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웨나 블루로즈-71화 (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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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5 - (5)

나는 이제야 왜 시리우스가 자신의 친구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왜 그렇게 심한 저주를 퍼부었는지 알아차렸다. 왜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고 기꺼이 3일간의 감금징계를 감수했는지도.

대답 없이 얼굴만 창백해진 내 모습에, 분노로 이글거렸던 레귤러스의 눈동자에서 조금이나마 만족감이 비쳤다. 그는 내가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런 목적이었다면 나는 그가 성공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형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의미한 행동을 했던 거군.”

레귤러스의 한마디에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알았다. 나라는 존재가 그에게 있어 무조건적인 단 하나의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우스가 했던 결정의 저변에는 분명 내가 있었다. 이는 레귤러스에게조차 전가할 수 없는 본질적인 부분이었다. 그가 느끼는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은 나였다.

사실 나는 이제 레귤러스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에 대한 화조차 일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지금 당장에라도 시리우스에게 달려가 왜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힘들 때 말하라고 했던 건 자신이면서 왜 혼자만 안고 끙끙거리고 있느냐고.

내가 한참을 말없이 서 있자, 레귤러스는 어느새 나를 향한 자신의 감정적인 열분을 정리한 듯 차분하게 한마디 던졌다.

“너에 대한 형의 관심이 식은 순간부터, 긴장하고 있는 게 좋을 거다.”

레귤러스는 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나는 그가 가는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시리우스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고, 흥분해서 일을 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3일 징계감의 복수를 하고 그 책임을 본인이 감내했다는 것이, 그러고도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이유를 비밀로 간직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지극히 비이성적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그는 그렇게 결단했다.

그간 생각 없이 스쳐 지나왔던 시리우스의 눈길 하나하나가 다시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되새겨졌다. 그간 나에게 차게 대하고 있었으나, 시리우스는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 나서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마음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가문이 자신을 버릴 만한 행동을 기꺼이 감행했다. 내가 만약 시리우스를 받아주었다면, 그는 나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이를 반대하는 가문에서 뛰쳐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그 강력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아무리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가진 것인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나는 그에 대한 끝을 알 수 없는 미안함을 느꼈다. 아닌 척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에게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었을까. 보는 나도 숨이 막혀오는데 본인이라면 이보다 더할 것이다. 심지어 그는 이 스트레스의 근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어떤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 또한 그의 배려였다. 시리우스는 겉으로 드러나게 나를 도와주는 대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택했다.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 못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나는 이미 거대한 비밀 하나를 혼자 안고 있으니까.

나는 한참 동안이고 시리우스의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내가 그나마 정신을 차린 것은,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어떤 마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서였다.

“학생이 블루로즈 양이라고 들었어요.”

그 마녀의 목소리는 높고 경쾌했다. 어두운 암갈빛의 단발에 청록색의 눈동자가 맑게 반짝였다. 보랏빛이 도는 마법사 정복을 입은 그녀는 키가 조금 작은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밝으면서도 강한 기운을 지우지는 못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네, 블루로즈입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기억을 뒤져 봤으나 전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저는 밀리센트 배그놀드라고 해요. 마법부에서 일하고 있지요.”

“아, 배그놀드 차관님. 반갑습니다.”

나는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예언자 일보를 통해 나는 그녀의 이름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듣던 대로 똑똑한 학생인 것 같아요. 블루로즈 양도 래번클로 출신이죠?”

그녀가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저도 래번클로랍니다.”

배그놀드 차관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나는 그녀의 뒤쪽으로 멀리 서 있던 리들 교수와 눈을 마주쳤다. 내 쪽으로 등진 이름 모를 마법사와 대화를 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간간이 나를 향했다. 그는 어제, 차후 장관이 될 가능성이 유력한 그녀와 친분을 쌓아놓으라고 지시했다. 나는 리들 교수가 원하는 응대를 하고 있었고, 지금 대화에서 전혀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었다. 나는 당혹스러운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녀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배그놀드 차관은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친절해 보이는 인상에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목소리 하나만큼은 분명하고 힘 있게 느껴졌다. 여성으로서의 따스함 속에 숨은 강인한 면모가 엿보였기 때문에 나는, 배그놀드 차관과 친분을 쌓으라는 것이 리들 교수가 내린 명령에 불구했음에도,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

“블루로즈 양은, 머글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마법 사고와 재난부의 키이라가 블루로즈 양이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더군요. 그녀는 멀리 있는 키이라 쪽으로 눈짓했다.

“마법은 학교에 들어와서 배우기 시작한 건가요?”

“네, 맞아요.”

“그럼, 마법을 배운지 이제 4년밖에 되지 않았군요. 그런데도 바실리스크를 상대했구요.”

“제가 사람들에게 몇 번씩 강조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우연일 뿐이었어요.”

나는 그녀에게 예언자 일보에서는 항상 과장되어 실리곤 하던 ‘바실리스크 일화’에 대해 담담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상태를 보고 바실리스크일지도 모르겠다고 추론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먼저 말하고, 학교에 발생하는 사건의 다음 타겟이 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마법 가방 안에 언제든지 소환해낼 수 있는 수탉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도. 수업 시간에 바실리스크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운 것과 사용한 주문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리들 교수에 의해 정리된 이 이야기가 내포하는 바는 분명했다. 누가 봐도 바실리스크를 해치운 결과의 가장 큰 요인은 구 할이 행운이었다.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마법사라면 내 이야기를 듣는 즉시 이를 알아차릴 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내가 바실리스크를 상대할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여기지 않았다. 단지 내가 꽤 똑똑하고, 준비성이 철저하며, 학생 수준의 순발력과 용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장래성을 갖춘 마녀라 평가할 뿐이다. 어둠의 시대가 빛과 같은 영웅을 필요로 했고, 그 연극적인 역할이 우연히 나에게 주어졌다. 나는 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배그놀드 차관 역시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녀가 부드럽고 호의적인 어투로 대답했다.

“블루로즈 양은 전도유망한 학생인 것 같군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죠.”

나는 싱긋 웃으며 졸업 후에 오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오러국의 에드가 본즈와 이미 이 장래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도. 그녀는 내가 스스로의 미래를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 점수를 높게 주는 것 같았다. 한참을 대화를 나눈 배그놀드 차관은, 헤어지기 직전 나에게 건배 제의를 했다. 그녀는 나와 마법부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그놀드 차관이 자리를 떠나자, 워플 작가님이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다가왔다.

“로웨나, 너랑 대화 한 번 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렵지?”

워플 작가님은 나와의 인연을 반가워하며 부엉이를 보내겠으니 계속 연락을 주고받자고 당부했다. 그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는 혹시 리들 교수가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불안했다. 나는 그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다행히도 워플 작가님에게는 또 다른 마녀 독자─인지 비평가인지 잘 모를─가 붙었고, 나는 그와의 대화를 중단했다. 리들 교수가 보는 앞에서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편했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이 정도면 되겠지. 어찌 됐든 배그놀드 차관에게 나 자신을 어필했고, 그녀는 나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듯했다. 이로써 리들 교수가 나에게 했던 명령은 다 수행했다. 나는 더는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계속하다가는 안 그래도 꽉 찬 머릿속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민달팽이 클럽 모임에 온 그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인지, 여기에 계속 머무르다가는 정말 상상치도 못할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생기기도 했다. 얼른 기숙사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래도 아이작에게 인사는 해야겠지. 그는 마침, 열심히 이야기하던 마녀와의 대화를 마무리 지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잽싸게 그에게 다가갔다.

“아이작.”

혹여 누군가 와서 그에게 말을 걸까 봐 내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나 이제 기숙사에 돌아가려고. 오늘 조금 피곤해.”

“벌써?”

그가 의문스럽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이제 곧 열 시가 되므로, 사실 지금 자리를 뜨기엔 다소 이른 시각이긴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확실한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나 아이작은 내심 서운해 하는 것 같았다.

“나랑 이야기라도 더 하고 가.”

너 민달팽이 파티의 묘미인 바닐라 쿠키에는 손도 안 댄 거 알고 있어. 이거 한 입 먹지 않으면 보내지 않을 거야. 아이작이 장난스럽게 요구했다. 나는 조금 고민했으나, 아이작이 부탁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곧 이를 수락했다. 잠깐 정도는 더 있어도 되겠지.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나는 그를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나 그리 오래 있지는 않을 거야.”

바닐라 쿠키를 집으며, 내가 지나가듯 그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당밀 퍼지’는 누구였어?”

“노트 씨. 항상 순수혈통모임의 좌장을 맡으시는 분이지.”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혀에 닿는 바닐라 쿠키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맛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작이 약간 불만족스러운 어조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무 자주 보는 얼굴이라 별로 신선하지도 않았어. 네 멘토는 누구였는데?”

내가 씩 웃었다.

“엘드레드 워플!”

“진짜?”

아이작이 말하기를 그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예언자 일보의 기자라 하더라도 그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고. 나는 그제 서야 사람들이 워플 작가님에게 어떻게든 말을 걸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이작은 최근 나온 그의 신작을 이야기하며 호들갑스럽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여기 아직 있어? 나도 실제로 보고 싶어.”

반쯤 흥분한 채 묻는 아이작에게 나는 멀리 서 있는 워플 작가 쪽을 가리켰다. 그는 아까 만났던 마녀가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토해내는 것을 곤란한 표정으로 응대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젊네?”

그의 반응이 나와 비슷해서 나는 싱긋 웃었다.

“응. 말도 참 재밌게 하더라. 그와 부엉이 편지를 주고받기로 했어.”

“워플 작가님이랑? 놀라운 데. 너 그 편지는 꼭 간직해 둬야겠다.”

나중에 아마 전기 같은 거 쓸 때 네 편지가 책에 실릴 수도 있어. 아이작의 말에 나는 깔깔 웃었다. 아마도 100년 후쯤 되면 나는 그런 마녀가 세상에 존재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묻혀버리겠지만, 워플 작가님 정도면 그의 전기가 호그와트 도서관에 꽂혀 학생들의 과제 용도로 사용되지 않을까. 그렇게나마 내가 후세의 사람들에게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재미있게 느껴졌다.

나는 바닐라 쿠키를 하나 더 집으며 편하게 말했다.

“게다가 세베루스의 멘토는, 자그마치 바르나바 쿠프였어.”

“바르나바 쿠프? 예언자 일보 편집장?”

아이작이 이마에 손을 얹으며 아쉬워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이작을 찾았는데, 마침 홀에 없었다는 말을 해주었다.

“아. 내가 ‘슬리데린 기숙사’가 됐었어야 했는데.”

나는 어쩐지 아이작을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허세를 부리며 말했다.

“놀라지 마. 세베루스가 말하길, 쿠프 편집장은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대.”

“왜? 호그와트의 영웅을 한번 만나보고 싶은 건가?”

내가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그런가 봐. 그래서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먼저 갈게. 유명인사라 이렇게 인파가 많은 곳은 부담스럽구나. 내가 생글거리며 농담조로 말하자 아이작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같이 가.”

방금 전까지 내가 일찍 돌아간다고 타박을 했던 그가 같이 기숙사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하기에 조금 놀랐다.

“벌써?”

“응, 나도 더 이상 얘기할 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

“너희 아버지에게 인사 안 해도 돼?”

내가 고갯짓으로 에드가 본즈 쪽을 힐끔거리며 물었다. 그는 다수의 마녀와 마법사들에게 둘러싸여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졸업생들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저렇게 서로 간 대화를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듯싶었다. 이 홈커밍 이벤트의 목적은 후배와의 만남이 아니라, 슬러그혼 클럽 출신 사람들끼리의 인맥 구축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만약 그것이 슬러그혼 교수님의 의도이고, 실제로 이러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슬러그혼 교수님이 어떠한 방식의 권력을 행사한다고 한다면, 교수님에 대한 리들 교수의 판단은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끼어들어서 방해하고 싶지 않아. 뭐, 아버지와는 하루걸러 편지 주고받는 사이인데.”

아이작은 고개를 젓더니 내 어깨를 살짝 감싸며 연회장 입구 쪽으로 걸었다.

우리는 그대로 홀을 나와 래번클로 기숙사로 걸어 올라갔다. 그는 오늘 마주친 인사들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아버지인 에드가 본즈나 고모인 아멜리아 본즈를 통해 알게 된 인맥도 상당했지만, 매번 순수혈통모임에 참석했기 때문인지 그는 슬러그혼 파티에 온 사람들의 반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풀어내는 각계 각 층 마법사들의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기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래번클로 휴게실에서 아이작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는 동안에 잠깐이나마 민달팽이 클럽에서 있었던 일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숙사 방에 도착하자, 오늘 일들이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시간 순서대로 하나하나 되짚으며 생각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내가 여기에서 머리를 잡고 더 고민한다고 해서 무엇인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나는 일을 미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내버려두고 싶었다.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 마치 수면을 유도하는 마법약이라도 복용한 것처럼, 나는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 * *

월요일이 되자,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이대로 갔다가 대연회장에서 리들 교수와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나는 휴게실에 앉아 아이작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본다?”

아이작이 기숙사 복도 계단에서 걸어 내려오면서 나에게 지나가듯 물었다. 휴게실 소파에 앉아 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중얼거렸다.

“어제 하루 종일 방에서 잠만 잤거든. 거의 20시간은 자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지금 너무 배가 고파. 내가 그를 연회장 쪽으로 재촉했다.

나는 정말로 주말 내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리들 교수도, 스네이프도, 레귤러스도 그리고 시리우스도. 내 심적 회피를 마치 몸이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끝도 없이 잠만 잤다. 그리고 정신이 되돌아온 순간부터, 나는 묵혀 놓았던 고민거리들을 다시 꺼내야 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연회장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우리는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있던 올리비아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올리비아.”

“안녕, 아이작, 로웨나. 잘 잤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 멀리 교수석 테이블에 앉은 리들 교수가 보였다. 그의 방향으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어떻게 저렇게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까. 나는 괜히 테이블 앞쪽에 자연스럽게 나타난 토스트와 베이컨, 스크럼블 에그를 포크로 뒤척였다.

아이작은 자리에 앉자마자 예언자 일보를 펼쳤다. 올리비아가 식사를 하며 그에게 물었다.

“오늘은 뭐 재밌는 일 있니?”

“1면 기사가 충격적이네요.”

“뭔데?”

“아즈카반에서 디멘터들이 탈출했대요.”

“아즈카반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우리에게 아이작이 천천히 기사를 읽어 주었다.

“어제 8일 새벽 03시경, 죽음을 먹는 자로 추정되는 마법사 두 명에 의해 아즈카반이 열렸다. 이 사건으로 죄수 두 사람이 탈옥했으며, 열세 마리의 디멘터가 아즈카반 바깥으로 탈출했다…”

아이작이 말을 이었다.

“…특히 어제 오전 일부 디멘터들은 에든버러의 국립박물관 앞에 나타났으나, 파견된 오러들에 의해 사상자 없이 진압되었다. …당시 몰려있던 인파로 인해 오러들이 마법을 쓰는 장면이 일부 머글들에 의해 목격되었으며, 현재 마법 사건과 재난부 직원들이 망각 업무에 전력을 쏟고 있다…….”

불현듯 키이라와 앤디, 그리고 퍼지 부장이 차례로 떠올랐다. 내가 기숙사에서 푹 자고 있는 사이 그들은 아침부터 애든버러로 출근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약간 안쓰러운 기분이었다.

올리비아가 입을 쩍 벌리고 아이작에게 물었다.

“그동안 아즈카반이 한 번이라도 열린 적이 있어?”

“글쎄요, 저도 처음 듣는군요.”

아이작이 세부 기사를 훑으며 대답했다. 그는 간간이 흥미로운 사실을 새롭게 읽을 때마다 우리에게 읽어주었다.

“두 죄수들은 어제 오후 금방 붙잡혔다고 하네요. 범인의 목적은 죄수가 아니라 디멘터에게 있었나 봐요.”

“무슨 일이야?”

방금 머리를 감고 나온 듯 다 말리지 않는 잿빛 머리카락으로 필리다가 자리에 앉았다. 올리비아가 지팡이를 꺼내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에 건조 마법을 걸어주며 대답했다.

“어제 아즈카반에서 일부 디멘터들이 탈출했대. 애든버러에서 발견되었나 봐.”

“그래요? 왜요? 디멘터들이 애든버러 성에 소풍이라도 가고 싶었대요?”

분명 심각한 사건이었는데도, 나는 그녀의 재기 어린 말에 웃음이 나왔다. 디멘터를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그들이 어쩐지 예쁘게 단장하고 소풍 바구니를 든 채 에든버러 성 근처에 자리를 까는 장면이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올리비아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에든버러 성이 아니라 국립 박물관 앞이야.”

“그럼 박물관 견학?”

‘우리 디멘터 어린이들, 일렬로 서서 저를 따라오세요.’ 필리다가 디멘터들의 첫 박물관 관람을 비교적 상세하게 재현하기 시작했으므로─그건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답니다. 눈으로만 관람해야 해요. 아참, 여러분은 눈이 없었죠?─ 나는 터진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우리는 아침 식사 시간의 전부를 아즈카반의 디멘터 이야기를 하면서 보냈다. 금방 식사를 마친 아이작은 오늘 첫 수업인 마법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플리트윅 교수님을 볼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리비아 또한 도서관에 들러야 할 것 같다며 떠났다.

대충 식사를 마치긴 했지만, 나는 차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필리다, 있잖아.”

슬라이스 토마토를 입에 넣으며 필리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요즘 쉽게 말을 걸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말야…….”

나는 조금 뜸을 들이다 그녀에게 물었다.

“그 사람에게 어떻게 좀 자연스럽게 내 의사를 전할 수 있을까?”

“시리우스 블랙?”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에게 비밀은 없었다. 뭐, 현 상황에서 내가 말을 걸지 못하는 사람이 시리우스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를 논외로 하더라도 그녀는 나와 시리우스의 관계를 생각보다 더 잘 꿰뚫곤 했다. 내가 그녀에게 시리우스의 이야기를 꺼낸 건 그 때문이었다.

필리다는 그녀의 단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심각하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

“말 못 거는 건 또 뭐야. 할 말 있으면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지.”

“솔직할 수 없는 상황인걸.”

“그럼 그렇게 말해. 내가 여건상 할 수 없는 말이 있긴 한데, 이해 좀 해달라고. 세상에 비밀이 없는 사람이 어딨어.”

그녀의 대답은 너무 명료하고 간단했기 때문에 나 혼자 고민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면 계속 궁금하지 않을까?”

“그래도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설명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지. 내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솔직해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이러하다, 이러면 되잖아.”

그녀가 평소와 같은 어조로 툭 던지듯 물었다.

“다시 친해지고 싶은 거지?”

“…나도 모르겠어.”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얜 대체 무슨 심보야? 하는 표정이라 나는 낮게 숨을 내쉬며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할게, 필리다. 나는 시리우스와 다시 친해지고 싶긴 한데, 그는 나에게 거리를 두길 원하는 것 같아.”

……내가 좋대. 나는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좋아하는데도 내가 친근하게 굴면 뭔가 기대를 하게 되는 모양이야. 말을 하면서도 너무 부끄러웠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허세 어린 자랑질처럼 느껴졌다.

필리다는 거의 속삭이듯이 말하는 나를 보고 뭐가 그리 웃긴지 깔깔 웃어댔다. 그녀는 가끔 내 행동을 마냥 귀여워할 때가 있다.

“그런 건 다 거짓말이야. 자기 속마음을 감추는 거라고. 네가 좋다면 너랑 있는 게 좋지 뭘 그리 떨어지고 싶겠어?”

“아니, 그래도…….”

“시리우스와 사귈 마음은 없어?”

그녀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나는 입을 닫았다. 사귈 생각이 없느냐고? 그럴 수 없는 것을 안다. 시리우스와 정식으로 만나기 시작하면, 아마 리들 교수가 연애할 시간에 당장 방어 마법 연습이나 더 하라며 고문 저주를 쏠지 몰랐다. 그리고 이것도 못 막는 주제에 연애질을 할 여유가 있느냐고 비꼴 것이 눈에 선했다.

“없어.”

“근데 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거야? 친구로서 남고 싶은 거야?”

“그런 것 같아. 걱정되고 신경이 쓰여, 엄청.”

“그게 좋아하는 거잖아.”

필리다가 단순하게 정의 내렸다.

“아냐, 그거랑은 달라.”

“로웨나 너,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라도 있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는 감정이라. 나는 보통 사람들에게 쉽게 호감을 가지곤 하지만, 사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잘 몰랐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든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굳이 꼽는다면 처음 부임했을 때의 리들 교수가 있겠지. 인정하기 싫지만, 그의 수업을 듣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리들 교수에게 동경의 감정을 느꼈고, 대화를 하고 난 후에는 온종일 아이작에게 떠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었다. 하지만 그것은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단발적이었다. 물론 내가 리들 교수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더라면 그것이 더 깊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락스타를 쫓아다니는 머글 여자애처럼 굴었을지도. 하지만 그것이 과연 좋아한다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뭐 어찌 됐든,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신경 쓰인다고 했지? 그럼 그렇게 말해. 블랙도 네가 단번에 자기에게 연애감정이 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을걸.”

“그건 어쩐지 좋아할 것 같이 기대를 주게 하잖아…….”

“그건 시리우스 블랙의 몫이지.”

필리다가 내 어깨를 살짝 감싸 쥐며, 내 눈을 마주 보았다.

“로웨나, 네가 해야 할 일은 그거야. 솔직하게 네 감정을 드러내는 거. 그것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시리우스 블랙에게 달렸고, 걔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야. 걔가 너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멀어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나는 그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그의 행동 모든 것에 무조건 침묵하는 것이 결코 옳은 대처방법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필리다가 하고 싶어하는 말의 의도를 대충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조언에 고마움을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우리는 오전 첫 수업인 마법 교실로 향했다.

* * *

나는 머글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시리우스가 신경 쓰여 견딜 수 없었다. 오늘, 여느 때와 다름없이 머글 연구 교실에서 마주친 우리는 서로 무심한 어조로 인사를 했고, 그 이상의 대화를 주고받지는 않았다. 최근 나와 시리우스는 인사 이상의 의사소통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심지어 그가 안녕 외의 말을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수업을 마친 후 시리우스에게 말을 걸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이윽고 수업이 끝날 때쯤, 나는 잔뜩 긴장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빌헬름 교수님이 교실을 나가자, 내가 먼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시리우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는 정말인지 오랜만에 그의 얼굴에 시선을 두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그와 눈을 마주한 순간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에게 말을 건넸다는 사실 자체가 긴장되는 것인지, 혹은 시리우스를 의식하고 있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시리우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그가 순수하게 잘생겼다는 것 이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콧대 아래 단호하게 다문 입술은 수면을 낮게 활공하는 바닷새의 윤곽을 닮아 부드러운 곡선을 띄었다. 가지런한 눈썹 아래 살짝 파인 눈가에는 정교하게 세공한 구슬처럼 매끄러운 은회색 눈동자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무엇인가 아련한 기색이 돌고 있었던 탓인지 나는 시리우스에게서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는 그를 살펴보는 것을 멈추고 천천히 말했다.

“잠깐 얘기 좀 해요.”

“……뭔데.”

시리우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기꺼이 수용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이 정도만으로 충분히 용기를 내는 거였다.

“레귤러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뭐?”

“당신이 왜 감금 징계를 받았는지에 대해서요.”

그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시리우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걸 시리우스가 알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조금 말을 더듬으면서도, 나는 끝까지 하고자 하는 말을 이었다.

“나는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게 정말 나 때문이라면……”

나는 횡설수설 못 하고 있었다. 시리우스의 딱딱한 태도는 여전히 풀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필리다가 진심을 다하라고 조언했지만 나는 어디까지 진실을 드러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가 앞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먼저 내 말을 끊었다.

“레귤러스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마.”

“네?”

그는 그대로 책을 챙겼다. 심지어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책에만 시선을 꽂을 뿐이었다. 시리우스는 어쩐지 나와 눈을 마주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넌 그런 것까지 생각할 필요 없어.”

시리우스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는 내 자의로 집안을 나오고 싶어 했었어. 블랙 가가 나를 집안에서 쫓는 형태라 하더라도 전혀 아무렇지 않아.”

나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리우스의 시선은 여전히 나에게 닿아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싸한 기색이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에 대해 신경 쓰지 말고 네 걱정이나 해.”

나와의 깊은 대화를 거부하는 그의 서늘한 태도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리우스는 자연스럽게 의자를 당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얘기 끝났으면 이만 가볼게.”

“가지 마요.”

나는 앉은 채로 그의 망토 끝을 붙잡았다. 순간 멈칫한 시리우스가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와 시리우스는 항상 이런 식으로 꺼림칙하게 끝났다. 오늘을 놓친다면, 그는 그대로 계속 힘들 것이고, 또한 여전히 나는 시리우스가 신경 쓰일 것이다. 이건, 아니었다.

나는 처음 그와 다투었던 순간을 기억했다. 나는 그가 정말 싫었다. 안 그래도 알렉토가 괴롭혀서 힘들어 죽겠는데,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시리우스가 자꾸 캐묻는 탓에 화를 냈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내가 대놓고 그를 쳐냈음에도 집요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나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렇게 행동할 순간이었다.

“내 눈을 마주 보고 말해요.”

나는 그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시리우스의 은회안과 다시 한 번 마주쳤으나, 방금 전처럼 떨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고개를 똑바로 들고 더욱 분명한 음성으로 내가 물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 작품 후기 ============================

철벽녀_로웨나가_드디어.jpg

+ 오늘 저녁에 올린다는 것이 거진 깊은 밤 시간이 다 되었네여ㄷㄷㄷ 다음 업데이트는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00시입니다. 무조건 정시 업데이트를 하고 말거예영!!

++ (추가) 로웨나와 시리 주제가를 찾아주신 숲바람꽃님 감사합니다! 가사가 왤케 기분이 좋으나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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