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웨나 블루로즈-3화 (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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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로웨나 블루로즈

김아흔

Part 1 - (2)

마법약 수업 다음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이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은 천장이 매우 높은 홀 모양이었는데, 환기도 잘되지 않는 지하의 교실에서 마법약 냄새를 맡고 있다가 넓은 공간으로 오니 절로 숨이 트였다. 리들 교수는 정확히 수업 시작 시간에 맞춰 들어왔다. 어두운 톤의 셔츠에 남색 블레이저 차림이었다. 아직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아서인지 망토는 두르지 않았다.

앞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나는 리들 교수의 정갈한 복장을 훑으며 눈을 빛냈다. 그는 출석을 부를 때 슬리데린이고 래번클로고 한 명 한 명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다 확인했다. 그런 모습이 학생 모두를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리들 교수에 대한 나의 호감도는 더 상승했다.

이윽고 출석이 끝난 후, 그는 학생의 명부가 적힌 양피지에 대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명부는 스스로 돌돌 말려 교단 쪽에 있는 서랍으로 들어갔다. 지팡이를 갈무리해 집어넣고, 그가 단상으로 올라갔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톰 마볼로 리들 교수입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라는 흥미로운 과목을 맡게 되어 매우 기쁘군요. 여러분은 아마 3학년까지 어둠의 생물에 대해 배워왔겠지만, 올해부터는 주로 저주와 방어마법 대해 배우게 될 것입니다. 각종 저주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실습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고요.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수업을 듣는 여학생의 8할가량은 그가 이번 학기에는 헝가리 혼테일을 잡는 실습을 한다고 말해도 수긍할 기세였기 때문에, 별다른 질문이 있을 리 없었다. 부정할 수 없게도 나 또한 그중 하나였다. 호그와트의 마법 수업은 질이 좋기로 유명했지만, 깐깐한 노처녀, 반쯤 고블린의 피가 섞인 할아버지, 혹은 유령에게 수업을 듣는 것이 다소 따분하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리들 교수의 말에 몇몇 학생이 퀴즈나 과제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별달리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질문 시간이 끝나자 그는 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좋습니다. 첫 번째 챕터를 펴시고, 우선 저주에 관한 이론부터 먼저 배워야겠군요.”

그는 지팡이를 휘둘러 교실의 창을 한꺼번에 닫았다. 순식간에 햇빛이 차단된 교실에 어둠과 함께 적막이 내렸다. 옆 사람의 얼굴 윤곽만 겨우 알아볼 정도로 어두워졌다. 그는 지팡이를 한 번 더 휘두르더니 서 있는 단상 근처에 영화관의 스크린과 같은 환영을 띄웠다. 아즈카반의 죄수였다. 어둠 속에서 죄수복을 입은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그르렁거리는 환영이 또렷하게 비쳤다. 앙상한 양팔은 벽에 쇠사슬로 고정되어 있었고, 발목에는 굵은 쇠고랑을 차고 있었다.

나는 주변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몽롱한 표정으로 같은 것을 보고 있는 듯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잘 모르긴 하지만 저 정도의 정신계 마법은 아무나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학생 육십여 명을 상대로 저렇게 선명한 환영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만들다니.

“마법사 혹은 머글에게 저주를 사용하여 치명적인 해를 입힌 마법사는 위즌가모트의 판결에 따라 아즈카반에 수감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저주마법이 빈번하게 사용되는 곳이 바로 아즈카반이라는 사실이죠.”

그 환영은 너무 현실감이 넘쳐서, 진짜 죄수 한 명이 앞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예전에 플리트윅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지나가는 식으로 얘기하기를, 환영 마법은 그 술자의 실력이 뛰어날수록 정교해진다고 했는데. 환영 마법을 얼마 본 적이 없어서 저게 어느 정도 정교한 것인지 쉽게 평가 내릴 수는 없었지만 아마 교수가 주문을 외는 모습만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저 남자가 내 앞에 실재하는 사람이라 믿었음이 틀림없다.

“보통의 마법과는 달리 어둠의 마법은 적은 효율로도 큰 파괴력을 가집니다. 그중에서도 저주는 가장 큰 힘이죠. 그리고 큰 힘에는 책임과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어둠의 마법은 시전자의 영혼을 파괴한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는 슬리데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한 사람을 지적했다.

“라울군, 알고 있는 저주 마법이 있습니까?”

“…임페리우스 저주를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지적당한 토르핀 라울은 다소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당장에 생각나는 마법을 댄 것 같았다.

“어떤 저주마법이죠?”

“상대방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저주입니다.”

그는 곧 슬리데린에 점수를 줬다.

“임페리우스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세 가지 용서받지 못할 저주 중 하나입니다. 라울군이 이야기해 주었듯이, 살아있는 어떤 것이든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마법이죠─ 임페리오.”

리들 교수는 갑자기 저주 중 하나를 죄수를 향해 시전했다. 기묘하게도 나는 그가 그 주문을 외칠 때, 마치 그 저주마법을 몇 번 사용해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매달려 있던 죄수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자, 나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시선을 두었다. 정말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라, 누군가 손으로 입을 벌려 억지로 성대와 근육을 잡아당기는 듯 작위적이기 짝이 없는 웃음이었다. 그 모습에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 나뿐만은 아닌지, 몇몇 학생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제대로 먹지 못한 듯 힘없고 깡마른 죄수의 웃음소리는 나중에는 거의 꺼져갈 듯한 느낌이었다. 타의에 의해 억지로 뱉어지는 기괴한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리들 교수가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그럼 본즈군. 왜 임페리우스 저주가 ‘용서받지 못할 저주’라고 불리는지 알고 있습니까?”

“저주를 당하는 당사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아이작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임페리우스에 걸린 사람은 자유 의지를 잃고 저주를 건 시전자의 지배와 명령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크루시오, 방어 주문도 통하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살인 저주라 볼 수 있는 아바다 케다브라 등 세 가지 저주는 저주를 당하는 당사자에게 극악한 고통과 해를 끼칩니다. 그래서 용서받지 못할 저주라고 불리는 것이고요.”

“좋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이군요. 래번클로에 10점입니다.”

그는 가볍게 지팡이를 휘둘러 죄수에게 크루시오 마법을 걸었다. 꺽꺽거릴 만큼 웃어대던 죄수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홀이 커서인지 그의 비명이 교실 전체를 울렸다. 이쯤 되니 가장 앞자리에 앉은 나는 살짝 공포심에 질렸다.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환영 속의 죄수가 몸부림을 치는 통에 금방이라도 그를 묶고 있는 족쇄가 풀려 내 앞으로 달려들 것만 같았다. 거기다 앞에서 비명을 지르는 죄수의 모습은 내가 어릴 적 보았던 머글 공포영화 속 괴물보다 더 기괴해서, 사실 수업만 아니면 눈과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였다.

불안한 눈빛으로 옆자리에 앉은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서워하는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책상 아래로 손을 잡아 주었다.

“세 가지 저주가 용서받지 못할 저주로 분류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마법들의 효과가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고 싶다는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크루시오 저주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대상에게 고통을 주고 싶다는 확연한 의지가 있어야 하며, 임페리우스 저주는 상대방을 제 손아래에서 직접 제어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야 발현됩니다.”

리들 교수가 말을 이었다.

“그러므로 이 저주가 효과를 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술자의 악의를 그대로 반증하는 것이지요. 그 결과만큼이나 의도 자체도 ‘용서 받지 못할’ 종류의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리들 교수가 환영 쪽으로 눈을 돌렸다.

“환영이긴 하지만, 크루시오를 사용했을 때 상대방은 이 이상의 격렬한 반응을 보입니다. 아즈카반에서도 크루시오 마법은 고문할 때를 제외하고는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닙니다. 실제로도 빈번하게 시전되는 종류의 저주마법은 아니지요. 진짜 상대방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저주 마법이 있으니까요.”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팡이를 들어 죄수를 겨누었다.

“아바다 케다브라.”

비명을 지르던 죄수는 단말마의 신음 소리를 내고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살아 있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인형을 조종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순식간에 교실은 고요한 침묵에 휩싸였다. 미동 하나 없이 매달린 죄수를 바라보다가 리들 교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또한 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환영일 뿐인 영상에 어떤 감정을 담는다는 것도 이상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그는 곧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떠 있던 환영이 사라졌다. 리들 교수는 교실 바깥을 돌면서 지팡이를 이용해 창문을 하나씩 열기 시작했다. 햇빛이 들어오면서 교실 전체를 채우던 압박감이 옅어졌다. 숨죽여 있었던 학생들이 다시 숨을 내쉬었다.

다시 밝아진 교실에서 리들 교수는 세 가지 주문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각자의 특징을 상세하게 열거했다. 이어서 그러한 저주가 정신계 고문으로 악용되는 사례와 강력한 정신계 고문 마법에 미쳐버린 몇몇 마법사의 사례를 말해주었다. 나는 그의 한마디라도 놓칠까 필기를 하면서도 리들 교수와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앞 보다는 뒤쪽을 쳐다보면서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 앉아 있는지조차 모르는 눈치였다. 아마 지금쯤 출석 때 불렀던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수업은 저주 사례에 대한 추가적인 과제를 내주며 끝났다. 수업이 조금 늦게 끝난 편이었기 때문에 점심을 먹을 시간이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대연회장에 걸어가면서 나는 잔뜩 흥분한 채 아이작에게 물었다.

“원래 교수직을 맡을 정도면 저 정도의 정신계 마법은 구사할 수 있는 거야?”

“흠, 리들 교수님의 정신계 마법은 굉장히 뛰어난 게 맞는 것 같아. 예전에 마법집행부에서 봤던 환영도 저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역시. 나는 참지 못하고 리들 교수에 대한 찬사를 뱉어냈다.

“그렇지? 그런 거 맞지? 리들 교수님 진짜 멋있는 것 같아. 뭔가 분위기부터 압도적이야.”

“진정해, 로웨나. 너 이러다가 마법의 약 시간에 아모텐시아라도 만들 기세야.”

“좋은 의견인데?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어.”

나는 진심으로 그의 수업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리들 교수는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있었다. 분명 호그와트에서 갓 알에서 깬 병아리 같은 우리들을 상대하기보다는 더 위대한 일을 이룩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아마도 여학생, 남학생을 불문하고 끌어들이는 그 매력은 비범함에서 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가 오늘 보여주었던 몇 가지 마법만으로도 나는 그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모든 것을 전수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이번 학기에는 리들 교수님이 수업 때마다 언급하는 애제자가 되어야지! 나는 아이작에게 반드시 교수님이 내 이름을 기억하게 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 * *

점심을 먹고 급하게 향한 고대 룬 문자 수업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그다음은 머글 연구 수업이었다. 아이작은 같은 시간에 산술점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그와 헤어져 호그와트 성을 나왔다. 머글 연구 교실은 작년과 다르게 호그와트 성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북쪽 성 1층이었다.

그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들을 딱히 찾기도 귀찮았기 때문에 나는 혼자 가기로 결정했다. 오후 늦은 수업이라서 산책이라도 하듯 느긋하게 잔디밭을 걸어갔다.

며칠 비가 내리지 않아서인지 잔디가 퍼석하게 밟혔다. 아쿠아멘티를 써서 물을 좀 적셔줄까도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아쿠아멘티는 이렇게 넓은 면적의 땅을 위한 마법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 잔디를 다 적실 만큼의 물을 뿌리는 마법은 덤블도어 교수님쯤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북쪽 성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멀지 않은 나무 앞에서 검은 개를 발견했다.

호그와트에 개가 있었던가? 개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분에 우리 집 마당에서는 개를 다섯 마리 정도 길렀다. 그 개들에게 밥을 주는 것이 내 담당이어서, 나는 항상 개만 보면 친근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까만 개는 처음 본다. 좋은 혈통을 가진 것임이 분명한 검은 개는 멀리서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천천히 다가가자 은회색의 눈동자에서 경계의 기미가 보였다. 하지만 나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유기견과도 쉽게 친해질 만큼 개가 익숙하다. 처음 만난 개에게 너무 빨리 다가가면 안 된다.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느리게 다가갔다.

나는 속으로 궁리했다. 개에게 이름을 정해서 계속 부르게 되면, 그 개는 그 이름이 자신을 칭하는 의미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를 보자마자 단번에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다.

경계하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멈춘 내가 조심스레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 블랙. 난 로웨나라고 해.”

별다른 고민 없이 그냥 붙인 이름이었지만, 나는 블랙이라는 이름에서 도는 느낌이 그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특이하게도 이 검은 개는 자기를 부르는 호칭에 도리어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개에게 좀처럼 보이지 않는 행동양식이다. 누가 키우는 개인가?

“넌 어디에 사니? 주인은 있어?”

그러고 보니 발육 상태라나 털의 윤기를 보면 숲에서 사는 개는 아니었다. 블랙은 그 자리에서 바로 숲 방향으로 도망갔다. 날 처음 보는 거라서 그런가? 사람을 낯설어하는 개 같지는 않았는데.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으나 굳이 그 검은 개를 쫓지는 않았다. 어쩐지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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