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시아-102화 (102/113)

102화

교실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내고 있는데 이상했다. 원래 국제학 교수님은 신뢰관계를 몹시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칼 같이 수업에 도착하시는데, 오늘은 어쩐지 기척도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 모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당황하고 있었고, 나 또한 의아해 볼펜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다가 시계를 꺼냈다. 교수님이 이렇게 안 오실 분이 아닌데. 정각인데…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옷 안에 매달고 있는데 그 때 교수님이 몹시 활기차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외치듯이 말씀하셨다.

“호외요, 호외!”

모두가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 떨었다. 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교수님께서는 경쾌하게 걸어 들어오시더니 쾅, 다소 과격하게 교단에 책을 던지듯이 내려놓으시고는 말씀하셨다.

“자아, 호외다! 방금 이 몸이 페레일라 황녀가 약혼자를 찾는다는 걸 방금 믿을만한 소식통에게 들었다! 그러니 교과서는 모두 집어넣어. 당연히 교수라면 이 엄청난 뉴스로 수업을 진행해야 도리겠지!”

그 말에 잽싸게 교과서는 집어넣었지만 공책은 그대로 올려두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시험에는 나올 거니까, 무시할 수 없지.

“페레일라 황태녀가 신랑감을 구한다. 자, 여기서 알 수 있는 앞으로의 일은 뭐지?”

“저희가 결혼 시장에 나서야겠죠.”

“내가 바라던 대답은 아니지만, 맞는 말이긴 하군. 국제학교의 특성상 베노암의 전통이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설명해주지. 전통적으로 베노암은 황태녀나 황태자의 약혼, 그리고 결혼이 발표되면 결혼하는 모든 사람에게 신전에서 축복을 해주고, 결혼, 약혼 비용에 특별 할인가가 적용된다네. 즉, 때 아닌 사교계 물밑전쟁이 시작되는 거지.”

다들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앞의 일이 짐작이 가는 모양이다. 나와는 상관이 없을 일이니 딱히 와 닿지는 않지만… 애매하게 웃고 교수님이 누가 후보에 오를 것인지, 그리고 각각의 사람이 황태녀비의 자리에 오르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시다가 문득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그래, 지금 제일 결혼 때문에 골치 아플 사람이 누구일 거 같나?”

테흐만 교수님은 대중없는 이야기라도 대답을 던지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었기에 여러 명이 페레일라 황태녀의 이름과 각 구혼자들의 이름, 또는 자신의 이름을 대어 사람들을 웃겼다. 교수님은 장난을 친 학생에게 가서 이번 달 안에 결혼 안 하기만 해봐, 하고 위협 아닌 위협을 하셨고, 우리 모두 그 덕에 꽤 신나게 웃었다.

“실제로 지금 제일 골치가 아플 건 오르안일 거다. 페레일라 황태녀와 오르안의 나이차는 얼마 안 나지. 베노암이야 연합국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만, 오르제국은 아니고. 네 앞에 반신이 세상을 다스리고 있다면, 국민 입장에서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겠나?”

다들 말이 없다가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혈통 아닐까요?”

“그거지. 잘 했다. 생각해봐라. 세상에서 누구보다 완벽한 존재가 네 앞에 있다고 모두가 믿는다면, 당연히 그 혈통이 이어지길 바라지 않겠냐. 실제로 이 혈통에 대한 오르제국의 집착은 대단해서 2, 300년 전만해도 당당하게 근친결혼을 권장했으니까. 그 때문인지 그들은 상당수가 정신병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 비단 오르제국 뿐 아니라, 베노암도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귀족의 피가 섞였으니.”

그 말에 오르제국인들은 약간 불편한 얼굴을 했지만 수업 분위기를 흐리기는 싫었는지 반박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옆 동네에서 벌써 황권 안정을 위해서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 이례적으로 일찍 자리에 오른 오르안은 아직도 후궁 하나 없는 상황이니 초조할 만 하지. 더군다나 슬슬 국교개방을 준비하면서 분산될 황권을 잡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 바로 결혼인지라, 이번 대 황후는 바다를 끼고 있는 지방에서 반드시 뽑힐 필요가 있는거지.”

모두가 교수님을 감탄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머리 한 구석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고, 둔기에 맞은 것처럼 얼얼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누가 제일 물망에 오르는지 말해볼 사람?”

나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 속삭이듯이 대답했다. 교실이 너무나 조용해서, 내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처럼 들렸다.

“…마사 레플라 드니어스 양입니다. 드니어스 가문의 영지는, 해변 가에 위치하고 있는 동시에 베노암 이외의 나라와 무역을 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죠. 제 2의 무역도시로 가장 이상적일 곳이니, 그 힘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기 위해서….”

교수님은 대답이 마음에 드셨는지 쾌활한 목소리로 나를 칭찬하셨다.

“정확하네, 샤펜양. 똑같이 믿을만한 정보통을 통해 알아낸 바에 따르면, 마사 레플라 드니어스가 곧 오르안과 정식약혼을 거의 모두 준비했다고 하는군. 그리고… 저런, 오늘 시간은 여기까지군. 지나치게 떠들었는데…. 오늘 과제는 누가 페레일라 황태녀의 비가 될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다.”

과제에 대해서 교수님이 설명해주시는 걸 기계적으로 공책에 적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그렇게 단호하게.

…이렇게 단순하게 현실이 다가올 줄, 어째서 나는 몰랐을까. 그리고, 그리고 그는…

어떻게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하나 둘, 학생들이 짐을 챙겨 떠나기 시작했지만 나는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그저 앉아만 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이제, 이제…

“…라시아 양, 괜찮나?”

교수님께서는 평소라면 재빠르게 움직였을 내가 움직이지 않으니 걱정이 되시는지, 신중하게 질문을 하셨고, 나는… 입술을 떨면서 겨우 대답했다. 분명 내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으리라.

“…괜,…찮습니다.”

다리에 겨우 힘을 줘 교실을 나서서 문을 닫자마자 주저앉을 뻔했다. 괜스레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꼭 깨물고 한숨을 내쉬자,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얼굴을 감싸 안고 한참을 있다가 이리하와 나눠가진 전용 연락구슬을 이용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아무도 없는 정원에 앉아 구슬을 켜자 그가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합당한 말이었다. 나도 바쁘면, 그에게 그렇게 말하고 끊었을 거였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느낄 수가 없었다. 내가 바보같고, 평상시와 같지 않은 걸 알고, 그는 잘못한 게 하나 없는 걸 알았는데,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알았는데도…

지금은, 지금은 그냥… 분노만, 분노만 일어날 뿐이었다.

이렇게, 기다리라고, 평생을.

당신 하나만을 보고…?

비정상적인 분노였다. 뜨거운 것이 발끝부터 타고 올라와 가슴에 응어리지듯이 맺혀 눈물로 떨어져내렸다.

사실, 당연한 건데. 황가에서 첩실도, 애인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건데.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에게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샤하레가 되어서조차 그 여자가 당신과 함께 앞으로 서는 걸 봐야한다는 게 고통스러웠다.

그래, 나는 지독하게 질투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낯설고, 무섭고,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던 어떤 생명체처럼 느껴졌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내가 지독하게 징그러웠다.

============================ 작품 후기 ============================

홍콩에 4박 오일 있을거구요! 피크트램이랑 스카이테라스, 그리고 그.. 케이블카 예약했어요! (두근두근) 그리고 아무 계획이 없는. (...) 혼자 하는 해외여행 첨이라 넘 떨려요 ㅠㅠ!!! 스탠리 해변은 가겠습니다!! 에그타르트도 먹겠습니다!! 딤섬도 먹을 겁니다!!

그 외에 추천해주실 거없나..(뒤적뒤절)이제 2일 1연재에 익숙해지실 때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왜냐면 완결 얼마 안 남아서 ....

그리고 리메이크 다 떨어져가서....

헤헤...(눈치)

칸나파트 삭제했습니다 ㅠㅠ 용량 쮸러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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