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웨나 블루로즈-7화 (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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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1 - (6)

방에 들어와서 생각해보니, 아이작은 내가 기숙사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것 같았다. 내가 언제까지 돌아오겠다는 말이 없었으니 걱정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그를 기다릴 요량으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보통 아이작이 대연회장에 먼저 도착해 예언자 일보를 읽고 있으면, 내가 느지막하게 일어나 급하게 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아침부터 휴게실에 앉아 아이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휴게실은 평소에 비해 한산했다. 나름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기다리지 않아 아이작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불렀다.

“아이작! 같이 가.”

“뭐야, 오늘 일찍 일어났네?”

“너랑 같이 아침 먹으려고.”

그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인데? 나는 믿어달라고 말하며 그와 함께 대연회장으로 걸어갔다. 현관홀까지 걸어가면서, 그는 어제 왜 그렇게 늦게 들어왔느냐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과제 했어, 정말. 시리우스 블랙이랑 내가 대체 뭘 하겠어.”

“머글 연구 과제가 뭐 할 게 있다고 세 시간이 넘게 하냐?”

나는 혹여 지나가던 시리우스가 들을까 봐, 혹은 누군가 그에게 전할까 봐서 목소리를 낮춘 채 귓속말로 말했다.

“블랙이 전혀 아는 게 없어서 내가 다 설명해주느라.”

“뭐야, 그건 공동과제가 아니라 그냥 너의 일방적인 교습이잖아.”

래번클로 테이블에 앉으면서 아이작이 투덜거렸다. 그가 의자를 당기자마자, 그의 부엉이 셰벗이 기다렸다는 듯 우아하게 그의 어깨에 내려앉더니 입에 문 예언자 일보를 테이블에 툭 떨어뜨렸다. 아이작은 한 손으로는 어깨에 앉은 부엉이를 쓰다듬으며, 한 손으로 예언자 일보를 펼쳤다.

1면에는 국제 마법 협력부에서 국제 마법 무역 기준을 통과시켰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이에 따라 전에는 무역이 금지되었던 위험 등급 XXXX의 동물들의 국제적 교역이 허용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별 쓸모도 없어 보이는 내용을 아이작은 아주 유심히 읽고 있었다.

나는 이내 예언자 일보에 관심을 끄고 아침을 먹었다. 오늘 수업이 오전에 약초학이랑 마법수업이었지? 생각해보니 아침에 일찍 나오느라고 마법 교과서를 들고 오지 않았다. 약초학 수업 마치자마자 교실을 이동해야 하므로, 책을 가지고 올 시간은 아침 시간밖에 없을 것 같았다.

“나 마법 교과서 안 들고 왔어. 갔다 올게.”

“소환 마법 쓰면 되잖아. 왜 다녀와.”

“이렇게 먼 거리에서 써 본 적은 없어. 거기다가 기숙사 창문까지 닫고 와서 책이 혼자 나올 수 없을 거야.”

얼마 전에 마법 시간에 배운 소환 마법인 아씨오를 아이작은 1학년 때부터 써왔다. 그래서 그는 웬만한 거리에 있는 물품들은 쉽게 소환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소환 마법을 보통 대상 물체가 내 시야에 있을 때에만 사용하곤 했으므로, 보이지 않는 먼 곳에 있는 물건을 소환하는 것은 다소 불안했다.

나가는 길에 둘러보니 시리우스가 그의 친구들과 아침을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제 웬만한 자료는 찾았으니 어떤 식으로 발표할지 얘기를 해봐야 할 텐데. 제출 기일을 생각해보니, 다음 머글 연구 시간에 만나서 얘기해도 많이 늦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날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회장을 나갔다.

* * *

머글 연구 수업이 있는 금요일까지 시리우스와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와 4층 복도에서 마주쳤다. 저녁에 있을 천문학 실습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나오는 길이었다.

“안녕하세요.”

바로 어제 봤는데도 또 뭔가 거리감이 느껴져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는 제임스가 아니라 갈색 머리의 약간 창백해 보이는 그리핀도르 남학생과 함께 있었다. 저 사람도 마루더즈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이름은 잘 모른다. 작년 학년 수석을 했다는 얘길 선배들을 통해 들은 적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루핀이던가.

“어, 잘됐다. 안 그래도 너 찾았는데.”

왜 나를 찾았지? 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머글 연구 과제 그거 이번 주까지 끝낼 시간 있냐?”

“저야 상관없긴 한데, 가능할까요?”

“이번 주 내내 만나서 다 끝내버리자. 어때?”

어차피 지금은 급한 과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솔직히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그걸 끝내버리면 마음이 편하긴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의 의사를 표했다. 우리는 오늘 오후 수업을 마치고 다시 한 번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 * *

과제 때문에 몇 번을 시리우스와 만나면서, 머글 서가 옆 테이블은 우리의 지정석이 되었다. 이쪽 서가까지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온다 해도 테이블이 숨어져 있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올 때마다 이 자리는 항상 비어있었다. 위치가 꽤 괜찮은데. 시험 기간에 앉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 번을 만나서 정리를 한 끝에 발표 내용에 관한 부분은 거의 마무리되었다. 시리우스가 발표를 담당하기로 했고, 자료는 내가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함께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발표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 작성을 하는데 주로 시간을 보냈다.

보고서 작성이라고 해봤자 거의 책 내용 베끼기에 다름없었다. 지루하게 헬리콥터에 대한 내용을 적다가 내가 물었다.

“근데 시리우스,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왜 4학년 수업을 듣는 거예요?”

그는 책에 있는 내용을 양피지에 옮기며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대답했다.

“참 빨리도 묻는다.”

“뭐…… 우리가 그런 거 물어보고 그럴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지금도 친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하지만 그 말은 삼키고 나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선택과목으로 점성술 들었는데 못 들어 먹겠더라.”

“머글 연구 수업도 딱히 잘 듣는 거 같진 않은데…….”

움직이던 깃펜을 멈추고,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얘가 언제부터 이렇게 맹랑했지?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한소리 들을까 봐 급히 말을 이었다.

“그럼 그냥 5학년 머글 연구를 들으면 되잖아요.”

“들어, 5학년 머글 연구. 그런데 빌헬름 교수가 4학년 수업을 안 들으면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올해 둘 다 듣는 거야.”

머글 연구가 지난 학년 수업을 들어야만 꼭 다음 학년 수업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올해 들어 급격히 줄어버린 수강생을 뻥튀기하고자 빌헬름 교수가 그런 요구를 한 것이 아닐까.

우리의 대화가 다시 끊겼다. 시리우스는 그렇게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다. 나도 그랬고. 한참을 조용히 필기만 하던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5학년 땐 O.W.L 있잖아요. 4학년 머글 수업까지 들으면 좀 힘들지 않을까요?”

“남 걱정 하지 마시죠. 알아서 해.”

뭐야. 그의 가시 돋친 대답을 들은 순간 기분이 나빠져서 입을 꾹 다물었다.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조용한 도서관 가운데서 들리는 사각거리는 깃펜 소리가 익숙해질 무렵, 시리우스가 툭 말을 던졌다.

“너 유명하더라.”

“예?”

“본즈랑 사귄다며?”

어디서 무슨 말을 들어 온 거야? 나는 머글의 운송수단 중 가장 혁신적이라 불리는 우주선에 대해 쓰면서 설렁 되물었다.

“누가 그래요?”

“그리핀도르에 그렇게 소문이 났던데.”

“아니에요. 그냥 친한 거지.”

사실 래번클로 내에서도 사귀느냐고 물어오는 애들이 많아서 이제 더 이상 해명하기도 귀찮았다. 깃펜에 잉크를 너무 많이 묻혔더니 글씨가 번졌다. 아, 역시 깃펜은 앤더 훅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소문엔 본즈가 널 그렇게……”

잉크를 닦다가, 그의 말을 제대로 못 들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되물었다.

“예? 본즈가 뭐 어쨌다구요?”

“아냐.”

마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시침 뚝 떼고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어졌다. 우리 둘은 별로 영양가 없는 잡담을 주고받으며 보고서를 끝냈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여덟 시 정도였다. 내일 머글 연구 수업이 있었으므로 굳이 오늘 밤늦게까지 함께하며 마무리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내일 마저 끝내기로 하고 헤어졌다.

* * *

아이작이 장갑을 낀 손으로 보부투버를 들어 올렸다. 보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징그러운 종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어떤 마법사가 이걸 종기로 짜서 약재로 사용할 생각을 했을까?”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다른 학생들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나는 아이작을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종기에 손이 닿았다가 살갗이 부풀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스프라우트 교수님은 모든 학생들이 장갑을 끼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장갑의 착용 여부를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이렇게 징그러운 걸 맨손으로 만질 생각을 할 사람은 필리다 스포어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다른 기숙사에까지 유명한 래번클로의 약초광이었다. 기숙사 방의 책상과 창가에는 물론 옷장에까지 약초를 키우는 덕에 룸메이트들은 꽤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얘기를 흘러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이 정도는 약과지. 우린 플로버웜의 점액 분비물도 추출했었잖아?”

“으으, 그건 생각하기도 싫어.”

재작년 마법약 시간을 생각하며 나는 몸서리를 쳤다. 그때 요한이 구역질을 하기 시작한 후로 몇 명의 학생이 진짜 토를 했다. 안 그래도 비위가 상하는데 옆에서 토를 하고 있으면 같이 역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토기가 올라오는 걸 참느라 상당히 고생했다. 그건 진짜 내 정신력과의 싸움이었다. 플로버웜의 점액 분비물은 짜낸 직후 정확히 3분 동안 끓여야 했기 때문에, 토를 해버리면 그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진짜 기절 직전에 갈 정도로 혼미한 기분으로 시계만 바라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아이작이 내 옆에 가까이 와서 조용히 물었다.

“그 지긋지긋한 머글 연구 과제는 언제 끝나?”

그때, 대각선에 있는 테이블에서 안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스테이시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더니, 그녀에게 뭔가 말하는 것 같았다. 스테이시가 뒤를 돌아서 내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어쩐지 아이작과 필요 이상으로 붙어 있다는 것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교과서를 확인하는 척 아이작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왜, 내가 저녁에 안 놀아주니까 심심해?”

“어. 너무 외로워.”

의미는 애절한데 말투는 무미건조해서 나는 낮게 웃음소리를 냈다. 사실 그가 외로울 리는 없었다. 래번클로 휴게실에 앉아 있기만 해도 선배고 후배고 그에게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던지고 가곤 했으니까.

“안 그래도 오늘 끝나. 저녁에 휴게실에서 같이 천문 과제나 할까? 나 금성의 행성 궤도를 잘 못 그리겠어.”

아이작은 동의의 뜻으로 고개만 끄덕였지만, 나는 그가 눈에 띄게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시리우스와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좋은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그래 봤자 일주일만이었지만─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어서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기를 짜는 것 보다 미끈하고 물렁한 보부투버의 몸을 잡고 있는 것이 더 싫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작이 기분이 나아진 틈을 타 보부투버를 쥐고 있는 일을 그에게 맡겼다. 종기가 튀지 않아야 할 텐데. 나는 온 신경을 거기에 쏟으며 종기를 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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