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웨나 블루로즈-25화 (2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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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2 - (9)

나는 점점 더 수면 시간을 줄여갔다. 크리스마스 연휴 이전에 있을 중간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미래를 위해 공부했다면, 요즘은 거의 생존을 위해 공부했다. 중간시험이 3주 남짓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매일 새벽부터 일어나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반영 비중도 낮은 중간시험을 나처럼 준비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이작을 이겨야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그가 덤스트랭의 교과과정을 이수한 후 호그와트에 돌아와 시험을 친다는 것이었다. 두 교과과정이 서로 맞지 않은 부분도 있었으므로, 그와의 격차를 벌릴 좋은 기회이긴 했다.

요즘 통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지 신경이 예민했다. 특히 아침에는 더 그랬다. 크림이 얹어진 바게뜨 조각을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처벌이 두려워 어떻게든 공부를 해냈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내 미래에 대한 암울한 기분을 거둘 수 없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 찾아가서 살려달라고 말하며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시도할 만한 용기는 없었다. 내가 그의 신의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가족들에게 어떤 보복이 가해질지 몰랐다. 리들 교수는 이미 내 가족들에게 기밀이 누설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어떤 마법을 걸어놨을 수도 있었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식사를 마칠 때쯤 부엉이들이 한꺼번에 연회장으로 날아왔다. 다른 부엉이와는 다르게, 털 하나 날리지 않고 우아하게 래번클로 쪽으로 날아오는 흰 부엉이가 눈에 띄었다. 셰벗이었다.

그는 물고 있던 아이작의 편지를 테이블 위에 살짝 떨어뜨렸다. 아이작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마치 눈치챈 것처럼 편지를 보낸다. 이번에는 덤스트랭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인 듯 동갑내기의 마법사 혹은 마녀들과 찍은 사진이 양피지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나는 이전처럼 셰벗에게 먹이를 주며 그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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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웨나,

필리다와 몇 번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걔 괜찮은 애였던 것 같아. 원래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대. 내가 없는 동안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내 기우였군.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네가 수업 시간에 배운 주문들을 보니, 덤스트랭과 호그와트의 교과과정이 비슷하긴 한가 봐. 하긴, 교과서도 많이 다르진 않으니까. 네가 말한 마법 주문은 우리는 이번 주에 배웠거든.

아 참, 동봉한 사진 보이지? 덤스트랭에서 새롭게 만난 마법사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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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덤스트랭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로 거의 양피지 반을 채웠다. 그는 한참을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덤스트랭 수업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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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스트랭에서의 수업은 기대 이상이야!

여기는 호그와트보다 1인의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 수가 적어서인지, 대부분의 수업이 그룹식으로 진행돼. 교수님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지만, 호그와트만큼은 아니지. 솔직히 변신술은 맥고나걸 교수님의 교수법을 따라갈 사람이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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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편지가 끊겼다. 그는 편지를 연속적으로 쓰기보다는, 시간이 날 때마다 드문드문 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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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호그와트에서 열등한 편에 속하는 학생이라고 그랬더니, 덤스트랭 애들이 정말 놀라더라! 그 표정을 네가 봤어야 했어. 마치 호그와트에는 어떤 괴물 같은 마법사들이 다니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일견 수긍하기도 했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가르치는 학교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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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편지를 마저 읽고 갈무리했다. 아이작은 덤스트랭에서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조금 씁쓸해졌다. 그는 어디 가서든 나 없이도 잘 지내는데, 나는 아이작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어쩐지 그에게 내가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힘없이 깃펜을 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쓰고 싶었지만, 예전보다 더 쓸 말이 없는 것 같았다. 필리다 이야기도 했고, 수업 이야기는 너무 일상적이고…… 시리우스와 싸운 일이라도 써야 하나. 그렇지만 그러다 보면 알렉토의 이야기도 꺼내야 했다. 그건 싫었다. 왠지 아이작이 없이는 혼자 호그와트 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만 같았다.

그에게 숨기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나는 깃펜을 들고 몇 번이나 편지를 쓰려고 시도했지만,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나는 양피지에 간단한 안부만 적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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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빠서 편지를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시간 날 때 호그와트 부엉이로 편지를 부칠게. 잘 지내.

Row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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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슨 일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편지라 다소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어찌 됐든 나는 양피지를 셰벗에게 쥐여주었다. 내일이라도 긴 편지를 따로 보내면 되겠지. 그가 셰벗을 보낸 이상 무슨 내용이든 바로 답장해야 했다.

내가 아이작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것을 아는 것인지, 건너편에 앉아 있던 스테이시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 무리들은 여전히 냉기를 풍기고 있었다. 일부러 내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마치 들으라는 듯 나를 쳐다보며 귓속말했다. 무시하려고 노력했지만,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아침 식사를 되도록 일찍 마쳤다.

리들 교수가 연회장을 나가면서 흘끗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지나가면서 살짝 시선이 닿은 듯 무심한 눈빛이었다. 그는 래번클로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눈치챈 것 같았지만, 별로 관심은 없어 보였다. 리들 교수가 말없이 연회장을 나갔다. 이 자리가 너무 불편해 나는 아침을 다 먹지도 않고 첫 수업인 약초학 교실로 향했다.

* * *

먼저 약초학 교실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필리다가 약간 늦게 도착했다. 늦잠을 잔 것 같았다. 방금 자다 일어난 것처럼 머리가 흐트러져 있던 그녀는 잠에 덜 깬 목소리로 나에게 인사했다.

“안녕, 로웨나. 좋은 아침이야.”

나는 그녀의 얼굴과 인사가 전혀 매치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싱긋 웃으며 물었다.

“정말 좋은 거 맞아?”

“아니. 최악이야.”

그녀는 아직도 졸려 보였다. 필리다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어제 새벽까지 투구꽃의 광주기를 측정했거든. 장야식물인지 단야식물인지 궁금해서말야…….”

내가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결론은 났어?”

“응. 장야식물인 것 같아. 열두 시간 동안 햇빛을 비추지 않았더니 꽃을 피웠…… 하암.”

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품을 했다. 그 사이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들어왔다. 그녀는 평소와 같이 출석을 부르고, 오늘 실습할 것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오늘은 파동 덤불(Flutterby bush)의 잔가지를 치는 방법에 대해 수업할 겁니다.”

맙소사. 이름부터가 재난스러웠다. 스프라우트 교수님은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으로 봉해진 것 같은 박스 몇 개를 꺼냈다. 그녀가 지팡이를 한 번 더 휘두르자, 각 박스들이 학생들의 자리 앞에 배치되었다. 내 앞에 놓인 박스 속에서 무엇인가 채찍을 휘두르는 것처럼 박스 벽면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필리다는 그새 잠이 깼는지 눈빛을 반짝이며 박스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당장에라도 열어보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의 약초에 대한 학구열에 혀를 내둘렀다.

“파동 덤불은 맨손으로 만졌다가는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다들 장갑을 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경고했다. 나누어진 장갑은 에럼펀트의 가죽으로 만든 단단한 재질이었다. 장갑의 무게감만으로도 나는 파동 덤불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여러분들이 오늘 실습하게 될 파동 덤불은 씨앗에서 막 자라난 어린 덤불입니다…….”

나는 스프라우트 교수님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박스를 개봉하자 드러난 덤불의 줄기는 사나운 기세로 움직이고 있었다. 덤불 줄기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들어도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이 기세가 어떻게 어린 덤불인 거지…….”

내가 차마 다가가지도 못하고 얼이 빠져 중얼거렸다. 필리다가 명쾌하게 대답해 주었다.

“어린 티가 나는데. 마치 아기가 있는 힘껏 떼를 쓰며 우는 것 같지 않아?”

나는 일견 필리다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설명대로 어찌 보니 아무도 다가오지 말라는 듯 성질을 내는 아기 같기도 했다. 필리다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화분에 물을 주었다. 덤불이 안정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아마 얘는 뿌리에서 흡수하니까 진정 효과가 그렇게 빨리 나타나진 않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마법을 써서 덤불 주변의 온도를 높였다.

“왜 온도를 높이는 거야?”

“원산지가 적도 부근인 것으로 알고 있어.”

아,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필리다가 하는 행동들을 꼼꼼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파동 덤불의 아래쪽을 잡으며 가위를 들었다. 덤불은 그녀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 약간 늘어졌다. 필리다는 장갑을 낀 손으로 뿌리 쪽에 가까운 줄기 부분을 쥐더니, 덤불이 차분해진 틈을 타 능숙하게 잔가지를 쳐냈다. 나는 마치 아기처럼 파동 덤불을 다루는 그녀에게 새삼 감탄했다.

그때, 갑작스럽게 무엇인가가 내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묵직하고 날카로운 것이 내 바로 앞을 지나가면서, 볼에 스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끔했지만, 볼을 만져보니 피가 날 정도로 베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머 로웨나! 괜찮아?”

스테이시가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

“잔가지가 너에게 날아가 버렸네!”

그녀와 약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잔가지가 날아왔다는 것이 그렇게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는 싸하게 변하려는 표정을 감추려고 노력했다.

“좀 조심하지 그러니?”

필리다가 가시 돋친 말투로 한마디 던졌다. 그렇게 말하는 애가 아니었기 때문에, 스테이시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아, 그래… 앞으로 조심할게.”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무슨 일이냐는 듯 다가왔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며 별일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새 스테이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스레 자리에 돌아가 있었다. 흘끔 그쪽을 쳐다보다가 스테이시와 눈이 마주쳤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안나와 깔깔거리고 있었다. 기분이 나빠졌지만, 모르는 척했다.

* * *

약초학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옮기면서, 필리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약초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그렇게 학업에 신경 쓰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녀는 호그와트에서 받는 수업들이 다소 지루한 것 같았다. 약초학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시 졸린 지 하품을 하며 필리다가 말했다.

“나는 졸업하면 아버지의 약재상을 물려받을 거야.”

“아버지가 약재 판매업을 하시나 봐?”

“응. 다이애건 앨리에서. 스프라우트 교수님도 단골손님이야. 입학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

내 아버지는 머글 회사에 다니는 보통의 회사원이었기 때문에, 나는 가업을 물려받겠다는 그녀의 계획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약초학을 제외한 과목들은 아무 쓸데가 없다고 생각해. 내가 목성의 위성을 알아서 어디다 써먹어?”

“마법 과목 정도는 쓸모 있지 않을까?”

“글쎄,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정도만 외울 줄 알면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을걸.”

하긴, 약초를 다듬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종류의 마법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말이 제법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다가 마법사로서의 공적이고 전문적인 직종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O.W.L 점수도 그렇게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시리우스가 복도를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아니, 그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한 척했다.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반쯤 흘려듣고 있는 사이 시리우스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나는 잔뜩 긴장했다.

그러나 그는 마치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지나쳤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연유를 알 수 없는 아쉬움이 길게 잔상처럼 남았다. 필리다가 지나간 시리우스를 뒤돌아보며 물었다.

“너 시리우스 블랙과 아는 사이 아니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과제를 같이 하긴 했지만. 그렇게 친하지는 않아.”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가 아는 척을 했었더라면 곤란했겠지만, 마치 진짜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도 뭔가 서운했다.

나는 그런 기색을 떨쳐 두고 필리다에게 물었다.

“나랑 블랙이 친하다고 소문이라도 난 거야?”

필리다도 나와 시리우스가 아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대체 나에 대한 어떤 소문이 돌고 있는지 궁금했다.

“얼마 전에 대연회장엘 같이 들어왔잖아. 친분이 있는 줄 알았지.”

별로 친분이 있는 사이까진 아니야. 내가 대답했다.

필리다와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 시리우스와 있었던 일을 공유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제 앞으로 시리우스와 나는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굳이 ‘전에는 친했었던 것 같은데, 얼마 전에 크게 싸웠어’라고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시리우스의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곧 화제를 돌렸다.

* * *

금요일에는 기숙사에 머무르는 것이 그렇게 달갑지 않았다. 보통 래번클로 휴게실이 가장 북적이는 것이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휴게실에 잠깐 앉아있다가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도서관에 앉아 세 시간 정도를 연속으로 마법 공부를 했더니, 머리가 무거웠다. 나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걷고 싶은 생각이 들어 서가를 한 바퀴 돌았다. 호그와트 도서관의 서가는 매우 넓었기 때문에 한 바퀴 도는 것만 해도 한참이 걸렸다.

역사책이 분류되어 있는 서가 쪽을 걷다가 갑자기 학기 초 리들 교수와 마주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는 굉장히 다정했지. 나는 그가 가르치는 것을 마치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열심히 배웠다. 문득, 리들 교수와 마주쳤을 때 그가 읽고 있었던 책이 생각났다. 그게 뭐였더라?

그가 책을 꽂아두었던 서가 쪽을 훑다가 결국 그때 리들 교수가 봤던 책을 발견했다. 호그와트의 역사. 나는 생각 없이 책을 꺼내 앞장을 펼쳤다.

「호그와트는 990년 당대의 위대한 마법사 4명─고드릭 그리핀도르, 헬가 후플푸프, 로웨나 래번클로, 살라자르 슬리데린─에 의해 창립되었다. 당시에는 머글들이 마법을 두려워해 마법사들이 박해를 받았으므로 머글들의 눈을 피해서 함께 호그와트 성을 지었다. 설립 후 몇 년 동안 창립자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마법에 재능이 있는 마법사를 뽑아 그들의 능력을 함양시키기 위해 힘을 썼다.

하지만 그 뒤 창립자들 간에 의견 차이가 생겼다. 슬리데린은 호그와트로 데려올 학생들을 더 엄격히 가려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대로 마법사 가문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만 마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머글 부모를 가진 학생들은 믿지 못하겠다며 가르치길 꺼렸다. 한참 뒤 그 문제를 놓고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 사이에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슬리데린은 학교를 떠났다.

슬리데린은 호그와트를 떠나기 전, 성안에 비밀의 방을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창립자들은 그것에 대해 전혀 몰랐다. 슬리데린은 자신의 후계자가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아무도 열지 못하도록 그 비밀의 방을 봉쇄해 두었다. 그 후계자만이 비밀의 방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끔찍한 것을 풀어, 마법을 공부할 가치가 없는 학생들을 제거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마법을 공부할 가치가 없다니. 어쩐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가 읽을 법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나빠져 나는 책을 몇 장 더 넘겼다. 창립자들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이 나왔다. 나는 책장을 훑으며 로웨나 래번클로에 대한 내용을 찾아냈다.

「 … 로웨나 래번클로는 호그와트 창립자 중 하나로서 아름답고 현명한 마녀였다. 그녀는 10세기 경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으며, 웨일스에서 머무를 때부터 헬레나 후플푸프와 절친한 친구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녀가 언제부터 마법 지팡이를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올리밴더 가에서 마법 지팡이를 기원전 3세기가량부터 제작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올리벤더가 만든 마법지팡이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후에 세 명의 창립자들과 호그와트를 설립했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기숙사를 만든 후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일을 전담했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래번클로 가의 남자와 결혼했으며, 슬하에 딸을 두었다. 그녀의 딸은 자신의 어머니인 래번클로의 아름다움과 현명함을 질투한 나머지 그녀가 아꼈던 보관을 훔쳐 달아났다. 래번클로는 딸의 배신에 대한 충격으로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래번클로의 보관’이라고 불리는 그녀의 마지막 유품에는 착용하는 사람의 마법적 능력을 상승시키고 더 지혜롭게 만드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

생각보다 기록이 그렇게 자세하지 않아서 놀랐다. 하긴, 천 년 전이니까 그럴 법도 했다. 그 시기에 생존했던 사람의 자세한 기록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웃기지. ‘래번클로의 보관’이 호그와트에 있다는 것은 래번클로 학생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를 찾아내는 사람이 진정한 래번클로니 뭐니 뭐 그런 내용이었다. 천 년 전에 사라진 보관의 행적이 아직도 묘연하다는 건데, 아직까지 못 찾을 정도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보다 호그와트 창립자들의 일화를 읽는 것이 흥미로워 그 후에도 한 참을 서서 책을 들여다보았다.

============================ 작품 후기 ============================

1.

지난 회 차에 후기에 리들에 대한 언급을 했더니

숨어 계시던 리들 지지자분들이 적극적으로 의사 표명을 하시더라구요!

뭐랄까, 다수설에 밀려 숨죽어 있었던 소수설 지지자들의 의견 개진 같아서

혼자서 공감의 웃음을 ㅎㅎㅎㅎㅎㅎ

2.

마룬 파이브 좋아하시나요?

사실 전 ‘로웨나 블루로즈’ part1을 쓰는 내내 maps를 들었어요.

그래서 저 노래만 들으면 그 때 쓰던 장면들이 떠올라요 ...

3.

저는 선작 천을 넘었으므로 더 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지금 읽고 계시는 분들이 이탈 없이 재밌게 읽어주시는 것으로도 행복해요^_^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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