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나르단의 춤이 끝나자 그는 기분이 훨씬 좋아보였다. 아까의 무거운 이야기가 마치 농담인 것처럼 밖으로 나온 그가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춤을 잘 추나?”
“… 베노암의 춤이요, 아니면 방금 저 춤이요?”
설마 저 춤을 추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는지 그가 신나게 웃어댔다. 오르에서 춤은 무희나 추는 거지 평민이나 귀족, 그리고 황족은 거의 절대로 스스로 춤을 즐기지 않았다.
몹시 화려하고 추는 사람 스스로가 악기가 되는 데다 제일 중요하게는 내가 보기엔 상당히 야한 옷을 입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뭐, 독무나 군무가 많은 것도 한 몫 하겠지. 어쨌거나 그만 웃어, 이 오르안님아.
“그만 웃으세요. 부끄럽잖아요.”
지나치게 신나게 웃는 모습에 오히려 아연실색했다. 도대체 왜 웃는 거야. 내 얼굴이 그렇게 웃겼나. 얼굴을 더듬거렸지만 뭐 묻은 것 하나 없이 깨끗했다. 신나서 웃는 그의 정강이를 툭, 하고 치고 싶었지만 그건 정말 너무 멀리 간 무례인 것 같아서 꾹 참고 팔짱을 끼고 서있자 그가 웃음을 멈추더니 말했다.
“그대가 저 춤을 추는 걸 떠올렸단 것도 웃기고 저 춤을 추는 그대도 웃겨.”
순간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툭, 하니 불만의 말을 내뱉었다.
“저 춤 잘 춰요.”
이리하가 그 말에 더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괴상한 얼굴로 날 바라봐서 더 웃겼어. 당연히 베노암 쪽의 춤을 말하는 거지.…또 그렇게 자존심 상할 건 뭐야. 그대는 귀여운 구석이 있군.”
“…고맙습니다, 그것 참….”
“잘 춘다니, 한 번 배워볼까.”
매끈하게 웃는 얼굴을 보자마자 어쩐지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르제국의 전통복을 입은 그가 베노암의 춤을 추면서 버벅거리는 것을 상상한 내가 웃음을 자제하지 못하자 그가 눈썹을 들어올리더니 말했다.
“지금 내가 춤을 못 출 것 같아서 웃는 것 같은데.”
“아아뇨~ 저언혀요. 그나저나 배우시려면 제가 하사하는 옷을 입고 오셔야 할텐데요.”
“그 정도야 해줄 수 있지.”
“저녁때가 좋을 것 같아요. 옷을 입고 더워서 쓰러지는 건 싫으실테니까요!”
“그 정도로 험한 춤이라면 다시 고려해보지.”
그가 심각한 얼굴을 만들어내면서 더 없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자 나는 똑같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아마 그러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 때만도 진짜로 부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평소보다 이른 저녁식사 후에 요한이 나를 드레스로 갈아입혀서 진짜 하는구나, 싶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실언이 없으시냐 물었더니 요한이 미묘하게 웃으면서 평소에도 변덕은 심하셔도 식언은 하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변덕이 많은데 어떻게 식언을 안 할 수가 있는거지 싶었지만 일단은 그렇구나 했다. 어쨌거나 베노암의 의복을 입는 건 오랜만이기도 해서 퍽 반가웠다. 다만 아무도 이런 형식의 옷을 입고 있지 않은데 나만 이렇게 입고 있는 건 조금 부끄럽다는 좀… 이리하가 부른 곳으로 가니, 굉장히 넓은 공간이 나왔다.
언제나 새하얀 피부의 남자들이 입고 있던 옷을 옅은 갈색의 피부의 남자가 입고 있자 더없이 이국적으로 보였다. 내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이리하가 빙긋이 웃더니 어떤가, 하고 내게 물었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시네요, 그 옷."
나는 그가 예전에 했던 말을 똑같이 말하면서 웃었다. 그가 마음에 드나? 하며 내게 베노암식으로 과장되게 인사했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나는 깔깔 거리며 웃었다. 이국적이라 어색한 게 아니라, 오히려 몹시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모습에 몹시 신기했다.
하긴 몸도 좋으시고 얼굴도 잘 생기셨으니, 안 어울리는 쪽이 이상하겠다만 지나치게 잘 어울려 솔직히 좀 김새기도 했다. 어딘가 어색하길 기대했는데.
"너무 웃는거 아닌가? 이래뵈도 이 정장 꽤 많이 입었다고."
"어머, 하긴 외교에 필요하기도 하셨을테니 꽤 입으셨겠네요. 그런데 춤을 한 번도 배워보신적 없으세요? 사교댄스로."
"파티에서 영애들이 잘 가르쳐주더군."
그의 미묘하게 불쾌한 기색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기사 이렇게나 잘 생긴 이국의 황제가 춤을 처음 춰 어색한 몸놀림이라면 실망할 법도 하지. 게다가 리드하는 사람이 어설프면 엉망진창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은 춤이 대다수인만큼, 자존심도 톡톡히 상했을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유쾌한 목소리로 그를 놀렸다.
"그 아가씨들이나, 이리하나 발이 남아나는 일이 없었겠네요."
이리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도 기대하는 게 좋을거야."
그의 능청에 웃어버리고는 천천히 앞에 섰다.
"왈츠부터 할까요?"
"그대 마음대로."
먼저 시범을 보이기로 하고, 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그가 다가와 내 손을 잡고 어깨뼈에 손을 올렸다.
"먼저 시범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난 당신 발을 밟고 싶어서 몸이 달아서 말이야."
장난스러운 말에 웃으면서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제대로 자세를 다듬기 시작했다.
"음… 제 키에 맞추세요. 남자가 항상 리드하는 거랍니다. 제일 처음 스텝은 항상 남자가 앞으로 나오는 거예요… 네, 그쪽 발이죠. 어라, 생각보다는 잘 하시는데요? 위협적인 솜씨는 아니세요."
그러자 그가 장난기가 가득 묻은 눈으로 웃더니 말했다.
"한 번 보자고."
…어째 무서운데. 하지만 그는 생각 외로 신중하게 춤을 췄고, 큰 발에 위협 없이 춤을 추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적당히 그의 솜씨가 괜찮다고 판명이 나서, 다른 걸 한 번 해볼까요? 라고 물었다.
성공했다는 데에 만족했는지 그는 흔쾌히 응했고, 나는 뭘 한 번 해볼까 고민하다가 그를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상당히 어려운 춤인 퀵스텝을 제의했다.
"퀵스텝은 굉장히 빠르고 리드미컬해요. 웬간한 체력으로는 버티기 힘들죠. 7소절 이상 같은 곳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생각할 시간도 없이 음악이 빨라요. 물론 재밌기도 하지만, 어쨌든 어렵고 신나는 춤이랍니다."
사실 탱고를 시키고 싶었지만, 그건 솔직히 무리일 것 같아서 퀵스텝을 제의한 거였다.
"왜 이렇게 그대가 날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내가 제의하는 스텝을 보고 그가 말했다. 나는 겨우 웃음을 참고 진지하게 말했다.
"왈츠는 2시간만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춤인걸요? 배우시려면 이런 걸 배우셔야죠. 발 정도야 제가 양보해드릴게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신나서 어쩔줄 모르는 상태였다. 이상하게 그를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나로서는 그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뛸 듯이 기뻤던 것이다. 어린애같은 마음이었지만, 어차피 죽었다 깨어나도 그를 이기긴 힘들었으므로 나는 이 일을 즐기기로 했다.
"좋아. 한 번 해볼까?"
몇 번 천천히 나를 데리고 연습해보던 그가 말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재빨리 움직였다.
내가 익숙한 스텝과 장난기에 신이 나서 움직인 것과는 달리 그는 발을 보면서 굉장한 인상을 쓴채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진지한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스텝에 나는 그를 올려다 보면서 계속 신나게 웃어댔다. 아, 통쾌해!
"너무 웃는 것 같다는 생각 안드나?"
"아, 여기 와서 이렇게 신난 적 처음인것 같은데요, 저는."
내가 고개 드세요, 고개! 하고 노래부르듯이 말했다. 아유, 신 나. 노래 한 곡 틀어지지 않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는데, 무대를 넓게 활용하는 것이 특징인 춤이라 나는 신나게 그를 붙잡고 내가 거의 리드하다시피해서 움직였다.
내가 신나서 거의 흥얼거리면서 춤을 춘 것과 반대로 뻣뻣하게 긴장한 그는 발이 신경 쓰이는 지 도대체 고개를 들 생각을 안 했다. 하긴 내가 처음 이거 배울 때도 그랬긴 했지만 나는 전혀 그를 봐줄 생각이 없었으므로, 고개를 들라고 계속 말했다.
스텝이 꼬일 때마다 얼른 빠져나가 겨우 넘어지기를 모면하기를 몇번째 하고 나서 그가 그만 그만! 이라고 외쳤다.
"왜요, 재밌었는데."
내가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그가 나를 보면서 재밌어 보이더군. 하고 말했다. 상당히 원한 서린 눈이라 얌전한 척 방긋방긋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좋아. 천천히 한 번만 더 해보고 다시 하지."
"음악이 있으면 더 좋을텐데. 아쉽네요."
"한 곡 불러봐."
그의 말에 빠른 노래까지 부르면서 이 춤을 추는 건 아무리 저라도 무리라고 말하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천천히 그가 스텝을 밟는 걸 보다가 다시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슬 빨리 발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그나마 올라와 있던 고개가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드시라니까요, 하고 신나서 더 빨리 스텝을 밟았다. 그는 안 밟히고 싶다는 일념하나로 다리를 움직였는데, 완벽한 성장에 멋진 모습의 남자가 쩔쩔 매는 모습이 어찌나 나를 기분 좋게 하는지, 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다.
"좋아, 이런 식으로 나를 위협하겠다 그건가?"
내가 웃으면서 글쎄요! 라고 말하자 그가 좋아. 하더니 고개를 들고 멋대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상황이 완전히 반대라서 내가 엄마야- 하면서 얼른 그의 발을 피하다 보니 결국 발이 엉켜서 넘어질 위기에 처했는데, 그가 일부러 더 비틀어서 발이 미끄러진 나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꺄!!!!"
눈을 살짝 뜨니, 바닥에 아예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내 손을 잡고, 다리로 내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이것도 무색하게 넘어가겠다 싶어서 다른 손을 내밀었더니 일부러 내 손을 놓아버렸다.
"아야!... 너무하시네요, 이거."
엉덩방아를 찧고 그에게 뚱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가 통쾌한듯이 웃으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얌전히 그 손을 잡고 일어나려다, 문득 이 와중에 솟아난 심술에 그가 중심을 잃을만한 타이밍에 얼른 그를 잡아당겼다.
"이런...!!"
역시나. 그는 그대로 넘어졌고, 우연히 내 한쪽 무릎위에 배가 정확히 안착했다. 그는 고통에 말그대로 꿈틀댔고, 나는 그의 모습에 웃겨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아하하하하하핫!!!!! 괜, 괜찮으세요? 어떡해, 하핫!"
내가 너무 신나게 웃자 그는 어이가 없었는지, 허, 하고는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이봐, 라시아. 그만 좀 웃어."
"으하하........ 이리하, 당신 .. 아핫, 진짜 꿈틀댔던거 알아요? 아흐핫!!!"
"잘 알고 있으니 그만해. 무릎 안 아파?"
아픈데 더 웃겼다. 나는 결국에는 웃음이 안 멈춰져서 이리하에게 구원요청을 했지만, 그는 단단히 삐쳤는지 내가 눈물을 흘리며 웃는 것에 간지럼이라도 태워주고 싶다며 위협했다. 겨우 진정하고 눈꼬리에 대롱대롱 달린 눈물을 닦아내면서 그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진짜 괜찮으세요?"
"괜찮다고 24번쯤 말한 것 같네."
그가 퉁명스레 말했다. 죄송해요, 하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리하는 됐어. 라고 하더니 궁에 데려다 주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더 이상 춤은 됐어요?"
"그대 같으면 더 추고 싶겠나?"
"저는 이리하랑 더 추고 싶어요, 정말. 진짜 재밌었답니다."
그가 나를 빤하게 쳐다봤다. 나는 다시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겨우 참고 진심이예요, 라고 덧붙였다.
"그대가 진심인건 충분히 알고 있어.난 그대처럼 신나게 웃는 여자 처음 봐. 그렇게 숨이 넘어가서 죽는 줄 알았어, 난."
"저도 그러는 줄 알았어요. 전하."
진짜였다. 그렇게 쓰러지는 줄 알았다. 하. 오랜만에 이렇게 신이 났네. 이리하와 궁을 빠져나와서 귀빈궁으로 향하자마자 호위무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따라오는 기미가 느껴졌다.
이리하가 손을 살짝 들자, 그들 중 한 명이 나와서 이리하에게 검집을 건넸다. 이리하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사라졌다.
그들에게 말을 걸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뜻을 잘 전달하는지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렇게 손으로 모든 걸 하시는 건 방법이 있나요?"
"오랜시간 함께 지낸 자들이니 통하는 방법이지. 그대에게도 통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보편적인가봐."
"그건 제가 눈치가 좋아서고요."
이리하는 피식, 웃더니 그대는 어디서 태어났지? 하고 물었다. 나는 실컷 웃어서 기분이 무척 좋아진 상태였고, 그래서 평소보다 부드럽게 그와 대화를 이어갔다.
베노암의 수도 아느완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는 굉장히 북쪽에서 태어나서 피부가 무척 하얀 미인이었으며, 동물들과 상성이 좋고,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뭐 그런 사소한 것들을 말이다. 그는 내 말을 듣고 있다가 간간히 질문을 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궁에서 좀 멀어졌을 때, 그가 갑자기 말했다.
"… 여행을 하면서 이쪽으로 온 후에 내가 여행에 대한 보고를 받은 거 알고 있나?"
"네, 그건 왜요?"
천천히 걸어가며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하닐이 재미있는 보고를 하나 하더라고."
걸어가는 중에 별 생각이 없던 나를 이리하가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재밌는 보고요?"
"음.…그게."
그가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뭐지? 그의 심홍색 눈동자가 천천히 위를 향하더니, 아래를 향했다. 나는 그가 검을 천천히 뽑아내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그에게 검이 필요한 이유가 없었는데, 어째서 검을 받았을까. 침을 삼키고, 그를 올려다 봤다. 그가 눈동자를 다시 아래로 내렸다.
"…어떤 마법사가 쫓아다닌다고!!!!!"
그가 순식간에 검을 마저 뽑아내면서 크게 검을 윗 어깨즈음까지 그어올렸다.
'카아아아아앙!!!!!!!!!!!!'
그 제스쳐를 겨우 알아들었으니 망정이지. 나는 쪼그려 앉은 채로 살짝 고개를 들었다. 마력이 강하게 충돌하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못 알아들었으면 이 사람이 어쩔려고! 사람 죽는 꼴 보고 싶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참으며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 그나저나, 마법사라니, 날 따라다닐만한 마법사가 누구지. 순간 뇌리를 스쳐간 이름에 가까이 있는 그에게 말했다.
"짐작하기로는 윌 사비엥이라는 마법사예요. 마탑에서 쫓겨난 자인데 상당한 실력자래요."
"대체 그대를 왜 쫓아다니는지 모르겠는 사람이군."
그렇게 말한 이리하는 잠시 가만히 서서 윌 사비엥의 위치를 더듬는 듯 했다. 긴장한 나도 그의 뒤에서 고개를 살짝 들고 윌 사비엥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긴장이 되어서 쉽지가 않았다. 그래,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얌전히 있기나 해야지.
이리하는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발도술 자세에서 자세를 바꿔 검을 자신의 가슴켠에 세우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나는 이 사람 괜찮으려나 싶었지만, 그를 믿지 않는 한 도리가 없었다. 맙소사, 정말로 이 남자가 나를 지켜야 할 일이 생길 줄이야.
그 순간, 강한 기세로 다시 바람이 날아왔다. 어디서, 어디서 오는 거지.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어디서 오려는 건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순간 이리하에게 시선을 주고 나서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죽나? 거의 무의식적으로 달려가려는데 그가 눈을 딱 뜨고 나를 바라봤다.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어쩐지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 몸을 움츠렸다.
'카아아앙!!!!!!!!!!!!!!!!!!!!!'
다시 큰 소리가 났고, 마력의 흐름들이 내 주변을 확, 하고 지나가며 내 옷자락 어느 쪽이 튿어지고 내 뺨에 선연한 따끔함이 지나갔지만 신경쓰이지 않았다. 살아 있나, 그는. 눈을 다시 뜨고 재빨리 이리하를 바라봤지만, 그는 그자리에 없었다.
어딨지?
고개를 돌리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뺨에 가져다대니 피가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꽤 깊이 상처가 난듯 했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는 이리하를 찾는게 더 ...
쾅, 하는 소리가 다발적으로 나더니 맨 땅에서 불꽃이 터졌고, 이리하는 형체도 없는 것과 잘도 싸우는 듯 했다.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왼손에 든 검을 마치 자신의 몸처럼 다뤘다. 마법이 오는 쪽으로 휙, 하고 그가 달려들더니, 몸을 순간 숙이고 무릎의 힘을 이용해서 크게 뛰어올라서 …
급하게 방향이 바뀌어 내게까지 날아오는 공격마법에 나는 욕을 했다.
이런 젠장!!! 왼쪽으로 몸을 굴려서 피했는데, 하필 화속성의 공격인지 드레스에 불이 붙었다. 옆의 모래를 끌어서 덮고 다시 이리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살려면 두 눈 똑바로 뜨고 보고 있어야지, 안 되겠다. 중간 과정은 순간 놓쳐서 잘 모르겠지만, 그는 검을 안 쪽으로 한뒤 다리로 상대를 걷어찼다.
순간 흐릿하게 상대편의 모습이 나타났고, 이리하는 그대로 회전해서 상대의 목을 노렸다.
죽인다-
내가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이리하가 말했다.
"…왜 라시아를 노리지?"
윌 사비엥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지팡이를 한 손에 쥔채로 자리에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다. 이리하의 검이 그의 목에 정확히 겨누어져있었다. 나는 침을 삼켰다.
"……."
기묘한 침묵이었다. 윌 사비엥은 이리하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리하는 윌 사비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또한 윌 사비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윌 사비엥의 입술이 조그맣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인상을 찌푸리면서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이리하, 조심…!!!!"
그리고 내 양 옆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이런, 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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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 다 바꾸려고 했는데 뭐...이건 굳이 바꿀 일이 없구..
여러분 다니엘 싫으세여? 전 다니엘 개 좋아하는데!!
바꾸고 나서도 겁나 좋은데!!!! 더 좋아졌는데!!! 졸좋;;; 다니엘 ;;; 존잘;;; 허;;;
그리고 다들 짠내난다고 하시지만... 원래 남주들은 하나씩 상처가 있어야하고.. 에..또.. 예.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