수는 항상 나를 한심하게 여겨왔다.
오히려, 만만한 나를 가지고 논다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제 장난감으로 여긴다면 그런 행동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건가. 마치 질 떨어지는 놀림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분이 급속히 저조해졌다. 게다가 리들 교수는 그간 그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나 혼자만 의식한 거라고 여겼던 그 묘한 감정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얼굴에 열이 올랐다.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을 들킨 것 같았고, 그의 장난에 놀아난 것 같았다.
열기가 가라앉은 곳에 조금씩 분에 찬 화가 일었다. 결국, 또 나는 리들 교수에게 휘둘렸다. 내가 아무리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봤자 나는 그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라 생각하니 속이 갑갑했다.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그는 나를 순순히 보내주었지. 스치듯 그의 눈에 일었던 당혹스러움은 무엇이었던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만이 계속 이어졌다.
안나와 데이지가 떠들면서 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만큼은 혼자 있고 싶었는데. 나는 머리맡까지 뒤집어쓴 이불을 내리지 않고 자는 척 가만히 누워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그들은 바로 내 침대 앞으로 걸어왔다.
“블루로즈.”
이불 바깥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약간 놀랐다. 나는 덮었던 이불을 끌어내리며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조금 우물쭈물하던 그녀가 나에게 전했다.
“플리트윅 교수님이 연구실로 내려 오라셔.”
나는 드러내놓고 한숨을 푹 쉬었다. 단지 숨을 내뱉었을 뿐인데 그녀는 조금 놀라며 내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거기에까지 쏟을 정신은 없었다. 리들 교수가 나에게 준 충격이 너무 커서 알렉토 캐로우와 있었던 일들이 아주 멀게 느껴졌다. 바로 몇 시간 전에 발생한 일이었음에도. 플리트윅 교수님은 그 일로 부르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고맙다고 데이지에게 말하며 이불을 걷어내 침대 밖으로 나왔다. 교복조차 갈아입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옷깃의 주름과 먼지를 조금 털어내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기숙사 휴게실을 지나 입구를 향하는 도중에, 학생들의 시선이 평소보다도 더 나에게 쏠려있음을 알아차렸다. 말을 걸어보고 싶은데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 티가 날 정도였다. 슬리데린들과 상대했던 것이 벌써 소문이 났을까. 그러나 그들의 시선이 예전만큼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금방 사그라질 호기심 아니던가. 나는 이제 이런 눈길에 익숙했다. 그들을 무심히 스쳐 기숙사 입구 바깥으로 나온 나는 7층의 플리트윅 교수님 연구실로 향했다.
* * *
나를 부른 플리트윅 교수님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3년 내내 사고 한 번 치지 않고 얌전하게 지내던 내가 올해 들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 그에게는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마치 사춘기 손녀를 보는 것 같은 교수님의 걱정스러운 시선에 죄송한 마음이 일었다. 나는 그의 연구실에 가는 동안 정리했던 정황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무엇보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먼저 주문을 사용해 위협을 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소에도 알렉토 캐로우는 그렇게 행실이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플리트윅 교수님은 어느 정도 내 말을 믿어주시는 것 같았다. 리들 교수와는 다른 따스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교수님은, 그게 어떠한 형태였든, 복도에서 마법 결투를 벌였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징계는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사실 나에게 징계를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어쨌든 잘못을 했으면 벌은 받아야 할 테니까. 어떤 징계가 될지는 슬러그혼 교수님과 상의 후 결정이 날 것 같다고 플리트윅 교수님이 덧붙이셨다.
다음 날 아침 대연회장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쳐다보는 시선에 얼굴이 따가울 정도였다. 기숙사를 불문하고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흘끔거리며 쳐다보았다. 벌써 호그와트 내에 소문이 다 퍼진 걸까. 나는 최대한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며 아이작과 필리다, 요한의 옆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필리다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너 5학년 다섯 명을 혼자서 다 처리했다며?”
“뭐?”
역시 래번클로 영웅님이야. 그녀는 반쯤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눈빛에는 평소에는 잘 찾아보기 힘들었던 놀라움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반응이었다. 대체 어떤 소문이 돌고 있길래 필리다가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내가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다섯 명이라니?”
“니가 캐로우, 파킨슨, 이랑 또 하나가 누구였더라? 하여튼 여자 셋과 블랙, 토르핀 이렇게 남자 둘까지, 총 다섯 슬리데린을 혼자 다 처치했다던데?”
뭐 그런 소문이 돌지?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휘저으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말도 안 돼. 내가 상대했던 건 슬리데린의 여자들 셋이었어. 블랙이랑 토르핀은 그 여자들을 병동에 데려다준 것에 불과하고.”
“아, 그래? 그럼 5학년 선배 셋을 병동에 보낼 만큼 끝장나게 처리한 거야?”
로웨나, 멋져. 필리다는 자기도 결투에 사용되는 마법을 가르쳐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요한도 장난스레 동조했다. 우리 호그와트 영웅 님께 교습을 받는 건가? 둘은 마치 벌써 나에게 무엇인가를 배운 것처럼 흥분된 어조였다.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던 아이작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왜 싸운 거야?”
“싸운 게 아냐. 걔들이 일방적으로 시비를 건 거지.”
내 목소리가 절로 딱딱해졌다. 싸웠다니. 호그와트 내에 그런 식으로 소문이 돌고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 불쾌했다. 내가 세 사람을 상대로 이긴 것 마냥 결론이 나긴 했지만 나는 그들이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던진 비난과 조롱의 피해자 아니던가. 마치 내가 일방적으로 그들에게 저주 마법이라도 퍼부은 것 같은 소문의 뉘앙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애들이 내게 말하기를, 내가 시리우스를 꼬드겨서 가문에서 퇴출시키고, 이제 가치가 없으니 그를 버린 거래.”
아이작의 눈살은 잔뜩 찌푸려졌지만, 필리다는 그 말이 조금 웃긴 모양이었다. 그녀가 깔깔거리며 나에게 되물었다.
“꽤 그럴듯하다? 로웨나 너, 알고 보니 팜므 파탈이었구나.”
필리다는 나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그 표현이 꽤 재밌다는 듯 한참을 웃었다.
나는 슬리데린들이 주장하는 시리우스와 나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제삼자에게는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금 시리우스와 나를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 슬리데린 여자애들이 나를 공격할만한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진짜 내가 시리우스를 이용하고, 또 버렸다고 해도, 마음만 먹는다면 그보다 더 심한 일을 자행할 수 있는 슬리데린이면서 왜 나에게 시비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나는 흥분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내가 시리우스가 이제 별 볼 일 없어졌으니 다시 아이작에게 달라붙었대. 근데 머글 출신 주제에 그러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나는 아이작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실 그대로를 나열했다. 이미 소문이 다 날 것이 분명한데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에 어떠한 감정도 담기 싫어 괜히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마냥 직설적으로 말했으나, 듣는 아이작과 필리다의 표정은 바로 구겨졌다.
“정신 나갔네, 진짜.”
필리다는 언제나 그렇듯 반응이 격했다. 욕인지 아닌지 모를 범위에서 미묘하게 수위를 조절해가며 그들의 행위를 비난하던 필리다는 마침내 알렉토의 과거사까지 풀어내었다. 필리다는 그간 알렉토를 스쳐 갔던 남학생들을 읊으며 그녀 자신은 뭐 그렇게 당당하냐고 질타했다. 필리다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알렉토는 심지어 이전에 시리우스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전력까지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어쩐지 알렉토 캐로우가 나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난 그래도 나름의 복수를 했다고 생각해.”
내가 싸늘하게 한마디 던졌다. 특히나 명예를 중시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고작 4학년밖에 되지 않은 마녀 하나에 셋이 당했다는 것이 치욕적이기 짝이 없을 것이다. 뭐라고 변명을 꺼내놓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들을 이겼다.
나는 가뿐한 마음으로 식사를 계속했다. 징계야 뭐, 받으면 되는 일이다. 그들과 싸운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리들 교수의 경고였다. 학적부에 게재될 만한 일은 벌이지 말라고 했었지. 잊고 있었던 그의 생각이 다시 떠오르자, 연상되며 치밀어 오르는 어제의 기억에 내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한순간이라도 그를 잊을 수가 없다는 것에 약간 화가 났다.
필리다와 요한은 금방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을 떠났다. 나는 아이작과 둘이서 아침 식사를 마저 이어갔다. 둘만 남게 되자, 아이작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넌 어디 다치진 않았어?”
“보다시피 멀쩡해.”
그들의 마법은 나에게 채 닿지도 않았다. 나는 아이작이 괜한 걱정을 한다는 듯 짧게 대답했다. 스프를 뜨는 둥 마는 둥 하던 아이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해.”
“뭐?”
나는 그가 나에게 사과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조금 당황했다.
“그냥, 얘기 들어보니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네가 뭘?”
“그런 소문이 도는 건 제인 때문이 아닌가 싶어.”
아이작은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몰라도 조금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대충 흘러 듣던 나는 진지한 태도로 아이작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했다.
“제인이 얼마 전에 내가 마음에 든다고 고백했거든. 근데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거절했고.”
아이작이 덧붙였다.
“그 애가 그런 것까지 말하고 다닐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너네 약혼한 거 아니야?”
내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아이작이 조금 당황해서 오히려 나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그 소리는 어디서 들은 거야?”
“어디 가도 떠드는 소문을 모를 리 없지.”
나는 아이작이 내가 그걸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더 이상했다. 래번클로 전체가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를 리가. 그러나 아이작은 정말로 그 소문이 교내에 크게 퍼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싶었다. 본인에 관해 떠도는 소문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건가.
“아직은 아냐, 내가 4학년이잖아. 혼담이야 오고 갈 수 있지만, 약혼은 보통 6, 7학년 때 하니까.”
그가 제인과의 혼인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자의로 꺼낸 것이 아니라, 내가 물어봐서 대답해준다는 것이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내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을 때 그가 느꼈던 기분이 이런 것이었나.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만약 내가 없었더라면 제인에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갑자기, 아이작이 제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 따위의 머글 출신을 쳐다보기나 하겠느냐던 알렉토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말을 무시로 일관하려고 했으나 그 말만큼은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친구로 남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사실 나만 가지고 있는 환상인 건가.
“네 탓은 아니야, 아이작.”
나는 혼잡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잘라내며 대답했다.
“네가 덤스트랭에 교환학생 갔을 때부터 걔들 나를 괴롭혀 왔었어.”
“뭐?”
“너보다는 시리우스에게 접근했다는 이유였지.”
그 당시에는 부끄러워서 아이작에게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나는 몇 달 만에 꺼냈다. 그리고는 그간 있었던 알렉토 무리들의 괴롭힘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분명 아이작이 교환학생을 갔을 당시에만 해도, 내가 순수혈통인 그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머글출신에 불과하다는 것에 일종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그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분명하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쉽게 꺼낼 수 있는 이유가 뭘까. 나는 이제 이를 아이작에게 고백하는 것에 전혀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다.
대충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내가 그에게 말했다.
“어제 있었던 일은 그저 그 연장선일 뿐이야. 아마 제인의 일이 아니었다면 다른 어떤 거라도 걸고넘어졌겠지. 원래 그런 애들이잖아.”
그러니 네가 나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어. 아이작 네가 잘못한 것도 하나 없고. 나는 그렇게 말을 덧붙였다.
처음 듣는 소리에 아이작은 다소 당황한 것 같았다.
“넌… 왜 나한테 말 한마디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
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네가 걱정할 것도 뻔했고.”
그의 표정에 묘한 당혹감이 스쳤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내 태도가 나답지 못하다고 여길 수도 있었다.
재밌게도 나는 이 모든 설명이 상황과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아이작은 분명 내가 그간 보였던 불안한 모습들을 알렉토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갑자기 오러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도, 방어마법에 열중하게 된 것도, 그리고 실력이 확 늘었던 것도 이렇게 보면 납득이 될 테니까.
“어쨌든 뭔가 걔들에게 한 방 먹이니까 기분은 좋네. 징계를 받을 거긴 하겠지만, 후회는 없어.”
내 말에 아이작이 어찌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넌… 진짜…….”
그는 뭔가 복잡하고 심란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에게 안심하라는 듯 편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 작품 후기 ============================
1. 코멘트 수가 갑자기 늘어서 다 읽기는 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저는 항상 정자세로 경건하게 모든 코멘트를 한글자 한글자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특히 자주 다시는 분들은 지지하던 루트와 회차를 거듭하며 변화되는 과정까지 파악하고 있어요. 썸남의 카톡도 이렇게 열심히 분석해가며 읽지는 않을거에여..
2. 제 소설의 이야기의 갈등관계가 심화되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가치관, 행동, 대사에 대해 마음껏 욕하셔도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 자신과 등장인물과는 구분을 하고 있으며, 그들을 향한 비난을 저를 향한 것이라 생각하고 상처받지 않습니다. 제 소설에 나온는 애들은 하나씩 모지랭이 짓을 하고 있고, 저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제 소설에 완벽한 애는 리무스밖에 없어여. ^^;;(사심)
왜 이렇게 썼느냐고 저에게 악플이나 비난을 가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보일 수 있는 다양한 도덕적 평가를 감수하고 있고, 그럼에도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뚜렷한 목적의식과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마음껏 의견을 표명해주세요.
그러나, 독자님들이 코멘을 통해 의견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의견다툼을 넘어 비난을 하게되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다면 매우 충격을 받고 글쓸 의욕을 잃게 될 것 같습니다. 제발 차라리 저를 욕해주시길 바랍니다. 정말요!T_T 저는 독자의 수준이 작품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항상 ‘로웨나 블루로즈’의 수준높은 독자님들 덕분에 항상 제 작품에 자부심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간에 조금 더 둥글게 대해주시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때에도 명료하되 너무 격하지 않은 선에서 부탁드릴게요:-)
3. 뜰에 팬아트가 엄청 많이 올라와있어요. 엑박o님, 예휜님, 워브님, D죽순이님, 시리시링님, 뽀므님, chococake님 모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공지사항에 옮겨야 하는데 요즘 글쓰는 것에도 허덕여서 T_T 여유 생기면 얼른 공지사항에 옮겨서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싶군요. 옮기게 되면 후기에서 한번 더 말씀드릴게요. 지금이라도 뜰에 가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NODAY님, 히르지니님, 杳天猫眼묘천묘안님 후원쿠폰 정말 감사드립니다^_^
그향님, 한유주님, 멍므님, 감초사탕님, 언니요, 오막살이님 쪽지로 답변 드렸습니다. 쪽지 확인해주세요^^
@김차차님, 비축분은 없어요. 당일 밤에 써서 12시 땡 하면 올린답니다. 저도 가끔 아침에는 없었던 것이 12시가 넘으면 생기는 게 참 신기해요. 분명 오전에만 해도 머릿속에만 있었던 것이 밤이 되니 활자로 나타났어...
@Anarkh님, 로웨나의 멘붕을 제대로 이해해주시네요... 근데 과연 이게 끝일까요?
@Jamey님, 앞으로 반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 못드리는 거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아직 소설이 완결나지 않았다는 말밖에 ...ㅎ_ㅎ!
@그향님, 다음화입니당. 얼른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냥이님, ㅋㅋㅋㅋㅋ제가 아니라 리들이 훔쳐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 앞으로도 마음을 훔칠 수 있기를..
@견습마뇨님, 침대에 누워서 보다가 이불차면서 소리지르셨다구요.. 저는 쓰면서 소리질렀습니다:-)
@어익후123님, 질문하는 사항이 스포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네요. 그래도 궁금하시면 쪽지주시면 답변 드리겠습니다!
@DFN님, 그렇게 느끼셨다면 다행이에요. 저도 그런 뉘앙스로 썼으니까요...
@starlover4님, 그게 제가 원하는 반응이었..^*^
@wngml1003님, 일처다부제에 빵터졌네요. 재밌는 의견입니다. 어쩐지 일처다부제 국가의 로웨나 스핀오프를 쓰고 싶어졌지만 참고 얼른 본편 진행이나 해야겠다...
@ㅊr칸앙女Ð님, 이건 제 첫작품이 맞습니다. 그 외에 쓴거라곤 초등학생때 쓰던 거.... 아.. 공개하지 않도록 할게요.... 연재주기는 일일연재를 지향하고 있지만 3일연속 연재하고 쉬고 이러는 것 같아여ㅋ_ㅋ
하.. 후기가 본편보다 더 힘든 이..뭐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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