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시아-59화 (59/113)

59화

전설의 땅에 발을 디딘 건 기적이었다, 진짜로. 살아남은 게 기적… 실컷 타고 있을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내리고 나니 이게 무슨 미친 짓이었나 싶었다. 저 밑에 절벽을 다 보고 신나서 좋아했단 말이야? 제 정신이 들고 나자 살아서 땅을 밟은 게 기뻐서 진짜 눈물이 나려고 했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에 동굴로 들어오자마자 주저앉았다. 탔을 때 무슨 정신으로 좋아한 거지. 그나저나 날개 없는 쪽들은 어떻게 여길 오나 했더니, 그들은 암벽을 말 그대로 뛰어서, 왔다.

다른 말로 설명하고 싶은데, 그냥 그게 다였다 정말로. 절벽 끝 다리에 거의 붙다시피 해서 달리고 암벽을 타고 올라오는 그들은 마치 중력을 무시할 힘과 속도가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더 이상이 이상현상은 어쨌는 머리에서 거부했기 때문에 그냥 이쯤에서 모른 척 하기로 했다.

이미 과부하야….

엘큄이 일단은 손님이니까, 라면서 희한한 차를 내왔다. 곡물로 만들어진 고소한 차여서 마시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아까의 공간에 비해 훨씬 넓고 뭔가 푹신한 것들이 그나마 있어서, 좀 안정감이 들었다. 이파리들로 만든 것 같았는데, 아무튼 그 위에 앉아있으니 다들 신기한 눈으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인간이 얼마나 신기하겠어. 나도 이 새들이 신기한데 말이다. 새들 중에서 몇몇은 내 옆에 다가오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어째선지 다들 내 눈치를 보더니 말리고 있었다.

"…저기, 다가와도 괜찮아요."

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특별히 어려보이는데다 겁이 없는 몇 사람, 아니 새…어쨌든 조족이 다가와서 내 등을 조심스레 만졌다. …날개가 없는 게 그렇게 신기한가? 저 날개 없는 쪽도 있으니 만질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문화적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엘큄에게 물었다.

"엘큄. 등 만지는 것, 뭔가 의미가 있어요?“

"등을 만져야 친해지고 싶다는 뜻이야. 날개 뿌리가 등에 있으니까, 나는 당신에게 안심할 수 있어요- 이런 의미지."

"아, 그렇구나… 우린 그런 문화가 없어서 어색했어요. 괜찮으면 다가와도 된다고 말해줄래요?“

그러자 엘큄이 뭐라고 입을 뻥긋거렸다. 분명히 서로 말하는 것 같은데 내 귀에만 안 들리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어쨌건 서로 말이 끝났는지 곧 새들이 신나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작은 새 큰새 내 등 뒤를 얼마나 덮치는지 그들이 아무리 가볍다지만 정말 깔려죽는 줄 알았다.

그들은 내 등의 어깨뼈를 만지면서 몹시 흥분하고는 엘큄을 불렀다. 엘큄도 내심은 만지고 싶었는지 마지못하는 얼굴 치고는 빠르게 다가와 내 등의 어깨뼈를 만졌다. 그러더니 몹시 신기해하는 얼굴로 내 등을 꾹꾹 누르더니 말했다.

"우와, 진짜 날개 없어."

"우리 동네에서는 없는 게 당연한건데… 날개 없는 분들 계시잖아요. 비슷하지 않은가요?"

"타딘들도 날개 뼈가 있어. 너희가 가진 날개뼈 보다 좀 더 크고, 튀어나와있어. 그게 그 사람들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 뼈야."

"…균형을 잡는 뼈라고요? 그런 것도 있어요?"

"너무 오래 전설의 종족으로 있었나. 그러니까… 조인족은 하나는 유익(有翼)인, 다른 하나는 비익(非翼)인으로 이뤄졌거든. 나같이 날개 있는 쪽은 물론 유익쪽이고, 날개 없는 타딘같은 쪽이 비익쪽이지. 유익쪽을 조족이라고 하고, 비익쪽을 인족이라고 해. 우린 주로 활을 다루고, 인족은 격투가들이야. 널 들고 온 것도 타딘이야."

날 기절시킨 것도 그 사람이라는 뜻이네. 나중에 따져야겠다고 꽁한 마음을 먹은 후 창밖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뛰어오는 그들을 보고 이해했다. 그래, 어… 그렇구나.

“그러면 절 업고 여기까지 올라온 거…?”

"타딘은 비익인 중에서 제일 뛰어나. 제일 강한 사람이 당연히 족장이 되잖아?“

그 말에 아니 딱히 그렇지는, 라고 반박하려는 순간,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비익인들이 실내, 아니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바구니, 멀쩡. 살아있어서 다행이군."

그러게요….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곧 비익인들이 자리에 앉았다. 새들이 푸드덕 대면서 그들의 곁에 가 앉았다. 그나저나 어쩌면 저렇게 작은지 나도 그들을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다. 엘큄이 내가 빤히 바라보자 수상하다는 눈길로 날개를 푸드덕대더니 타딘의 어깨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상한 질문이긴 한데… 왜 그렇게 작아요?"

"…뭐가?"

"엘큄이요. 남자잖아요. 그런데 딱히, 덩치가 있어보이지도 않고 해서요."

"내가 너처럼 돼지인줄 알아?!!!"

순간 울컥하려다가 말았다. 타딘이 엘큄의 머리를 툭, 하고 쳤다. 그게 퍽 아팠던지 엘큄이 머리를 부여잡고 한참을 끙끙댔다.

"날개 힘, 망함. 더 크면 못 남. 돼지의 날개."

"…그러니까 날개가 힘이 별로 없어서 더 크면 안 된다고요?"

엘큄이 설명이 틀려! 하더니 머리를 쥐어 싼 그대로 말했다.

"날개가 크는데 한도가 있어서 잘 못자라는 거라고. 날개가 무한정 커지면 생활하는데 얼마나 불편한데. 게다가 꽤 무겁다고, 날개는. 게다가 날 때 내가 가벼워야 높이 날수 있어서 이 정도만 자라는 거란 말이야."

"신기하네… 그럼 거의 이 정도 크기인거예요? 150cm?"

"큰 자도 있어. 우리 사이에서는 독수리라고 불리지. 날개 크기도 크고, 키도 큰 편이야."

"날개를 넣을 수는 없나요?"

"…날개를 어떻게 넣어? 멀쩡한 날개를 왜 넣는데? 넌 살이 넣는다고 넣어지든?"

하긴 우겨넣는 게 가능할리가 없지. 기왕 물어보는 거 궁금한 거 죄다 물어보자,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그럼 그 쪽들 목소리는 왜 안 들리는 거예요? 가끔 아주 멀게 들리거나 아예 안 들리는데."

"아, 그건 다른 영역의 언어를 사용해서 그래. 우리는 사용하는 음역이 좀 다르거든. 너희가 여기서 여기까지 듣는다면, 우리는 여기부터 여기까지 듣는 거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물론 네 말은 우리 쪽이 들을 수 있지, 언어를 몰라서 어렵긴 하지만."

"신기하다. 전 무슨 마법인 줄 알았어요."

"마법 아니야, 이건. 그보다 원래 목적으로 돌아가서, 우리 아기 새 좀 구해줘.“

제일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 워낙 처음 보는 곳, 처음 보는 종족에 끼여있다보니 당황해서 잊었나보다.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아 맞다. 아기 새라니, 그건 무슨 소리예요?"

타딘이 한숨을 팍, 쉬었다. 그 한숨에 조인족들이 눈치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세를 바로 했다.

"얼마 전에 알 낳다. 그 알 간수 잘 못하다."

타딘이 눈을 험하게 뜨더니 손을 척, 하고 어떤 조족을 가리켰다. 조족이 무릎을 꿇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 드는 김에 날개도 들었다. 옆에 앉아 있었던 조족 몇이 불편한 듯 조금 떨어졌다. …이런 말 하면 뭣하지만 참 벌 같지도 않은 귀여운 벌이네.

"알가지고 아래로 내려가다. 잠시 나무열매에 정신 감. 지나가던 사냥꾼이 들고 튐. 조족은 발견되면 망함. 쫓아가지도 못함. 쫓아갔다간 망함. 나한테 옴. 그리고 얻어맞음. 망함. 조족 들키면 망함."

"인족은 좀 크구나 하고 수습이 되는데 우리는 빼도 박도 못하고 그냥 인체 실험 당할지도 모르잖아. 인간이랑 마주치면 큰일 나. 그래서 돌아와서 비익인들이 사냥꾼의 흔적을 쫓아갔는데 운이 좋아서 메이가로 들어가는 것 봤거든."

"감시함. 감시 함. 감시 많이 함. 했는데 어느 날 들어온 하인가 뒤적뒤적 봄. 감시함. 감시함. 감시 또 함. 너랑 연관. 말하고 싶은데 거기서 말하면 좋은 모습 안 됨. 설명도 안 됨. 망함. 그래서 데리고 옴."

이 사람은 안 좋다는 의미를 전부 망함으로 통일해서 말하는구나. 나는 대충 알아듣고 다시 이야기를 풀었다.

"그러니까, 조지를 봤군요. 조지랑 나랑 연관돼서 높은 사람처럼 보이니까 설명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이렇게 막 데리고 와요? 내가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자 타딘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러면 니가 망함."

…에. 전혀 긴장감 있는 말투가 아니었지만, 나는 그게 그의 진심이 담긴 협박인 것을 깨달았다. 그가 힘 있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저 주먹 한 번이면 난 그냥 으깨진 감자처럼 망가지겠지. 저절로 몸이 부르르 떨려서 대답을 했다.

"…애초에 노예는 모두 풀어줄 예정이었어요. 알려져 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요. 우리도 이종족을 노예로 뒀다는 게 밝혀지면 곤란한 입장이에요."

"바라는 건 그게 아니다."

그럼 대체 뭐지. 원하는 게 분명히 있는 것 같아 그의 눈을 똑바로 봤다. 타딘은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로 나를 보고 말했다.

"어떤 자료 누출, 없다. 우리 존재, 숨긴다. 조족은 생후 7주면 날개 돋다. 지금 이주일 남음. 그 전까지 구출. 자료 매각. 도와주면 사례함. 우리 안 치사."

"…무슨 사례를 해줄 건데요?"

"드래곤한테 안 일러바침."

그런 게 무슨 사례냐고, 메리트라고는 하나도 없는 제안이잖아, 하고 어이 없다는 얼굴을 하려다 멈췄다. 생각해보면 딱히 메리트가 없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이 조인족들이 드래곤의 휘하에 있다면 무척 곤란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왜 드래곤한테 진작 안 일러바치고 나한테 부탁하는 건데요, 그럼?"

"마지막 수단. 일러바치면 귀찮아진 드래곤. 입김 뿜음. 그럼 나라 하나는 망함. 그거 부탁한 게 조인족이 되는데 우리 양심 아픔. 개념 있는 종족."

아…. 그러세요. 그러니까 드래곤이 입김, 그러니까 브레스를 뿜어서 베노암을 망하게 하면 개념 없는 종족이 아니라서 양심에 찔린다, 뭐 이런 얘기인 듯 했다. 진지하게 엘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어디의 연극이야. 코미디인가.

"그러니까 도와줘."

엘큄의 갈색 깃털이 날려서 타딘의 목옆을 간질이는 듯, 타딘이 엘큄을 정말 한 손으로 달랑 들어서 옆에 던졌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봤다. 그래, 코미디일 리가 없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기요, 제가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만 해도 꽤 되는데, 그 사람들 다 입막음 시키란 거예요?"

"입막음 안 됨. 직접 움직임."

"…저 죄송한데 제가 가진 재주가 비루하거든요."

"비루가 뭐다?"

"…가진 재주 없다. 는 말이에요."

"마법 안 된다? 검술이라도."

"전 그냥 평범한 귀족 여자애고요, 그냥 지휘자일 뿐인데요."

"…제일 세면 족장…."

어째서인지 당황과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래, 이 조인족들은 이기는 놈이 족장을 하니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를 수도 있지. 나는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지도자일 뿐이라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건 못한답니다. 제 능력은 사람들을 잘 움직이게 하는 거지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요."

"…너 뭐임. 실망."

나도 실망…. 대답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럼 저는 이만 돌려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조인족 비밀 암. 올 땐 마음대로, 갈 땐 우리 마음대로."

"올 때도 제 맘대로 아니었잖아요! 이런 법이 어딨어요!!"

"그건 미안하게 생각. "

안 미안한 얼굴로 보면서 그런 말 좀 하지 말아달라고요… 한숨이 정말 절로 나와서 머리를 부여잡다가 어떻게든 살아 나가자 싶어서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그럼 그 아기새 어디 있는지 아세요?"

"모르니까 너 찾았지. 우리 정보력 한계가 너였다고."

답이 안 나오는 종족일세… 하기야 전설의 종족이니까 정보력이 그리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나한테까지 온 것도 거의 기적일거고.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에 못한다고 하면 죽고, 그렇다고 하자니 남의 집 새 구하려다가 내가 죽을 지경이었다.

"…그럼 정보만 구해드릴테니까 알아서 구하시면 안 될까요? 보아하니 제 기사님도 한방에 때려눕히고 오신 모양인데."

"기사 능력이 찌질."

"찌질이라는 말은 용케도 아시네요. 그 정도는 괜찮은 실력인데 말이죠. 어쨌든 인족 몇 분이서 구해오시면 되잖아요. 이렇게 뛰어난 격투가 여러분들이 계시는데 왜 굳이 제 힘을 빌리시려고 하시나요."

"덩치가 크니 눈에 뜨여서 밤에 움직이기 힘들어, 이쪽들은. 그렇다고 조족들이 움직이자니 이건 그냥 눈에 뜨이고."

"… 그렇게 힘든 일을 나 혼자 가라는 건 무슨 심보예요."

"우린 네 힘 천하무적인줄 암."

어머 그러셨구나,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나는 천하무적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검도 제대로 못 썼다.

왜지. 한 번도 느낀 적 없었던 스스로의 무능함이 여기서 느껴지는 건. 한참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어쩌면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노예 경매장으로 들어갈 핑계랑 루트가 필요했던 거니까.

“그러면, 이건 어때요? 음, 이종족이기는 하니까… 잠깐이지만 다른 이름으로 잡혀서 직접 알을 구해내는 건?”

“들키면 안 된다니까.”

“아니, 다른 종족인 척 하면 되잖아요? 이렇게 크니까 거인족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런 종족은 없는데.”

“아니, 있는 척은 할 수 있으니까요.”

그 말에 타딘이 어쩔 수 없다는듯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천하무적….”

“아닌 걸 어떡해요.”

결국 시무룩한 표정으로 타딘은 내 제안에 응했다. 숙소로 돌려놓으라는 내 요구에 타딘은 나를 업고 ‘달렸’는데,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결국 한 번 토하고, 제발 기절 시켜달라고 애원했다. 그리고 그가 뒷목을 두드려서 기절한 후에 숙소 침대에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헤이텔과 조지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가씨!!!”

“어…어, 네?”

“아니, 그렇게 허술하게 납치를 당하시면 어떡합니까?!!”

“납치가 만만하십니까?!? 혼쭐나시려고!”

…누가 들으면 내가 납치 저 당하고 싶은데요, 라고 말한 줄 알겠다. 아, 기절하고서 일어난 아침에 위로는 못 받을망정 이런 잔소리를 듣게 되다니.

“잘 돌아왔잖아요… 머리 울려요, 그만 해요.”

“그리고!! 저 괴물 같은 인간은 뭐예요?!”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거야. 한숨을 푹 내쉬고 바닥에 앉아있는 타딘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음, 제가 꼬여낸 이종족이에요.”

“…예?”

“이름은 타딘.”

그 말에 타딘이 고개를 들더니 헤이텔과 조지에게 말했다.

“족장이시다.”

“…미친 애 데리고 온 거 아니에요?”

그 무례한 말에 나는 헤이텔을 확 째려보고는 말했다.

“멀쩡해. 괴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우리한테 협조까지 해주는 분이니, 귀한 취급 부탁해요, 헤이텔.”

그래도 헤이텔은 의심스럽다는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변경한 계획을 말해주자 싶어서 덮고 있던 이불을 걷고 머리를 묶어올렸다. 멀쩡한 처녀 침실에 이렇게 쳐들어오는 것은 어디에서 배운 예의야, 정말.

“그리고 계획을 변경하기로 해요. 언제까지고 소문만 뒤지고 있을 수도 없고 성과도 미미하니까 차라리 노예 거래 시장으로 일부러 이 분이 잡혀가서, 격파하는 쪽으로.”

그 말에 조지가 엄청나게 놀란 얼굴을 하고 타딘에게 물었다.

“엄청나게 위험한 계획인데, 괜찮겠습니까?”

“마땅히 할 일이다. 구해야 할 아이가 있다.”

그 말에 우리 둘 사이의 모종의 계약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헤이텔과 조지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렇다면야 일이 편해지기는 하지만… 그럼 이제 근처 이종족들 감시하고 있는 기사들 다 돌아오라고 하겠습니다.”

“음. 그렇게 해줘요. 문제는 어떻게 납치를 시키느냐는 건데, 뭔가 생각 있어요?”

“아. 그거라면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들어갔던 상단 있죠?”

그리고 헤이텔이 대충의 설명을 해주었다. 헤이텔은 유난히 이종족이 많은 상회가 수상해서 그리 잠입을 한 거라고 한다. 참 똑똑해. 보고만 잘 하면 이렇게 예쁜 부하가 없는데, 참 아쉬울 따름이다. 어떻게 지냈냐고 하니 순진하고 아방한 척, 2주 동안 연기해서 감사가 나올 때 얼굴마담만 하고 있다고 한다.

“하는 행동이나 대충 보는 장부, 그런 걸 봐서는 확실히 여기가 시장루트가 많거든요. 근데 메이가랑 연관성을 아직도 못 찾겠어서 문제이긴한데….”

“음. 솔직히 말할게요. 시간이 2주밖에 안 남았어요. 구해야 하는 애가 2주가 지나면 죽을지도 몰라서… 그러니까 메이가 관련성 그건 미뤄두고, 어떻게든 그 시장에 초대 받는 걸 목표로 잡죠. 헤이텔, 방법 있어요?”

그나마 상단주랑 아는 사이인 헤이텔이 끙, 하고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돈이 좀 많이 드는데.”

“괜찮아, 괜찮아. 말해봐요.”

그녀의 계획은 이랬다. 앞으로 거의 매일매일, 백치미가 빛나는 헤이텔 앞으로 거금을 들여 보석등을 보내준다. 그러면 상단 주인이 어디서 이런 게 오냐 물을 거고, 헤이텔은 친척이 부자고 이종족 거인 노예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흘린다. 그래서 한 번 보고 싶다고 하면 반은 성공한 거고, 오일안에 이 소리가 안 나오면 바로 위조 방법을 찾는 걸로 말이다.

다행히 이 방법은 통해서, 상단주를 보러 나는 갈수 있었다.

그렇게 졸부인 내가 거인족, 말은 지지리도 안 듣는 노예를 데리고 상단에 나타났고 몹시 다행이도, 상단주는 타딘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는 특히 타딘을 통해 이종족 노예들을 관리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타딘이 멍청하지만 충성스럽다고 강조하며, 이종족 거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서로에게 호감이 갈만한 이야기를 나눈 뒤 이틀, 헤이텔은 드디어 우리 모두가 기다렸던 초대장을 내밀었다.

"얻어냈어요."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말이었다. 얼른 그녀에게 초대장을 받아 펼쳤다. 그렇게 애타게 얻으려고 했던 것치고는, 몹시 아무 내용이 없어서 실망하자 조지가 물었다.

"이게 그 초대장입니까?"

조지는 내게서 초대장을 받아 들어서 세심하게 바라봤다. 그러더니 아! 하고는 말했다.

"이 인장, 메이가에서 본 적 있습니다. 수상하다 생각해서 보고서에 올려놨었는데, 역시 쓰임새가 있었군요."

이렇게 쉽게 메이가와의 연줄을 찾다니!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꾹 참고 그를 칭찬했다.

“조지, 역시 대단해요… 으, 이렇게 쉽게 찾아낼 줄이야. 정말 신이 도왔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나중에 발각될 때를 대비해서 하나 복사해둘까요?"

"가능하겠어요?"

"그거야 쉽습니다. 제가 그림을 세세하게 그려서 헤이텔에게 가져다주면 헤이텔이 알아서 할 겁니다."

"…이봐, 날 너무 믿는 거 아니야?"

"못 하는 건 안 시킵니다."

헤이텔이 꺼져, 꼬마. 하더니 나를 바라봤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본 이후에 말했다.

"해."

"…아가씨는 안 모실 거예요. 흥입니다."

"삐치지 말고~. 헤이텔은 능력자니까 이것저것 시키는 거잖아요. 조지한테 내가 일 시키는 것 봤어요? 헤이텔이니까 시키는 거라고요."

헤이텔이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조지는 안 시켜도 하니까 그런 것 아니고요?"

꼭 말을 해도.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뒷 골목에서 잔뼈가 굵은 헤이텔은 내가 모르는 여러 사람다루는 법을 알았고, 나는 상대할 수 없는 인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가 샤펜가에서 주로 하는 일이 상인들과 상대하는 일이고, 가끔 공작이 필요하면 공작이 지명한 상대의 뒤를 캐는 일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쉬웠다.

"헤이텔, 해줄 거지이?"

눈을 동그랗게 뜬 후, 솔직하게 부탁하는 것. 그녀는 이리저리 너무 지저분한 사람들만 만나와서, 오히려 이렇게 솔직하게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한다. 그래서 부탁할 때 빙빙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는 조지가 그녀를 가장 많이 부려먹는 상대다. 그냥 싫어. 못해. 라고 말하면 될 것을, 헤이텔은 그 부분에서는 순발력이 떨어지는지 버벅대다 그냥 받아주고 만다.

이런 데서 은근히 귀엽다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라서 헤이텔은 내 눈을 보고 버벅대더니 한숨을 쉬고는 조지의 등을 세게 때렸다.

"왜 때리십니까!!"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임마!!!!"

둘의 아웅다웅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몹시 편했다. 얘네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참 말을 잘 들어, 응.

"그래서 여기 가실 겁니까? 이미 돈을 너무 많이 쓰지 않았나 걱정됩니다. 졸부집 딸네미 전용의상이 쓸데가 없이 너무 비싸던데."

"괜찮아. 이쯤 산다고 샤펜가가 거덜날 것도 아니고. 나중에 다 황자님한테 청구하면 되지 뭐. 이 때 아니면 언제 돈 써보겠어? 마음껏 써, 마음껏."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괜히 헤이텔이 신이 나서 조지에게 대답했다. 그녀는 정말 쓸데없는 곳까지 세세하게 돈을 청구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그 능력을 높이 사서 나는 황자에게 보낼 금액 청구를 그녀에게 맡겼다. 황자는 의상비가 왜 이렇게 많이 들었는지 궁금해할 테지만, 내가 알게 뭔가.

"그럼 나가실 때 저 타딘이라는 자를 데리고 갈 예정이십니까?"

“그래야할 것 같아요. 교환하는 느낌으로 하는 거니까. 타딘이 감옥 안으로 들어가야 탈출할 때 편하기도 하고요. 혹시 모르는 사태를 대비해서 프로텍터도 거액을 주고 구매했어요. 내가 나중에 가격 말해줄테니까 그것도 청구해버립시다."

"꽤 위험할텐데요. 이렇게 큰 사업인데도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뭔가 있다는 건데, 이 자가 어떤 위험에 처할지도 모릅니다."

"그건 본인에게도 이미 말했어요. 하지만 그 쪽도 원하는 바가 있으니까 굳이 지원한거고."

여차하면 그냥 그 아기새를 데리고 도망가라고 이미 말해뒀다. 물론 그 전에 행동불능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호출기로 루트를 파악할 수 있게 해뒀고 말이다.

평소에 비해서 여러 가지 탈출구와 가능성을 세세하게 살펴서 한 건 내가 처음 맡은 임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타딘이 일족의 족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드래곤… 불… 아, 위통이야.

머리를 젓고 한숨을 내쉰 후 각오를 다졌다. 열심히 하자. 흑갈색 머리를 발랄한 스타일로 정리하고, 안경도 제대로 낀 후에 나는 졸부요 상품을 걸친 후 얼굴을 가리는 가면과 초대장을 챙기자, 내가 봐도 나는 샤펜가랑은 거리가 백년쯤 멀어보였다.

거인족 노예를 뒤에 달고, 나는 졸부 마차를 탔다. 노예들이여, 내가 간… 아니야, 방금 너무 모험 소설 같았어.

“출발하죠.”

내 말에 마부가 천천히 마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래곤… 불바다….

“끙.”

“…어디 불편?”

타딘의 말에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그냥, 내가 이 옷을 입고 여기 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요….”

그 말에 타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댁이야 걱정할 게 뭐가 있겠어.

============================ 작품 후기 ============================

위통에 시달리는 라시아 (1*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좀 개그감이 있네여! 아 자꾸 누르려고 하는데 안 눌러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깔깔.

표지 예쁘지않아여?!?!? 전 초 맘에 드는데 ㅋㅋㅋㅋㅋ 쌀떡님이 만들어주신 예쁜 일러스트도 최강 좋지만, 가끔은 이런 병맛으로 기분전환을 할 필요가 있어서요! 이제 즐거운 부분이랔ㅋㅋㅋㅋㅋ 깔깔깔..

소개글에 적혀있지만 다시 적으면

우주요정 라시아

서브는 여러명이지만

메인은 하나!

피의 대서사시가

마침내 시작한다

흥미진진! 쾌감폭발! 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이거 받자마자 넘 웃겨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졌어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쾌감폭발!! 쾌감폭발!!!

하.....

글구 우주요정은 접니다.

선삭이 많은데 보나마나 표지보고 선작하고 안 읽는 분들이시겠져!! 안 아까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깔깔깔 전 이런 표지 짱 좋아해서요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시져?!?! 참고로 이거 보고 오늘 짜장면 먹었습니다... 뿌듯.

이 구역의 우주요정 피를렛 the 희세 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토/일 휴무.

++ 의견 반영한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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