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 / 0115 ----------------------------------------------
Part 2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2 - (13)
나는 겨울의 호그와트가 제일 좋다. 함박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니 절로 행복감이 일었다. 만약 빗자루를 능숙하게 탈 수만 있다면, 이런 날에는 호그와트 성 주위를 신나게 날아다녔을 텐데. 아마 하늘에서 보는 호그와트의 전경은 이것보다 훨씬 황홀하겠지.
밤새 눈이 내려 호그와트 성 전체는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이번 겨울의 첫눈인 것 같았다. 눈은 오전 수업이 마칠 때까지 내리다가 점심 즈음에 그쳤다. 고대 룬 문자 수업에 가기엔 시간이 꽤 남는데 산책이나 할까.
점심을 먹으면서 나는 밖으로 나가기로 확실히 마음을 정했다. 식사를 대충 마치고 일어나 교복 망토를 단단히 두르고,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다소 우스운 모양새이긴 하지만 이대로 야외로 나간다 하더라도 해도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발목까지 오는 부츠를 신었기 때문에 신발이 눈에 젖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재빨리 연회장을 빠져나와 호그와트 성의 뒷문 쪽으로 향했다. 다행히 이 방향으로는 사람들이 출입한 흔적이 없었다. 성의 뒷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나갔더니, 압도적으로 흰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는 잠시 멍하게 이를 바라만 보다 한 걸음 내디뎠다.
가장 먼저 눈을 밟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니. 뽀드득거리는 소리도, 흰 눈이 밟히는 느낌도 너무 좋았다. 흰 풍경이고 뭐고 결국 나는 거의 폴짝폴짝 뛰다시피 뒷문 근처를 배회했다.
호그와트에 들어오고 나서 런던으로 이사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 나는 영국 남부에 있는 해안도시인 브라이턴(Brighton)에서 자랐다. 브라이턴은 해양기후라 눈이 그렇게 자주 오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눈이 쌓여 있는 것만 봐도 너무 신기하다.
호그와트에서의 첫눈은 아직도 나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당시 신입생이었던 나는 하루 온종일 눈 오는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때 아이작이 창가에서 나를 떼어내 거의 끌고 가다시피 수업에 데려갔었지. 그러고 보면 첫눈은 항상 아이작과 함께 밟곤 했는데. 갑자기 그가 그리워졌다.
아이작을 생각하면서 호그와트 성 주변을 걷고 있다가, 블랙을 발견했다. 나는 멀리서도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흰 눈 속에서 검은 개가 홀로 서 있는데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너무 반가워서 블랙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는 함박눈이 잔뜩 쌓인 성 외곽의 정원 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그는 오늘 혼자가 아니었다. 얌전하게 서 있는 블랙의 옆에 교복 망토를 두르고 후드까지 쓴 키가 큰 남학생의 뒷모습이 보였다. 블랙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주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블랙이 여느 때보다 온순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나는 느린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나의 인기척을 느낀 듯 남학생이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도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핀도르의 리무스 루핀이었다. 리무스는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는 나를 조금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저어, 안녕하세요.”
시리우스와 있을 때 그와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제대로 인사를 해 본 적은 없었다. 대화를 나누기는 했어도, 이렇게 직접 와서 아는 척하는 사이까지는 아니었으니까.
“안녕, 로웨나.”
리무스는 호의적인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다. 그는 예의를 차릴 요량인 듯 망토에 달린 후드를 살짝 벗었다. 리무스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를 볼 때마다 차분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그건 아마도 옅은 아마빛의 머리카락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얼굴선 때문인 것 같았다. 그가 내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투가 어쩐지 나쁜 사람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저기, 블랙, 아니 이 개의 주인이신가요?”
“블랙?”
리무스는 두 눈을 깜빡이며 나와 블랙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 네. 그 개요. 혹시 이름이 따로 있나요? 제가 몇 번 마주친 적 있어서, 그냥 블랙이라고 불렀거든요.”
그는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블랙을 바라보던 리무스는, 뭔가를 깨달은 듯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이 뭔가 뜬금없어서 나는 당황했다.
“아하하, 미안. 갑자기 웃어서 놀랐지? 맞아, 내가 얘 주인이야. 그리고 이 개의 원래 이름도 블랙이고.”
그가 조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블랙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내가 처음 이 아이를 불렀을 때 얘가 그렇게 놀랐던 것일까?
리무스는 내가 그를 블랙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렇게 재밌는 모양이었다. 그는 그 후에도 혼자서 킥킥대다가 나에게 물었다.
“블랙과는 언제 처음 만났어?”
“아, 학기 초에요.”
그는 왜인지 궁금한 것이 많아 보였다. 리무스는 뭔지 모를 묘한 웃음을 짓더니 뒤이어 물었다.
“자주 만났나 봐?”
“아, 네에. 가끔 학교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었군.”
그가 중얼거리듯 한마디를 던졌다. 블랙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안절부절못해 보였다. 그는 꼬리를 추켜세운 채 눈을 밟으며 나와 리무스 사이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거렸다. 산란한 발자국만 봐도 그의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오자마자 저렇게 반응하는 것을 보니, 나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한 번 안아주며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개 주인 앞에서 그러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았다.
머뭇거리다가 내가 리무스에게 물었다.
“저어, 제가 블랙을 만나는 게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어쨌든 개 주인은 그인 것 같았고, 내가 블랙과 둘이서 가끔 만나는 것이 불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물었다. 다행히도 리무스는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그가 당연히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내가 오히려 얘랑 좀 놀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돈데.”
“고마워요.”
나는 리무스의 허락이 있자마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블랙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를 진정시켰다. 그는 살짝 움찔거리긴 했으나 내 손길에 반항하지 않고 얌전히 서 있었다. 리무스가 마치 재미있는 것이라도 발견했다는 듯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내가 그를 올려다보자, 리무스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어쨌든 우리 ‘블랙’이 너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구나.”
리무스는 블랙의 이름을 유독 강조하는 것 같았다.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아, 저야 말로요…….”
나는 나도 모르게 꾸벅 그에게 인사했다. 수업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와 헤어져 교실에 가는 길에도 뭔가 많이 아쉬웠다. 블랙과 조금 더 함께하고 싶었는데. 요즘 들어 거의 만나지도 못했었다. 나는 앞으로도 그와 자주 만나기 위해서는 리무스와 친해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다음 날 나는 머글 연구 수업이 끝나자마자 시리우스에게 말을 건넸다.
“리무스가 개를 기르나 봐요.”
내가 먼저 그에게 말을 건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내가 꺼낸 화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나와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며 책을 챙겼다. 딱히 그의 답을 듣기를 기대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혼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자주 마주쳤는데, 리무스의 개인 줄 몰랐어요.”
“아, 그 개.”
그가 한, 두 번 헛기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잔뜩 흥분한 채 그와 함께 일어서며 말했다.
“걔가 진짜 까맣거든요. 그래서 제가 블랙이라고 이름 붙여줬는데, 실제 이름도 블랙이지 뭐에요.”
어때요, 신기하죠? 내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음, 신기하네. 그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별로 내 이야기에 흥미가 없어 보여서 나는 조금 실망했다. 그를 닮았다고 이야기를 하려다가 참았다. 교실 문 쪽으로 걸어가며, 시리우스는 마치 지나가듯 한마디 던졌다.
“걔 굉장히 착하고 온순하지 않냐?”
나는 그가 블랙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자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내가 칭찬받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분이 들뜬 상태에서 나는 시리우스에게 동조했다.
“맞아요. 역시 개는 주인의 성품을 닮는다더니. 리무스도 좋은 사람임이 분명해요.”
“그게 왜 그렇게 이어지나?”
“왜요? 리무스, 이상한 사람이에요?”
내가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시리우스는 자신의 말에 본인 스스로가 오히려 당황한 것 같았다. 당연히 이상한 사람은 아니지. 그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뭔가 불만스러워 보였다.
“리무스와 친해져야 블랙을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걘 진짜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거든요.”
나는 연회장으로 가는 내내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말했다. 리무스와 친해지도록 좀 도와달라는 이야기도 덧붙이면서. 나는 그에게 신뢰와 믿음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내며 부탁했지만, 그는 내가 한 말이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난 리무스를 너에게 넘기지 않을 거야.”
그가 너무 단호하게 대답해서 나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리무스가 무슨 물건이에요? 누가 보면 제가 소유권 양도라도 요구한 줄 알겠어요.”
조금 발끈해서 응수하자, 시리우스가 피식 웃었다.
“리무스는 마루더즈의 마지막 남은 양심과도 같은 존재거든. 너랑 친해지면 나쁜 물 들어. 그래서 너와 알고 지내는 건 허락할 수 없어.”
“그렇게 치면 나야말로 절대 시리우스랑 친해지면 안 되는 사람이죠!”
“넌 이미 나쁜 물 들어서 괜찮아.”
나는 그의 짓궂은 표정이 너무 얄미워 뒤에서 한 번 혀를 내밀고 그대로 래번클로 테이블로 왔다.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심술을 부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기 친구랑 함부로 친해지지 말라 이거지. 그럼 내가 스스로 리무스와 친분을 쌓겠어. 반쯤은 시리우스에 대한 보복감을 담아 나는 다짐했다.
* * *
나는 주로 도서관에서 리무스와 마주쳤다. 세베루스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또한 도서관에 자주 오는 편이었다. 작년 학년 수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사실 몇 마디 대화만 나눠보아도 그가 총명하고 성실한 사람임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친절하기까지 했다. 한번은 마법약 과제가 있어 혼자 서가를 헤매고 있었더니, 리무스가 과제에 적합한 책도 골라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과제를 평소보다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다.
나는 그 후 리무스와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했다. 연회장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도, 나는 리무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리무스!”
옆에 시리우스가 있다는 것은 사실 안중에도 없었다. 약간 의도적이기도 했고. 시리우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리무스에게 물었다.
“야, 나 투명 마법이라도 걸려있냐?”
“아침에 대연회장에서 봤잖아요.”
왜 또 인사하겠어요, 번거롭게.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가 주문이라도 쏠 기세로 지팡이를 들었기 때문에 나는 냉큼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시리우스 블랙 선배님!”
리무스는 또 내가 귀엽다며 웃어댔다. 그는 역시 블랙의 주인답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인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블랙은 잘 지내요?”
요즘 통 안 보이던데. 내가 생긋 웃으며 묻자 그는 시리우스를 흘끔 한번 바라보더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응. 요즘은 잘 안 나가. 보통 나와 함께 기숙사에 있지.”
시리우스는 뭔가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랑 과제를 하느라 바쁘거든.”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리무스에게 물었다.
“과제요? 블랙이 과제를 해요?”
“어, 굉장히 똑똑한 개야. 날 많이 도와주거든.”
리무스도 역시 마루더즈의 일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얼떨떨한 기색을 드러내며 내가 대답했다.
“저에게도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네요.”
“네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도와줄걸?”
리무스가 생글거리면서 말했다. 뭔가 굉장히 신난 것 같았다. 시리우스가 리무스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았다. 나는 리무스가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듯한 묘한 장난기의 기류를 알아차렸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의 장난에 장단을 맞추고자 대답했다.
“그럴 수 있다면야 제 고대 룬 문자 과제를 다 떠넘기고 싶네요. 요즘 스트레스거든요…….”
리무스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중얼거렸다.
“4학년 이맘때에 고대 룬 문자에 과제가 있었던가?”
“왜 있잖아, 작년에 우리 했던 거. 고대 문자 해석하는 과제.”
시리우스가 대답했다. 리무스는 그제 서야 생각난다는 듯 말했다.
“아. 그 밤새도록 했었던 거?”
너무 재미없어서 털 달린 골칫덩어리가 되어 뛰쳐나갈 뻔했었잖아. 기억 안 나? 시리우스가 한 손으로 지팡이를 돌리며 한마디 던졌다.
“맞아요, 고대 문자 해석 과제. 밤새도록 해야 하는 게 맞나 보네요.”
어쩐지 낮에만 하니까 분량이 줄어들지 않더라.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대 룬 문자는 그 과제로 중간시험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리무스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블랙한테 대신해달라고 부탁해 볼까? 금방 끝낼 것 같은데.”
뭔진 몰라도 시리우스의 표정을 보니, 이것이 그를 당혹게 만드는 장난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리무스에게 씨익 한 번 웃어주고는, 나긋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면 고맙죠. 제가 리무스 쪽으로 보내면 되나요? 그럼 블랙이 알아서 해주는 거예요?”
나의 대답에 시리우스는 인상을 찌푸렸고, 리무스는 정말 유쾌하게 웃었다. 시리우스가 조금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내가 리무스와 친해질 것 같으니까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가? 진심으로 내가 리무스에게 나쁜 물을 들일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걸까? 사실 리무스같이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면 그럴 걱정을 할 만도 했다. 솔직히 그가 시리우스나 제임스, 피터 같은 마루더즈와 어울리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리무스는 한 번 터진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나에게 한마디 던졌다.
“아, 래번클로양. ‘블랙’이 널 따라다니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아.”
“잘못 알고 계시네요, 리무스.”
내가 말했다.
“사실 제가 블랙을 따라다니는 거예요.”
실상 블랙을 찾으러 온 호그와트를 돌아다니는 것은 나였다. 리무스는 내 대답이 더욱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는 장난스레 한쪽 팔을 들어 시리우스의 어깨에 두르고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더 좋고.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주길 바라.”
“네? 뭐, 저야 당연히 환영이긴 한데…….”
리무스는 왜 자꾸 나에게 블랙의 안위를 부탁하는 걸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이를 숙고할 시간도 없었다. 그들과 떠드는 사이 마법약 수업에 늦었음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황급히 인사하고, 나는 마법약 교실로 달려갔다.
* * *
오후에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이 있었다.
7층 복도에서 맥고나걸 교수님과 스프라우트 교수님을 마주친 그 날의 교습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리들 교수의 개인 교습은 없었다. 심지어 그는 언제까지 오라 말라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나는 리들 교수가 내 방어마법의 실력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중간시험을 통과할 정도는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그러니 그 시간 동안 차라리 다른 과목이나 공부하라는 것 아닐까.
나는 평소와 같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의 수업을 열심히 듣는 척했다. 실상 리들 교수의 수업을 제대로 듣는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긴장감을 느끼는데 어떻게 수업 내용이 귀에 들어오겠나. 그래서 나는 보통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 관해서는 미리 예습을 해갔다. 혹여 그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질의를 던지더라도 바로 대답할 수 있도록.
리들 교수는 여느 때와 같이 열성적인 어조로 방어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던 그의 눈길이 무심하게 나를 스쳤다. 내가 마치 그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학생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그의 건조한 시선에 조금 안도감이 일었다.
이론 수업이 짧게 끝나고, 바로 다시 실습으로 넘어갔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방어 마법을 연습했다.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이제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어마법을 시전하는 것 자체에는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제는 정말로 방어력의 강도와 그 유지 기간, 그리고 시전 속도 등이 평가의 관건이 되었다.
리들 교수는 이전과 같이 요한과 나를 짝지어 주었다. 나는 요한과 가볍게 농담 따먹기를 하며 순번을 정했다. 내가 먼저 방어를 하기로 결정이 났기 때문에 나는 왼편에 서서 그의 공격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요한이 지팡이를 드는 동시에, 나 또한 방어마법을 시전 했다.
“엑스펠리아르무스!”
“프로테고!”
나는 단번에 성공해냈다. 내 주변을 둘러싼 푸른빛의 방어막을 보니 희열감마저 일었다. 요한은 꽤 놀란 것 같았다. 그와 대련한 지 몇 주 만에 내 실력이 확연하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리들 교수의 강하고 공격적인 마법만 상대하다가 요한의 마법을 방어하려 하니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는 감도 있었다. 요한이 목소리에 감탄을 담아 말했다.
“로웨나! 너 시전속도가 빨라졌어.”
“개인적으로 조금 연습을 했지.”
나는 뿌듯한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방어막을 거뒀다. 혹여 리들 교수가 봤나 싶어 둘러봤지만, 그는 슬리데린의 토르핀 라울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반쯤 흥분한 요한은 어떻게 그렇게 실력이 급격하게 늘 수 있느냐며 캐물었다. 너도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에게 목숨을 위협받으며 교습받으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는 웃으며 그냥 열심히 노력한 것이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나와 요한의 격차가 확 벌어졌기 때문에, 우리 둘의 실습은 내가 요한을 가르치는 쪽으로 흘러갔다. 나는 그가 좀 더 순발력 있게 방어마법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성격이 급한 편이어서 그런지 그는 지팡이의 움직임과 주문 시전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았다.
요한이 지팡이를 휘두르는 자세를 한참 교정해주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레귤러스 블랙과 눈이 마주쳤다. 꽤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그가 나를 바라본다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슬리데린과 함께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들었지만, 그가 나에게 시선을 주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그대로 나를 지켜보았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았으나, 곧 그가 먼저 눈길을 거두었다. 다시 파트너와 방어마법 시전 연습을 재개한 것 같았다.
레귤러스가 왜 나를 쳐다보는 거지? 나는 그가 앙심을 품을 만한 어떤 행동이라도 했는지 되짚어보았다. 그러나 애초에 그와 나는 접점 자체가 없었다. 그럼 뭐야? 나는 어쩐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1.
요즘은 코멘들이 다들 센스 넘쳐요....
작품보다 코멘트들이 더 흥미로운 재미역전 현상ㅋㅋㅋㅋㅋㅋ
몇몇 코멘트들은 걍 재밌다 정도가 아니라 빵터져서 현웃했는데,
지금 한번 더 봐도 또 웃기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뜰에 토끼 로웨나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보통들 이미지에 가까운 실물 모델/배우의 사진을 올리시지만.....
저는 애니마구스 로웨나와 가장 가까운 이미지의 토끼 가상캐스팅을 해보았어요.
나름 고르고 고른 아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확인해보세요 ^_^!
3.
한유주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열심히 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