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시아-111화 (111/113)

111화

<1. 4살 아들과 남편, 그리고 나>

“아빠.”

“아바마마입니다, 오르딘.”

옆에서 토를 다는 유모를 샥, 무시한 리이단이 이리하의 품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말했다.

“아빠 언제 와요?”

“음… 열네 밤 지나고 나면 올 걸.”

유모인 코트니가 나를 바라보면서 애타는 얼굴을 했지만, 내 말도, 이리하의 말도 안 듣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바둥거리는 네 살짜리 아들의 심기를 거슬러 좋을 게 없었다. 아빠라고 불러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난 내 아들이 무섭기 때문에, 요즘.

“열네 밤이나 지나야 해요?! 안 가면 안 돼요? 가지 마, 가지 마아.”

“아빠가 안 가면 리이단 과자도 못 사오고, 그리고 장난감도 못 가지고… 그리고 샤샤 먹이도 없을 건데.”

“…그럼 어쩔 수 없지. 근데 있잖아요, 얼마 전에 재상이 뭐 읽는 거 봤는데 있잖아요.”

제 아빠의 등에 기어올라 목마를 탄 리이단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걸 보고 있자니 어째 재규어인 샤샤랑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것 같기도 하고.

“얼마 전에 그, 이동 마법진이 고장 나서 위험했대요. 그니까 아빠는 죽지 말고 살아 돌아와야 해요, 알았죠? 꼭이야.”

저절로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저 말은 언제까지 할 건지. 어지간히 걱정이 됐나 보다. 누가 애한테 저런 얘기를 해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나마나 국제 정세를 알아야한다면서 알려준 거겠지. 덕분에 북부에 일이 있어 잠시 다녀와야 하는 이리하가 매일같이 아이에게 살아서 돌아와야 한단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빠가 살아 돌아오기는 할 건데… 아들, 네가 자꾸 그런 이야기 하니까 진짜 죽을 것 같잖아.”

“아냐, 죽지 말라고 이렇게 말하는 거잖아.”

아빤 말도 못 알아듣고! 리이단이 내려달라고 재촉해 이리하가 내려주자 냉큼 과자를 반으로 쪼개 먹고 있는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엄마 뭐 먹어요?”

“이단이가 아까 안 먹겠다고 한 거.”

“아냐, 둘 다 먹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못 먹게 한 거예요.”

“그렇지. 근데 원래 두 개 중에 하나만 먹기로 엄마랑 약속 한 거잖아.”

그 말은 또 맞는 말이라 뚱하니 한참 서있던 아이가 내 옆에 털푸덕 주저앉더니 내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아~ 리~이단도 먹고 싶다~ 까까가 먹고 싶다~ 내가 아아~ 하면 엄마가 얌, 하고 넣어주면 좋을텐데!”

못들은 척 이리하에게 괜히 고개를 돌리고는 물었다.

“먹을래요? 자꾸 이단이가 욕심내서 안 되겠네.”

“응. 먹을래. 아.”

입을 착, 벌리는 모습이 아들이나 아빠나 하는 짓이 어찌나 비슷한지 저절로 코웃음이 났다. 뭐 하는 거야, 정말.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이리하는 내 표정을 못 본 척하면서 눈을 꼭 감고 아아, 하고 계속 입을 벌리고 있다.

어쩔 수 없어서 과자를 그의 입에 넣어주자 그가 웃으면서 베, 하고 아들에게 장난질을 친다.

“엄마아! 아빠가, 아빠가, 아빠가!!!”

…밥을 굶긴 적도 없고 먹고 싶단 건 대개 골라서 먹게 해주는데 이렇게 식탐이 많은 건 대체 누구 닮은 거지.

“아빠는 오늘 과자 안 먹어서 괜찮아.”

“엄마 진짜 너무해요! 아빠가 좋아요, 내가 좋아요?! 아빠가 더 좋은 거지요?!”

혼자 억울해 죽겠는지 바닥을 탕탕 내려치면서 엉덩이는 추켜들고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이 귀여워 죽겠는지 이리하는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아들 엉덩이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냐, 엄마가 왜 아빠를 더 좋아해. 이단이랑 아빠랑 똑같이 좋아하지.”

“근데 왜 나한테는, 나한테는…!”

곧 울겠다, 싶어서 손을 뻗자 또 그건 거부하지도 않고 쪼르르 와서 안겼다. 내 아들이지만 어쩜 이렇게 요망하니.

“아빠는 저번에 엄마가 딸기 먹고 싶다고 그럴 때 엄마한테 사다주고 그랬어. 아빠가 엄마한테 잘해주니까 엄마도 아빠한테 잘 해주는 거야.”

“…나도 엄마한테 잘해주는데.”

“오늘 엄마한테 잘해준 거 뭔데?”

그 말에 혼자 한참을 고민하더니 더듬더듬 숙제도 열심히 하고, 밥도 편식 안 하고, 대답을 하다가 자기가 생각해도 나한테 잘해준 건 없는지 가슴팍에 얼굴을 푹, 파묻더니 꼭 나를 껴안았다. 이리하가 그걸 한참 빤히 바라보더니 내 등 뒤에 다가와 커다란 곰처럼 나를 껴안았다. …무거워! 둘다 갑갑해!

“…나 지금 잘해주면 엄마 까까 나눠줘요?”

“그래. 뭐 해줄 건데?”

그러자 이단이 내 품에서 쏙 얼굴을 내밀더니 볼에 양 손을 착, 하고 올리더니 윙크를 샥, 하면서 말했다.

“예쁜 짓~”

============================ 작품 후기 ============================

요망한 아들과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토록 바라시던.. 애기 외전.(이후는 이북에 담길 예정) 한 21kb 정도가 외전으로 들어갈 것 같네요.

사실 다니엘 엔딩/반데라스엔딩.. 뭐 이 두개는 적어보고 싶은데 너무 안 적혀서 관뒀습니다. 인생이란 이런 거지.

공지 때문에 썼어요!

1. 프리미엄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프리미엄 전환이 언제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북과 비슷하게 진행될 것 같네요.

2. 후원쿠폰 주신 fooli님과 세키에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ㅠㅠㅠ 넘 많이 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 심쿵.

3. 서평 써주신 serrow님 감사드립니다!

보고 싶은 외전 있으심 말씀해주세요.

+ 안 하려고 하다가.. 혹시 소장본 생각있으신 분들 링크타고 한번 참가해주세요. 한 80프로 분들은 사시니까 130분 정도 넘으면..100분 넘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

소장본은 3권이 될 것 같아요. 자연히 4~5만원은 각오 하셔야할 겁니다 ㅠㅠ....

표지는 현재 표지로 들어갈 거고요.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냥 이북 내면 됨 .. 부담갖지 마세요!

외전 뭐 쓰지 고민 때문에 머리 터질 거 같아여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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