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웨나 블루로즈-44화 (4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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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3 - (14)

“지금 이 상태로 뭘 하겠다는 거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밀도 높은 서늘함에 심장까지 절로 얼어버릴 것 같았다. 그가 나를 해할 것 같다는 날 선 위기감이 마치 숨을 조여 오듯 덮쳤다. 리들 교수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내 팔목을 살짝 그러쥔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주는 압박을 온전히 견디기 힘들었다. 공포감에 질려서인지, 아니면 정말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죄송, 죄송해…….”

말을 다 잇지도 못하고 숨이 막혔다. 빌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꿈에서 봤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와 리들 교수가 겹쳐지기 시작했다.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했으나, 리들 교수가 한 손으로 나를 받쳤다. 몸에 힘이 없었던 나는 그대로 그의 품안에 안기듯 가둬졌다. 리들 교수의 체취가 바로 근처에서 느껴졌다. 그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마치 불꽃이 튀는 것처럼 위험 신호가 일었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쓰러지면 안 돼.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되새겼으나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한 손으로 나를 거의 끌어안다시피 한 리들 교수는 다른 한쪽 손으로 지팡이를 꺼내 휘둘렀다. 연구실 구석에 있었던 긴 가죽 소파가 이쪽으로 근처로 끌려왔다. 그는 지팡이를 망토 속에 갈무리하고는 양손으로 나를 부축해 그 소파 위에 앉혔다. 잔뜩 경직되어 있던 나는 마치 인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손길이 닿는 대로 기대앉았다.

리들 교수는 손을 한 번 까닥이는 것으로 책상 근처에 있던 자신의 망토를 소환해냈다. 흑색 망토가 팔랑이며 내 무릎 근처에 떨어졌다. 망토를 쥔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아무런 감정을 담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누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그의 눈치를 봤다. 누우라고? 여기에 누우란 말이야? 리들 교수의 앞에서? 어찌할 바 몰라 머뭇거리는 내 모습을 본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쪽 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명령이다. 누워.”

그는 내가 누울 때까지 나만을 쳐다보고 있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기세에 억눌린 나는 바닥에서 다리를 들어 올리고 소파 쪽으로 기울였다. 당장 어떻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나마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뉘일 수 있었다. 챙겨준 망토를 목까지 끌어올리면서 혹여 그에게 들릴까 낮게 숨을 들이쉬었다. 리들 교수는 내가 제대로 누웠는지 확인하더니 다시 책장 근처로 돌아갔다.

쉬이 잠들 수 있을 리 없었다. 소파에 기댄 귓가에서 북이라도 치는 것처럼 생경한 심장 소리가 들렸다. 내 몸을 덮은 망토에는 묘하게 나를 긴장시켰던 그의 체취가 묻어 있었다.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는데, 도리어 정신은 바짝 깨었다. 결단코 여기는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내가 잠들면 언제든지 다가와 저주 주문을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쯤 겁에 질린 나는 리들 교수의 동선을 따라 그를 눈에 담았다.

책상 위에 고정되어 있던 그의 눈길이 다시 내 쪽을 향했다. 시선을 마주할까 두려워 황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걸까? 다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 누워서 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았다. 그가 여기에 나를 눕혀놓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고개를 들어 그를 살피려 하는데, 리들 교수가 지팡이를 꺼내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그대로 내 방향으로 지팡이를 겨누었다. 나를 바라보며 그가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오브 도르미오.”

빛이 번쩍, 하면서 나를 덮쳤다. 저 주문은, 수면 마법인데. 순식간에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잠들면 안 돼. 무겁게 눈꺼풀을 깜빡이다 리들 교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희미해지는 의식을 붙잡으며 생각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무심하고, 서늘하고, 그리고…….

* * *

“안녕하세요, 리들 교수님.”

멀리서 시리우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처음에 이것도 꿈인가 했다. 시리우스는 요즘 들어 내 꿈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나도 잘 몰랐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를 신경 쓰고 있는 걸까. 평소의 나에게 말할 때 느껴지던 유쾌한 어조와는 달라서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꿈결에 이어졌다.

“실례지만 로웨나를 데리러 왔습니다.”

나를 데리러 왔다고? 그가 왜 나를 데리러 오는 거지? 나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눈앞이 뿌옜다.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으나, 기숙사 천장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책 냄새가 섞인, 알싸하고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리들 교수의 연구실인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누워 잠깐, 멍하게 내가 왜 여기 누워 있는지 떠올리며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징계를 받으러 리들 교수의 연구실에 방문했는데.

“오늘 몸이 좋지 않아 보여서요.”

“블루로즈 양은 지금 징계를 받는 중인데.”

리들 교수가 딱딱하게 대답했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의식을 회복하려 노력했다. 저 둘은 무슨 대화를 하는 거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인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온 신경계가 본능적으로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바로잡으며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징계를 받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예의를 갖추었지만 다소 공격적으로 시리우스가 말했다. 리들 교수는 한참 답이 없다가 천천히 뱉어내듯 한마디 했다.

“징계를 받다가 쓰러져서, 지금 소파에서 잠시 재워놓은 상태입니다, 블랙 군.”

“그럼 제가 병동에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시리우스가 정신이 나갔나! 왜 저러지? 왜 뜬금없이 찾아와서 날 찾는 거야? 깜짝 놀란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몸 위에 덮어져 있던 망토가 다리 아래로 흘러내렸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리들 교수와 시리우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왜 블랙 군이 굳이 병동에 데려가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군요.”

시리우스가 연구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삐뚜름하게 고개를 치켜든 그는 리들 교수에 대한 미묘한 적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리들 교수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확언컨대 그의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연구실 문 앞에서 대치라도 하는 것처럼 서 있는 두 사람 쪽으로 황급히 다가갔다. 내 인기척을 느낀 듯, 리들 교수가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교수님, 제가 민폐를 끼쳐서 죄송해요.”

시리우스를 저렇게 내버려두면 안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가 왜 나를 데리러 왔느냐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그는 리들 교수에게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가 혹여 리들 교수에게 의심을 살까 두려웠다.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목소리에 힘을 담아 말했다.

“저 이제 괜찮아졌어요.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징계 시간이 끝났으니 인제 그만 돌아가 봐도 될까요?”

시리우스를 얼른 연구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했다. 평소와는 닫른 저돌적인 어조에 리들 교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청소를 하다 말았으니, 더 하고 가라고 말하려나? 잠시 우리 둘 사이에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다시 식은땀이 날 것만 같았다. 리들 교수는 조용히 나와 시리우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블루로즈 양. 내일모레 보도록 하지요.”

그는 조용히 물러나며 내가 방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켰다. 다행히도 리들 교수는 별말이 없었다. 평소의 그에 가까운, 응당 자연스럽고 여상한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그의 연기에 맞춰 충실한 제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감사의 표시로 가볍게 묵례한 다음, 시리우스를 끌고 연구실을 나왔다.

나는 입을 꾹 닫고 말없이 복도를 걸었다. 시리우스가 따라올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는 우리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어느 정도 리들 교수의 사무실에서 떨어진 빈 교실 앞에 도달했을 때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뒤따라오던 시리우스 또한 그대로 섰다. 나는 주문을 외워 사방 15피트(약 5미터) 내에 도청방지 마법을 걸었다.

천천히 뒤로 돌아보며 시리우스를 응시했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그의 표정을 보니 더욱이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왜 시리우스가 리들 교수의 방을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스커트 끝을 살짝 쥐며 그에게 물었다.

“제가 리들 교수님의 연구실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안 거에요?”

그는 대답이 없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다. 그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나 또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며 입을 꾹 다물었다. 시리우스가 조금 주저하면서 말을 꺼냈다.

“네가 징계받는다는 걸 들었으니까.”

“누구에게요?”

나는 아무에게도 내 징계 사실을 알린 적이 없었다. 올리비아 정도야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녀에게 리들 교수의 연구실에서 징계를 받는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나는 거듭 되물었다.

“누가 말해줬는데요?”

나는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그가 말하기 싫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다는 듯 시리우스가 머리를 한 번 거칠게 헝클어뜨렸다. 누구야? 누구한테 들은 거지? 나는 어서 이야기해보라는 듯 냉랭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시리우스가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대답했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하는 걸 들었어.”

그가 대답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래번클로 학생인 내 징계내용을 시리우스에게 말할 일이 뭐가 있다고.

“플리트윅 교수님이랑 복도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거든.”

그가 황급히 덧붙였다. 그의 대답에 어쩐지 조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나는 그의 저의를 읽어내려 노력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평소의 여유로운 그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무엇인가 갑갑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 망설이는 듯했던 시리우스가 나에게 물어왔다.

“저 교수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 거야?”

나는 말문이 막혀 시선을 피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시리우스가 왜 저걸 묻는 거지? 뭔가 보기라도 한 게 있는 걸까? 그가 리들 교수를 의심하기라도 하는 걸까?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변명해야 할지도 몰랐다.

“무슨 일인 건데? 솔직히 말해.”

그가 흐릿하게나마 리들 교수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낸 것 같아 더럭 겁이 났다. 시리우스는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한 번 문 것은 절대 놓치지 않는 사나운 맹수처럼, 뭔가 수상함을 느낀 이상 그는 리들 교수의 진실을 파고들지 몰랐다. 그것이 마치 시리우스의 파멸에 대한 예기라도 되는 것 같아 나는 눈에 띄지 않게 몸서리쳤다. 절대, 안 된다. 그는, 안 돼.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휘저으며 강력하게 부정했다.

“아니긴 뭐가 아냐. 무슨 일이 있는 거 확실하잖아?”

시리우스가 의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징계 정도야 상황에 따라 교수님들이 충분히 가감해줘. 몸도 안 좋았다며 굳이 징계를 받으러 간 이유가 뭔데?”

시리우스는 절대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에게 수긍할만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혼자라도 알아낼 것이다. 나는 티 내지 않고 머리를 굴렀다. 이 상황에서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변명거리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지만, 거진 대부분의 대안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리우스가 의심하지 않을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징계받는 날을 가감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황급하게 얼버무렸다.

“리들 교수님의 연구실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으니까요.”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

거짓말이 빤히 보인다는 듯 시리우스가 헛웃음을 쳤다. 직설적이지 못한 화법은 소용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떻게든 이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를 납득시켜야 했다. 나는 꽉 쥐고 있던 주먹에 살짝 힘을 뺐다.

“제가.”

시리우스와 눈을 마주쳤다. 역시 내 머릿속에서 예상한 여러 가지 답변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것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가 리들 교수에 대해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리들 교수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왜 아픈데도 그의 연구실을 찾아갔느냐고? 나는 입술을 깨물며 씹어뱉듯 내뱉었다.

“제가 교수님을 좋아해요.”

그 말이 가지는 의미가 우리 둘 사이의 텅 빈 공중 어딘가를 떠도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진심이 아닌데도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뭐?”

시리우스는 눈썹을 치켜뜨며 되물었다.

“오늘도 교수님이랑 두 시간이라도 같이 있는 게 좋아서 징계받으러 간 거예요.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쓰러진 거고.”

“거짓말 마.”

시리우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떤 확신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라서 나는 뭔가 묘한 익숙함을 느꼈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강하게 부정했다.

“거짓말 아니에요.”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가장된 마음을 드러냈다. 오클러먼시를 배우면서 리들 교수에게 배운 것은 중요한 순간일수록 더욱이 감정을 갈무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최면이라도 걸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리들 교수를 사모한다, 애틋하게 그리워한다, 그를 마음속 깊이 따르고 있다.

나는 그것이 마치 내면에서 우러나온 것인 것마냥 드러내려 노력하며 그에게 천천히 말했다.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어요.”

그의 고요한 은회색 눈동자가 파문이라도 인 것처럼 흔들렸다. 시리우스는 눈꺼풀을 살짝 내렸다. 동요되는 감정을 숨기려는 듯 그는 나의 눈을 피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죄책감이 들었다. 시리우스를 위한 방어였음에도 그것이 오히려 그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처럼. 나는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성격은 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의로서 한 거짓말에까지 가책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런 감정이 왜 올라오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시리우스가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

“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된다는 거죠?”

나는 얼음장처럼 싸한 기색으로 그에게 쏘아붙였다.

“그러니까 리들 교수님을 건드리지 말아요.”

나는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경고했다. 내 목소리가 진지했기 때문인지 시리우스는 장난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헛된 호기심에라도 그를 건드렸다간 내가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협박이라도 하는 것처럼 힘주어 말했다. 사실 리들 교수의 연구실까지 찾아온 시리우스의 무모함에 반쯤 화가 나기도 했다. 그는 불필요한 호기에 사로잡힌 나머지 진짜 무서운 것이 뭔지 모른다. 리들 교수는 시리우스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안온해 보이는 겉만 보고 덤벼들다간 어느새 잡아먹혀 버리고 말 것이다. 예리하고 철저한 리들 교수의 성격상, 시리우스가 저를 의심스러워한다는 것을 눈치챈다면 그에게 어떤 후환을 남길지 몰랐다. 원한다면 그는 단순 사고로 위장해 시리우스를 제거할 수도 있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소름이 끼쳤다. 그가 리들 교수에게 희생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요?”

나는 감정을 억제하지 않았다. 내가 리들 교수에게 일방적인 호의를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어떠한 형식의 침해에는, 혹여 그게 시리우스라 할지라도,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것 마냥. 시리우스의 은회색 눈동자가 다시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아무 말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복도에 가만히 서 있었다.

============================ 작품 후기 ============================

1. 수면 마법은 지어낸 거에여. 혹시 원작에 수면 마법 나오는 게 있나요? 라틴어로 깊은 잠에 빠지다라는 의미입니다.

2. 저를 소환하시는 리플에 빵 터졌습니다. 잊지 않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를 애닲게 그리워해주신 몇몇 분들께는 더욱 감사드립니다(__) 항상 모든 코멘들을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 보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는게 더 신나는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 특히 리들에 대해 여러분이 갑론을박하시는 걸 보면 막 황홀합니다. 아, 역시 이래야 우리 빛과 소금님들이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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