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웨나 블루로즈-28화 (2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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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2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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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웨나, 요즘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일주일 뒤에 호그와트 돌아갈 테니까 잘 기다리고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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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의 편지를 보고 나서야, 나는 그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제대로 된 편지를 다시 써서 보내자는 생각으로 대충 몇 자 휘갈겨 보내놓고 그 후에 다시 쓰는 것을 완전히 잊었던 것이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우울하다는 티가 확 나는 내용으로 보냈던 것 같은데. 셰벗에게 편지를 건네면서도, ‘이걸 보면 아이작이 걱정하겠구나’하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나는 셰벗을 옆에 세워두고 새 양피지를 꺼냈다. 깃펜을 들고 우선 사과의 말을 적기 시작했다. ‘미안, 아이작. 너에게 편지를 쓴다는 걸 잊고 있었어. 중간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너무 바빴거든…’ 나는 거기까지 쓰고 깃펜을 잠시 놓았다. 사실 아이작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리우스와 화해 아닌 화해를 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는 것이었지만, 그건 내 선에서 자체 검열이 필요한 사항인 것 같았다.

나는 필리다와 이전에 나눈 크리스마스 파티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할 말이 술술 나왔다. 나는 양피지 두 장을 꼬박 다 채운 뒤에야 셰벗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는 내가 편지를 쓰는 동안 배불리 고기를 먹은 듯 부리로 자신의 털을 쓰다듬고 있었다. 편지를 문 셰벗은 푸드덕거리는 다른 부엉이들과 달리 가볍고 우아한 날갯짓으로 테이블 위를 날았다.

나는 이제 모든 일에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스테이시 무리가 어떤 식으로 나를 폄하하든, 알렉토가 나를 공격하든 이제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전히 도서관에서 공부만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마음가짐이 이전과는 달랐다. 심지어 내가 실력을 기르면 언젠가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라는 족쇄마저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당당해지자 시리우스는 이전보다 더 나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기숙사 테이블에서 큰 소리로 부르며 일부러 나와의 친분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가진 힘을 이용할 줄 알았다. 그가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나와 친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은, 일종의 신호였다. 로웨나 블루로즈를 건드리지 말라는. 나는 그의 배려가 고마웠지만, 못 알아차린 척했다.

* * *

머글 연구 수업을 끝내고 시리우스와 대연회장을 향하는 길에 리들 교수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내가 먼저 예의 바른 자세로 그에게 인사했다. 예전에 아이작이 그 앞에서 내가 몸을 떤다고 말한 바 있었기 때문에, 되도록 태연한 태도를 보이려 노력했다. 반면 시리우스는 리들 교수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기본적인 예의를 차릴 정도로만 건성으로 고개를 한번 까닥거렸다. 리들 교수는 평시에 보이는 특유의 미소 띤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블루로즈 양, 요즘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둘만 있을 때와는 다르게 친절해 보이는 눈빛이었다. 누가 보면 담당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는 아끼는 제자라도 보는 줄 알겠다. 나는 그가 저렇게 일상적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섬찟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엔 좋은 성적을 받을 생각이거든요.”

“그래요. 블랙 군과 서로 친한 사이인가 보죠?”

내가 머뭇거리자 시리우스가 나서서 대답했다.

“당연하죠. 제가 로웨나에게 수업 도움을 많이 받거든요. 애가 많이 똑똑하잖아요.”

리들 교수는 ‘블루로즈 양이 영민한 학생이긴 하죠.’ 라고 대답하며 가볍게 긍정했다. 대화는 거기에서 더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 셋이서 무엇인가 공통적으로 할 얘기도 없었고, 리들 교수 또한 애초에 나에게 큰 볼일은 없었던 것 같았다.

“다음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시간에 보도록 하죠.”

그는 그렇게 한마디 하고, 조용히 복도를 지나갔다. 시리우스는 리들 교수가 가 버릴 때까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그가 무엇인가 눈치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살짝 긴장했다.

시리우스가 물었다.

“너도 리들러(Riddler)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휘저었다. 리들 교수는 학년, 기숙사를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교내에서는 그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을 지칭하는 ‘리들러’라는 표현까지 나돌 정도였다. 사실 리들러의 범위에는 여학생들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남학생들조차도 그를 추종했으니. 시리우스는 뭔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이네. 난 톰 리들 교수가 마음에 안 들거든.”

“왜요?”

리들 교수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는 사람은 시리우스가 처음이었다. 나는 조금 놀라서 되물었다.

“뭔가 음험하잖아.”

“음험하다뇨?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말하는 거 맞죠?”

리들 교수에게 그런 형용사가 가당키나 한가? 나는 혹여 리들 교수가 그의 이야기를 들을까 두려워져 몰래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아.”

“숨기긴 뭘 숨겨요?”

나는 기절할 것 같이 놀란 마음을 감추며 대답했다. 목소리 끝이 살짝 떨린 것도 같았지만, 시리우스는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 보이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는 거지. 저 선량해 보이는 눈빛이 진짜 선량해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거든.”

“사, 사람을 그렇게 느낌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죠…….”

나는 애써 리들 교수를 옹호했다. 시리우스가 이런 식으로 리들 교수에 대해 힌트를 얻는 것이 불안했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되어 하루하루를 위협받는 것은 나로도 충분했다. 호기심이 강한 그의 성격상,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마루더즈들과 함께 리들 교수의 뒤를 캐게 될지도 몰랐다. 나는 그들이 리들 교수의 살인 주문을 받고 일격에 쓰러지는 것을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리들 교수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얼마나 열심히 수업하시는데요.”

“그래 뭐, 네 말대로 느낌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면 안 되긴 하는데.”

그래도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시리우스가 중얼거렸다. 나는 두서없이 리들 교수의 친절함에 대한 가장된 일화 몇 개를 그에게 읊어주었다. 그러면서도 그가 단순히 잘생긴 것 이상으로 실력 있고, 다정하며, 교수 활동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임을 입증하려고 노력했다. 어떻게든 시리우스가 리들 교수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길 바랐다.

“리들러군.”

시리우스는 단박에 그렇게 평가했다. 나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대답했다.

“절대 아니에요!”

아마 적어도 호그와트에서는 나보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거든요. 나는 속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꾹꾹 누르며 그에게 대답했다.

“하여튼, 교수님한텐 관심 가지지 마요.”

“뭐래, 나도 별로 관심 없어. 날 연적으로 보는 건가?”

그가 생글거리며 물었다.

“나 말고 네가 생각해야 할 경쟁자는 훨씬 많을 텐데.”

그는 특히 슬리데린에서 리들러로 유명한 여학생들의 이름을 댔다. 나는 극구 그를 부정하며, 교수로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뿐 그를 추종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래도 시리우스가 계속 놀려대자, 그냥 나도 리들러 중 하나라고 실토하는 척 말했다. 그러면서 시리우스에게 그를 건드리면 진짜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한참 리들 교수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도중에, 복도 끝에 필리다가 혼자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연회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약간 부스스한 잿빛 단발머리의 그녀는 멀리에서 봐도 눈에 확 띄었다. 내가 그녀를 부르자, 필리다는 뒤를 돌아보더니 손을 들어 나에게 인사했다. 그녀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로웨나! 대연회장 가는 길이야?”

“응. 같이 갈래?”

그녀 혼자 있었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대연회장까지 함께 갈 것을 권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면서도, 시리우스가 다소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아,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구나. 나는 우물쭈물 서 있는 필리다를 시리우스에게 소개해주었다.

“아 시리우스, 필리다 스포어에요.”

“안녕, 필리다.”

시리우스가 눈꼬리를 내리며 부드럽게 인사하자 필리다는 귀까지 빨개졌다. 필리다가 딱히 잘생긴 남자를 가리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얼굴을 보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 웃음을 보면 매료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언컨대 그는 여자에게 저렇게 웃어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시리우스가 어떤 속셈인지 알아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조금 얄미웠지만, 시리우스는 저렇게 우아한 미소를 한 번 지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떤 여자든 홀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나를 배려해주는 것인지, 그는 필리다가 합류한 순간부터 나를 놀려대는 것은 자제했다. 우리는 곧 있을 중간시험에 대해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가 각자의 기숙사 테이블로 갔다. 테이블 위에는 저녁 메뉴인 훈제 청어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필리다는 자리에 앉자마자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사람들이 왜 시리우스 블랙, 시리우스 블랙 하는 줄 알 것 같아.”

약초학 외에 필리다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다는 듯 중얼거렸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잘생겼구나.”

나도 그의 잘생긴 얼굴에 혹해 얼굴이 붉어지는 바람에 당혹했던 적이 있었으므로 그녀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긴 했다. 하지만 나는 시리우스에게 뭔가 이성적인 호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필리다의 반응은 오히려 리들 교수를 처음 보았을 때의 내가 느꼈던 동경과 비슷한 것 같았다. 그 기억을 오랜만에 떠올리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에게는 악몽으로 변한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 * *

7층에 있는 이 방은 신기한 구석이 많았다. 매번 같은 장소에서 생기는 것 같았지만, 생길 때마다 방의 크기도 달랐고 방 안을 구성하는 것들도 조금씩 달랐다. 리들 교수가 오늘 방문을 열었을 때는 한쪽 벽면에 있는 서가에 책이 가득했다. 그는 나를 세워두고 서가 내에서 책을 찾기 시작했다. 몇 권을 빼내 훑어보던 그는 내가 옆에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듯 책에만 시선을 꽂고 있었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그러고 보면 리들 교수는 정말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의 매력은 분명 8할이 그의 잘생긴 얼굴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했다. 시리우스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슬쩍 리들 교수를 바라보았다. 마치 흑구슬을 갈아 만든 실타래처럼, 귓불을 타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횃불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났다. 저렇게 까만 머리카락도 드문데. 나는 조심스레 그의 얼굴을 훑었다. 어떤 부분이 그를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일까. 내 시선이 그의 정교한 얼굴선을 따라 천천히 흐르다가 마침내 늪처럼 어둡고 깊은 눈동자에까지 닿았다.

그리고 나는, 그 눈을 본 순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은 분명 조각 같은 외양과 대비는 그의 어두운 눈동자임이 틀림없었다. 그 속에 어떤 생각과 감정이 비치는지 불분명하게 느껴졌으나 분명, 저기에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리들 교수가 갑자기 책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 내 쪽으로 돌렸다. 그의 눈길이 자연스레 나를 향했다.

“왜 쳐다보는 거지?”

그가 서늘하게 말했다. 나는 잠시 동안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하고 있던 생각을 모두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는 내 머릿속을 뒤질 것이 분명했다. 나는 뻔한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약간 머뭇거리다가 내가 대답했다.

“잘생겨서요.”

“뭐?”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뭐 어때. 외모는 당사자의 인격과 무관하지 않던가. 나는 마치 상대방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사실 자체를 적시하는 것이라는 듯 객관적인 말투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교수님이 잘생겨서 쳐다보고 있었는데요.”

부끄러워서 일부러 명확히 말했는데, 말하고 나니 뭔가 더 창피해졌다. 마치 내가 리들 교수에게 수작이라도 거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내뱉어놓고 나서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입 다물고 있다가 레질리먼시를 당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한참을 대답이 없었다. 내가 진심을 말하는 것인지, 혹은 무엇인가를 숨기기 위해 둘러대는 것인지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습을 시작하도록 하지.”

곧, 리들 교수는 책장에 책을 꽂으며 평소와 같이 지팡이를 들었다. 그가 별말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어마법을 펼칠 준비를 했다.

올해에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험의 주가 방어 마법이라 그런지 기본적인 방어마법과 강화된 방어마법만을 지속적으로 실습시켰다. 그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공격했고, 나는 되도록 빠르게 방어마법을 펼쳤다. 리들 교수는 나에게 마법이 시전되자마자 방어마법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순발력을 기르도록 요구했다.

그는 마치 머글 기계라도 되는 것처럼 나를 가르치고 있었다. 나는 리들 교수가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독한 완벽주의였다. 아이작보다 더 한 것 같았다. 그의 억압적인 수련을 잘 따라가기만 한다면 나는 굉장히 능력 있는 마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실습은 금방 끝났다. 나는 내가 제대로 잘 해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여전히 헤매는 것 같기도 한데. 리들 교수는 내 실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해주지는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그가 먼저 방에서 나왔고, 나는 그를 따라갔다. 그의 옷깃 뒷자락을 살피다가, 결국 물어보려고 마음먹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리들 교수님.”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리들 교수의 무응답을 질의에 대한 허락으로 제멋대로 해석하고는 물었다.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 때 제가 호그와트에서 해야 할 일이 뭔가요?”

“연휴가 시작되면 알게 될 거다.”

그럴 줄 알았다. 나는 분한 마음에 뒤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혀를 살짝 내밀었다. 애초에 확실한 대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략적이나마 가르쳐줄 줄 알았는데. 리들 교수가 그렇게 모호하게 말하는 덕에 나는 대체 2주간의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조차 잡을 수 없었다. 언제 어디서든 그의 호출이 있으면 달려가도록 대기라도 하고 있어야 하나.

그때, 앞서 걸어가던 리들 교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 덕에 멀지 않게 뒤따라가던 나는 그의 등에 부딪혔다. 순간적으로 나는, 뒤에서 혀를 내민 것 때문에 그가 멈춘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괴물 같은 인간은 뒤에도 눈이 달렸나?

우리가 걸음을 멈추자, 복도에 남은 싸한 고요 사이에서 낯선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발걸음 소리였다.

리들 교수는 벽 쪽으로 몸을 붙이면서 그의 망토 안쪽으로 나를 당겼다. 그가 벽에 바짝 붙었기 때문에, 나는 그의 품에 그대로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리들 교수의 품속에서 조용히 숨죽였다. 멀리서 들려오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래서 그리핀도르에서는 올해부터는 단속을 좀 더 강화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맥고나걸 교수님인 것 같았다. 그녀는 특유의 낮고 억센 억양으로 마루더즈의 장난질을 최근 순부터 하나하나 열거하기 시작했다. 다소 흥분한 것 같았다. 같이 걸어가던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포터는 그의 아버지를 똑 닮은 것 같아요……”

리들 교수에게 안겨있다시피 한 상태에서, 그의 숨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려왔다. 누군가와 이렇게까지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와 거의 밀착된 탓에 살짝 긴장하여 낮게 숨만 몰아쉬었다. 그에게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심장 박동이 급격하게 빨라졌다. 몸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점점 더 빨라지는 심장 소리를 리들 교수가 듣지 않길 간절하게 바랐다.

“설령 교칙을 모조리 바꾼다 하더라도 그 애들을 통제하긴 힘들 거예요.”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교수님들이 복도를 완전히 지나갔음을 확인하자, 리들 교수가 벽에서 살짝 떨어졌다. 나는 참았던 숨을 들이쉬며 그의 품에서 나왔다. 얼굴이 붉어진 것을 감추기 위해 나는 뒤를 돌아 볼을 만졌다. 뜨거웠다. 나는 숨을 내쉬며 오른 열이 다시 식기를 기다렸다. 우리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가지.”

리들 교수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조용히 그를 뒤따랐다.

============================ 작품 후기 ============================

1.

지난 시간에 등장한 마법들은 제가 임의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작품후기에 명시할게요 ㅎ_ㅎ

‘레포르모 아나스&풀리케누스’ 전부 라틴어로서,

레포르모는 변형하다는 뜻이고, 아나스/폴리케누스는 각각 오리 병아리라는 뜻입니다.

2.

리들러라는 말도 원작에는 없습니다.

리들 빠순이라는 의미로, 제가 지어낸 말이에요..

3.

블리블리혜님 후원쿠폰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리플이 파란색으로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ㅎㅎㅎ

잘좀 쎀ㅋㅋㅋㅋㅋㅋ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_^

4.

계속 함께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려요..

다들 저에겐 햇살같은 분들이세요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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