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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아-48화 (48/113)

48화

남은 수업을 듣고 진이 좀 빠져서 휴게실에 한 시간 정도 앉아있다가 저택으로 돌아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기운이 쭉 빠졌다. 코라의 일 처리 속도가 얼마나 빠른 지를 왜 내가 까먹고 있었던가…. 캘리 상단보낸 옷감재단사며, 기타 플래너들이 응접실을 가득 채운 것을 보고 질려 있었다.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제프리가 허겁지겁 뛰어오더니 왜 이제 오셨냐며 죽는 소리를 막 해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얼른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일단 아비게일이 있는 쪽으로 가야지, 하다가 문득 다니엘 생각이 났다.

약혼 축하드린다고 제대로 말씀도 못 드렸네. 뭐 앞으로 계속 만나기야 하겠지만… 아비게일이 응접실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응접실로 갔다.

"아, 이제 왔니?"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게 했나요?"

"네가 정할 건 좀 뒤로 미루고, 일단 내가 정할 것부터 좀 정해봤어. 드레스, 장신구 일체랑 파티 장식들이랑 초대장 디자인, 식기 일체."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파티 플래너로 온 캘리상회의 마담에게 말했다.

“약혼 파티장 후보는 어느 곳이 있죠?”

마담이 몇 군데를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규모와 분위기를 고민하다가 몇 군데를 고르고 나중에 직접 탐사하고 정하기로 했다.

“정하고 바로 연락 할 거예요. 그 쪽이랑 상의해서 날짜는… 대략 이 시기 정도. 당연한 소리지만 꽃이 아주 많이 필요해요. 뭘로 할지는 아직 결정이 안 났지만 콘셉트가 잡히는 대로 바로 알려줄게요.”

“그럼 최대한 많은 물량이 잡히는 곳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음. 그래주시면 고맙고요. 요리사가 아주 많이 필요한데, 뷔페식이 나을 것 같으니까 한 곳에 특장점이 있는 사람들을 각각 모아주세요. 그리고 혹시 가문이랑 계약되어있는 요리사는 확실히 저택 주인 허락을 받아오도록 하고요.”

이리저리 스케쥴을 먼저 상의해서 전체적인 틀과 정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나서 좀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비게일, 드레스말인데, 부디 화려한 걸로 골라주세요. 약간 과감하고 도전적인 스타일도 좋고요. 좋아하시는 스타일이 단순하고 고전적인 미인 것은 알지만, 이번 약혼이 시사하는 바가 많으니까… 되도록 화려한 장식도 많은 스타일이 좋겠어요. 아마 그런 것도 예쁘실거고."

이래봤자 고르는 게 그다지 화려하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그래도 원래 것보다는 과감하겠지 싶어서 말을 꺼냈다.

"초대할 사람 명단은 제일 마지막에 정하도록 하고… 아비게일양의 의견이 이제 필요한 부분이니까 나머지는 천천히 상의하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하녀에게 차와 다과를 준비시키고 나서 아비게일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가볍게 내 인사를 받아주었고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나는 응접실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보니 오늘 록진이 퇴원했겠구나. 얼른 제프리한테 물어보니 방에 있다고 해서 조급한 걸음으로 걸어가 문을 열자마자 록진이 읽던 책을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말했다.

"늦으셨습니다."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배시시 웃어버렸다.

"기다렸어요?"

“신전에서 나오는 날 학교 다녀오자마자 바로 여기로 올게. 약속! 진짜!!… 이렇게 말씀하시고 간 분이 대체 제 애인이 맞는 건지 궁금합니다만.”

순간 몹시 찔려서 살살 웃으면서 말했다.

"오자마자 아비게일 양 약혼 일에 몸이 묶여서 이렇게 됐어요. 잘 지내고 있었어요? 하루종일 심심했죠~"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떨어가면서 침대 옆에 가서 앉았더니, 록진이 침착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많이 심심하고 걱정도 되고 그랬으니까 더 해보십시오."

“…뭘요?”

"눈웃음도 치고, 아가씨도 제법 하십니다."

"뭘 제법해요, 제법!"

얼굴이 붉어져서 침대를 탕탕 두드렸더니 그가 옆으로 당겨가더니 자기 옆을 툭툭쳤다. 내가 좀 머뭇거리는 기색을 하자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더니 더없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아픕니다."

“…지금 그걸 믿으라고…"

"아가씨가 제 옆에 안 앉으시면 더 아플겁니다."

"하나도 안 믿기거든요."

내가 엎드려서 그를 올려보면서 말하자, 그가 아쉽네요, 라고 말하며 내 머리장식을 매만졌다. 피곤했다. 눈이 살살 감기려고 했다.

“…아, 나 잠들면 안 되는데…."

스스로 웅얼거리는 게 느껴졌다. 일어나야하는데, 일어나기 싫었다. 그가 나를 깨워주기는 커녕 혼자 내 머리카락을 한 웅큼 쥐고 가지고 노는 게 느껴졌다. 아… 모르겠고 졸려.

"지금 자면 덮칠겁니다."

그 말에 저절로 눈이 번쩍 떠졌다.

"…지, 진짜요?"

고개를 살짝 틀어서 그를 올려다보고 묻자 그가 말했다.

"농담이었습니다. 그냥 덮칠 겁니다."

그러더니 다가와서 쑥, 허리를 숙이고 내 얼굴을 붙잡고 내게 마구 뽀뽀했다. 한참 웃으면서 뽀뽀세례를 받고 나자 어째 긴장이 확 풀리고 웃음밖에 안 나와서 신발을 신은 그대로 침대 위에 기어올라가 그의 옆에 앉았다.

"오늘 뭐했어요?"

"아가씨 기다리고, 밥 먹고, 한 숨 자고… 기본 운동 조금 하다가 아가씨 기다리고. 다시 밥먹고 한숨자고 그랬습니다. 아가씨는요?"

"음, 저는 열심히 공부만 하다가, 록진이 보고 싶어져서 저택으로 들어왔어요."

그러자 그가 손을 뻗어서 내 어깨를 안더니 말했다.

"뻥도 잘 치시는군요."

"들켰네요."

그러자 그가 내 이마를 퉁, 하고 자기 이마로 쳤다. 배시시 웃었더니 그도 작게 미소 짓고는 말했다.

“피곤하십니까.”

나는 그를 바라봤다. 고개를 끄덕이며 슬금슬금 그의 품으로 기어들어가면서 말했다.

“일이 많아서요…. 있잖아요, 오늘 코라가 많이 섭섭해했어요.”

“어째서요?”

“어… 돌려서 말하면, 나랑 시드와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아서요. 음, 시드랑 싸웠거든요, 록진이 다친…”

나는 말을 잠시 멈췄다. 다친 건 사실인데, 그걸 말하는 게 고통스러워서, 메인 목을 겨우 가다듬고 말했다.

“다친 일로, 화가 나서…. 그랬더니 코라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너한테 말할 수 없는 문제인 거 같다고, 이해 못할 거라고 말했더니…”

저런, 하고 록진이 혀를 차면서 내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내가 잘못 한 거예요?”

“이해를 못 할 거라고 한 말은 잘못하셨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고 시드군한테 듣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야죠.”

“…그래요?”

“네. 아가씨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 했지만, 그래도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전 잘 모르겠네요. 세 명이서 친구라도 각자의 일을 모두 알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가씨도 시드군과 코라양 사이에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알지는 못하잖습니까.”

다리를 웅크리고 무릎에 턱을 괴면서 그런데 왜 화를 냈을까요, 하고 웅얼거렸다.

“개인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거면 알고 싶을 떄가 있는 거고… 어려운 문제네요. 답을 내드리고 싶은데.”

나는 록진쪽으로 몸을 기대면서 말했다.

“정말 록진이 척척박사님처럼 답을 알려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게요. 그랬으면 한 번 여쭤보실때마다 대가도 받을 수 있고 좋았을 것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그의 턱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갖고 싶은 거 있어요? 사줄까요?”

그러자 그가 빤히 나를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가씨가 빨리 빨리 어른이 되어서 어른의 음침한 마음을 알아차렸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그건 또.”

뚱한 표정을 해보이자 그가 한숨을 쉬면서 내 입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나를 보고 록진이 더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는 바보, 바보입니다.”

“두번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그를 밀어내자 그가 웃으면서 나를 끌어안았다.

“기운 내세요. 기운 없으시면 안 됩니다.”

그의 품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당신은 점점 소중해지고, 커지고, 다정해진다. 부디 당신의 삶이 나로 인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기를… 내가 당신으로 인해 그렇듯이.

***

며칠간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보내다가 나를 보고도 그냥 무시하는 코라의 모습에 이렇게는 안 되겠다, 결심이 들어서 그녀와 해결을 보기 위해 그녀를 찾았다. 사업적으로 볼 때는 내게 말을 걸었지만 마치 우리가 친구인 적이 없었던 것 같이 구는 모습에 나 또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마침 숲을 건너서 교실로 가려고 하기에 따라붙어서 그녀를 한 번 더 불렀지만, 그녀는 못 들은 척 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 그녀가 가는 길을 막고서는 말했다.

"언제까지 모르는 척 할 건데?"

꿋꿋이 고개를 돌리고 말이 없는 그녀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채 나는 말했다.

“단순히 우리 둘 사이의 문제를 너에게 말해주지 않은 거에 화가 난거야, 아니면 더 문제가 있는 거야? 저번에 기분 나쁘게 내가 말했다면 미안한데… 솔직히 나는, 나와 시드 사이의 문제를 너한테 말하지 않는 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녀가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를 싸늘하게 쏘아보면서 말했다.

"너희 둘 사이가 문제야. 그게 왜, 큰 문제가 아니야?"

“왜냐면…”

"너희 둘만의 사이가 있다는 게, 문제라고."

그 말에는 말문이 턱 막혔다. 나에게는 코라, 그녀와의 관계도 따로 있었고, 시드와의 관계도 따로 있는 거였다.

내가 코라와 있었던 중요한 일들, 그녀가 시드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하는 비밀들을 시드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고. 그리고 그녀 또한 나와의 우정을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랑도 나는…”

"나도 내가 화난 게 어이없는 것 알아. 시드가 널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란 것도, 다 안다고. 하지만… 그 이후로 너희, 나한테 엄청나게 뭘 많이 숨기고 있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지금 그게 내 탓이야? 나는…”

“네 탓인게 지금 중요해?!”

앙칼진 말에 일단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뭐란 말인가. 시드가 용인 것, 그리고 그와 있었던 모든 일은 내가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나는 알고 싶지도 않은 사항이었는데. 몹시 억울한 마음에 울컥하다가도 내가 예견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내게 고백한 후에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일이다.

그가 용이라서가 아닌, 그냥 우리 세 명이 친구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 말이다.

차라리 내가 그를 받아들였으면, 오히려 깔끔해졌을까.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이성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받아들여야 했을까. 거절 했을 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친구로 잘 지내자는 말에 그도 고마워할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지 이런 결말을 기대하고 한 것은 아닌데. 왜 너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나는 너를 받아줄 수가 없고…

“그럼 코라, 너는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

그녀에게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나도 분명히 화가 났다. 그녀에 대한 이해와는 별개로, 나 또한 할 말이 있었기 떄문에.

“뭐?”

“너는 나한테 말 안 한거 없냐고.”

내 싸늘한 표정에 코라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없….”

“있어.”

내 자르는 말에 그녀가 놀란 표정을 했고,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 저번에 시드의 비밀이 있고, 그걸 나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했지.”

축제 전에, 그녀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시드의 비밀을 알았다고. 나는 그 말에 나에게 말해줄 수 있는 비밀이냐고 물었고, 너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나는 섭섭했지만 넘어갔다. 어쨌거나 그건 너희 둘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내가 알게 된 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것이 친구사이의 예의인 줄 알았다. 내가 이렇게 깊이 우정을 맺은 친구들은 너희 뿐이고, 그래서 그것이 법칙이며, 따라야 할 마땅한 것이라고.

“그건… 그건 다르잖아!!”

“뭐가 다른데?”

코라는 나의 첫 동성친구였다. 그녀는 내 유일한 여성인 친구였다. 남자 아이들과는 할 수 없고, 말 할 수 없는 일들을 말할 수 있는 내 유일한 창구였다. 그녀는 내 엄마의 일을 알면서도 내게 다가와주었으며, 나는 그래서 그녀에게 몹시 고마워하고 있었다.

“내가 시드와 비밀을 만들면 너에게는 반드시 공유해야하고, 나는 너희의 비밀을 알 수 없고? 그런 게 어떻게 지금, 너는 가능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나 나도 사람이었고, 그래서 섭섭했다. 그녀와 시드가 공유했던 그 오랜 시간이 서운했고, 그 둘만큼 우리 셋 모두가 친해질 수 없음에 섭섭했다. 하지만 시간을, 역사를 바꿀 수는 없는 거니까, 하고 감정을 눌렀고, 우리는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왜냐면 나는 그 애랑 더 친하니까! 내가 너보다 더 오래 지냈고, 내가 너보다…”

“그러면 시드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왜 나한테만 이래?”

숨을 몰아쉬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왜, 왜 나한테만 이렇게…

“너는 왜 나한테만 화를 내? 왜 나만 무시하는데? 너 시드한테 이렇게 똑같이 하니? 시드한테 나한테 하는 것처럼, 그렇게 똑같이 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하며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너희 둘이랑 있는 거, 나라고 마냥 행복한 줄 알았어? 너희의 역사 속에서 나는 가끔은 외톨이였어. 너희 둘이 어렸을 적 얘기를 할 때는 소외감도 들었어.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희가 좋고, 잘 지내고 싶으니까… 언젠가는 그 대화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거야. 난 너희 둘 다 소중하고, 함께하고 싶었으니까!”

코라가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지금 이렇게 서운해하고, 섭섭해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으며, 동시에 몹시 때에 맞지 않는 일임을 깨달았다.

상대가 코라였다. 내 유일한 친구, 코라. 지금 내가 이렇게 그녀를 원망하고서, 어떻게 그녀와 다시 친구가 되기를 바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얼굴을 감싸고 진정하기 위해서 숨을 고르게 쉬었다.

“미안해… 너도, 섭섭해 하는 거, 나 이해하고….”

마치 고장난 악기처럼 끽끽거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혀 초점이 맞지 않는 분노를 터트리고 나서야 좀 더 참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밀려들어왔다. 부끄러운 일이다. 더 많은 선택도 해봤고, 좀 더 심각한 일들도 겪은 내가, 고작 이것 하나 견디지 못해서 친구에게 원망을 터트려버리다니.

“나도, 그냥 우연히 알게 된 비밀이 엮여 있는데… 왜 싸웠냐면, 시드를 좋아하는,…”

“왜 하필 너야?”

그 말에 힘이 빠져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왜, 하필,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너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면서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했는데, 코라가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이 알았으면 용서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래, 비밀… 들킬 수도 있고 알 수도 있지. 내가 걔랑 그렇게 오래 지냈어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어. "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그건 나도 알고 싶은 질문이었다. 왜 코라는 내가 안 것을 용서할 수 없어서, 이렇게 울고 있는 걸까.

“왜 너는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 걸 전부 가지는 거야…”

마치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먹먹해지는 동시에 몹시 당혹스러워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수건을 일단 꺼냈다.

“내가 언제 가졌어….”

뭐라 할 말이 없어 한말에 그녀가 다시 나를 확 밀치면서 외쳤다.

"내가 뭐가 모자라서 너와 비교당해야 하는 거야!!! 왜 너는 귀족다워서… 수십 년 연습하고 연습한 나는 아직까지…! 그리고, 어째서, 왜 시드까지… 왜…"

울고 있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는 내 떨어진 손수건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내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하나같이 미련도 없이 나를 홀로 남겨두는 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수업을 듣고 나서 저택으로 와 한참 아비게일의 약혼과 관련한 일들을 처리한 후 제프리에게 서류를 건네고 초대장 디자인까지 보고 받는 내내, 내 정신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았다.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일에 휘말린 기분에 꿈이었나, 그렇게 느껴질 정도였다.

방안에 들어와 깨끗하게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멍하니 천장만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충동적으로 방문을 나섰다. 갈 곳도 없는 주제에, 이렇게 매일 쫓겨나듯이 방문을 나서다가 록진이 생각났다.

나는 그제서야 그를 오늘 한 번도 보지 못했음을 떠올리고 그가 머무는 손님방에 들어갔다. 그는 침대위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천천히 열고 그를 바라보면서 뭔가 인사를 해야할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록진이 아무 말 없이 일어나 나를 안아올렸다.

“쉬, 착합니다.”

그가 내 등을 쓸어내리면서 그런 말을 했다. 그제서야 내가 아이처럼 울고 있는 걸 알았다.

============================ 작품 후기 ============================

.... 어.. 뭐 다들 이정도 싸움은 하지 않으...셨으려나..? (소심)시드의 성장편은 아예 삭제 될 거 같아여. 별로 의미가 없어보여서....

코멘란에서 시드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이 있눈데, 뭐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황희 정승 빙의)저는 그보다 요즘 선삭이 많아서 좀 걱정이네요.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나한테 재밌는 글이 최고다..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습니다.

:D 다독임이 필요한 여러분 모두 힘내세요!

록진의 강화는 일케 소소하게? 이뤄집니다. 'ㅅ' !! 헤헤 라시아는 몹시 이성적인? 스타일입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어떻게든 여기에는 원인이 있고 고치면 될거라고 생각하는..? 이과계의 아가씨죠! 그래서 삽질.... 답답...(쭈굴) 그리고 못 고친다고 절감한 순간 상당히 낙담합니다.... 내 새끼 우쭈쭈.

그리고 연참! 다음편을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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