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 * *
록진에게 고백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대담하고 강한 충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유는 우선 록진이 날 좋아하는 지 나로서는 전혀 몰랐기 떄문이기도 하고, 다른 이유로는 다니엘의 약혼에 대한 반동적인 행동처럼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면 원래 나는 애정사에 관련하면 대담해지는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일 같으면 어떻게든 재고 따지고, 이성적으로 가늠해서 내가 고백을 했을 때 받아 줄 확률을 생각했을텐데, 다니엘 때도 그렇고 좋아한다는 감정이 생기면 천둥벌거숭이처럼 무모해지는 경향이 있다.
왜 애정사엔 이렇게 사람이 허겁지겁, 바보 같이 변해버리는가 몰라.
“무슨 생각 하십니까.”
록진이 내 머리칼을 쓱, 하고 넘겨주더니 내가 가르랑거리는 고양이처럼 눈을 감고 손길에 따라 고개를 젖히자 작게 웃었다.
“음, 록진이 내 고백을 받아준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요.”
그가 한 번 더 해보세요, 한 번 더, 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끙, 하고 애써서 눈을 뜨자마자 그가 약간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귀여웠는데.”
“…대답 좀 해주세요.”
“아, 질문이었습니까?”
그의 의아하다는 얼굴에 손을 물어버릴까 고민을 하고 있자니 그가 약간 웃음을 참는 듯한 얼굴을 해보였다.
“아, 자꾸 놀리지 말아요!”
“죄송합니다. 재미있어서 그만.”
욱해서 그의 등을 세게 때리자 그가 약간 반성하는 얼굴을 하더니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뻔한 질문을 하시니까 그렇지요. 좀 속물적으로 말하자면… 예뻐서, 라고나 할까요.”
그의 입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한 말이 나와서 놀란 눈을 하고 그를 바라봤더니 그가 나를 뻔뻔스럽게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니, 아가씨처럼 예쁜 여자랑 일주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얼굴 보면서 웃고 떠들고 밥도 같이 먹고, 그리고 아가씨가 자꾸 약한 모습도 보여주시는데,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언제 떠들었어요.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그럼 그건 빼겠습니다. 당신이 지나가는 남자 아무를 붙잡고라도 고백하면, 아마 모두가 받아들일 겁니다.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와는 별개로, 아가씨는 잘났으니까요. 사람 불안하게 말입니다.”
“내가 예쁜 게 지금 불만인 것 같은데….”
“약간 불만입니다.”
“안 예뻤으면 사귀지도 않았을 사람이 말은 잘하네요.”
뚱하니 대꾸했더니 록진이 내 손을 샥, 재빨리 잡으면서 말했다.
“아가씨가 못 생겼어도, 제일 예쁘게 볼 자신이 있으니까요.”
말은 잘해, 하며 코웃음을 쳤더니 그가 특유의 무덤덤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
“아가씨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처럼 보이는 콩깍지가 걸려서 눈이 아픕니다, 요즘.”
“아아, 그러세요오~”
"네."
“…진짜로요?”
"네."
"뻥 치지 말고요."
"뻥 같은 거 안 칩니다."
나는 그를 빤히 올려다보고 물었다. 이게 거짓말이야 진짜야.
"진…짜예요?"
"뻥입니다."
"아 쫌!!!!!"
그가 웃으면서 내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러뜨리더니 말했다.
“귀여워서 자꾸 장난치고 싶잖습니까.”
“…록진 닭살이에요."
"원하신다면 닭이라도 돼드리겠습니다."
"진짜?"
내가 그를 빤히 바라보자 그가 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더니 말했다.
"꼬꼬댁."
이 사람이 진짜, 나는 깔깔깔 웃으면서 그의 팔짱을 꼈다. 그가 내 웃는 얼굴에 진하게 미소를 짓더니 차 마시며 산책하자며 나를 이끌었다.
카페가 보일 때쯤에는 얼른 팔짱을 풀고 록진이 코코아 두 잔을 시켜 내 쪽으로 돌아왔다. 서로 덤덤한 척 한참을 알트라의 산책로를 뜨거운 코코아를 들고 걸어가고 있는데, 록진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가씨는 혼자시죠?”
"네?"
“자매라든가, 형제라든가.”
"아- 아비게일 있잖아요. 아비게일 양이 제 자매죠."
한 번도 언니라고 부른 적 없지만, 나는 눈을 둥글게 굴리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꼽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애인인데 가족 구성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나 싶어서 여쭤봤습니다. 저는 형님하나, 동생하나. 이렇게 있습니다. 강래현, 라휜이라고 하는 분이 형님이고, 요한은 제 동생이죠. 요한은 그냥 요한입니다. 고향의 이름이나 대륙의 이름이랑 같죠. 어머니 아버지 두분 다 계십니다."
"그렇구나…. 성격은 어때요? 그 라휜이란 분은 록진이랑 성격이 비슷해요? 요한이랑은 퍽 다른 느낌인데."
요한은 생각보다 애교가 있는 타입이었던 것 같으니까 궁금해서 물었는데 록진이 약간 가늠하는 표정을 하더니 곧 대답했다.
"네. 얼굴도 형님과는 비슷합니다."
우와… 순간 저 형제가 어떻게 지낼 지 엄청나게 궁금해졌다.
"누가 더 잘생겼는데요?"
"제가 더 잘생겼습니다."
아 이 남자, 자신감 어쩜 좋아 싶어서 킥킥대자 그가 정말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진짭니다."
"알았어요. 흠. 그럼 요한은 형제들이랑 되게 다른 편이겠네요?"
"요한은 아버지를 닮았죠. 애교가 있으신 편입니다. 저와 래현형님은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보통 반대 아닌가… 하여간 특이한 가정이다 싶어서 웃어버렸다.
"막내라서 그런지 애교도 많은 편입니다. 그래도 정신적으로는 재빨라서, 첫사랑은 저희 셋 중 제일 빨랐네요."
“…요한의 첫사랑이요? 상대가 누군데요?”
“아가씨는 딱히 만천하에 제 동생 연애사를 알릴 사람은 아니니 알려드리지요. 레싱엄 스승님이셨습니다.”
내가 잠시 뭘 잘못 들었나…. 누구?
"레싱…엄 교수님이요?"
"예. 그 분이 요한의 첫사랑상대입니다. 물론 그 때 이미 결혼 하신 상태였고 그냥 혼자 짝사랑 한 게 답니다."
괜히 알려달라고 했다… 저절로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아니, 요한이 레싱엄 교수님을… 요한, 멀쩡하게 생겨서는… 대체 왜… 교수님의 어디가!!!
"놀라셨나 봅니다."
"…엄청 놀랐어요."
“그런 것 같아 보입니다.”
서로를 향해 웃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 거짓말 같이 행복했다. 어쩌면 나는 이 사람과 이런 평온을 만들기 위해 이 오랜 고통을 견뎌온 걸지도 모른다.
엄마와 할아버지의 죽음과, 몸을 팔겠다는 결심까지 왔던 내 비참하고 무너진 잔해들 사이로 이 사람이 걸어 들어온, 그런 기분. 나를 지켜주겠다고 이 사람이 내 호위무사가 된 것부터가 어쩌면, 그토록 내 발목을 잡아채던 운명이 아닐까. …이 사람이 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남들이 정해준 코르티잔이 될 운명과, 공작이 정해준 후계자가 될 운명, 그 모든 것으로부터, 당신이 나를….
“록진이 나를 지켜주겠다고 해서, 나는… 무척 기뻤어요. 구원받은 것 같았어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말했다. 내 말에 그가 약간 놀란 얼굴을 하더니 기쁜 표정으로, 본디 그의 성정다운 자상한 손길로 내 뺨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두근 두근, 심장이 유난히도 뛰었다…. 그의 심장이 내 심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가 가까워졌을 때, 그가 말했다.
"제가 말하면 엎드리십시오."
"…네?"
이 무슨 소리야.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엄격한 무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뭔가, 오고 있습니다.”
그제서야 기묘하게 떨리는 공기의 파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암적색의 어두운 마력이 바닥에 깔리며 한 군데로 모이는 것을 바라보다가 나는 그의 품에 조금 파고들었다. 그가 몹시도 다정하고 단호한 손으로 내 턱을 꽉 잡고 말했다.
“침착하세요, 제가 있습니다.”
나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그의 품에서 떨어졌다.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혹여 내가 거치적거려서, 그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침착한 … 그의 숨소리 너머의 긴장이 오싹하게 내게 다가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거의 숨을 멈췄을 때, 그가 외쳤다.
“지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엎드렸다.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다시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뭐지? 고개를 들자 사납게 생긴 여자아이 하나가 서서 록진과 대치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거지. 록진과 아이는 대치하고 있었는데, 그의 검을 몹시 가볍게 받고 있는 모습이 나를 무척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둘의 칼이 떨어졌을 때, 주변의 나무 한 그루가 천천히 무너져내렸다.
늙은 나무는 산짐승이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록진….”
나는 그가 인상을 쓰고 '버티는‘ 모습을 처음 봤다. 분명 강한 여자겠지. 어린아이였고 나보다도 한참 작았다. 아직도 볼 살이 있는 귀여운 생김에 선명한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듯 했다.
"인간, 비켜라."
그 소녀의 눈은 노란색이었다. 있을 수 없는 조합에 ‘인간’이라는 말….
"르웬의…."
그 말을 듣자마자 그녀가 칼을 휘둘러 단번에 자신의 2배나 되는 록진을 밀쳐냈다. 그는 한참을 밀려나더니 곧바로 뛰어와 내 앞에 섰다.
"록진. 괜찮아요?"
"아는 존재입니까?"
고개를 저었다. 여자가 내게 말했다.
"난 남방의 드래곤인 아엘리안이다, 인간."
오만한 목소리에 저절로 치가 떨렸다. 두려움에 떨리는 손끝은 겨우 움켜쥐고 그의 뒤에서 걸어나와 그녀를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저한테 무슨 용건이신가요?”
그녀의 레몬색 눈은 차가운 파충류의 것이었다. 인간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내려다보는 제 3의 존재라는 것이 너무도 잘 보여서, 절로 움츠러드는 것을 오기로 버텨내고 있자 그녀가 말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자를 상처 입혔어.”
내가 아는 드래곤은 르웬, 그러니까 시드 뿐이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이 여자, 어떻게 나를 알고 있는 거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 말을 끊고 말했다.
“그러니 너도 똑같이 고통스러워야지.”
내 몸이 천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잠깐만, 지금 무슨 짓을, 무슨 짓을…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내 목소리가 찢어지듯이 갈라지면서 숲속을 울렸다. 지켜달라고 한 말을 모두 취소하고 싶었다. 방금 했던 모든 일이 비현실이었던가. 아니, 지금이 비현실일까.
“아가씨, 가만히… 가만히 계십시오.”
록진도 움직일 수 없는지 침착한 목소리로 나를 돌아봤다. 나는 주저앉아서 팔로 땅을 기어도 가보려고도 했지만, 긁히는 흙바닥에 손끝이 베여 피가 날 뿐, 걸어지지가 않았다. 발에 추가 달려있는 것 같았다.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는 무력감에 나는 소리를 질렀다.
“제발, 제발…!! 제발,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하지 말아요, 하지 말…”
그리고 그녀가 가볍게 칼을 휘둘렀다. 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록진이 무너져내렸다.
“안돼에에에!!!!!!”
아엘라인이 나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발이 움직여지자마자 급하게 움직여 발을 헛디뎌 넘어진 후에 겨우 일어나 록진에게 겨우 달려갔다. 그는 분명히 의식이 없어보였고, 그의 배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이런 날에. 왜 나한테, 또….
엄마가 죽었고, 할아버지가 죽었다. 나는 이렇게 또다시, 또다시…! 병원, 병원을… 아니, 신전을, 신전에 가면 살 수 있을 거야. 지금은 돈이 있고,나는 샤펜의 딸이고… 그제서야 내가 오페의 구두를 신고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구두 뒷굽을 세 번 맞부딪혔다. 이렇게 당신을 잃을 수 없어. 당신마저, 당신도, 이렇게는…
"시드…!!!"
빛이 나더니, 천천히 내 앞에 시드가 나타났다. 나는 의식을 잃은 록진을 끌어안은 상태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놀란 얼굴로 라시아, 라고 내 이름을 말하는 것을 보다가 말했다.
“살려줘, 록진을… 아엘라인이라는, 용이…”
시드가 급하게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록진의 배 위에 손을 올리고 마법을 쏟아부웠다. 시드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그저 록진의 얼굴만을, 잠든 차분한 얼굴만을 쓰다듬고 있었다. 살아, 살아야 해. 당신마저 죽으면 안 돼. 내가 좋아하는 그 모두가 죽을 수는 없어.
“죽지 마요, 제발… 제발 나한테, 나한테 이러지 말아요.”
떨리는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시드가 어느 새 르웬의 모습으로 변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응급처치는 했어. 그러니까 진정해, 라시아.”
진정? 진정을, 진정을 하라고? 순간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머릿 속의 어느 심지에 불이 붙어서, 내 머릿속을 온통 태우는 느낌에 록진을 내려놓고 시드에게 달려들어 뺨을 내려쳤다.
“너만 아니었으면…!!!”
손바닥이 몹시 아팠다. 그의 돌아간 얼굴에 소리를 질렀다.
“네가 드래곤만 아니었어도!! 네가 드래곤에게 내 이야기를 하지만 않았어도…!!!”
그는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왜, 나한테 이런 일을 겪게 하나. 너를 왜 용서하지 못하고, 끔찍해하게 만드니.
“미안해.”
그가 조용히 속삭이듯이 내게 말했다.
“미안해, 내가… 드래곤이고, 내 첫 사랑이 너고, …그리고 이토록이나 서툴러서.”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그제서야 내가 지나치게 잔인한 말을 내뱉었음을 깨달았다. 그가 그 자신임이 미안할 일이 되어서는 안 됐다. 나는 그러나 그를 용서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지.
“심한 말 한 건 미안해, 그런데… 그런데 시드.”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머리카락이 내 얼굴에 달라붙은데다 손은 피와 흙으로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쥐고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니? 내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런 일을 겪을만큼, 내가 너한테 그렇게 너무했어?”
눈물을 멈춰야 할 때인데, 어서 록진을 데리고 그를 제대로 치료하러 떠나야하는데. 내가 울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나한테 이런 짓을 할 정도로… 내 눈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이렇게 상처 입힐 정도로, 내가…”
나는 다가오는 그를 밀쳐내면서 외쳤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느냔 말이야…!!!”
시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말이 없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록진에게로 돌아갔다.
죽을지도 몰라. 죽을 지도, 그럴 지도… 숨이 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몹시 히스테릭한 숨소리가 절로 났다.
아가씨는 참 약한 사람이니까, 라고 내게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기억이 났다. 그의 웃음이나, 무표정도. 당신도 약한 사람이잖아. 나를 지켜줄거라고 했던, 당신의 모습과 그에 의지했던 내 모습…. 이런 식이라면 지켜지고 싶지 않았어.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어디로 가고 싶어?"
시드의 얼굴이 어떤지 모르겠다. 분명히 참담하고, 그도 몹시 괴로울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록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드의 물음에 나는 멍하니 록진의 감은 눈을 바라보기만 했다. 당신이 일어나서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록진의 혈흔이 묻은 손으로, 나는 그의 얼굴을 더듬다가 말했다.
“신전….”
시드는 천천히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록진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신전 한 가운데에 신관들의 옷자락이 보였다. 나는 그들을 향해서 제발, 살려달라고, 이 사람 좀… 그렇게 말하고, 의식을 잃었다.
============================ 작품 후기 ============================
역시 이것도 리메전과 흐름은 똑같습니다. 독자님께 전달방식을 좀 더 명확하고 능숙하게 했을 뿐이지요. 리메 전에는 이 때 라시아가 욕 많이 들었죠 ㅠㅠ 제가 멍청하게 전달을 해가지고 ㅠㅠ 휴후후 규 ㅠㅠ ㅠ .... 리메가 스ㅍ디하게 진행한다고 느끼신다면 착각입니다 ㅠㅠ 후에에 ㅠㅠ 똑같은 흐름으로 가고 있어여.. 하지만 연재가 빠르다고 느끼신다면 머..... 좀 천천히 연재 하는 것으로.
시드의 잘못은 '자신을 몹시 사랑하는, 그리고 자신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엘라인에게 라시아에게 처참하게 거절당한 것을' 말한 것입니다. 아엘라인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았어야 했지요... 하지만 머 ... 사실 그렇게 크게 잘못한 건 아니잖아여? 말할수도 있지 위로받고 싶어서. 그런 서툼입니다. ....
는 아엘라인이 쌍년인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