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연말의 마지막 파티이자 신년의 첫 파티는 항상 황궁에서 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싶지만, 생각보다 간단했다.
12월 31일에 가장무도회가 오후 9시에 열려 새벽 3시까지 진행되는 거다. 이 파티는 아느완의 거의 모든 귀족에게 초대장이 돌아가고 황궁의 주인, 황후의 주관으로 열리는지라,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일 년 중 가장 큰 파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가면무도회가 드문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파티로 손꼽힌다.
가면무도회지만 단순히 가면을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다들 상당히 철저하게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는 했다. 베노암제국이 마법사가 많은 나라라 가능한 이야기지만, 보통 머리색과 눈 색은 마법으로 일시적으로 가리고, 다들 얼굴에도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마법이 오래 지속되면 좋을 것이 없으므로 12시가 되면 모두의 마법은 풀리는데, 그 때부터 가면을 벗고 신년파티를 즐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해에 가장 끔찍한 옷을 입고 왔던 사람을 흉내내거나,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사람을 흉내 내기도 하고 단순히 친한 친구거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따라하기도 한다.
아니면 타인의 옷을 디자이너에게 맡겨 리폼을 해서 새롭게 입고 오기도 해서, 앞으로 신년의 드레스 스타일이나 새로운 유행을 알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오를레아와 한참 딴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얘는 가면 무도회에서 뭘 입으려나 궁금해서 물었다.
"그러고보니 오를레아, 너는 가면 무도회 때 뭐 할거야?"
"아, 난 오페라의 유령으로 해볼까 생각했는데."
오를레아는 뜬금 없는 곳에서 이상한 센스를 부릴 때가 있었다. 나는 겨우 표정을 가다듬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코도 없는 남자가 되고 싶다고?"
"…그럼 크리스틴?"
"오페라 너 혼자 본게 아니라서 여주인공인 크리스틴 엄청 많을건데."
"그거 아니면 별로 하고 싶은것도 없는데… 하다못해 라울이라도…."
"오를레아야…."
내가 난색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탁자에 올라와 있는 쿠키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시큰둥한 얼굴을 했다. 황자는 그 날 이후로 오를레아와의 어떤 형식의 접촉도 시도하지 않았고 오를레아는 예상했던 결과지만 기분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상당히 저조한 기분이었다.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
충분히 뜬금 없고, 갑작스러운 말임에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탁자 위의 쿠키 중 하나를 먹고 나서 말했다.
"혹시 그가 널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거 알지?"
"알아. 아는데… 심지어 내가 옳은 결정을 내린 것도 알거든, 나."
"…그런데?"
"그런데도… 자꾸만, 자꾸만 생각하게 돼. 정말 맞았나. 이렇게 후회하는 걸까, 뭐 그런…."
그녀가 푹, 하고 한숨을 쉬었다. 한숨이 무거워 그녀의 고개가 픽, 하고 아래로 꺾였다. 나는 어떤 말을 해줄까 고민 하다가 결국은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로 했다.
"언젠가 다시 이게 잘못됐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자전하를 좋아하고 사랑했는데, 어째서 그랬을까 … 뭐 그런 생각이 계속 들면 오를레아. 다시 한 번 물어볼게. 후궁으로서 살 수 있어?"
그러자 오를레아는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러면 결국, 너는 황자전하가 황위다툼을 때려쳐줬으면 하는 거야?"
"…그…."
"이기적이라고 생각 안 할테니까 말해봐."
"……응. 그랬으면 좋겠어."
"황자전하도 비슷할 거야. 한 명이 포기할 수 있다면 너희는 함께 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거지. 누굴 탓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내심은, 황자라면 그녀의 가치를 알아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둘이 사랑에 빠질 거라는 생각은 사실 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눈이 높은 사람이 인정해주리라고는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 그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까?
아니, 그게 그가 가진 모든 것이라는 생각을 그가 버릴수 있을까?
"나 너로 분장할래."
오를레아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황실 파티 때, 나 너처럼 보이게 하고 갈래."
"응? 갑자기 왜? 황자전하가 알아보길 기대하는거야?"
"아니. 네가 제의했던 그 대답…. 내가 듣고 싶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녀 입으로 듣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질질 끌어내면서 말했다.
"옷 고르자, 옷!"
그러자 오를레아가 내 기운 찬 목소리에 웃으면서 말했다.
"예에-!"
철저하게 서로가 고를만한 옷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서로의 취향이면서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에도 잘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미션의 난이도가 확 올라갔고, 나와 오를레아는 이런 곳에서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옷 저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며 난동을 부렸다.
우리가 신이 나서 이것 저것을 하는 게 샤펜가에서는 퍽 드문 일이었고, 시녀들은 오랜만의 행사에 덩달아 신이 나서 왔다 갔다 난리를 피웠다. 결국 시녀장이 쫓아올라와 시녀들을 조르륵 앉혀서 혼을 내고 덩달아 우리도 간접적으로 혼이 나고 나서야 저택이 겨우 조용해졌다.
정식약혼을 한 아비게일은 굉장히 자주 요르펜가로 눈도장을 찍으러 다녔기 때문에, 샤펜공작가는 샤펜공작과 내 것이었는데, 샤펜공작은 연말에 쌓인 세금일때문에 계속 철야와 야근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는 집의 일은 철저히 집사의 권역이라고 생각했고, 덕에 나는 집을 완전히 내 것처럼 편하게 쓰고 있었다.
집사님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너무 쉬워서 당혹스러울 정도였다니까. 덕분에 시녀장이 팔자에도 없는 군기반장 노릇을 한다며 내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 것치고는 엄청 잘 혼내시더만.
어쨌든 결국 적당한 옷을 골라내고야 만 우리 둘이 준비를 모두 하고 화장까지 깨끗하게 하고 나서 마법사를 불러냈다. 전속 마법사는 우리에게 머리색과 눈 색을 바꿔줬는데, 그리고 나서 봤는데… 좀 웃겼다.
머리 색과 눈색깔, 그리고 서로의 취향을 약간만 반영했을 뿐인데, 정말 나는 오를레아처럼 보였고 그녀도 나처럼 보였다.
"…다음엔 이거 하지 말자. 좀 소름 끼쳐."
"응. 이렇게 닮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같이 지낸 지 그래도 꽤 시간이 흘렀다고, 나는 오를레아의 말투나 행동을 제법 흉내낼 수 있었다. 오를레아는 반면에 나를 따라하는 걸 좀 힘들어했다.
여성스럽긴 하지만 다분히 담담한 성격의 오를레아가 내가 엄마에게 배운 습관적인, 그…음. 애교가 섞인 동작…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걸 따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귀족 아가씨들에게는 금지된 무용 같은 것도 했으니까. 하지만 몇 시간 있지도 않을 거니까. 제프리가 마차를 잡으면서 소름끼친다, 고 까지 말했으니까 괜찮겠지.
궁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팔짱을 끼고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큰 규모의 파티답게, 엄청나게 사람이 많았고 덕에 무척이나 정신이 없었다.
"샤펜아가씨시군요! 이건 …누굴 따라하신겁니까? 아하! 새로운 디자인이군요!"
오를레아가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했고, 말을 건 귀족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개졌다. 그나저나 순간 그녀의 말투가 나랑 너무 똑같아서 조금 소름끼쳤다. 우와.
"레이디 아를리오스시군요! 절 속이실 순 없으십니다. 가면으로는 가릴수 없는 미모가 있으시니까요!"
나는 오를레아와 최대한 비슷하게 조용히 목 안으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고마워요."
의례 내가 그렇게 하듯이 그럼 저희는 이만, 이라고 오를레아가 말하면서 나를 파티장 안 쪽으로 끌었다.
"와, 방금 엄청 나 같았어."
"평소에 네가 하는 일이니까 그렇지."
속삭이면서 재빠른 걸음걸이로 테라스 구석으로 들어와 커튼까지 닫은 오를레아에게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글쎄. 뭔가 유혹 같은 걸 해볼까?"
"와, 나 친구 애인 뺏는 여자야?"
"음~, 응. 그런 셈이지."
"어… 그래. 노력해보렴. 나는 그럼 기왕 네가 된 김에 놀기라도 해야겠다."
그녀가 웃으면서 파티장으로 돌아가는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알아서 잘 하겠거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결과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30분이 지난 11시, 황가 일원들이 도착했다. 황후가 가장 먼저 들어와 우아하게 미소를 지은 후 개회를 알렸다.
사실 개회야 훨씬 전에 시작했지만 지금이야말로 진짜 시작이니까. 황후와 황제가 먼저 첫번째 춤을 추었고, 황녀와 황자가 나와서 우아하게 두번째 춤을 추었다. 샤펜공작과 아비게일이 나와서 춤을 추고, 요르펜과도 아비게일이 춤을 추었다.
나 또한 샤펜공작과 춤을 춰야했지만 내가 나가면 그대로 샤펜이라는게 들통나니, 청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다리가 아픈 걸로 대충 오를레아가 사람들에게 말해둔 모양이다.
황자가 내게 춤을 청했지만, 나는 딱히 오를레아로서도, 나로서도 춤을 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했다.
"그대의 다리도 아프나?"
그가 그대로 돌아가지 않고 말을 걸어서 좀 놀랐다. 하지만 재빨리 오를레아가 했을 법한 대답을 머리를 굴려서 끄집어 냈다.
"다리 뿐이겠어요, 황자님."
제법 씁쓸한 표정을 짓자 그가 순간 허를 찔린 얼굴을 했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그는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했다. 어… 양심이 엄청 찔리는데. 그리고 그 때, 오를레아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황자님. 선택하실 때가 왔네요."
일부러 담담한 얼굴을 했다. 오를레아는 아파도 절대로 티를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버려지는 걸 알았어도 분명 그 앞에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럴거기에 잘 알았다. 그건 자존심기도 했고, 스스로를 지키는 스스로의 방법이기도 했다.
"…그대는…"
"샤펜양이 오시네요."
나는 그를 보지 않고 외면한 채, 그의 곁에서 멀어졌다. 일단 멋지게 퇴장하기는 했는데… 나도 대답을 듣고 싶잖아. 일단 그들이 가는 방향을 눈에 담고 있다가 황자보다 이 궁을 잘 아는 사람을 떠올렸다. 몰래 훔쳐보려면 황자전하보다 지리를 잘 알아야지. 입구 쪽으로 급한 걸음으로 간 후에 시종장을 덥썩 잡았다.
"죄송한데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시종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아, 아를리오스 양이시군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쪽 왼쪽 세번째 테라스에서 하는 말이 들릴 수 있는 곳으로 좀 안내해주세요."
"…어, 저기 아가씨, 거기는 왜 가십니까?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건…"
"가끔 필요한 일이지요. 해주실 건가요?"
최대한 오만한 말투로 말하고 노려봤지만, 시종장은 머뭇거릴 뿐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시종장까지 올라왔으면 분명 어느정도 권력의 판도를 읽고 있는 자라 당장 안내해 줄 알았는데…. 아차. 일단 그의 팔을 움켜쥐고 질질 끌다시피 해서 구석으로 들어왔다.
구석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갑갑한 가면을 벗었다.
"헉, 샤, 샤펜양."
"자, 이제 안내 좀 받아볼 수 있을까요?"
나는 화사하게 웃어주었고, 시종장은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이고는 이쪽으로, 라며 나를 안내해주었다. 시종장은 여길 알려준 걸 남에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수십번쯤 이야기를 하고는 사라졌다.
과연 수십년 시종생활 한 사람답게 확실한 관람석이었다. …뭔가 먹을 걸 들고 올 것을. 꼭 이렇게까지 내가 해야할까 싶었지만, 엄청 궁금한 걸. 숨을 죽이고 들리는 대화에 집중했다.
어느 새 시각이 11시40분 쯤이었다. 20분밖에 안 남다니.
"…그 때의 말을 듣기 위해 불렀나?"
"네, 전하. 대답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그녀가 화사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이 정말 나랑 비슷해서, 퍽 묘한 느낌이었다. 거울을 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기분이면서도… 음.
"황위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는 초조한 얼굴이었다. 화사하게 웃고 있는 오를레아는 가면 너머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마치 무슨 판결의 신같았다. 저렇게 단호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고… 그녀 마음도 복잡하겠거니, 해서 애잔하기도 했다.
"나는…."
벌써 11시 45분이었다. 들키기 전에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반쯤 몸을 빼고 거의 달라붙어서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녀 또한 어느 때보다 긴장한 얼굴이었다.
드레스자락을 붙잡는 그녀의 손가락이 미미하게 떨렸다. 우스운 이야기고, 누군가는 믿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 떨리는 손가락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각오를 하고 왔소."
"… 무엇을요?"
"너무 오랫동안 바라온 게 황위라, 그게 내가 바라는 유일한 것이 되었네. 사랑이야 다시 찾을 수 있다고도 생각했어. 그녀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지."
그가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기분좋게, 웃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샤펜양. 그대의 말대로 그녀는 내게 그만한 가치를 가져다준 여자니까."
오를레아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 완벽한 각도로 고개를 기울이고 그녀는, 몹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선택이세요. …그럼 저는 이만."
"샤펜양, 지금 몇 시지?"
오를레아는 약간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걸 물을 타이밍이 아니라 더욱 그랬다.
"…11시 56분입니다만…."
"자네는 친구니, 물어보는 건데… 오를레아가 청혼 때 무릎을 꿇는 것을 좋아할까?"
그가 초조한 얼굴로 물었고 오를레아는 약간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다가 대충 둘러대듯이 말했다.
"글쎄요. 그런 이야기는 나눈 적이 없어서."
설마, 하고 나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황궁에서는 12시 정각에 새해를 알리는 불꽃놀이를 한다. 오를레아는 당황한 얼굴이었고, 황자는 웃고 있었다. 그는 오를레아의 손을 갑작스럽게 잡았다. 오를레아는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절대로, 한 발자국도 밀려나지 않았다.
58분, 59분,
그리고….
'펑-!!!!!!'
테라스 너머 검은 밤 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별들이 사그라들고, 다시 피어올랐다. 프로포즈 하기에 매우 적절한, 아주 로맨틱한 배경 너머로, 오를레아의 금발이 끝에서 부터 천천히 보라색 제비꽃 머리카락으로 변해갔다. 황자는 천천히 오를레아의 손을 잡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가면을 벗기면서 말했다.
"무릎을 꿇을까?"
그 말에 오를레아는 놀란 눈을 하더니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처음에는 정말 몰랐는데, …목소리가. 자네를 알아채지 못하는 게 오히려 힘든 일이지. 그래서, 무릎을 꿇으면 좋을까?"
오를레아는 몹시 당황하고,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어쩌면 웃음을 참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잠깐 더듬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무릎을 꿇어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오를레아의 대답에 황자가 주저하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둘 모두 웃고 있었고, 그 모습에 내 마음이 괜스레 벅차 올랐다.
"…오를레아 엘다 아를리오스. 황자인 나, 페이 다마스 렘바로오프의 피앙세이자, 이후의 내 단 하나뿐인 비가 되주시겠습니까?"
"저의 단 하나의 사랑인 당신을, 언제나 따르겠습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그를 일으켰다.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그 둘이 조심스레 입을 맞추는 것을 보았다. 입맞춤이 끝나고, 그가 말했다.
"그래서 샤펜양은 어디있어?"
나도 가면을 벗고 활짝 웃으면서 살짝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약혼 축하드려요, 전하!"
둘의 아연한 표정이 유독 우스웠다. 나는 둘을 내버려두고 지켜보던 곳에서 빠져나와 파티장으로 섞여 들어갔다. 곧 공식 발표를 하러 둘이 무도회 한 가운데에 나왔고, 그렇게 신년 최고의 로맨티스트가 황자전하로 결정나는 모습을, 나는 몹시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이렇게 자주 올라오는 용량 박치기 글을.. 열심히 읽어주시고.. 함께 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ㅅ'ㅜㅠ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혹은 리메 전에 관한 댓글은 모두 삭제하고 있어요, 양해 부탁드려요 ㅠㅠ 으 그리고 진남주 밝히지 않는 쪽? 이 낫다고 하는 의견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ㅜㅜ.
만약 밝히지 않는 쪽이 스토리 라인으로 나았다 싶으시면 그 편 관련해서는 삭제하려고 하고 있어요. ㅠㅠ 자유롭게 의견을 밝혀주세요!
+ 그리고 제가 여주를 굴린다니;; 뮤슨 그런 말도 안 되느니;;;;;;;; 아 깜짝 놀랐네여 ;;; 어휴;;;;
++) 요즘 로맨스소설에서는 다 .... 다들 그냥 딱 보면 아 얘가 얘랑 연애하네 딱이네. 남주 얘네. 일케 견적이 나와서.. 상관 없을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