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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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고 우리 다섯은 자주 학생회 휴게실에서 모이고는 했다. 요즘 다니엘은 칸나와 비슷한 사람만 보면 딸꾹질이 나온다며 걱정을 토해내고는 했다. 그 말을 가지고 우리는 몹시 짓궂게 놀리고는 했다. …지금처럼 말이지.
“물을 들고 다니면 안 되려나?”
민디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다니엘이 그녀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자 민디가 몹시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통 하나 사드려요?”
“내가 물통이 없어서 이런 거겠니….”
그 말에 앨런이 농담조로 말했다.
“물 마실 때 허리를 숙이고 마시면 딸꾹질 멈추는데.”
다니엘이 질린다는 얼굴로 하, 하고 말하더니 소파에 늘어졌다. 오를레아와 내가 웃음을 겨우 참고 있자 민디와 앨런이 하이파이브를 가볍게 하면서 웃었다.
“그나저나 새학기라고 해서 긴장했는데, 별 일이 없네.”
“뭐 어때, 별 일 없으면 좋은 거지.”
“엄밀히 말하면, 별 일이 없지는 않지.”
오를레아가 장난스러운 어조로 내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나는 질색하는 얼굴을 하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고, 민디는 뭔데, 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맞다, 라시아 뮤즈 됐지, 참!”
그 말에 앨런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끅끅 거렸다. 다니엘이 겨우 나를 위로하고자 했는지 말했다.
“그래도 리베론이 꽤 대단하잖아.”
그 말에 아이들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납득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 표정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지만 말이다. 내가 좋다고 계속 스스로를 알게 모르게 어필하던 약간 부담스러우면서 웃겼던 리베론은 알고 보니 시와 미술에 굉장한 소질이 있었다.
“최연소 1위 등단이라면서, 펠레웨 시인으로는?”
펠레웨는 몹시 저명한 예술 잡지인데, 리베론은 이 잡지로 등단을 한 최연소 시인이라고 한다. 솔직히 펠레웨라니, 너무 먼 이야기도 하고… 아무튼 대단한 일이기는 해서 학교 내 전시된 시를 한 번 읽어봤더니, 굉장히 아름다워서 솔직히 좀 의외였다. …이런 감성이 풍부한 애가 그렇게 날 쫓아다녔단 말이야…?
“엄청 의외였지. 난 아직도 로드리고 처음 들어올 때 라시아한테 무릎 꿇고 찬양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말이야.”
다니엘의 말에 오를레아가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하긴 걔가 좀 심한 라시아 추종자이기는 하죠.”
“시 내용도 금색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 봐서는 라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확실하던데. 장님도 알아보겠더라.”
우리 중 예술에 대해서 가장 관심도, 감성도 가지지 않은 민디가 말하자 앨런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장님은 좀 무리겠지만, 아무튼 라시아가 주제인 연작을 상당히 짓기는 하던걸요.”
“솔직히 미모에 대한 찬양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내용인데, 읽고 나면 항상…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진짜 훌륭한 시인이기는 하단 말이지.”
나는 과자를 집어 먹으면서 얼굴을 푹 숙였다. 아닌 게 아니라 나를 사랑한다, 내가 제일 예쁘다는 요지의 시에 대해서 내가 대체 무슨 감상을 말할 수 있겠는가?
“라시아는 좋겠네에에~”
다니엘이 능글맞게 나를 놀렸다.
“으, 하지 마세요. 좋지도 않아요. 오히려 고개 들고 다니기 부끄러워서….”
“왜 안 좋아? 네가 말 그대로, 천재의 뮤즈가 된 거잖아.”
오를레아가 내 쪽에 있던 쿠키를 조금 끌어가더니 먹으면서 말했다. 나는 탁자 앞에 앉아서 붉어진 뺨을 두 손으로 가리고는 말했다.
“너 같으면, 항상 귀여운 아기사슴, 너의 귀여운 입술과 콧망울, 뭐 그런 닭살 돋는 소리가 평생 네 뒤를 따라다니면 좋겠니.”
앨런이 빵, 하고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너무하다! 리베론이 언제 그런 말을 썼어!”
그러자 장난기가 돈 듯, 다니엘은 그런 앨런을 몹시 진지하고, 그리고 더 없이 느끼한 눈빛으로 보면서 말했다.
“그대의 눈동자 속의 눈물은 마치 새벽 장미가 머금은 이슬의 눈물과 그리고 요정의…”
그 말까지 듣다가 앨런은 쓰러져서 곧 죽을 것 같이 웃어댔다. 민디는 아 내 손 발…하며 인상을 찌푸렸는데, 한껏 느끼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다니엘 또한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내 입이 오그라들고 있어!”
몸을 떨면서 그런 말을 외친 다니엘에게 모두가 내 귀는요, 하며 비난을 했는데, 그걸 지켜보던 오를레아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게 그렇게 이상한 거야?”
우리는 순간 웃음을 멈췄다. 설마.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황태자, 아니 후작님이 그런 말을 하셔, 네게?”
그러자 오를레아는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아…아기 사슴 정도는….”
악!! 오를레아를 뺀 네명 모두 다시 자지러졌다.
“미치겠다, 페이님!”
“아기 사슴, 아기 사슴이래!”
우리가 숨을 못 쉴 정도로 웃는 걸 오를레아는 몹시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얼굴로 보고 있었다.
“어… 아무튼, 우리의 아기사슴은 빼고 생각해보면,”
오를레아가 던진 쿠션을 나는 재빨리 피하면서 말을 이었다.
“평생 뭐랄까, 시와 비교 될 거 아니에요. 생각보다 안 예쁘잖아, 라든지.”
그러자 다니엘은 아, 그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면서 입을 열었다.
“실제로 너를 자기가 생각한 천상의 미에 멋대로 비교하고 뒷말이 나올 수도 있긴 할테니까. 확실히 마냥 좋을 일은 아니군.”
“심지어 저, 샤펜 공작님과 닮았잖아요. 그런데다 금발도 좀 진할 뿐이지, 그렇게 특이한 것도 아닌데.”
그 말에 민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헀다.
“너 금발 엄청 특이해.”
“아, 물론 남들에 비해서 화려한 금발이기는 하지만,”
내 말을 가볍게 막고는 오를레아가 말했다.
“아니, 정말로 특이해. 나 살면서 너처럼 화려하고 예쁜 금발 본 적 없는 걸? 솔직히 이런 색의 금발이 우리 나이 때까지 꿀 같은 금색은 흔하지 않잖아. 햇빛 받으면 진짜 금처럼 빛나고, 주황색 어두운 불빛 속에서는 마치… 뭐라고 해야 하나, 내가 리베론이 아니라서 말은 잘 못하겠는데, 꽤 신비롭게 반짝 거리고..”
민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머릿결도 좋잖아. 너 머리 잘랐을 때 잘린 머리카락 훔치고 싶단 이야기도 많이 나왔어.”
"나이 들면서 점점 공작님이랑 느낌도 달라지고. 성별 차이도 있겠지만, 분위기도 다르고. 넌 공작님처럼 그렇게 엄격한 느낌은 아니지.”
때 아닌 칭찬에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뺨이 간지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 얘들아. 너희가 날 참… 어, 예쁘게 봐주고 있었구나.
“분위기가, 음…”
“달콤하고 촉촉한?”
앨런이 말을 고르고 있자 다니엘이 대답했다.
“그거 좀 비슷하긴 하네요."
“그치, 쟤가 좀 달달한 분위기가 있단 말이야.”
“무표정하면 또 무서운 그런 게 있긴 한데, 뭐랄까… 아무튼 그 특유의 묘한 분위기가 있단 말이죠.”
으,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얼굴을 숙인 채로 말리기 위해 말을 꺼냈다.
“저기, 알겠으니까.”
“상큼한 건 아니고. 청초하다? 약간 촉촉한 분위기 같은 거 있지 않아?”
“음, 맞아. 촉촉한 분위기 있죠. 비 맞고 있는 듯한, 그런.“
“아, 알겠어! 알겠다고! 내 머리카락 예쁜 색이야! 이제 그만해요!”
그러나 다들 나를 놀리는데 상당히 심취했는지, 전혀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솔직히 웬만한 상상으로도 라시아 못 이길 거 같은데.”
앨런이 느긋하게 말했고, 다니엘이 에이, 그래도 사람 상상력이라는게, 라면서 가볍게 대꾸했다.
“아니, 그럼 어느 수준의 미모를 원하는 거야? 이만하면 됐지.”
“얘들아, 그만 됐으니까...”
오를레아가 말했다.
“근데 솔직히 미인의 기준이라고 해보면, 뭐 깨끗한 피부에 비율 좋고, 눈 크고 코 높고 입술 예쁘고, 그런 거 아닌가?”
“금발 미인하면 근데 페드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라시아 떠올리지 않아?”
“페드윈이 뭐야, 알트라 전체에서 라시아만 한 금발 미녀 없을 걸요? 솔직히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은 없지 않나?”
“뭐 솔직히 눈도 시원하게 크고, 분위기 있게 생겼는데 뭘 더 바라는 건데?”
다들 은근슬쩍 쿠키주변으로 모이더니 금발 미인의 조건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래, 나 아니면 됐어. 다른 미인 얘기 해.
“그러고보니 미인 대회 때 나온 걔 있던데, 코코얀인가, 하는.”
“음, 걔 좀 예뻤지. 딱 성깔 있는 상이라고 해야 하나. 걔는 금발이라고 보기는 좀 애매하지 않았어?”
“대충 그쯤이면 금발이라고 쳐줘야지, 야.”
“난 근데 걔 예쁜지 잘 모르겠더라. 막 대단한 미인이라고 보기엔 힘들지 않아?”
그 말에 좀 놀랐다. 미인대회는 오를레아가 참가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열심히 본 편인데, 코코얀이란 여자애는 그래도 퍽 예쁜 편이었다. 누가 이런 배부르고 눈 높은 소리를 하나,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따라갔더니.
“…왜 그렇게 봐?”
다니엘이 휙,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아기사슴은 그럴 자격이 있지, 그럼, 그럼.”
명실상부 알트라 최고의 미인이시니. 하고 우리는 수근거렸다. 우리의 말에 오를레아가 이제서야 수치심을 느끼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아 진짜! 그거 하지 마세요! 하고 외쳤다.
“아 근데, 진짜 어떻게 제 정신으로 아기사슴이란 말을 할 수가 있지?”
민디의 그 말에 나는 장난기를 이기지 못하고 손을 들어 옆에 있는 민디의 턱을 척, 잡고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내 귀여운 아기 꽃사슴…! 그대의 청초한 눈 속에는,”
민디는 처음으로 나를 때렸다.
“아, 진짜 아파!”
내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외치자 민디가 아 소름끼쳐, 하고 온 몸을 떨었다. 다니엘이 한참 쓰러져라 웃다가 문득 시계를 꺼내서 시각을 확인하고는 내게 건네면서 말했다.
“라시아, 너 수업이다.”
“어, 정말.”
받은 시계를 내려 보다가 진짜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수업이야?”
“나 지금… 국제 정세. 왜 너희는 이거 안 들어….”
가방 안에 책을 넣으면서 울상을 지으며 대답하자 오를레아가 혼자 심심하겠다며 늘상 하는 위로의 말을 던졌다.
“위로가 별로 안 되는데.”
“그래도 교수님 잘 생기셨잖아.”
“잘 생긴 얼굴에 속으면 안 되지. 이 오빠 봐, 예쁜 여자애 셋 사이에서 논다고 부러움의 대상이잖아. 사실은 귀여운 괴물들인데 말이지.”
다니엘이 우리의 엄격한 얼굴 사이로 몹시 장난스럽게 말하더니 내 가을 교복 코트를 옷걸이에서 빼서 입혀주었다.
“고맙습니다. 참, 여기 시계.”
“됐어, 너 써. 잘 어울리네. 시계도 고장 났잖아.”
“어… 그러실 필요 없는데.”
아까 떨어트렸다고 말한 걸 기억하고 계셨나보다. 머뭇거리며 돌려드리려고 하자 다니엘이 가볍게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뭐 어때. 난 기숙사 가서 하나 들고 오면 되는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시계 없으면 불편해, 너.”
오를레아가 그냥 받아, 하면서 웃었다.
“오늘 우리랑 같이 듣는 수업도 없는데 너 오늘 오래 학교에 있어야 하잖아.”
“그래, 학생회 일로 남아야 하잖아.”
나 혼자 남아야 하는 일이 있긴 했다. 머뭇거리다가 결국 곤란해질 것 같기는 해서 고마워요, 오빠, 하고 대답하고 덧붙였다.
“좋은 거 선물해드릴게요.”
“…남자 시계 줬다고 여자 시계 선물해주는 건 아니지?”
약간 겁에 질린 그의 목소리에 나는 웃으면서 안 그래요, 하고는 주머니에 시계를 넣었다. …생각해보니 이리하랑 커플 시계를 그렇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이건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하고, 일단 나는 짐을 챙겨서 아이들의 뺨에 비쥬를 한번씩 하고 내일 보자며 학생회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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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화일 뿐...
여러분 저 홍콩가여!! 4월 20일날!! 엄청 충동적으로 정했습니다.
꼭 가야할 핫 플레이thㅡ를 추천해 주십시오!!!
오늘은 별 얘기 없네여... 흠.
4월 6일 수정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