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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2 - (6)
검은 물이 물든 교복을 손에 안고 래번클로 기숙사에 돌아왔다. 휴게실에서 스테이시와 안나를 마주쳤지만, 그녀들은 나를 모르는 척 그냥 지나쳤다. 예전부터 미묘하게 나를 멀리하던 그 둘은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말도 걸지 않았다. 그 아이들을 시작으로 스테이시 무리의 여자애들 전부는 나와 대화를 섞지 않았다. 내가 리들 교수에게 반쯤 혼을 빼앗긴 사이 조금씩 천천히 무엇인가 변했는데, 나는 이제야 그것을 알아차렸다.
샤워실에서 몸을 씻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애초에 그 아이들이 나에게 친절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나와는 대화를 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구는 것을 보니 다잡았던 마음이 다시 허물어지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저조해 수업이고 뭐고 가기 싫었다. 젖은 머리를 말리며 그냥 어디에 숨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기숙사도, 호그와트의 외진 장소도, 모두 다 편하지 못했다. 차라리 교실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비참한 심정으로 나는 머글 연구 교과서를 챙겼다.
* * *
머글 연구 교실에 들어가니 벌써 시리우스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수업에 일찍 도착한 것 같았다. 평소에는 빨라야 수업 시작하기 2, 3분쯤 전에 교실에 오는데. 그는 책과 넥타이를 책상에 얹은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기까지 해서,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며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알렉토의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와의 대화에 거부감이 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라도 거리를 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인사만 하고 다시 책 읽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대화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명했음에도 시리우스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 요즘 잘 지내냐?”
요즘 잘 지내느냐는 그의 말에서 괜히 기분이 상했다. 아이작 본즈라는 후견인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적 약자라도 되는 줄 알았던 건가. 이것이 내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기분 나쁜 기색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대답했다.
“잘 지내요.”
그가 곧바로 물었다.
“뭐 문제없어?”
“문제라뇨?”
나는 그의 질문에 조금 놀랐다. 알렉토가 나를 괴롭힌 사실이 시리우스의 귀에까지 들어갔나? 나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무엇인가 캐내려는 듯 나를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나는 어떤 말이든 꺼낼 생각이 없었다. 짐짓 눈치채지 못한 척 딴청을 부리며 그의 유도신문에서 벗어났다. 빌헬름 교수님이 들어오셨기 때문에 곧 대화는 끊어졌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반쯤은 딴생각을 하면서 수업 시간을 보냈다.
머글 연구 수업을 마치고 시리우스는 자연스럽게 나를 기다렸다. 평시와 같이 대연회장에 함께 가려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먼저 가라고 말했다.
그가 의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저녁 먹으러 안 가?”
“기숙사에 두고 온 게 있어서요. 나중에 먹을 거예요. 먼저 들어가세요.”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대연회장 쪽으로 시리우스를 들이밀고는, 황급히 반대쪽 기숙사 쪽으로 걸어갔다. 혹시나 연회장 근처라도 갔다가 알렉토와 마주칠까 두려웠다. 거기다가 요즘은 래번클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도 편치는 않았다. 기숙사로 가는 척하다가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나마 도서관이 제일 나았다. 기숙사도 딱히 마음 편한 장소는 아니었으니까.
도서관에 도착해서 나는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 책을 폈다. 배가 조금 고팠지만 참을 만했다.
책에 시선을 꽂고 있었으나 머릿속은 심란했다. 오늘 알렉토에게 당했던 일들이 다시 무한 재생되었다. 그들이 했던 말들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처럼 마음에 꽂혔다. 기분도 더러웠지만, 그들이 앙심을 품으면 정말 나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다수고, 선배였다. 내가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나보다 1년을 더 배운 마법사 다섯을 상대로 이길 재간은 없었다. 앞으로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저히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고개를 들었다. 도서관의 전경이 시야를 채웠다. 아이작 없이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기 시작한 후부터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민달팽이 클럽에서 만났던 릴리의 친구였다. 세베루스 스네이프라고 했던가. 그는 붙박이장처럼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민달팽이 클럽에서 그의 얼굴이 어쩐지 익숙하다고 느꼈던 것은, 4년간 계속해서 그와 도서관에서 만나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나는 주변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있었음에도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도 자주 보니 세베루스의 얼굴뿐만 아니라 그의 책 취향까지 파악할 정도였다. 그는 마법약과 어둠의 마법에 대해 집요하리만치 빠져들어 있었다. 금지구역 열람 허가증이라도 있는 것인지, 가끔은 금지된 구역에 가서 필요한 책을 찾아오곤 했다. 그가 읽고 있는 것은 대부분 실용적인 어둠의 마법에 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강력한 저주 쪽에 가까웠다. 그를 볼 때마다 리들 교수가 해주었던 ‘그릇’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세베루스는 그만큼의 그릇이 될 수 있을까.
어둠의 마법을 좋아하는 것 보니, 세베루스도 슬리데린이었구나. 슬리데린 여학생 무리들과 있었던 오늘 일들이 다시 생각났다. 털어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들에게서 벗어나려고 노력해도 마치 때가 되면 밀려오는 썰물처럼 그 기억들이 떠올랐다.
알렉토 캐로우를 비롯한 그 여학생들이 덤벼들었을 때 내가 견뎌내기 위해서는 실력을 비축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어쩐지 집중이 잘 될 것 같았다. 나는 곧 잡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 버리고 고대 룬 문자 교과서를 읽기 시작했다.
한참을 책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나는 하나에 집중하면 주변의 환경 변화에 둔감해지곤 했다. 그래서 갑자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을 때, 깜짝 놀랐다.
“로웨나 래번클로.”
책에만 꽂혀있던 고개를 들었다. 시리우스 블랙이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 옆에 서 있었다.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언제 다가온 거지?
“너 저녁 거르고 뭐 하냐.”
“먹었어요.”
“거짓말 마. 연회장에서 너 본 적 없어.”
“시리우스가 보지 못한 거겠죠.”
나는 시침 뚝 떼고 말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물었다.
“오늘 저녁 식사 메뉴가 뭐였는데?”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조심스레 하나 던졌다.
“양송이 스프……?”
“치킨 스튜에 달걀 프라이, 로스트 비프였거든.”
“맞아. 그랬죠, 참.”
내가 잠깐 잊었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팔짱을 빼고 내 손목을 잡았다.
“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왜 그래요?”
내가 당황해서 물었다.
“나랑 가야 할 곳이 있어.”
“저 공부해야 해요.”
시리우스가 능글맞기는 해도 이렇게 무작정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약간 의아했다.
“잠깐이면 돼.”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그에게서 손목을 빼냈다. 내가 누구 때문에 그렇게 마법사 잉크를 뒤집어썼는데. 시리우스는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도서관 밖으로 나갔다. 나는 누가 보면 일행이 아닌 양 그와 두 발자국 떨어져서 따라갔다.
그는 연회장 현관홀 쪽으로 향하는가 싶더니, 옆쪽의 돌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한 번도 내려가 보지 않은 계단이었다. 후플푸프 기숙사 입구 쪽인 것 같은데?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
“가 보면 알아.”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횃불이 밝혀진 복도가 보였다. 복도 양쪽에는 정물화의 액자가 걸려있었다. 주로 먹을 것들이 그려져 있었다. 별로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그림을 보니 약간 허기가 졌다. 시리우스는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과일이 담긴 은그릇이 그려진 정물화 앞에 섰다. 사과와 배, 바나나가 사람 크기만큼 크게 그려져 있는 그림이었다. 시리우스가 그중 초록색 배를 손가락으로 간질이자, 배가 꿈틀거리면서 킬킬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배는 손잡이로 변했다. 시리우스는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더니 나에게 들어가라는 시늉을 했다.
나는 가만히 서서 의심에 찬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 여기에 가둬두는 건 아니죠?”
“널 가둬놓고 어디다 쓰게?”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먼저 들어갔다.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시리우스를 따라갔다.
“세상에.”
그 넓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연회장만큼 넓고 천장이 높은 방에는 연회장과 똑같은 기숙사 테이블이 배열되어 있었다. 놋쇠 항아리와 냄비들이 벽 주위에 산더미같이 쌓여있고, 맞은편에는 벽돌로 된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작은 집요정들이 수시로 테이블을 오가며 음식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테이블에 놓은 음식들은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올리는 순간 사라졌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서야, 내가 지금껏 자연스럽게 했던 식사의 이면에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미!”
시리우스는 그중 하나를 불렀다. 집요정이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집요정을 태어나서 처음 봤다. 눈이 크고 팔다리가 짧은 그들은 머글들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던 외계인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신기하다는 느낌보다는 조금 무서웠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시리우스의 뒤에 숨었다.
“오늘 얘가 식사를 제대로 못 했는데, 간단히 먹을 것 좀 챙겨줘.”
“네, 시리우스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고마워.”
지미라고 불렸던 집요정은 다시 주방 쪽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길 어떻게 안 거에요?”
“호그와트에서 내가 모르는 곳은 거의 없어.”
그는 입구 쪽에 놓여 있는 6인용의 테이블의 한자리에 앉고는 나를 불렀다. 나는 조용히 그의 반대편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미는 큰 트레이에 접시를 얹어 들고 와 우리 테이블에 얹어주었다. 그는 맛있게 먹으라는 한마디를 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꽤 차분한 성격인 것 같았다. 책에서 읽었던 집요정의 성향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 스튜와 시리우스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내가 입을 열었다.
“여기다가.”
내가 물었다.
“뭐 넣었어요?”
“뭐?”
그가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지민가 뭔가 집요정에게 시켜서 종기약이나, 뭐, 딸꾹질이 계속 나는 약 같은 거 넣은 건 아닌가 해서요.”
반쯤은 진심이었다. 그는 그러고도 남았다. 그런 장난을 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서야 그가 나에게 음식을 챙겨줄 리 없었다.
“순수한 호의에 의한 거니까 얼른 먹기나 해.”
시리우스가 그릇을 밀었다. 나는 그가 이렇게까지 잘 해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두어 달 같이 앉았다고 나에게 정이라도 들었나? 하지만 그걸 직접 물어보기는 좀 그래서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포크와 나이프를 놀렸다. 시리우스는 내 앞에 앉아 나를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제가 밥 먹는 게 재밌어요?”
“아니.”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불만스러운 어조로 묻자,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다 먹는지 안 먹는지 감시하는 거잖아.”
그가 그렇게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정말 체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시리우스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는 정말로 내가 다 먹기만을 기다리는 듯 입을 다물고 내가 식사하는 모습을 살폈다. 이 자리가 너무 불편해 나는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오트밀 쿠키를 삼켰다가, 목에 걸려서 캑캑 소리를 냈다. 그는 물을 건네주었다.
나는 서둘러 식사를 해치우고 말했다.
“왜 그래요?”
“뭘?”
“왜 밥까지 챙겨준 거냐구요.”
다 먹었으니까 얼른 털어놔요. 나는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말했다. 머릿속에는 온갖 가능성이 상정되었다. 그중에는 레귤러스 블랙이 그의 차석 자리를 되찾기 위해 형을 시켜 나를 독살하는 경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 마디 던졌다.
“다 먹었으면 가자.”
그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까지 내가 독살되지도 않았고, 몸에 종기가 솟아오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모든 경우들 중에서 제일 가능성이 낮은 요인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았다. 그가 진심으로 호의를 가지고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 한다고 해도 왜? 시리우스가 나를 좋아하나?
나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로 인해 파생될 결과가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설령 그가 나에게 호감 정도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는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단지 알고 지내는 정도를 ‘주제 넘는다’고 비난한 순수혈통주의자 무리들이 나에게 어떻게 대할지 뻔히 보였다. 아마 나를 향한 위협의 수위는 좀 더 높아질 것이다.
시리우스의 뒤를 말없이 쫓아가며 생각했다. 나는 요즘 리들 교수의 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가 설령 같은 수업을 듣는 후배를 챙겨주는 정도의 호의를 보인다 하더라도 나는 거절해야 마땅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나는 그와 함께 있는 것이 거북해졌다. 지금 당장에라도 알렉토 무리들이 튀어나와 나를 비웃어댈 것 같았다.
“시리우스.”
나는 그를 불러 세웠다. 그가 뒤를 돌아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급한 볼일이 있다는 듯 말했다.
“저 먼저 기숙사 들어갈게요. 이쪽이 더 가까워서요. 오늘 고마워요.”
나는 그렇게 고개를 한번 꾸벅 숙이고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반대편 계단 쪽으로 올라왔다. 이쪽이 가깝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훨씬 돌아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호그와트 내부 구조에 익숙한 그는 아마 그걸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금방 지워버렸다.
* * *
그날부터 내가 피해야 할 사람들이 더 늘었다. 우선적으로 나는 리들 교수를 피해 다녔다. 그는 시선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공포감을 조성했다. 되도록 그와 만나는 것이 수업 시간과 개인교습 시간에 한정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동선을 축소했다. 심지어 나는 그의 수업 시간표와 일주일간의 학사일정까지 외울 정도였다. 그리고 리들 교수가 다니지 않을 만한 길을 골라 다녔다.
그 와중에 알렉토 캐로우 무리를 피해야 했다. 가끔 사람들이 없을 때 마주치면 그녀들은 깔깔거리며 나에게 미끄러지기 마법 같은 것을 걸곤 했다. 그래서 나는 복도에 걸어 다닐 때에는 혹여 그녀들과 마주칠까 봐 지팡이를 망토 주머니 속에 넣지 않고, 꼭 꺼내 쥐고 다녔다.
마루더즈도 내가 피해야 할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중에 특히 시리우스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나는 머글 연구 수업에도 일부러 느지막하게 교실에 들어갔다. 수업이 끝나면, 나는 바쁜 볼일이 있는 사람인 것처럼 대충 인사하고 먼저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어떻게든 그와 마주치지 않고 연회장에 들러 요깃거리만 간단히 챙겨서 기숙사에 들어갔다. 기숙사 방도 나에게 편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바깥보다는 나았다. 도서관에 앉아 있다가는 그가 찾아올 것 같았다.
나에게 요즘의 호그와트는 약육강식의 정글이었다. 나는 정글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하위에 있는 초식동물이라도 된 것 같았다. 어떻게든 육식 동물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야만 했다.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1.
처음 ‘로웨나 블루로즈’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는
일기 쓰듯이 쓰면 되는 거 아냐? 하면서 가볍게 시작했는데,
요즘은 1인칭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시점에서 다른 사람의 심경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군요...
특히나 가장 쓰기 힘들었던 건 이번 편이었어요.
안 그래도 설정 상 로웨나는 딱히 촉이 빠른 타입은 아니라서
앞으로 독자님들이 눈치게임ㅋㅋㅋㅋㅋ을 좀 하셔야 할 듯..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 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노력하면서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2. 나이?
일단 원작 설정 상 호그와트 4학년이므로, 만 14세, 즉 한국 나이로 중2입니다.
중2. 로웨나 중2....중2병의 그 중2...
하지만 저는 인물들의 외양이나 정신연령을 만 17세 정도로 생각하고 쓰고 있어요.
그러니 그 쪽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
3. 루트?
사실...... 루트가 있냐는 질문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ㅜㅜ
전반적으로 연애 라인이 형성되냐는 질문인가요?_?
아니면 결론적으로 한 사람과 이어지냐는 질문인가?
여튼 스포가 안 되는 선에서 의문점을 풀어드린다면, 감정의 기류는 흐를거구
과정이야 어쨌든 등장인물 중 하나와 이어질 예정입니다.
글쓴이의 무지를 용서 하소서 ㅎ_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