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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1 - (15)
할로윈이 지나고 주말 동안 나는 조용히 기숙사에서만 지냈다. 괜히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리들 교수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조금 숨이 막힐 때에는 리들 교수의 연구실 반대편에 있는 정원을 혼자 걸었다. 블랙을 만나기를 기대했으나 주말 내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며 그의 흔적을 찾다가 결국 포기했다.
하루 온종일 리들 교수의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잠깐 잊고 있다가도 갑자기 불안해져서 주변을 둘러보곤 했다. 때때로 휴게실을 지나가면서 래번클로 학생들의 생기 있는 웃음소리를 들을 때면 우울해졌다. 나의 인생은 한 번의 사건으로 스릴러가 되었는데, 그들은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저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싶어서.
다행히도,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지 일주일이 훨씬 지났음에도 아직 별다른 일은 없었다.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 자가 갑자기 기숙사 침대 앞에 나타나 저주를 걸지도 않았고, 죽음을 먹는 자들이 복도에서 나를 습격하는 일도 없었다. 나 혼자만 긴장하고 있었을 뿐 너무나도 평온한 일상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때의 기억이 나의 환상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먹었던 약이 애니마구스가 되는 약이 아니라, 동물로 변하는 환상을 보게 만드는 약이었을지도 모른다. 하긴, 그게 더 설득력 있었다. 고위 마법인 애니마구스가 고작 마법약 하나 먹는다고 쉽게 가능할 리 없었다.
그래서 다음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은 이전보다도 더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가하지는 않았고, 리들 교수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이전만큼의 긴장감은 없었다. 이쯤 되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가 나에게 해를 가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리들 교수는 오늘 마법 생물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며, 마법 생물로부터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피하는 방법에 관한 수업을 했다. 그는 확실히 어둠의 마법에 대해 꽤 전문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론 수업 대부분이 방어술보다는 어둠의 마법에 치중이 경향이 있었다.
앞자리에 앉은 저 여학생들은 리들 교수가 설령 어둠의 마법을 가르친다 하더라도 군말 없이 배우겠지. 나도 얼마 전까지 저들 중 하나였으니까 딱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단지 그들이 과연 리들 교수의 정체를 알고도 저렇게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너 진짜 이제 리들 교수한테 관심이 없구나.”
수업 도중에 아이작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 나는 혹여 리들 교수에게 눈에 띄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서, 긍정의 의미로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이유가 뭔지 캐물을 기세였다. 대답하기가 싫어, 나는 못 들은 척 칠판 쪽을 바라보았다. 어떤 수업을 하는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리들 교수는 치유되지 못하는 종류의 상처를 남기는 몇 가지 어둠의 마법을 언급하며 수업을 끝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전 시간에 말했다시피, 양피지 10인치 분량의 주문 반사 과제 제출일이 다음 수업시간까지니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는 과제에 관련하여 주의해야 할 사항을 학생들에게 고지하고는, 불현듯 말을 덧붙였다.
“아, 로웨나 블루로즈 양? 전달사항이 있으니 잠시 교실에 남아주세요.”
그가 나의 눈을 마주치고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그대로 몸이 굳었다. 왜? 날? 왜? 아무리 생각해도 리들 교수가 나를 따로 볼 일은 없었다. 아이작을 쳐다보니, 그도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하나 둘 씩 교실을 빠져나가자, 나의 두려움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학생들과 함께 있었을 때 여기는 안전한 공간이었다. 그런 내 불안을 쉬이 눈치채지 못한 듯, 아이작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먼저 연회장 가 있을게. 그쪽으로 와.”
나는 무섭다고 그에게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교수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마치 목숨을 위협받는 것처럼 두려워하지 않을 테니까. 남아있는 학생의 수가 줄어들 때마다 피가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스테이시가 나가면서 안나에게 무엇인가를 소곤거리는 것이 보였다. 분명, 리들 교수가 나를 따로 부른 것에 대해 뭔가 불만의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녀는 이것을 나를 향한 불합리한 편애라 생각하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에게 나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나와 리들 교수 단 둘만 남겨 두지 말라고.
하지만 내 염원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금방 교실을 떠났다. 스테이시를 마지막으로 교실에는 리들 교수와 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지팡이를 들어 교실 문을 닫았다. 내가 그를 바라보자, 리들 교수가 나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단상 쪽으로 걸어가 리들 교수와 일정 거리를 두고 섰다.
긴장의 기색을 숨기며 나는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요즘 몸은 좀 괜찮은가요?”
그는 붕대를 감은 손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리들 교수의 다정한 목소리에 다시 익숙해지기가 어려웠다. 내 안부를 물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지만, 여상스러운 듯 대답했다.
“아, 네…… 조금 피곤했는데, 나아지고 있어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떨림을 숨기기 위해 조금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있었다.
“너무 무리하진 말아요.”
“네, 알겠습니다.”
리들 교수는 평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아끼는 제자의 안부를 묻기 위해 부른 것 같기도 했다. 별일 아닌 건가? 긴장의 고삐를 조금 늦추려는 순간, 그가 말을 던졌다.
“그런데, 블루로즈 양은 최근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더군요.”
날카로운 칼날이 목구멍 앞에서 겨누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찔릴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심장이 급박하게 뛰는 것을 고스란히 느꼈다. 떨리는 손을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등에서부터 뜨거운 체온이 올라왔다. 그는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의식하지도 못한 채 나는 뒷걸음을 쳤다.
“예? 무, 무슨 소리신지…….”
“특히 저에 대해서 말이죠.”
리들 교수가 좀 더 가까이 다가왔지만, 나는 더 이상 멀어질 곳이 없었다. 마치 코너에 몰린 먹잇감이 된 기분이었다. 당장에라도 삐져나올 것 같은 울먹임을 삼키고 나는 의연한 척 대답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시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해주지요, 블루로즈 양."
그는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으나, 나에게 그것은 디멘터의 숨결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영혼이 빨려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는 좀 더 나에게 다가왔다. 키스를 한다고 해도 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리들 교수가 나와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말했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잖아. 그렇지 않나?”
Part 1 The End.
============================ 작품 후기 ============================
드디어 Part 1 끝입니다!
로웨나 블루로즈는 사실 이 장면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오타나 부자연스러운 표현을 잡는다고 몇 번씩 읽다보니 이제 제 글이 재밌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쓸 때는 신나하면서 썼는데. 여튼 여러분에게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로웨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는 예휜님의 코멘트에 답변 드립니다!
로웨나 블루로즈 Rowena E. Bluerose
- 진갈색 머리에 연갈색 눈동자.
- 살짝 곱슬기가 있는 머리카락이지만 지저분하진 않습니다.
- 피부는 흰 편. 잡티가 조금 있지만 깨끗한 편이구요.
- 키는 167cm 정도에 몸매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영국 여자애라서 노출하거나 몸매를 드러내는 옷은 잘 입지 않습니다.
- 항상 교복을 갖춰 입고, 머리는 묶을 때도 풀 때도 있지만 척 봐도 차분해 보여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 로웨나의 이미지는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나오는 앤 해서웨이 변신후에 가까웠어요. 근데 인터넷에 그 사진이 별로 없군요. 찾다보니 악마는 프라다에 입는다에 나오는 앤 해서웨이와도 조금 이미지가 흡사한 듯합니다.
사실 외향묘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하기가 좀 죄송스러운 면도 있어요. 읽으시는 분들이 상상하는 이미지가 있을테니까요.. 읭? 내가 생각했던 로웨나랑은 다른데? 하시는 분들은 그냥 원래 상상하던 로웨나를 생각하며 읽어주시길 바래요!
해리포터 패러디 쓰시는 분들도 이렇게 하는지 궁금한데, 여담이지만 로웨나의 시간표도 짰습니다.. 아무래도 애가 학구열이 불타는 애라서.. 수업듣는 얘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로웨나의 시간표 맞추는 이벤트도 하고 싶은데 참여율이 저조해서 힘들 것 같군여 ㅋㅋㅋㅋㅋㅋㅋ
Part1은 사실 저에겐 기승전결의 '기'같은 느낌이에요. 이제 이야기 시작한다? 하는 서론이자 도입부 ㅎㅎㅎㅎ 일주일동안 도입부를 열심히 달렸으니, 저는 조금만 쉬다 오겠습니다.
코멘트, 선작, 추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 일요일 뵐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