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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2 - (2)
리들 교수의 연구실이 기숙사와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 무거운 걸음을 억지로 옮겨 결국 연구실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너무 긴장된 나머지 기절이라도 할 것 같았다.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극도의 스트레스까지 받았으니.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갑자기 연구실 문이 열렸다. 나는 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다. 리들 교수가 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안 들어오고 뭐 하나?”
그는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 나는 우물쭈물하며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가 나를 ‘사고사’ 시킬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지금 리들 교수의 연구실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여기서 날 죽이고 땅에 묻는다 하더라도 아마 리들 교수를 의심할 사람은 없으리라.
“흥미로운 생각이긴 한데.”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리들 교수를 바라보았다. 내 생각의 흐름을 읽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그는 뒤이어 말했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많아 보이는군. 나는 일 처리가 확실한 것을 좋아해. 오클러먼시는 제대로 준비해 왔나?”
“아, 그게…….”
나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노력했다는 변명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전혀 감도 못 잡은 채였으니까. 리들 교수는 별로 기대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팡이를 든 채로, 그가 말했다.
“최대한 막아봐.”
불현듯, 리들 교수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기묘하긴 했지만, 도저히 그런 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내 머릿속에 들어온 그는 기억의 마디마디를 밟아나갔다. 그가 어떤 기억과 감정의 매듭을 잡아당기면, 거기에 묶여 있던 기억과 사념들이 가까운 곳에서부터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가 그렇게 한 번 잡아당길 때마다 나는 내 몸이 질질 끌려가는 것처럼 모든 생각과 감정을 그에게 그대로 내놓아야 했다. 그는 나의 머릿속을 철저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경험이었다. 도축장의 돼지처럼, 벌거벗겨진 채 목줄에 끌려가는 것 같은, 나의 존엄성은 깡그리 말살 당하고 그의 지배에 의해 나의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펜시브에 비밀스러운 기억을 담아놓게 하는 배려 따위는 없었기 때문에, 그는 나의 사소한 감정에서부터 깊숙이 숨겨져 있는 은밀한 부분까지 예외 없이 끌어올렸다.
리들 교수는 심지어 내가 그에게 가졌던 동경의 감정까지 무감각하게 읽어 내리고 있었다. 내밀한 영역 깊은 곳에 파고들어 헤집어 놓으면서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뜨거운 열기가 속에서부터 끓어올랐다. 표정없이 내 모든 것을 읽어 내리는 그에게 화가 났다.
“감정의 갈무리가 서툴군. 분노는 그 다른 공간에 숨길 수 없나?”
그는 내 감정도 함께 엿본 모양이었다. 내 분노는 리들 교수에게 전혀 위협으로 닿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능력도 없는 주제에 감정조차 숨기지 못하는 나를 비웃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를 향해있던 분노가 무능한 나에 대한 책망으로 변모되기 시작했다. 내가 공격하기는커녕 아무런 방어조차 할 수 없는 쓸모없는 객체가 된 기분이었다. 곧 뜨거운 분노가 차갑게 식혀지며, 이성이 되돌아왔다.
머릿속에 외부용 공간을 만들다. 나는 시리우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희미하게나마 깨달았다. 그가 꺼내어 올리는 매듭과 감정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없도록, 침입자가 진실이라고 믿도록 하나의 공간을 새로 만드는 것. 레질리먼시를 쓰는 상대방이 내 머릿속을 아예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진실이라 착각하는 거짓을 만들고 이를 읽게 유도하는 것이 오클러먼시라는 것을 마침내 나는 알아차렸다.
“이해도가 높아서 좋군.”
그가 내 머릿속에서 동생들에 대한 기억을 꺼냈다. 동생들을 향한 애정의 이면에, 그들은 머글이고 나는 마법사라는 우월의식이 딸려 올라왔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조차 그가 내 기억을 꺼내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후에야 깨달았다. 나는 동생의 기억에 대한 새로운 매듭의 고리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거기에 거짓 이야기와 감정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그 작업을 끝마칠 때까지 건드리지 않았다.
“제법이야.”
리들 교수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지팡이를 한 번 휘둘렀다. 갑자기, 그와 나 사이에 이어져 있던 정신적 연결이 끊어졌다. 마치 줄이 끊긴 마리오네뜨처럼, 나는 일순 내 사념 자체가 휘청이는 것을 느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혼란은 금방 멎었고, 내 머릿속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누군가 침입해 훑고 간 흔적들이 남아있었으나, 다시 온전히 나의 것이 된 것이다. 자유를 되찾은 노예라도 된 것처럼 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스스로의 지배하에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 줄 몰랐다.
“앞으로 일주일 같은 시간에 항상 오도록.”
“…네.”
리들교수는 지팡이를 휘둘러 양피지를 공중에 띄웠다. 그리고는 깃펜을 들지도 않고 마법으로 양피지에 무엇인가 쓰더니 그것을 나에게 넘겼다. 교수 학습보조 지원서였다. 밤 여덟 시부터 아홉 시까지, 그의 연구실에서. 마치 내가 리들 교수의 학습보조를 직접 지원하고 그가 허한 것처럼 적혀있었다. 그는 내가 오클러먼시를 제대로 구사할 때까지 이런 식의 개인교습을 계속할 생각인 것 같았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리들 교수는 곧 나를 내보냈다. 그의 연구실에서 오래 머물렀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늦지 않게 기숙사에 도착했다. 나는 대충 씻고 일찍 누웠다. 그는 나를 죽이지 않았다. 적어도 한동안은 날 죽일 예정은 없는 것 같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느낌이 그랬다. 그렇게 생각하자,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갑자기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로 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잠을 푹 잤다.
* * *
내가 샐러드에 있는 양배추만 다섯 잎째 먹고 있자, 아이작은 나에게서 포크를 빼앗아버렸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또.”
내가 어떤 생각에 깊게 빠지면, 하던 행위를 습관적으로 계속한다는 것을 아이작은 알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양배추만 씹어대며 어제 리들 교수의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으로 되돌려보고 있었다. 나는 아이작이 포크를 빼앗은 후에도 멍하게 그 생각만 하다가, 그에게 물었다.
“너도 오클러먼시 배웠어?”
아이작도 명문의 순수혈통이니 배우지 않았을까. 나는 궁금해졌다.
“응. 어릴 때 배웠지.”
“어릴 때 언제? 누구한테 배운 거야? 아빠한테?”
“아무래도 아빠가 오러일을 하시니까. 여덟 살이였나, 아홉 살이었나. 호그와트 들어오기 전에.”
그럼 그는 그 어릴 때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었단 말인가. 아이작이나 시리우스 같은 순수혈통 출신들이 호그와트에서 남들보다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덟 살, 아홉 살? 난 그때 동화책이나 읽고 인형 놀이나 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뭐고 생각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잖아. 힘들진 않았어?”
“확실히 인상에 남는 건.”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엇인가 생각에 골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듯했다.
“한 달 정도 배웠는데, 그 당시 엄청 부끄러웠던 기억이 나. 아빠가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그런 기분이 들어서. 계속 아빠 피해 다니고 그러기도 했어. 근데 끝나고 나니까 어쩐지 아빠랑 더 친해졌지. 그전에는 아빠가 너무 바빠서 사실 우리 둘이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거든.”
나는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한 달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나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하, 한 달씩이나 걸려……?”
“그게 정신적 소모가 심해서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은 못 배워. 그나마 최소 한 달은 교육받아야 하고, 그 후부터는 스스로 연습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숙련될 수 있지.”
리들 교수는 2주 만에 배우라고, 아니 1주가 이미 지났으므로…… 1주 만에 배우라는 건데. 아이작 같이 똑똑한 애도 한 달이 걸렸는데 내가 그 짧은 시간에 오클러먼시를 통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조건부로 나를 살려두긴 했지만, 그 조건이 달성 불가능한 것이라면 그 말은 그냥 나를 살해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식욕이 뚝 떨어져서 포크를 놓았다.
아이작이 하는 이야기를 흘러 들으며 한참을 궁리하다가 쓸모없는 생각은 관두기로 했다. 일단 가능하냐 아니냐는 내가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그렇게 1주일 하는 것, 그 정도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미 내 행위에 있어서의 선택권이 박탈당하니, 사실 고민할 거리도 없었다. 속으로 한숨만 쉬고 있는데, 아이작이 의자에 두었던 양피지를 나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덤스트랭에 보낼 CV. 네가 좀 읽어보고 이상한 부분 있으면 말해줘.”
“넌 이미 합격인데 뭘.”
그는 그 위에 글자를 덧입히면 저절로 오탈자가 교정되는 깃펜을 내밀었다. 나는 아이작이 준 깃펜을 들고 양피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비문 하나 없이 깔끔한 소개였다. 내가 교정해 줄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소한 단어를 몇 개 고쳐주고 그에게 CV를 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곧 그가 덤스트랭으로 교환학생을 가는구나. 일주일 정도 후면 나는 아이작 없이 호그와트에서 생활해야 한다. 그간 느끼지 못했던 묘한 불안감이 나를 감쌌다.
* * *
연구실 문을 열자, 리들 교수는 깃펜으로 양피지에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다. 책상에 시선을 고정한 그는 내가 들어왔음에도 알은 체조차 하지 않았다. 벽난로에서 나오는 흐린 불빛이 그의 속눈썹에 일렁였다. 그가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금방 이를 지워버렸다. 설령 리들 교수의 외면적인 부분일 뿐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은 싫었다.
“저어, 안녕하세요. 교수님.”
내가 조심스럽게 인사해도 그는 대답조차 없었다. 나는 쭈뼛거리며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도 한참 동안 그는 나를 세운 채 방치했다. 어쩔 줄 모르고 책상 앞에 서 있던 나는 연구실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의 천칭이 한 백번은 돈 것 같이 느껴질 무렵 리들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습은 좀 했나?”
“조금요.”
“확인해보지.”
그는 말을 하면서 곧바로 내 머릿속에 침투해왔다. 이번에 그가 건드린 기억은 아이작에 대한 것이었다. 동료애, 우정, 친밀감…… 분명 내가 가지고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외면적 감정들이 먼저 끌려 나왔다. 그 밑에 있는 것들은 정말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나 스스로가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황급히 아이작의 기억을 다른 것으로 교체했다. 그가 나에게 필기를 보여주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하는 좋은 이미지로.
그가 좀 더 깊게 들어오면서 나의 기억을 교란했다. 리들 교수는 내가 약점이라고 여길만한 부분들만 교묘하게 건드렸다. 내가 부끄러워하는 생각, 숨기고 싶어 하는 사념들만 들춰내니 마음이 더욱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급한 마음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여러 가지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였다.
“오클러먼시는 성사 여부는 마법적인 재능에 달려 있지 않아.”
레질리먼시를 거두지 않은 채 무미건조하게 리들 교수가 말했다. 그는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일부러 의도한 것 같기도 했다.
“당사자의 정신력 문제지.”
그것도 책에서 읽었었다. 오클러먼시는 레질리먼시와는 다르게 마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신력에 기반한 것이라고. 그래서 마법적 재능의 정도와 상관없이 누구나 가르쳐 주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에까지는 도달할 수 있다고. 애초에 레질리먼시로 읽을 수 있는 사실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클러먼시를 시전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의 방비만 갖추게 된다면 완벽하게 기억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정신력이 부족했다. 그가 그렇게 집요해질수록 숨이 막혔다. 동시에 꺼내는 기억들이 많아지면 절로 마음이 다급해졌고, 그런 상태에서 정신력이 흐트러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만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강도가 집에 들어와 집을 흩뜨려놓는데도 아무것도 못 하고 무력하게 지켜보고만 있는 기분이었다.
강하게 압박하던 레질리먼시가 어느새 거두어졌다. 그제야 나는 물에서 금방 나온 사람처럼 헉헉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들 교수와의 정신연결이 끊기자마자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더는 서 있을 수 없었다. 불규칙적인 호흡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며 고개를 들었더니, 그는 다소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약해서 어디 써먹을 데가 있을지 모르겠군.”
그 와중에도 나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듯 얼굴이 붉어졌다. 이미 그에 의해 나의 모든 것이 까발려졌음에도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무력하다는 느낌은 끊임없이 나를 잠식했다. 숨을 고르고 겨우 일어나자마자 리들 교수는 다시금 강한 레질리먼시로 나를 압박했다. 뇌에서 전류가 흐르는 기분이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마치 뇌세포가 멈춘 듯 정신이 약간 멍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삐익─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했다. 심지어 내가 기절했다는 사실조차 깨어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는 내가 한 번 기절한 후에야 교습을 멈췄다.
리들 교수의 연구실에서 나와 기숙사로 천천히 걸어갔다. 뇌가 타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복도 창 쪽을 따라 걸으며 나는 창밖의 달을 바라보았다. 보름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외로워 보였다. 복도를 따라 걷다 말고 보름달을 바라보다가, 정원 쪽에 서 있는 블랙을 발견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나는 반가운 나머지 그 자리에서 바로 일 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계단 손잡이를 잡고 겨우 내려가야 했다. 혹시나 블랙이 떠나가 버릴까 봐 마음이 다급했다. 다행히도 블랙은 먼 곳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블랙!”
내가 그를 부르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반가움을 표하며 내가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요즘 왜 그렇게 나타나지 않았던 거야? 보고 싶었어.”
보통 개들은 조금 친해지면 꼬리를 흔들거나 혀로 핥는 둥 애교를 부리는데, 얘는 나를 알아본 것 같으면서도 뚱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직 나에 대한 친밀도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닌가 보다, 하고 지레짐작하고 나는 블랙 쪽으로 걸어갔다. 그래도 그와 나의 거리가 이전보다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도 않았고,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먼저 피했는데, 지금은 내가 가까이 가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렇게 밤에 보는 건 처음이구나. 왜 이 시간에 나온 거야?”
나는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나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의 옆에 앉아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다. 호그와트에서 봤던 것보다 정원에서의 달은 더 선명해 보였다.
“난 달이 좋아. 특히 저렇게 가득 찬 보름의 달이 정말 좋아. 무척 아름답거든.”
나는 손으로 달을 가리켰다. 블랙이 내가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봐도 영특한 개였다. 걱정 같은 것은 없어 보이는 그 느긋한 모습에 나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넌 고민이 없어서 정말 좋겠다. 나는 요즘 목숨을 위협받고 있거든.”
그렇게 말했다가 순간 후회했다. 리들 교수가 후에 나의 기억을 읽고 어떠한 형태로든 고문할지 모른다. 갑자기 그가 뱀에게 크루시오 저주를 내렸던 장면이 생각났다. 살짝 몸을 떨고는 말했다.
“마법사로 산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어. 내가 머글 학생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생각할 일은 없었을 텐데. 그렇지?”
블랙은 대답 없이 앉아서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보름달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별빛처럼 빛났다. 그를 보니, 동물로 사는 것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걱정 없고, 생각 없고. 얼마나 좋아.
“나도 동물이 되고 싶어. 애니마구스를 얼른 배워야겠어. 동물이 되면 대화가 되려나? 내가 개의 애니마구스가 되면 너와 대화할 수 있을까?”
말하다 보니 궁금해졌다. 애니마구스가 되면 같은 종의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될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맥고나걸 교수님께 물어봐야겠다.
리들 교수에 대한 기억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던 것은 블랙 덕분이었다. 나는 기숙사 출입제한시간이 될때까지 그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블랙과 있는 것만으로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 작품 후기 ============================
코멘트들이 너무 재밌어서 한참을 웃었어요ㅋ_ㅋ!!
로웨나는 죽을 뻔 할지는 몰라도 한 동안은 살아있을 예정이니 다들 마음 놓으세요..
선작 하시고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 추천 해주시는 분들, 매번 코멘트 남겨주시는 분들 다 감사드립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