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말을 잇지 못한 채 그저 한참을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이거."
눈을 몇 번이고 깜빡였는데도 내 앞에 앉아서 미소 짓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다니엘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멍하니 보다가 일단 뒤로 물러서려고 하자 다니엘이 떨어질라, 하면서 내 팔을 잡았다.
"이거, 무슨… 농담이죠?"
세상에 이렇게 말이 안 나올만한 일이 있을까. 나는 거의 절박한 심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나름 어색한 표정이나마 먹힐까 싶어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고. 그는 웃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이게 무슨…."
똑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결국 내가 답을 해야 한다는 고통스러운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입을 그저 벌리다가 그의 시선을 피해 다른 곳을 보다가. 한참을 그렇게 말도 못하고 버벅대다가 결국 손을 툭, 하고 떨어트리며서 나는 말했다.
“저는… 저는, 다니엘이랑은…”
“너한테 내가 말한 건, 너랑 뭘 어떻게 해보고 싶어서가 아니야."
그가 자상한 얼굴로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언제나 그렇듯이 따뜻했고, 어딘가 나를 안심시키는 구석이 있었다.
“내가 말한 건, 여기에서 내가 움직이기 위해서야. …고백을 안 하고는 마음을 정리할 수가 없을 것 같았어.”
다니엘의 눈은 몹시 다정한 초록색이었다. 봄날처럼 따뜻했고, 보고 있자면 저절로 눈을 감고 싶게 만드는, 그런 안온함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날 좋아해도 동상처럼 허허 웃으면서 서 있을 것 같았던 사람이 다니엘이었다. 세상이 모두 나를 '여자'로 봐도, 이 사람만은 여자이기 전의 사람으로 나를 여길 것 같았다.
그토록 공평하고 칼 같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 앞에서 안심할 수 있었다.
“왜… 왜 저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나도 몰라. 얼마 전까지는 내가 널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 그 일 이후로, 그냥 깨달은 거지. 내가 너를, 동생 이상으로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말이야. 참견하고 싶고, 걱정해주고 싶고, 세상 어느 것보다 돌봐주고 싶은… 그런 거.”
내가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고 아빠 잃어버린 애처럼 앉아있는 모습이 웃겼던지 다니엘은 작게 웃더니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걸 알고 있어.”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까지가 목구멍 안에서 튀어나오려는 순간 입이 딱 다물어졌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있었다.
“짐작 가는 사람이 있지?”
“…아니에요, 그냥 음….”
“말도 안 돼. 내가 널 얼마나 많이 지켜보고 예뻐했는데 그걸 모르겠어?”
우리 사이가 좀 특별하기는 했잖아. 하고 그가 웃었다. 나도 어색하게나마, 분명하게 웃었다.
그랬다, 우리 사이는 특별했다. 나는 그를 알았고, 그도 나를 알았으므로. 왜인지는 모르지만 항상 어딘가에는 내가 기댈 곳으로 다니엘을 떠올렸고, 그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가 본다면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랐지만, 그에게 나도, 나에게 그도 몹시 특별했다. 누군가 마법으로 줄을 꼬아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더 몰랐는지도 몰라. 넌 정말 좋은 후배고, 동생이고, 은인이고… 나한테는 그런 사람이어서, 심장이 떨렸는데 나는 몰랐어. 그래서 어머니의 사진을 네가 줬을 때… 만약 그럴 때 내가 약혼을 하지 않고 너에게 갔다면, 많은 게 달라졌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가 내 손을 세게 쥐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맞잡다가 웃어버렸다.
“다니엘 때문에 전 참 기쁜 일이 많았어요. 로드리고에서도 신경 써주시고 힘들 때 찾아와 오를레아를 소개시켜주기도 하시고, 언제나 한발짝 뒤에서 있어주셨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다니엘 당신을 좋아하는 게 저한테는, 굉장한 축복이었어요. 좋아했기 때문에, 많은 힘을 낼 수 있었고 그리고 여기까지 커올 수 있었고요.”
특별한 길을 언제나, 언제나 보여준 사람이었다. 이 사람과 엮이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페드윈에서 시끌벅적하게 잘 지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니엘이 나도 그래, 하면서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번씩, 사이좋게 서로에게서 물러났다.
"타이밍이 정말 나쁘네요, 우리는."
그러자 다니엘이 내 쪽으로 다가와서 나를 조심스럽게 껴안으면서 말했다.
“완벽하게 좋은 타이밍인거야, 우리는.”
손을 뻗어서 그를 마주 껴안고 웃었다. 그의 가슴팍에서 내 웃음이 푸스스, 부드럽게 흩어졌다. 다정하게 내 머리카락을 넘기던 다니엘이 내 이마에 키스해주고는 말했다.
"너는 그냥 애인으로만 삼기에는 너무 아까워."
맞는 말이었다. 이 사람을 애인으로 뒀다면, 내가 지금 그와 가지는 몹시 특별한 유대감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니엘의 손을 잡아당겨 장난스레 뽀뽀하고는 말했다.
"다니엘도요."
그가 내 머리 위로 자신의 머리를 올리더니 한숨같은 숨을 내쉬더니 안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괜찮은 거지?"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손등을 두 번 두드렸다.
우리는 첫사랑을 사이좋게 한 번씩 잃고, 서로를 얻었다.
다니엘과 아비게일의 약혼에 대한 무성한 소문도 거의 잠잠해지고, 축제 준비 막바지에 이르자 애니의 불같은 노력에도 내 피부는 푸석푸석해지기 직전이었고 내 몸 상태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나뭇잎 수준이었다. 여름인데도 감기에 걸려서 뜨거운 차를 달고 살아야했고 가디건에 매달려 살고 있었다.
제프리가 무슨 해괴한 보약같은 것을 타오고, 로드리고에서는 순서를 정해서 나한테 건강, 뭐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 자꾸 먹였는데 끈질긴데다 하나같이 맛이 없어서 오히려 악화된 기분이었다.
"라시아, 좀 쉬다 해."
담요에 뜨거운 차로 무장한 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있는 내가 영 안쓰러웠는지 다니엘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괜찮아. 곧 끝나는데 마무리하고 쉬지, 뭐…. 그리고 이거, 오빠가 결재해야 할 거."
"고마워."
아비게일와 다니엘의 파혼은 생각보다 빨리 잠잠해졌지만, 나와 다니엘의 소문은 끈덕지게 붙어다녔기 때문에 어쩔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한참 하던 중이었는데, 이걸 들은 오를레아가 그러면 맞불 작전은 어떠냐고 제의했다. 친 오빠라도 무척 친하거나 우애가 좋지 않으면 쓰지 않는 오빠, 를 호칭으로 쓰면 친남매만큼 친하다! 는 것을 어필할 수 있지 않느냐… 라는 게 주 골자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다 딱히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더니 어쩐지 다니엘은 무척 흐뭇해하고 다른 로드리고들은 싫어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무척 친하구나, 핏줄보다 친하구나 정도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어째 이걸 유행처럼 퍼트려서 선후배사이에 유난히 친한 사람들도, 언니나 오빠, 그리고 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로드리고들은 좋아하지 않았고 말이다. 자기도 오빠라고 불릴 권리가 있다나 어쩌나, 하며 얼마나 귀찮게 구는지, 나 원.
“엣취!”
한참 딴 생각을 하며 서류를 뒤적거리다가 기침을 하고 어쩐지 멍하게 앉아있자 다니엘이 안 되겠다, 하고는 나더러 휴게실로 가라고 명령을 했다. 오늘 유난하기는 해서 이십분간만 자겠다고 오를레아에게 깨워줄 것을 부탁한 뒤에 휴게실로 가 담요를 덮었고,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래도 한 숨 자니까 몸 상태가 훨씬 나았다. 휴지로 아무렇게나 코를 풀어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 기지개를 펴고 난 후에 시각을 확인하니 점심시간이었다.
어, 얼마나 잔 거야.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니 너무 피곤해보여서 깨우지 않았다는 쪽지가 있었다. 으… 코 골고 잤을까봐 걱정된다.
대충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부실에 들어가 내가 처리하던 서류 몇 장과 간식을 들고 와서 휴게실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열려있어요."
얼른 입술을 털고 매무새를 가다듬고 말하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앨런과 민디였다.
"얘들아!"
앨런과 민디가 바구니를 흔들었다. 거기에는 샌드위치가 아닌 음식의 냄새가 나서 나는 정말 진심으로 그들이 반가웠다.
"아프다고 해서 찾아왔지. 감기는 어때?"
"이제 꽤 나았어. 이게 뭐야?"
바구니에 관심을 보이자 민디가 웃으면서 요리부에서 방금 급하게 만들어온 거야. 하며 바구니를 열었다. 방금 완성 된 듯, 뜨거운 스프와 부드러운 빵과 치즈가 들어있었다.
"사랑해. 너흰 정말 좋은 친구야."
앨런이 재빨리 테이블보를 깔고 세팅을 하자 생각보다 그럴듯한 식탁이 완성되었다. 나는 얼른 서류와 간식들을 치워버리고 학생회실에서 냅킨을 대신할 만한 것들을 들고 왔다.
"오를레아는?"
"곧 올 거야, 아마. 샐러드랑 과일 사서 온다고 했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를레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와, 맛있는 냄새."
"요리부에 그래도 남아있기를 잘했어, 이렇게 쓸 수 있을지 몰랐다니까."
앨런도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뭔가를 꺼냈다.
"샌드위치에 들어가지 않는 부드럽고 촉촉하고 제대로 된 미트볼입니다."
우리는 저절로 손뼉을 쳤다. 우리 학교 카페테리아 주방장은 이상하게 미트볼만 못 만들어서, 미트볼 샌드위치는 엄청 맛이 없었다. 음식이 반입이 안 되는 페드윈에서 미트볼은 성스러운 음식이었다.
"어떻게 들여온거야?"
"고생 좀 했지. 더 이상은 묻지마. 가문의 비기다."
비기까지야, 하면서 함께 웃었다. 아무튼 음식은 전부 엄청 맛이 있어서, 나는 정말이지 감탄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배고프고 지친 건 마찬가지라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먹다가 수프가 깨끗하게 동날 때쯤에야 민디가 입을 열었다.
"맛있어."
내가 만들었는데, 이렇게 맛있다니. 민디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 진짜 잘 만들었다, 민디."
"아, 맞다. 너 그거 알아? 앨런이랑 민디랑 나랑 너, 우리 다 같이 그거 제의 받았다."
"응? 무슨 제의?"
내가 간식을 들고 와서 테이블에 올려두며 묻자, 앨런이 대답했다.
"그… 이름이 뭐더라? 맞아, 피에스타."
민디가 얼른 손을 뻗어 쿠키를 두 조각으로 쪼개고 난 후에 먹으면서 말했다.
"거기서 이번에 미스 앤 미스터 대회 한다며, 그거 참가 제의 말이야."
"나도?"
"응, 너한테 전해달라던데. 같이 매일 보는 사이에 이런 거 전달하기 부끄럽다면서 1학년 짜리 여자애가 나랑 앨런한테 줬어."
건네준 참가제의서를 받아보고 얼척이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제 1회, 페드윈 대표인 선정. 미모와 학식과 재능 있는 학생을 뽑습니다. 1,2,3차로 진행되며 3차까지 뽑힌 학생은 학생회가 허락해준다면 정령학사와 마법양성교, 사관학교의 최고의 미남 미녀와도 겨뤄 알트라의 사대미인과 미남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습니다!
라시아 클레이만 샤펜… 도전해보지 않겠는가!!
"재미는 있네."
"그래서, 참여할 거야?"
킥킥 거리면서 민디가 물었다. 오를레아는 난 참여해볼까 싶은데, 하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놀라서 오를레아 네가?!! 하고 거의 외치다시피 했다.
"왜? 나 이래봬도 예쁘다고 이름 높은 사람이야, 왜 이래."
물론 오를레아의 미모는 이름이 높았다. 오죽하면 제비꽃 레이디라는 고운 별명까지 붙었겠냔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단상에 나가서 안녕하세요, 페드윈 대표 미녀, 오를레아라고 합니다. 하고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모습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정말 할 거야?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이래보여도 대공작의 약혼녀인데다가 나름대로 황태자에서 물러나게 한 장본인인데, 적어도 세간에다가 당대 최고의 미인이라는 타이틀 정도는 붙어줘야 덜 미안하고 죄송하지."
물론 내 얼굴이 내 가치를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이후에는… 이후에는 또 그렇게 단순한 게 잘 먹히잖아. 하고 오를레아가 말했다.
"하긴 그렇겠네. …그럼 나는 안 나갈래. 지는 게임에 굳이 나갈 이유가 없는걸. 너랑 그런 걸로 붙고 싶은 마음도 없고."
앨런은 대수롭지 않게 참가 포기 의사를 알렸다. 민디도 나도 포기, 하면서 참가를 포기했다. 사실 나도 그다지 미인 대회에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그리고 오를레아처럼 분명한 목적도 없었기에 나도 그럼 안 나가지 뭐, 하고 선언했다.
"그럼 우리 오를레아가 포스터 같은 것 만들 때 도와주고 해야하는거야?"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걸? 오를레아는 팬클럽도 있잖아."
민디의 말에 나와 앨런과 오를레아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뭐? 오를레아 팬 클럽이 있어?!!!"
"…잉? 너희 다 몰랐어? 심지어 오를레아 너도 모른 거야?"
"전혀. 금시초문인데."
오를레아도 깜짝 놀란 얼굴이라 우리 모두는 민디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를레아 팬클럽 있는데. 제비꽃 정원사들, 이라는 엄청 유치한 이름이야, 심지어."
"…뭐야 그 이상한 이름은."
"여자애도 남자애도 꽤 여러명이야. 나름대로 우리 학교에서 유명한 비공식 동아리인데. 오를레아 약혼하고 나서 여자애들 가입도 꽤 많아졌어."
"넌 대체 그런 걸 어디서 아는 거야."
앨런이 지친다는 듯이 말했다. 민디는 내가 워낙 소식통이잖아, 하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민디는 워낙 발이 넓고 성격도 좋은데다 이것저것 듣는 것이 많은지 온갖 소문을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럼 나는? 나는 그런 것 없어?"
재미로 장난삼아 물어보니 민디가 나머지 쿠키를 입안에 넣더니 삼키고서는 말했다.
"너도 있어. 샤펜의 꽃."
저절로 풉, 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누가 그런 이름을 짓는 거야, 하면서 나는 한참 웃었다.
"아비게일은 있어?"
"아비게일도 있지. 그런데 이 쪽은 요즘 지지율이 좀 낮아. 그리고 아무래도 본인이 그런 행사를 안 좋아하다보니 그렇게 활발한 활동도 없고."
"그러면 오를레아네는 활발한 활동을 얼마나 하길래 아직까지 본인도 모르시나."
앨런의 비아냥에 민디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오를레아 초상화 돌아다니는데? 나름 가격도 꽤 있어."
그거야말로 엄청난 뉴스였다. 우리는 한꺼번에 동그랗게 눈을 뜨고 오를레아를 바라보았다.
"왜, 뭐… 왜 날 봐. 난 그런 거 그린 적 없어."
"왜 없어. 너 저번에 미술부에서 도와달라고 했을 때 한 두시간 앉아 있어 준 적 있잖아. 걔도 정원사야."
"뭐?!!"
"대체 너는 이 얘기를 왜 지금 하는 건데?"
민디는 오히려 엄청나게 어이없다는 듯이 우리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니, 너무 당연한 사실이고.. 나름 굉장히 유명한 일이니까 당연히 말 안했지.. 굳이 뻔한 사실을 왜…"
그 순간 왠지 짐작되는 사실이 있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리베론이, 내… 내 그…꽃 어쩌고 의…"
그러자 민디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너랑 친한 로드리고 선배들 몇 명도 거기 참여할 걸? 물론 그쪽은 재미로 하는 것 같더라만은."
세상에, 하고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걸로 이십년 쯤 놀려먹어야겠다. 할 일이 없어서 내 팬클럽을 들어.
"그러고보니 나도 이런 이야기 하나 있어! 우리 별명있다?!"
앨런의 말에 우리는 모두 의아한 눈을 하고 그녀에게 집중했다.
“우리가 무슨 별명이 있어.”
"있어! 우리 작은 아가씨들이야."
"뭐?"
민디가 쿠키를 거의 토해낼 듯이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오를레아는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앨런을 물었다.
"세상에, 우리가 작은 아가씨들이야? 그, 명작에 나오는 그 여자애들같이?"
"어. 약간 그런 느낌인 거 같던데. 내가 둘째인 조세핀이고 오를레아가 첫째인 메그, 라시아가 셋째인 엘리자베스, 민디가 막내인 에이미래."
나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절묘해!! 잘 어울려!!!
"이거 좋네, 작은 아씨들!!"
오를레아도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최고다!!! 그러네, 내가 제일 먼저 약혼했으니까!!"
사실 잘 어울리는 별명이기는 해, 하고 앨런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때 갑자기 문이 휙, 하고 열리더니 다니엘이 나타났다. 아마도 내 상태가 어떤 지, 밥이라도 주기 위해 온 것 같았다. 한 손에 망할 샌드위치를 들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거나 절묘한 타이밍에 나는 두 손을 활짝 벌리고 장난스럽게 외쳤다.
"오, 우리의 로리야!"
그러자 아이들이 모두 자지러졌다. 다니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뭔가 깨달았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오, 내 작은 아가씨들."
우리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에게 손짓하자 그가 다가오더니 모두에게 비쥬를 하면서 내 몸은 어떠냐고 물었고, 앨런은 그 샌드위치만 치우면 괜찮아질거라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나는 행복과 즐거움에 대해 아이처럼 하나하나 배워가는 기분으로, 친구들과의 시간을 만끽했다
============================ 작품 후기 ============================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 왔어요. 몹시 많은 내용을 담았고, 분명히 좋은 영화였는데 어째선지 너무 울고 싶은..ㅠㅠㅠ,..
그렇지만 내용은 밝습니다 ㅇㅅ< 왜냐면 이미테이션게임 보러가기 전에 써놓고 갔거든요. 베네딕트씨는 연기를 몹시, 아주 잘하세요! 그래서 절 우울하게 만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