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웨나 블루로즈-62화 (6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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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쫓는 밤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Side Story. “새벽을 쫓는 밤” - (5)

시리우스는 크게 하품을 하며 연회장 현관 홀에 서 있었다. 왜 로웨나는 오지 않는가. 꽤 일찍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시리우스는 파티가 시작되기도 전에 지루해질 참이었다. 그의 주변으로 학생들이 분주하게 대연회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꼭 한 번씩은 시리우스를 흘끔 바라보며 지나치곤 했는데, 관심 어린 눈길에 익숙한 그는 특유의 오만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시리우스에게 시선이 꽂히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 그가 평소와는 달리 깔끔하고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반항기가 깨끗이 가려진 시리우스는 제 매력을 배 이상 발휘하고 있었다. 그가 설령 성정이 좋지 않다고 소문난 그리핀도르 악동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은 그의 우아한 자태를 보는 순간부터 이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둘째로, 시리우스의 크리스마스 파티 파트너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파트너가 누구인가는 최근 교내를 달구던 가장 큰 화젯거리였다. 그는 심지어 마루더즈에게조차 자신의 파트너에 관해 말해주지 않았다. 지금 시리우스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알려지지 않은 파트너임이 분명했으므로, 학생들은 자신이 그 수수께끼의 정답을 알게 되는 첫 번째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의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지나가곤 했다.

시리우스는 가만히 서서 오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저도 힘든 주제에 파티에는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미안해하는 로웨나를 보며 그는 조금 안쓰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자신에게 말하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 아니던가.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그러니 힘든데 도와달라고. 그 정도 말할 만큼은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파티 드레스 정도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안 그래도 의기소침할 것이 분명한 그녀에게 이것저것 따져 물을 만큼 무신경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로웨나의 드레스가 찢어진 것은 기정사실이었고, 현재의 래번클로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그녀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줄 만한 사람도 없었다. 시리우스는 이런 상황에서 적재의 능력을 발휘할 블랙가의 마녀를 한 명 알고 있었다.

그의 참을성은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다. 래번클로 기숙사에 올라가서 찾아봐야 하나, 라고 생각하며 계단 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푸른 드레스를 입은 낯익은 얼굴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초콜릿을 녹여 만든 것 같은 로웨나의 아름다운 갈빛 눈동자가 시리우스와 마주했다. 그와 동시에 정갈한 눈썹이 호선을 그리며, 그녀가 시리우스를 향해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맙소사. 로웨나의 단정한 미소를 시리우스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바라보았다. 색조가 도는 정도의 화장을 했을 뿐인데도, 그를 향해 눈꼬리를 내리며 살짝 비추는 눈웃음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

부드러운 얼굴선 아래로 암갈색의 머리를 틀어 올린 그녀의 희고 긴 목덜미가 눈에 띄었다. 시선을 더 아래로 향한 시리우스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의 새하얀 피부톤과 어우러지는 푸른 색상의 드레스는 몸에 달라붙어서인지 고혹적인 몸매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보아왔던 로웨나는 언제나 단정한 차림이었다. 그녀는 보통 셔츠 가장 윗단추까지 꼭꼭 잠그고, 몸매를 부각하는 옷은 절대 입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과감하게 상체를 노출시킨 그녀의 드레스 차림은 묘하게 유혹적이었다. 반투명한 숄 아래로 평소에는 꼭꼭 가려두었던 가냘픈 어깨선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아주 가끔 풀어진 셔츠 사이로 슬긋슬긋 보이곤 해 상상력을 자극하던 쇄골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끈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로웨나가 걸어오면서 목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쇄골이 깊어졌는데, 그는 거기에서 쉽사리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시리우스.”

익숙한 그녀의 목소리가 시리우스의 감각을 깨웠다. 그는 속으로 숨을 한 번 내쉬며 저의 마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많이 이상해요?”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면 올수록 드레스 안으로 가슴골이 더 자세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가슴 쪽을 향하는 눈길을 억지로 거두었다. 시리우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가문이 제게 해주었던 엄격한 교육에 감사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시리우스는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었다.

“아니. 역시 나시사에게 맡긴 보람이 있군.”

그는 일부러 그녀에게 한 번 돌아보라고 명령했다. 사실 드레스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웨나는 별 불평도 없이 그의 앞에서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무릎 아래 옆이 트인 드레스 사이로 희고 곧게 뻗은 종아리가 살짝 드러났다. 시리우스는 여러모로 치명적인 드레스라고 생각했으나, 자신의 속마음을 깔끔하게 갈무리하며 한마디 내뱉었다.

“그럭저럭 봐줄 만하게 변했네.”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워. 그렇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다가는 깊은 곳에 숨겨놓은 무언가가 딸려 나올 것만 같아 시리우스는 그대로 이를 삼켰다.

“원래 본판이 좋은 건데요.”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모습은 여전했다. 전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졌다 해도, 그녀는 여전히 로웨나 블루로즈였다. 그녀의 변함없는 태도 하나만으로 시리우스는 흡족한 미소를 드러냈다.

“그것도 그렇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로웨나가 그 자리에서 물을 끼얹는다 해도 그녀에게 맞장구쳐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시리우스는 기분이 좋았다. 그는 자연스레 로웨나의 옆에 섰다. 그녀와 닿을 듯 가까이 선 자리에서 새삼, 시리우스는 제 안목과 선택에 감탄했다. 래번클로의 들풀을 개화시킨 것은 분명 자신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녀가 오늘의 여왕이 될 것임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연회장에 입장하자마자 모든 시선은 로웨나에게 쏠렸다. 한번 꽂힌 눈길을 쉽사리 거두어지지 않았다. 이미 다 예상했음에도 시리우스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쏠리는 관심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싫었다. 시리우스는 일단, 자신의 힘으로 직접 숨은 원석을 캐고 가다듬어 그들에게 보여준 것마냥 기분이 좋았다. 로웨나가 꾸미지 않았을 뿐이지 꽤 괜찮은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그였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은 싫었다. 말로서 표현하기 힘든 역설적 감정이었다. 시리우스는, 그간 로웨나가 학교에서 겪었던 온갖 고난의 과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이렇게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을 함께 기뻐해 줘야 함이 옳았다. 그럼에도 제가 아닌 다른 남자들이 흘끔흘끔 로웨나를 훔쳐볼 때면 차라리 그녀를 향한 무관심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그들의 눈길이 로웨나의 가는 허리나 가슴을 향하는 것을 발견할 때에는, 당장에라도 그만 쳐다보라며 시비를 걸고 싶어졌다.

로웨나의 아름다움을 마치 제 것 마냥 자랑하고 싶으면서도, 아무도 볼 수 없게 꽁꽁 싸매 감추고 싶은 충동 사이에서 시리우스는 혼란스러웠다. 왜인가, 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그는 괜히 머리가 복잡해져 로웨나가 얄미워질 지경이었다. 쟤는 왜 또 저렇게 예뻐져서 사람을 심란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이렇게 시각적 자극에 약한 줄 몰랐다. 리들 교수의 외모에 빠진 여자애들을 실컷 비웃어놓고서, 저도 똑같이 행동하는 것 같아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무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첫 춤은 파트너와 함께하라는 덤블도어 교수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 각자가 춤을 시작하기 위한 예의를 갖추었다. 시리우스는 지금까지 그의 머릿속을 휘저었던 여러 가지 잡념들을 치워두고 태연한 척 익숙한 춤 인사를 로웨나에게 건넸다. 살짝 머뭇거리며 그녀가 속삭였다.

“저, 춤추는 방법 잘 모르는데.”

사실 시리우스는 자세만 봐도 로웨나가 춤을 춰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우물쭈물하는 그녀를 리드할 목적으로 자연스레 로웨나에게 다가갔다. 그는 춤을 추기 위해 왼손을 들어 그녀의 허리 근처에 가져다 댔다. 드레스가 얇았기 때문인지 마치 직접 살결에 닿는 것처럼 그녀의 가는 허리가 그대로 느껴졌다. 여리고 유혹적인 허리는 만지는 것만으로도 드레스 속에 숨어있는 굴곡이 저절로 상상이 되는 것이었다. 그의 손끝이 미약하게 떨렸다. 고작 손을 댄 정도로 이렇게 가슴이 세차게 뛸 수 있는 건가. 시리우스는 제 상태가 조금 이상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허리에 닿는 그의 손길에 로웨나는 어쩔 줄 모르고 몸이 굳었다. 시리우스는 뭔가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저의 마음을 조이는 매혹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가, 손끝이 닿은 것만으로도 저런 순진한 반응을 보이다니. 곧 시리우스는 그녀가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도 로웨나의 본질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피식 한 번 웃고는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긴장 풀어, 래번클로.”

그는 그녀의 마음이 안정될 수 있도록 허리에서 살짝 손을 떼고 춤을 리드했다. 처음 치고 그녀는 제법 잘 따라오고 있었다. 시리우스의 조그마한 움직임이라도 따라 하기 위해 애쓰는 로웨나의 모습이 꽤 대견했다.

“허리에 힘을 빼고, 보폭을 좁게.”

그는 그녀가 제대로 따라올 수 있도록 천천히 돌며 로웨나의 움직임을 감상했다. 약간 꼿꼿했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몸매 자체가 워낙 괜찮아 어떤 춤을 추어도 어울릴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자세를 봐주는 척 은근히 터치를 하면서도 시리우스는 그녀의 어색한 춤보다는 그녀의 민감한 반응에 더 웃음이 나왔다. 그는 곡이 이대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눈치는 빠르네.”

“제가 좀 학습 능력이 뛰어나요.”

시리우스의 칭찬에 로웨나가 춤을 힘겹게 따라가면서도 냉큼 대꾸했다. 몸을 어디에 둘 줄 몰라 하면서도 대답은 잘해요. 시리우스는 낮게 웃었다.

이윽고 춤이 끝나자마자, 프레웨트가 기다렸다는 듯 둘이 있는 쪽으로 다가와 물었다.

“시리우스, 함께 춤추지 않을래?”

그렇게 달가운 요청은 아니었다.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프레웨트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흰 백합을 연상하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로웨나의 우아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여자의 춤 신청을 거절할 정도로 무례한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기꺼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춤을 추면서도 사실 시리우스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멀리 로웨나가 본즈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평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왠지 모를 경계심이 일었다. 한 바퀴 돌고 다시 쳐다보자, 이번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로웨나가 말갛게 소리 내 웃고 있었다. 본즈와 그녀가 잔을 맞부딪히는 것이 마치 신체 접촉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여 시리우스는 괜히 열이 올랐다.

그의 움직임에 몸을 맞추며 프레웨트가 물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블랙?”

“…아무것도 아냐.”

그는 곧, 자신의 감정이 흘러서는 안 될 이상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를 자제시켰다. 키스라도 하면 와앙하고 울어버릴 것 같은 저 순진한 애를 두고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자신과 춤을 추는 프레웨트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 * *

“시리우스, 오늘 파티 끝나고 뭐 할 거야?”

“글쎄. 딱히 하고 싶은 건 없는데.”

얘네들은 언제 나를 놔줄 생각인 거지.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돌리던 도중 시리우스는 로웨나가 리무스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녀는 리무스에게 눈꼬리를 휘며 웃고 있었다. 시리우스의 기분이 급격히 저조해졌다. 나와 있을 때는 저렇게 해사하게 웃어주지 않으면서. 심지어 로웨나는, 리무스에게만큼은 남들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 강한 호감을 표하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을 느꼈다. 대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정말로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여동생을 향한 감정이라면, 나는 오히려 리무스와 잘되도록 응원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친구로서도 남자로서도, 그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시리우스는 생각했다. 그럼 내가 느끼는 것은, 내 판단과는 다른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표정이 절로 굳었다.

둘은 어느새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무대 한가운데에서 추는 춤은 일반적인 무곡의 춤과는 달랐다. 오히려 그냥 흥에 겨워 즉흥적으로 추는 것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서로의 발과 손동작을 맞춰가며 춤을 추는 모습이 은근히 어울렸다. 시리우스 자신과 춤을 출 때는 다소 경직되어서 따라오려고 했던 로웨나가, 리무스와 춤을 추는 동안에는 진심으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리무스를 향한 질투의 감정이 갑자기 치밀어 오르자, 그는 도리어 스스로가 깜짝 놀랐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리우스는 제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렇게 강렬한 질투와 경계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 시리우스는 깨달았다. 로웨나는 명백히 저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친구에게 적대감을 느끼게 할 만큼. 그는, 본인이 그녀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시리우스는 자신이 지금 누구와 춤을 추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얼른 이 춤이 끝나면 로웨나에게 돌아가야 한다. 저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이윽고 곡이 끝나자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7학년 슬리데린 여학생의 시선을 모르는 척 먼저 로웨나부터 찾았다. 시리우스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그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로웨나는 조금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옷깃을 부여잡고 건너편에 있는 슬리데린 무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좁히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로웨나의 반대쪽으로 슬리데린 여자 무리들이 그녀를 비웃는 것이 보였다. 뭔가 또 일이 터진 것 같았다.

재빨리 로웨나에게 다가간 그는 연회장을 나가려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무슨 일이야, 래번클로?”

“잠깐만요, 화장실 좀 다녀오려구요.”

거짓말. 그는 그녀가 엉거주춤 옷자락을 쥐는 것만으로도 단번에 어떤 마법이 걸려 있는지 알았다. 이런 식의 장난 마법이라면 시리우스는 바싹했다.

“반동 마법이로군.”

그는 로웨나와 함께 연회장을 나왔다. 연회장 홀 바깥쪽까지 걸어나오자 시리우스는 외투의 안주머니 속에 숨겨두었던 지팡이를 꺼냈다. 반동 마법을 해제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단지 크리스마스 파티날 연회장 내에서는 지팡이 소지가 금지된다는, 시리우스라면 한 귀로 흘러 들을 것이 뻔한 교칙이 있었을 뿐. 가볍게 로웨나에게 걸려있는 마법을 풀어주며 시리우스가 물었다.

“요즘도 쟤네가 너 괴롭히냐?”

“아뇨, 최근엔 잠잠했는데…….”

“이유가 뭐야? 나랑 파티 왔다고?”

“그럴지도 모르죠.”

시리우스는 속이 갑갑해졌다. 물밀 듯이 걱정이 몰려왔다. 로웨나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곤경들이 자신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알렉토 캐로우와는 몹시 나쁜 기억이 있었다. 그녀는 올해 4학년 말, 그에게 고백했다. 당연하게도 시리우스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로웨나에게 유달리 집착하는 것이 어쩐지 그가 캐로우를 거절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게 맞다면, 로웨나가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사실상 시리우스의 탓이 가장 크다.

절로 이는 죄책감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고백을 거절한 것이 기분 나쁘면 나를 괴롭힐 것이지 왜 얘를 건드리고 난리지. 앞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시리우스는 언제나 로웨나와 붙어있을 수 없었다. 둘은 학년도 다르고 기숙사도 달랐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시리우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원래 그런 애들이에요. 시리우스 탓이 아닌걸요.”

그녀는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로웨나의 연갈색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로웨나를 지켜주겠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녀가 자신에게 위안이 되어주려고 하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로웨나를 어느 정도 알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는 타입이었다. 결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로웨나가 이렇게 고집을 부리다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저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녀 혼자 끙끙대는 것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도망가지 말고.”

시리우스가 그녀와 눈을 마주하며 단언하듯 말했다.

“앞으로는 나한테 와.”

“네?”

로웨나가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나에게 오라고.”

시리우스는 진심으로 그녀가 그래 주길 바랐다. 블랙에게 이야기를 해주어도 좋았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로웨나가 안고 있는 짐을 함께 들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만약 나 때문이라면 당연히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고, 또 필요하다면 나눠 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쨌든 나와 관련된 거니까, 온전히 네 일이라고 볼 수는 없어. 알겠어, 래번클로?”

그는 로웨나의 약속이라도 받겠다는 기색으로 그녀의 동의를 구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로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는 그녀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말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화를 끝내고 연회장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로웨나를 괴롭힌 무리들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눈에는 눈이고 저주에는 저주지. 시리우스는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간단한 저주 주문을 몇 가지 알고 있었다. 슬리데린을 여자들 전체를 창피하게 만들 수 있는 광역계 저주마법을 떠올리며 그는 옷 속에서 지팡이를 꺼내려고 했다.

그때, 로웨나가 시리우스의 옷깃을 잡았다.

“오늘은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그는 뜨끔한 기분이 들었다. 로웨나는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미 시리우스가 그들을 공격하려고 마음먹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즐거운 날이어야 하잖아요. 누군가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이를 어찌 설명하면 좋을까. 시리우스는 순간 그녀가 자신의 오래된 배우자라도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의 무절제한 치기를, 현명하고 사려 깊은 아내의 조언으로 바로 잡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신기한 일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구속을 싫어하는 그가, 그녀의 제재만큼은 충분히 수용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팡이는 꺼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응분의 대가 정도는 치를 수 있어야겠지. 시리우스는 로웨나를 비웃던 슬리데린의 5학년 파킨슨을 유심히 살폈다. 미끄러지기 주문을 의지만으로 시도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도전해볼 만했다. 그렇게 어려운 주문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지금껏 다양한 의지 마법에 성공했었다.

그는 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그녀에게 강한 의지 마법을 발현했다. 우아하게 걷던 파킨슨이 마치 바닥에서 누군가가 잡아당기기라도 했던 것처럼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그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 그리핀도르에서 낮은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시리우스는 어쩐지 의기양양한 기분이 들었다. 제 나이에 미끄러지기 주문을 지팡이 없이 발현할 수 있는 마법사가 몇이나 될까. 물론 마루더즈와 다니면서 미끄러지기 마법 정도는 눈 감고도 시전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탓에 성공했던 것이겠지만. 어찌 됐든 자랑스러운 기분을 애써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수상쩍다는 로웨나의 눈길이 자신에 닿았다. 시리우스는 오히려 능청스레 그녀에게 되물었다.

“왜?”

“시리우스가 한 거 아니에요?”

“설마. 나 지팡이도 꺼내지 않았는걸.”

시리우스는 두 손을 내밀었다. 로웨나는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표정이었으나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녀는 파킨슨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기분이 꽤 좋아진 것 같았다. 시리우스는 조금 뿌듯해졌다.

* * *

제임스는 완전히 정신이 나갔군. 테이블에 엎드려 릴리의 드레스 자락을 쥐어 당기는 그를 보며 시리우스는 생각했다. 릴리는 그런 그의 모습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시리우스는 이번 파티의 가장 큰 이변은 릴리와 파트너가 된 제임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해도 역시 최종 승자는 시리우스 블랙이지. 그는 본인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쥐었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칵테일이 평소보다 더 달았다. 시리우스는 술에 쉽게 취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약간 들뜨긴 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자제할 만했다.

시리우스는 칵테일을 한 모금 더 마시면서 로웨나를 차분히 응시했다. 그는 아직도 본인이 로웨나에게 가지는 감정에 대해 확실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호감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오늘따라 자신의 감정이 급류를 탄 물살처럼 격해졌다는 것도. 그렇다면 왜? 쟤가 오늘 예뻐 보여서 그런가?

로웨나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시리우스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평소와는 다르게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제임스 봐요, 너무 웃겨요.”

“뭐야, 너 취했어?”

얘는 몇 잔이나 마신 거지? 볼이 약간 붉어진 것이, 취기가 제법 늦게 오르는 모양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였던 로웨나가 살짝 휘청거렸다. 그는 그녀의 팔을 잡으면서 어깨를 조심스레 감쌌다. 얇은 숄 아래로 그녀의 여린 어깨가 느껴져서 시리우스는 기분이 더 이상해졌다.

그녀는 시리우스가 잡아주는 것을 떨쳐내고 어딘가로 느리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진짜 한시도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다.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로웨나는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하면서 어떻게든 연회장 구석 쪽으로 향했다.

연회장 구석의 작은 방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당당하게 방문을 열었다. 로웨나는 그 방이 자신의 기숙사 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안을 휘 둘러보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어딜 가냐, 또.”

시리우스 또한 방 안을 향했다. 등불 하나 없는 어두운 방에는 다소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너른 창을 통해 푸른 달빛이 방 안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여기에 왜 들어온 거지? 시리우스는 영문을 몰랐다. 문에서 손을 떼자, 열려있던 문이 스스로 닫혔다.

그가 던진 말에 그 자리에서 로웨나가 뒤를 돌았다. 시리우스와 마주한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시리!”

그녀가 그를 그렇게 친근하게 부른 적은 처음이라 시리우스는 깜짝 놀랐다. 기분 좋다는 듯 시리우스를 한 번 부른 로웨나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그대로 그의 수트에 얼굴을 가져다 대더니 볼을 비볐다. 얘, 왜 이래? 평소와는 다른 로웨나의 태도에 시리우스는 급격하게 긴장했다.

“블랙 냄새! 너무 좋아. 안아줘, 블랙.”

그녀는 투명하게 웃으며 제 손으로 자신의 어깨에 둘렀던 숄을 벗었다. 거기에 어떠한 유혹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음에도 시리우스는 숨이 턱 막혔다.

“야, 래번클로. 정신 나갔어?”

숄을 벗어 던진 그녀는 흰 어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가 쏠리는 것 같았다. 여리고 보드라워 보이는 그녀의 어깨선이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순간 어깨선으로 이어지는 가늘고 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얼른! 안아줘!”

“내가 왜 블랙이야? 정신 차려!”

그녀를 안기라도 하면 나는 정말 자제할 수 없을 것이다. 시리우스는 직감했다. 이건 위험했다. 그는 우선 그녀가 떨어뜨린 숄이라도 다시 건네 두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차림은 너무 자극적이었다.

“나 요즘 힘들단 말이야! 너마저 날 버리기 있어?”

시리우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거의 울 기세로 그에게 엉겨 붙었다. 억지로 안겨오는 그녀의 감촉에 시리우스는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자신의 몸에 닿는 보드라운 가슴의 느낌에 심장이 뛰었다. 있지도 않은 멀린을 찾으며 그는 이에 굴복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는 조심스레 로웨나를 안아주었다.

그보다 훨씬 체구가 작은 그녀에게서는 자연스러운 살결의 내음이 났다. 정신이 아찔해지며 온갖 음험한 상상이 시리우스를 교란했다. 자신에게 안겨 있는 로웨나를 내려다보자, 그녀의 희고 보드라워 보이는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숨을 자제하면서 그는 침을 삼켰다. 멀린이시여. 달콤한 생크림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그녀의 흰 속살은 쳐다보기만 해도 단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순간 그는 그녀의 가슴을 혀끝으로 핥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미쳤나. 시리우스는 숨을 들이켜며 자신의 저급한 욕망을 억눌렀다.

그녀가 반쯤 게슴츠레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어쩐지 죄책감에 황급히 시선을 올려 천장 쪽을 바라보았다. 로웨나를 쳐다보고 있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의식하지 못하고 그는 다시 고개를 내렸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그레해진 볼과, 입술에 그의 눈길이 꽂혔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밀폐된 공간에, 그는 그녀와 단둘이 있었다. 늦은 밤 달빛이 어렴풋이 방 안을 비추고 있었고, 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흘렀다. 둘 사이에 감도는 고요한 침묵 사이로 대연회장으로부터 희미하게 무곡이 새어 들어왔다. 그러나 시리우스에게는 오히려 그것보다도 로웨나의 낮은 숨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작은 숨결은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블랙, 괜찮아.”

옅은 비음이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교태어린 그녀의 낮은 속삭임에 시리우스는 이미 반쯤 이성을 잃었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로웨나가 하는 말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긴장 풀어.”

그는, 자신의 손이 올라가는지도 몰랐다. 항상 한번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보드라운 볼을 시리우스는 마치 소중한 것이라도 쥐는 듯 조심스레 감쌌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다.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저 붉고 도톰한 입술에 입 맞추고 싶다. 시리우스는 타오르는 불처럼 이는 충동적인 욕구를 억제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어디든지 물고, 핥고 싶었다. 제 것 인양 온몸에 저의 흔적을 남겨두고 싶었다. 품에 안은 채로 아무도 넘볼 수 없도록 혼자만 소유하고 싶었다.

“졸려.”

그를 쳐다보던 그녀는 하품을 한 번 하더니 중얼거렸다. 로웨나는 그대로 시리우스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여기서 잠들면 안 돼.”

나를 이렇게 긴장하게 만들어놓고. 시리우스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있었다. 그는 정말로 미칠 것 같았다. 스스로의 절제가 놀라울 정도였다.

제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저속한 갈망을 로웨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머릿속으로는 그녀를, 온갖, 입 밖으로는 절대 내밀지 못한 온갖 상스러운 짓으로 그녀를 괴롭히고 싶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그녀의 팔을 꽉 부여잡고, 온몸에 키스하며 들뜨게 만들고 싶었다. 그녀가 하지 말라고 애원해도, 그래도, 내 손길이 닿게 되면, 결국, 그녀도 나에게 매달리게 될 것이다…….

로웨나는 그대로 잠들었다. 그의 품에서 낮게 숨을 쉬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시리우스는 생각했다. 알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온갖 망상이 헤매고 다녀도, 나는 절대 그녀를 건드리지 못한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아름다운 케이크를, 그 모양이 망가질까 봐 손도 대지 못하는 것처럼. 그는 조심스럽게 로웨나를 눕히고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그새 깊은 잠에 빠졌는지 그녀가 가볍게 몸을 들썩였다. 혹여 추울까 봐, 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로웨나에게 덮어주었다.

“진짜, 답이 없군.”

시리우스가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얘는 최소한의 자기방어도 없나. 어떻게 남자와 단둘이 있는 곳에서 이렇게 무방비하게 잠들지. 깔끔하게 틀어 올린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의 허벅지에 닿아 가볍게 흐트러졌다. 여러 가닥으로 얽힌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시리우스는 그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던 그녀의 부분 부분을 살폈다.

로웨나의 얼굴에는 예쁜 구석이 너무 많았다. 일단 그녀는 속눈썹이 길었다. 그는 괜히 그녀의 속눈썹을 손끝으로 살짝 쓸었다. 조금 누른 것만으로도 그녀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게 재밌어 시리우스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도 예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매력은 빠져들 것 같은 깊은 갈색 눈에 있었다. 그는 눈꺼풀 밑으로 덮여있는 그녀의 옅은 홍채를 상상하며 괜히 그녀의 눈가를 만져보았다. 오똑하고 보드랍게 내려오는 코는 또 어떻고. 게다가 코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인중도 참 예뻤다. 가끔씩 부끄러움에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볼은, 아기의 것이라 해도 믿을 만큼 매끄럽고 탐스러웠다. 그리고, 그녀의 붉고 도톰한 입술. 로웨나의 입술에 눈길이 닿자, 그는 괜히 심장이 더 뛰는 것 같았다.

그녀를 관찰하는 것은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지도 몰랐다. 그녀의 모든 것을 눈에 새기기라도 할 듯 시리우스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로웨나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한참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던 시리우스는 결국 깨달았다.

나는, 얘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 작품 후기 ============================

1.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이 못내 아쉬웠다는 제 친구 HJ에게 이 회차를 통째로 바칩니다.

2. 시리우스 외전을 시작하면서 도닥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파티 에피소드를 썼네요. 그 타이밍에 잠들면 어쩌냐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외전을 위해 본편에서 로웨나를 재웠던 것입니다.. 저는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3. 코멘트는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과분한 칭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요즘 독자님들에게 조련당하는 기분입니다..

+ 내일은 업로드가 없습니다. 20일에서 21일 넘어가는 00시에 뵐게요 :)

++ 예상치 못한 약속으로 업데이트 시간이 조금 미루어집니다. 다음 회차는 21일 아침 07:00에 업로드 됩니다. 혹여나 기다리셨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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