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시아-78화 (78/113)

내 소설 잼없다... 현타 왔어여..(시무룩 78화

“…재규어….”

생전 처음 보는 맹수과의 그르렁거리는 소리에 나는 질겁해서 결계 안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뒷걸음질쳐서 들어왔다. 내 생각에는 얘네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려고 이렇게 만든 것 같은데, 혹시 날 잡아먹겠답시고 달려들어서 괜히 다칠까봐 걱정스럽기도 했다.

가만히 황금색 눈을 바라보고 있자, 재규어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쩐지 날 잡아 먹을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에 긴장이 슬슬 풀릴 무렵 기척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에서 다가오는 여러마리의 재규어에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지금이라도 그냥 도망갈까.

“어, 안녕 얘들아. 그, 음… 나 맛 없는데.”

말 해놓고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목소리가 모두의 관심을 끌었는지 재규어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고정되었다.

“…망….”

망했다. 다시 나오려는 목소리를 꾹 참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하는데, 어째 다들 꼬리가 살랑살랑 한 것이…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나보다.

하기사 생각해보면 동물들이 나나 엄마를 몹시 잘 따르기는 했다. 향이 마음에 들었는지 개들 같은 경우는 밥을 얻어 먹으러 와서 한참을 엄마나 내 품에서 킁킁대다가 눌러 앉으려고 하기도 했고. 혹여나 하는 자신감에 살짝 결계 바깥으로 나가자 제일 처음 봤던 아주 예쁘게 생긴 아이가 천천히 다가와서 내 손 근처에 코를 댔다.

얘가 한입 물어뜯으면 내 손은 그냥 그대로 날아가는 건데…. 솔직히 엄청 떨렸지만, 그래도 왠지 진짜로 위기에 처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하기사 그런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으면 처음 눈 마주쳤을 때 줄행랑을 쳤겠지.

‘할짝.’

손목에 까실한 혓바닥이 느껴져 움찔, 하고 놀라서 내려다보자 유난히 예쁘게 생긴 재규어가 몸을 들어올려 내 어깨에 발을 턱, 올리고 힘을 줘서 주저 앉았더니 어린애처럼 보이는 한 마리가 다가와서는 내 무릎 위에 슬쩍 꼬리를 올렸다.

어린 재규어는 생각보다 심하게 귀여웠다. 슬렁슬렁 움직이는 꼬리를 살짝 잡았더니 좋아 죽는다.

간지럽다고 구르는 모습에서 어째 철없는 꼬마가 생각나는 건 왜지… 예쁜 재규어는 그런 꼬마가 마음에 안 드는지 덥썩 녀석을 물더니 다른 곳으로 던져 놓고 다가오는 다른 애들을 향해 으름장 같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몹시 자랑스럽게 내 허벅지 위에다가 발을 턱, 하고 올렸다.

“…아, 이제 나 니 거야?”

별 생각 없이 미간부터 귀 뒤를 쓰윽 쓰다듬자니, 꽤 만족스러운지 눈을 감아버린다. 기분이 좋은지 꼬리가 슬렁슬렁 움직여서 내 등을 찰싹 감았다. …무거운데 무겁다고 말하면 왠지 삐칠 것 같아서 아무 말 앉고 있었다. 언젠가는 놔주겠지, 뭐.

다행히 쥐가 나서 질질 끌어 내려놓으니 예쁜이는 몹시 불만족스러워했지만 날 잡아 먹을 것 같지는 않았고, 나는 가벼운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밥까지 먹고 책을 하나 들고 나와 이 수많은 재규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을 즐기기로 했다. 이렇게 4일을 느긋하게 아무 생각 안하고 휘젓고 다녔는데, 생각해보니 참 이리하가 날 좋은 곳으로 보내준 거였다.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동물은 많은 곳이라니, 딱이지 않은가.

“그러고보니 너희 오르제국의 상징아니니?”

재규어는 오르제국에서는 하구아르라고 불리고, 물과 태양의 상징이라 특별 보호가 된다고 카일이 건너건너 말해준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림에서 사는 동물들이라 오르제국의 주 도시에는 잘 살지 않았다. 페르게네스 지방에 전설에 따르면 창창한 숲이 있었기 때문에 현 황제의 가문인 페르게네스의 상징이 재규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르르르…’

하품 하는 것도 어쩜 이렇게 무서울 수가 있나 몰라. 여느 날 처럼 내 옆에 늘어져 있는 아이가 ‘예쁜이’인데, 따라다니는 남자 재규어들의 혼을 쏙 빼는 미모와 교태, 그리고 사냥실력을 갖춘 아이였다.

…어찌나 밀당을 잘 하는지, 평생 애도 못 낳겠다 싶어 걱정이 되는데 인기가 저렇게 좋으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기억하기 쉽게 '예쁜이'라고 부르는데, 본인도 그게 미인에게 하는 말인 줄 아는 건진 모르겠지만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 애는 진짜로 내가 자기 건 줄 아는지, 먹다 남은 과일을 들고 오거나 내게 친한 척하는 다른 재규어들을 상대로 격투를 벌이기도 했다. 손을 들어 쓱쓱 쓰다듬어주자 예쁜이가 나른하게 힘을 뺐는데 이 때를 노렸다는 듯이 조금씩 다른 재규어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직 한참은 어린 꼬마가 신이 나서 달려오다 몇 번 굴러서 내 곁에 도착했는데, 얘가 참 드물게 이 예쁘고 무서운 누나를 무서워하지 않는 용감하고 눈치 없는 녀석이었다.

꼬마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자, 꽤 신이 난듯이 용감하게 내 치마를 물었다. 예쁜이는 금세 눈을 뜨고 꼬마를 향해 으르렁대었다. 그러자마자 꼬마는 시무룩해져서 내 무릎 위로 기어올라와 누워버렸다.

얘는 어쩜 이렇게 어리고 귀여운가 몰라. 기분이 좋아져 손으로 꼬마를 간질이고 있는데 갑자기 예쁜이가 내 곁으로 바싹 붙었다.

뭔가 기척이 느껴져서 그런가, 약간 긴장했는데 내 주위로 재규어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 왜 그래?”

다들 심상치 않게 몸을 움직이는 걸 보고 일단 꼬마를 들어올려서 품에 끌어안았다. 이 녀석 어찌나 바둥거리는 지, 결국엔 꼬마 엄마가 화를 내서 얌전히 시켜야했지만.

“거기 누구냐!”

어, 사람 목소리였다. 나는 얌전히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몹시 긴장한 상태의 전사 몇이 천천히 무기를 들고 나와 재규어들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기를 턱, 하고 내려놓았다. 나는 그들이 뭔가 오해를 할까봐 재빨리 오르안이 날 여기에 들여보내줬다고 입을 열었다.

“저기,…”

“오르엘님….”

…응? 오르엘, 오르엘이 누구야. 하다가 순간 엄청난 오해가 있다는 걸 깨닫고 재빨리 말했다.

“아니오, 저는 그, …여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인데요.”

꼬마가 그 와중에 긴장이 풀렸는지 내 어깨 위로 올라와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너 때문에 오해가 심해지잖아. 심지어는 타이밍도 엄청나게 나빠서, 마침 깊은 나무 사이로 햇빛이 반짝거리면서 자리를 해 주변의 물기와 내 금색 머리를 반짝이게 만들었다.

아, 젠장. 과연 그 모습을 보더니 무사들이 하나하나 무릎을 꿇기 시작하더니 절을 했다. 그 모습에도 전혀 재규어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들을 응시했다.

어, 그러니까.

“저기 진짜로 전 평범한 사람인데요. 그냥 동물이 좀 잘 따를 뿐인데….”

“…자네들 여기서 뭐 하나.”

낮은 목소리가 숲의 습기를 가르고 울렸다. 당황한 채로 고개를 들어 정복 차림의 이리하에게 말했다.

“마침 잘 오셨어요, 이 분들이 제가 자꾸….”

“…그대는 또 여기서 뭐… 지금 재규어들이랑 있는 거야? 위험하잖아.”

이리하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내 옆에서 이를 드러내며 그르렁대는 예쁜이를 향해 말했다.

“카라얀, 넌 또 뭐 하는 거냐.”

그러자 예쁜이가 시큰둥한 얼굴로 이리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예쁜이의 머리를 쓱쓱 쓸어넘기면서 말했다.

“…이 애 이름이 카라얀이에요?”

“음. 내 재규어라네. 어렸을 때부터 오르 황실에서는 같은 년도에 태어난 재규어 중가장 강하게 클 녀석과 함께 하는 전통이 있어. 그래서, 거의 같이 큰 녀석인데…”

발을 싹싹 핥으면서 이리하를 전혀 모른 척 하는 예쁜이의 귀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너 엄청 귀한 몸이었구나.”

“…그런데 그대는 왜 여기 있나? 결계 안에 있어야지.”

“아 그게… 어, 제가 동물이랑 좀 친해서요. 얘네가 안 물 것 같기에.”

이리하는 도끼눈을 뜨고 물렸으면 어쩔 뻔 했냐고 나를 혼냈다. 할 말이 없어서 뭐라고 빠져나갈까 고민을 하다가 재빨리 말했다.

“그래, 이 분들 일으켜야하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 일어나게.”

손을 그가 부드럽게 들어서 사람들을 일으켰다. 그들이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나는 어, 하면서 내 어깨에 매달려있는 꼬맹이를 내려 놓고 말했다.

“따로 이야기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내 제안에 이리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라얀, 그러니까 예쁜이에게 목걸이를 채웠다. 예쁜이는 몹시 불만스러워보였지만, 결계 안으로 들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머무는 곳 안 까지는 따라오지 마라.”

“예, 오르안이시여.”

결계 바깥에 두면 아무래도 나쁜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인지, 그는 몹시 떨떠름한 태도로 그들이 결계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결계 안으로 들어가는 내가 마음에 안 드는지 그르렁대는 재규어들의 턱을 열심히 문질러주고 결계 안으로 들어와 한참을 말 없이 걸어 머물던 공간에 도착했다.

잠깐 뭔가 치워야 할 게 없나 고민을 하고 제대로 집을 정리해뒀다는 확신이 들어서 이리하를 집 안에 들였다.

“누추하지만.”

“…내가 초대한 곳인데 그런 말을 하다니, 상처야.”

그가 가벼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면서 집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아 좀 민망했지만, 그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서 퍽 안심했다.

“그래서, 잘 지냈나보군… 그것도 엄청나게.”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내 옆에 딱 버티고 앉은 예쁜이를 이리하가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 그에게 찻잔을 건네면서 말했다.

“오, 그럼요. 적응하면서 잘 살고 있답니다. 소개해주신 분 덕분이에요.”

내 약간의 비아냥에 그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내가 건넨 찻잔에 주전자로 물을 따르면서 말했다.

“뭐가 어때서 그러나, 여기가? 그대가 말한 건 동물과 가까이 있을 수 있고, 사람이 없는 곳이었잖나. 그리고 여기가 바로 그 곳이고.”

“하하, 맞는 말씀이시기는 한데, 제가 겁을 먹어서 결계 근처로도 안 갔으면 어쩌시려고 하셨어요?”

그가 따르는 물 안에 찻잎을 넣으면서 스푼으로 젓고 나자 그럭저럭 마실 수 있는 수준의 차가 나왔다. 나는 그 잔 중 하나를 그에게, 하나를 내 쪽에 내려놓으면서 그의 입이 까다롭지 않기를 빌었다.

“그대가 그 정도의 배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말씀은 항상 잘 하셔.”

이리하는 가벼운 태도로 찻잔의 차를 마셨다. 나 또한 자리에 앉으니 예쁜이가 내 무릎위에 한 쪽 발을 올리고 느긋하게 몸의 힘을 풀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그 능력은 뭔가? 얌전히 결계 안에서 휴양이나 즐길 줄 알았는데, 무슨 재규어들이랑 부족모임 하는 사람처럼 있고. 깜짝 놀랐잖아.”

부족모…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그를 엄한 표정으로 노려봤지만, 이리하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한테는 그렇게 보였네, 하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누구는 여신이라고 하고, 누구는 부족모임이라고 하시니, 참…. 기분 묘하네요. 음, 제가 좀 동물이 잘 따르긴 하거든요. 예를 들면 말이나, 개나… 고양이 같은.”

그르렁, 하고 예쁜이가 내 무릎위에 발을 하나 더 올렸다. 그런 모습을 보던 이리하가 묘하게 빈정이 상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렇군.”

“그런데 이런 큰 짐승류한테도 통할 줄 몰랐어요. 아마 향수도 안 뿌리고 해서, 더 잘 통하는 것 같은데. …손목 냄새라든지, 귀 근처에 냄새같은 게 무척 마음에 드나봐요.”

괜히 티스푼을 가지고 차를 한 번 젓자 스푼과 컵이 달그락, 하는 소리를 냈다. 이리하는 가만히 그래? 하고 묻더니 손을 펼쳐서 탁자 위에 올렸다.

“…왜요?”

“손 줘봐.”

떨떠름한 표정으로 천천히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얌전히 올리자 그가 손을 꽉 쥐더니 자기 얼굴 앞으로 가져갔다.

“어.”

당황해서 손을 꼼지락거리자 그가 가만히 있어,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내 손목을 자신의 코에 대고 가만히 숨을 들이쉬었다. 숨을 내쉬는, 그의 아주 작은 숨결이 내 손목을 간지럽혔다. 세상이 멈춘 것 같이 등줄기가 짜릿해지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가 내뱉은 공기가 내 목에 달라붙은 기분이었다.

“…아무 냄새 안 나는데.”

그가 눈을 천천히 돌려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심홍색 눈이 빛에 반사되어, 번뜩이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괜스레 딱딱한 태도로 그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손을 비틀면서 대꾸했다.

“…동물들만 느낄 수 있는 냄샌가 보죠.”

입술에서 나온 말은, 내 속 깊은 곳에서 끌어져 나온 듯한, 어쩐지 약간 쉰듯한 목소리였다. 전혀 성적인 접근이 아니었는데, 마치 애무라도 당한 듯한 반응을 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속으로 욕설을 뱉었다.

손을 내려 놓고 애써 모른 척 예쁜이의 귀를 매만지고 있자, 예쁜이가 그르렁, 하는 기분 좋은 듯한 소리를 냈다.

“…방금.”

“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을까. 뻔뻔스럽게 고개를 들고 그를 올려다보니 그가 몸을 일으켜 탁자에 손을 올려 그 자신의 몸을 지탱한 채 내 쪽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방금 당신, 나한테 설렜군.”

“…전혀 아닌데요.”

몸을 뒤쪽으로 젖혀 그의 시선에서 피하려하자 그가 잔잔하게, 그러나 분명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건너 내 위로 몸을 기울여 한쪽 무릎을 세워 앉으면서 말했다.

“맞잖아.”

천천히 그의 몸이 기울어서 내 얼굴에 그늘이 질 정도가 됐다. 아무리 피해도 도저히 피할 데가 없고, 더 피했다간 아예 내 위로 드러누우실 것 같아서 입술을 꾹 깨물고 있다가 말했다.

“어쩌면, 조금.”

“조금?”

“…진짜로 조금이요.”

그 말을 듣자 그는 마치 꼬마처럼 환하게 웃더니 목 안으로 웃었다.

“그거 잘 됐군. 엄청나게 오래 기다렸는데, 조금 정도는 좋아해줘야지.”

그러더니 이리하가 몸을 기울여 내 이마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더한 걸 예상하고 잔뜩 움츠려들었던 내가 허무해서 눈을 번쩍 떴더니 그가 가늘게 접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엄청 재밌어지겠어, 안 그래?”

나는 입술을 삐뚜름하게 만든 채 그의 멱살을 두손으로 쥐고 그대로 반동을 이용해 그를 돌려 엎어트린 후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럼요. 엄청 재밌겠네요.”

단발로 잘린 후 묶지 못해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워서 머리를 슥, 쓸어올린 후에 예쁜이를 불렀다.

“이리와, 예쁜아.”

예쁜이는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비웃음으로 그녀의 주인을 향해 그르렁대더니 나를 따라 나섰다. 이리하는 내 말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분이 상한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 제대로 그가 저항했으면 그를 엎어트리지도 못했을 거란 걸 나도, 그도 알고 있었기에 괜스레 나만 마음이 상했다.

“그나저나, 라시아.”

그가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면서 불렀다. 뚱한 마음에 왜 그러세요, 라고 물으니 이리하는 능청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 능력, 더 이상 들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무슨 능력이요?”

“동물 말이야. 특히, 재규어와 관련해서는.”

의아한 마음에 완전히 걸음을 돌려 누운 이리하에게 다가가 머리 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를 거꾸로 내려다보니 그가 천천히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

“살아있는 오르엘로 추앙받고 싶지 않으면, 특히 오르제국민에게는 들키지 마. …알았나?”

그 말은 친절한 충고였다. 나는 그의 감은 속눈썹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리하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네. 그나저나, 이리하께서는 여기 웬일이세요?”

눈을 감은 채로 그가 느긋하게 대답했다.

“카라얀이 황궁에서 지낼 시기라 데리고 가려고 왔지. …그대도 볼 겸.”

“…저더러 여기 가라고 하신 것도 그러면.”

“얼굴 한 번 더 보고 살면 좋지 않나. 어차피 곧 그대는 페드윈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얄미워서 찰싹, 하고 이마를 때렸는데 이리하가 비실비실 웃어서 오히려 기분이 더 상했다.

============================ 작품 후기 ============================

위로 감사합니다..(헤죽)

답정너가 된 기분이라;; 끙..

근데 그런 날이 있지 않나요.. 뭘 써도 써도 안 괜찮아보이는..? 이게 본인 기분이라 머 ... 엄.. 어쩔 수 없는.. 그래도 제가 무슨 힘이 있나여 안 괜찮아보여도 써놔야 완결을 내지..(영고)하지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징징거리니까 코멘이 늘어났다! (야 그나저나 언니가 제 현타를 위로해준답시고 과자를 사오기로 했는데, 카드를 놔두고 갔네요...

일부러인듯. 나쁜 계집..(부들부들)다음편은 새 학기! ㅇㅅ< 호에! 토/일은 아시다시피 안 옵니다.^0^ 리메전에 텀이 얼마나 길었던지... 2부도 있었고,. 그랬네여. 지금은 다 없어졌고 걍 모르겠고 앞으로도 2부 내용 삭제 겁나 많을 듯요.^^7777을 잡기 위해 계속 긴장타고 있는데... 7777님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고 하는 듯이..폭풍선삭이.

....괜찮아요 한 두편 더 쓰면 되겠지 머( 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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