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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 후기를 읽지 않으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립니다. ‘로웨나 블루로즈’에서의 톰 리들은 원작보다 16년 정도 늦게 태어났습니다. 그는 호그와트 재학 중에 비밀의 방을 열지도 않았으며, 이렇다 할 큰 사고를 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원작과는 달리 톰 리들의 인격과 이름이 유지되고 있고, 교수직을 역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3 - (11)
아침에 일어나니 창밖에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밤새 주변이 조용하다 했더니. 나는 커튼을 활짝 열었다. 룸메이트가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았다. 산책이나 할까. 눈이 온 날은 으레 그렇듯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나는 옷깃을 여미고 호그와트 성 밖으로 나왔다.
나는 혼자서 정원 근처를 천천히 걸었다. 호그와트 성에도 학생들이 얼마 없는데, 성 밖이라고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햇빛이 눈에 반사되어 그런지 호그와트 주변의 전경은 평소보다 더 환해 보였다.
사고를 환기시키기 위한 산책이었으나, 그렇다고 비밀의 방에 관한 것들이 완전히 잊혀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호그와트 1층부터 둘러봐야 하는 걸까. 내 평시의 동선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잘 다니지 않는 곳까지 유심히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이었다.
“레- 빗- 양!”
처음에는 나를 부르는 호칭일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가 익숙했기 때문인지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멀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동쪽 탑이 있는 하늘 쪽에서 빗자루를 탄 채 공중에 뜬 제임스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를 부르는 거였구나. 나도 그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해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시리우스와 리무스, 피터도 근처에서 빗자루를 타고 있었다. 저 셋이 빗자루를 타고 있는 것은 처음 보는데.
“잘- 봐-!”
그때, 제임스가 한 번 더 소리쳤다. 뭘 보라는 거지?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지팡이에서 짙은 파란색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법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가 잽싸게 허공을 선회했다.
오, 맙소사. 내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파란 연기가 제임스의 궤적을 따라 흔적을 남기며, 하늘에 Rowena Rabbit이라는 파란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속시간이 비교적 긴 연기가 나오는 마법을 지팡이에 걸어놓은 것 같았다. 흰 눈이 쌓인 호그와트를 배경으로 파란색 글씨의 형태를 한 내 이름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그 기묘한 광경에, 나는 할로윈에 꾸며진 호그와트 연회장의 천장이라도 보는 것처럼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공중에 쓰인 이름 끝에 자그마하게 토끼를 그리고는 빗자루를 타고 내 쪽으로 내려왔다. 이름난 추격꾼답게 그의 비행 실력은 흠잡을 데 없었다. 빗자루에서 내린 그가 눈을 밟으며 나에게 다가오더니 기대감이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
“내 이벤트 어땠어?”
“음… 이대로 무릎 꿇고 청혼하셨으면 받아줬을 정도?”
내가 반쯤 농담을 담아 말하자, 제임스는 웃음이 터졌다. 내가 싱글거리며 물었다.
“창의력이 돋보이는 이벤트이긴 했지만, 저한테 해주는 건 좀 웃기지 않아요? 릴리를 위한 예행연습인 거예요?”
“무슨 소리? 나 레빗 양에게 프러포즈하는 거잖아.”
그는 그대로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제임스는 내 농담이 굉장히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받아 주는 거지?”
글리세오! 언제 빗자루에서 내렸는지 제임스 뒤쪽에서 시리우스가 마법을 걸며 다가왔다. 제임스는 무릎을 꿇으려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넘어졌다. 눈밭이었기에 미끄러진다 하더라도 그렇게 아프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나서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우리 시리가 질투할 줄 알았어.”
그가 시리우스에게 다가가 칭얼대며 말하기 시작했다.
“미안, 나는 너밖에 없어. 다른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뭔 헛소리야?”
안 삐쳤으면 꼬리라도 흔들어줘. 제임스가 짓궂게 말했다. 무슨 암호라도 되는 건가. 시리우스는 입술을 한번 깨물더니 협박이라도 할 기세로 제임스에게 그만 입 다물라고 충고했다. 시리우스의 공격적인 어조에도 제임스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서로 저런 식의 대화를 자주 하는 것 같았다.
제임스와 시리우스가 투닥거리는 사이, 빗자루를 탄 나머지 마루더즈의 일원들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나는 리무스와 피터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물었다.
“빗자루도 타고 놀아요?”
“음. 가끔 우리끼리 소규모 퀴디치를 하거든.”
제임스가 먼저 대답하며 자랑스럽게 말을 이었다.
“보통은 나 하나를 상대로 저 셋이 덤벼들지.”
“…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셋이 제임스랑 놀아주는 거야.”
항상 퀴디치가 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애거든. 리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쩐지 그럴듯한 말이라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제임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명은 퀴디치 경기를 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으니까.
“요즘 벌 청소는 좀 할 만해요?”
나는 특히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벌 청소가 아니라 맥고나걸 교수와의 눈치게임에 가까워, 이건.”
제임스가 신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지금 나를 쳐다보고 있는지 아닌지를 맞추는 거야! 나를 감시하지 않을 때는 마법을 사용해 빗자루를 움직이는 거지. 완전 스릴 넘치는 거 알아?”
나는 벌 청소마저도 일종의 게임으로 여기는 그의 말에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마루더즈 각자가 어떤 징계를 받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디를 청소하고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피터는 온실을, 리무스는 퀴디치 경기장 청소를 맡았다고 대답했다. 리무스의 말에 나는 정말 놀랐다.
“퀴디치 경기장이요?”
내가 되물었다.
“요즘 같은 날에, 너무 춥지 않아요?”
“심지어 오늘은 눈까지 치워야 해.”
리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봐도 리무스는 장난을 주도하기보다는 단순히 동조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왜 그에게 가장 과중한 일을 시키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겨울에 야외에 오래 있으면 감기라도 걸릴 것 같은데. 아직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보니 리무스는 생각보다 건강체질인 듯했다.
나는 리무스를 바라보며 단언했다.
“시리우스가 제일 편하네요. 아무리 봐도.”
내 직설적인 한마디에 제임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현명한 래번클로다워. 본질을 꿰뚫는군!”
“야, 갑옷실에 닦아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2층 화장실에는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아.”
너희가 겨울에 하는 머글식 걸레질의 설움을 아냐. 시리우스가 뭔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지만, 나는 리무스와 장단을 맞추며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네 사람은 경쟁적으로 서로 자신의 징계가 가장 힘들다며 내 앞에서 어려움을 하나하나 토로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선배인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어린애 같은 유치한 면모가 있었다. 리무스와 제임스의 언쟁은 거의 박빙이었는데, 폭설이 온 다음 날 경기장에 쌓인 모든 눈을 치우는 것과 맥고나걸 교수님의 연구실에 있는 몇 백년 묵은 말하는 거울의 먼지를 닦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힘든지에 관해서는 결국 결론이 나지 못했다. 나는 맥고나걸 교수님의 연구실에 가 본 적이 없어 몰랐는데, 그 거울의 잔소리는 상상 이상인 모양이었다. 마치 제집처럼 맥고나걸 교수님의 연구실을 들락날락하는 네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잔소리인지 묘사해달라는 나의 요청에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오, 이제 징계를 받으러 가야 할 시간이야.”
한참 이야기를 하던 제임스가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저렇게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맥고나걸 교수님의 연구실 청소를 그렇게 힘들게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우리 얼룩 고양이 교수는 요즘 내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양이더군!”
제임스가 인사를 하며 빗자루를 탔다. 그는 그대로 날아올라 맥고나걸 교수님의 사무실 방향으로 비행했다. 리무스와 피터 또한 슬슬 호그와트 성으로 돌아가려는 눈치였다. 나는 그 둘에게 저녁때 연회장에서 보자며 가볍게 인사했다.
나는 두 사람을 뒤따르려는 시리우스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우린 아직 해야 할 얘기가 남았잖아요, 그쵸?”
어깨를 한 번 으쓱한 시리우스가 내 바로 옆에 섰다. 뒤로 돌아보는 리무스와 피터에게 그가 먼저 가라는 듯 손짓했다. 두 사람이 어느 정도 멀어지자, 시리우스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학기 중보다도 더 얼굴 보기가 힘든 것 같다?”
“밀린 공부를 좀 하느라구요.”
도서관에만 박혀 있어요. 나는 그에게 그 이상 말해주지 않았다. 다행히도 시리우스는 내가 어떤 공부를 하는지 그렇게 캐묻지는 않았다.
나는 시리우스와 함께 학교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인 것 같았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지. 제법 큰 키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의 느린 걸음을 맞춰주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흰 눈이 자박거렸다.
“그건 그렇고, 왜들 남아 있는 거예요?”
보아하니 공부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 내가 말했다. 도서관에서 그들을 본 적은 없었다. 확실히 이번 연휴 때 남는 것이 학업의 목적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꾸미고 있는 거죠?”
시리우스는 자세히 이야기해주지는 않았다. 또 뭔 비밀이래. 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이 연휴 기간을 반납해가며 어떤 장난질을 준비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했지만, 그는 나의 심문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대신 시리우스는 블랙의 이야기를 꺼내며 말을 돌렸다.
“매일 블랙 본다더니 뜸하다?”
하긴 그랬다. 도서관에서 책만 읽느라 블랙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근래 제가 계속 바빠서 블랙 볼 새가 없었네요.”
그러고 보니 블랙이 그리워졌다. 크리스마스 휴가만 끝나면 진짜 블랙이랑 안마당에서 한가롭게 거닐며 놀기나 할 줄 알았지, 생쥐처럼 어둑한 호그와트를 뽈뽈거리며 돌아다녀야 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블랙과 하루 종일 보는 건 확정 난 사항인 거죠?”
리무스에게 직접 물어보려다가 참은 줄 알아요. 내가 반쯤 협박하듯 말했다. 시리우스는 내 장단을 맞춰주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건성으로 끄덕이며 물었다.
“언제가 좋은데?”
내가 다소 노곤한 어조로 말했다.
“12월의 마지막 날이요.”
새해가 오는 날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 날은 내 생일이기도 했다. 조촐하게 생일파티라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31일은 리들 교수의 방에서 징계를 받는 날도 아니므로, 온종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벌써부터 블랙과 보낼 올해 마지막 날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호그스미드에 가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 강아지용 장난감을 사 오고, 호그와트 주방에 가서 케이크도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집요정이 약간 무섭지만, 그래도 생일이라고 하면 케이크 정도는 만들어주지 않을까? 호박 케이크는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생크림이 잔뜩 들어간 케이크로 요청해야겠다.
우울했던 기분이 가시면서 갑자기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그래도 영 최악은 아니구나 싶었다. 시리우스가 내 표정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갑자기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인다?”
“블랙과 새해를 맞이할 생각을 하니까 기쁘네요.”
나는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듯 그에게 거듭 당부했다.
“올해 마지막 날이에요. 꼭.”
리들 교수는 이번 연휴 동안 비밀의 방 탐색에 집중하도록 요구할 것이 분명했다. 호그와트는 넓었으므로 다 돌아다니려면 사실상 블랙을 볼 시간은 얼마 없을 것 같았다. 그때라도 열심히 놀아둬야지.
“알겠어. 고려해보도록 하지.”
“고려는 무슨. 없으면 그리핀도르 남자 기숙사에 쳐들어가서 데려오는 줄 알아요.”
시리우스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도 내가 남의 기숙사에, 그것도 남자 기숙사에 함부로 침입할 만큼 간 큰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괜히 치기가 어려 그에게 대들 듯이 소리쳤다.
“어, 내가 농담하는 거로 보여요?”
“오시면야 나야 환영이지.”
그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하는 바람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역시 시리우스를 이기려 하는 건 소용이 없다. 계속 대화해봤자 나를 놀릴 것이 분명했으므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곧 호그와트 기숙사 현관 홀 앞에 도착한 시리우스는 징계를 마저 받으러 가야 한다며 2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호그와트 1층의 대략적인 구조라도 파악할 요량으로 리들 교수의 연구실에 갈 시간이 될 때까지 천천히 호그와트 성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 * *
“빗자루가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해라.”
필치 씨가 빗자루를 건네며 나에게 충고했다. 그가 왜 빗자루를 걱정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떻게 비질을 하면 빗자루가 부서지는 거지?
“그 말썽꾸러기들이 빗자루를 하도 부숴대는 바람에. 마법이 걸려있지 않은 빗자루를 구하기도 그렇게 쉽지 않은데 말이지……”
나는 마루더즈들이 정말로 청소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빗자루로 검투 같은 것이라도 하는지 의구심이 생겼다. 청소 용도로 빗자루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기나 할까? 하긴, 머글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이라면 빗자루를 탄 상태에서 비질을 할지도 몰랐다.
필치 씨에게 빗자루와 걸레 등 청소도구들을 받아 리들 교수의 연구실로 향했다. 필치 씨의 사무실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연구실의 익숙한 문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청소용품들을 끌어안은 채 연구실에 노크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자, 리들 교수는 책상 위에 마법등을 켜놓고 뭔가를 양피지로 쓰고 있었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들어오지 않아 연구실은 어두웠다. 이래서 무슨 청소를 하란 말이야. 사실 마음 같아서는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연 다음 리들 교수를 연구실에서 쫓아내고 싶었다.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청소라니.
하지만 그런 불평은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실제로는 창문은 열기는커녕 옆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있어야 할 테니까. 나는 그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빗자루를 들었다. 그는 어디를 어떻게 청소하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청소를 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는 쪽에 가까웠다. 나는 내 멋대로 책장 근처부터 쓸기 시작했다.
나는 누군가의 방에 들어가면 항상 책장을 살펴본다. 책장이 그 주인의 관심사를 가장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리들 교수의 책장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확인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에게 여기는 누군가의 연구실이라기보다는 호그스미드에 있는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같은 곳이었다. 언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 채 리들 교수만 주시하고 있기에 바쁜데 책장까지 살펴볼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괜히 책장을 앞쪽을 쓸며 꽂혀 있는 책들의 제목을 살폈다. 확실히 어둠의 마법에 대한 책들이 많았지만, 비교적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심지어 머글 연구에 관련된 책도 있었다. 머글 연구라니,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연구실에는 조용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내 비질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리들 교수의 연구실은 그 흔한 초상화나 심지어 마법사 시계조차도 없었다. 소리를 낼만한 것이 없으니 조용한 것은 당연했다.
사실 호그와트 교수님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있는 괴짜스러움이 그에게는 없었다. 리들 교수의 방은 마치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것처럼 매번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책장에 책이 조금 많다 싶을 정도 꽂혀 있었으나, 그 외에 불필요한 것들은 없었다. 항상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기 때문에 사실 내가 청소를 한다는 것이 딱히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질 것 같지는 않았다. 청소를 하는 것인지 청소하는 척을 하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조용한 가운데 혼자서 비질만 하고 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만 할 때 어떤 학생이었을까. 학창시절이라니, 상상할 수 없었다. 지금보다 어린 리들 교수의 모습? 그가 어린 시절이 있기나 할까? 그 또한 나처럼, 비밀의 방에 사는 괴물을 무서워하며 밤에 잠 못 이뤘을까? 아빠가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느껴지듯, 나는 그가 미숙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창가의 커튼 틈새 사이로 창밖의 풍경이 조금 보였다. 다시 눈이 오는 것 같았다. 기계적으로 비질을 하며 나는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내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와 한 공간에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눈은 호그와트의 모든 소리를 흡수하기라도 할 듯 조용하게 내리고 있었다.
“뭔가 알아낸 것이 있나.”
뒤에서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몸을 돌려 리들 교수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책상에 앉아 깃펜으로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다. 특칭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묻고 있는 것이 비밀의 방을 의미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18세기에 고르비누스 곤트가 비밀의 방을 열었던 흔적을 발견했고, 호그와트 설계도면을 도서관에서 찾아보았어요.”
그는 나에게 크게 무엇인가를 기대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긴, 몇백 년간 자취를 감춘 방이다. 내가 호그와트 도서관을 조금 둘러봤다고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무리지. 그가 내 말을 대충 듣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보고하는 것이 그에게 그렇게 새로운 것 같지도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리들 교수는 내가 청소가 끝날 때까지 더 이상 말을 걸지는 않았다. 우리 사이에 다시 조용한 정적이 감돌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러한 침묵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 작품 후기 ============================
Part 3도 얼마 남지 않았군여. 크리스마스 연휴 되면서 로웨나 시간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게 제일 행복했어요. 하지만 개학하면 또 시간표 엑셀 파일을 꺼내서 날짜와 요일을 확인하면서 학업활동을 짜내야겠지..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