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시아-13화 (13/113)

13화

상식적으로 용이 보일 리가 없었는데도 생리적인 두려움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몸 전체가 날카롭게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도대체 방금 본 게 뭐였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는데 눈을 계속 감고 있는 것이 더욱 무서워서 가늘게 눈을 떴다. 아까의 두려움이 착각이었던 것처럼 커다란 눈과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옹송그리고 있었던 몸을 천천히 펴면서 고개를 돌려 내가 있는 곳을 확인했다… 차가운 바람이 싸늘하게 내 목을 스치고 지나가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순간 입에서 저절로 황당한 한숨이 튀어나왔다.

"…하, 이게 대체…“

내 눈을 의심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여긴 숲이잖아. 말 그대로 숲이었다. 길도 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울창한,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발을 들여본 적이 없을 정도의 깊숙한 숲 말이다. 햇빛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나무에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가 내 손과 발을 괴롭혔다. 내가 이 곳에 있기에는 지나치게 얇은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몸이 다시 오그라들었다. 하복을 그나마 긴 걸 입어서 다행이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초조하게 생각을 가다듬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파르만 교수는 어디에 있지? 오페란 대체 뭐길래… 그리고 그 용의 눈, 정말로 내가 잘못 본 걸까.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은 그 외의 것을 생각하지 않기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숲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있나? 안타깝게도 페드윈에서도, 엄마에게도 숲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침착하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현실적인, 그리고 매우 소모적인 걱정들이 나를 괴롭혔다. 예컨대 당장 시험이 시작되는 내일 모레 전까지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지, 출석은 어떻게 될 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당장 하루는 커녕 저녁조차 먹을 수 있을 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이딴 걱정을 하고 있다니 나도 어지간하다 싶었다.

움직여야 하나?

움직인다면 어느 쪽으로 가야하지? 방향을 전혀 짐작할 수 없을만큼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았다. 아니, 시간은? 하늘이 가려져 정확한 시간도 알 수 없었고, 막연히 추운 것 때문에 북방같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저 저녁이라 그런 걸 수도 있었다. …강가로 간다면 조금 안전하고 쉴 곳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눈을 감고 물소리를 더듬어 보려고 했지만 기묘할 정도로 숲은 조용했다. 물 소리도 바람 소리도, 심지어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상적인 숲이라면 이럴 수 있나? 치맛자락을 꽉 움켜지고 눈을 떠 주변을 돌아봤지만 나를 이 곳에 보낸 것 같은 기척도,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이제 어쩌면 좋지.

아무 것도 없고, 누구도 없는 공간이었다. 소리도 존재하지 않았고 왜 여기에 있는 지도 몰랐다. 완전히 홀로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추웠다. 목이 마른 것 같이 느껴졌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

혼자서.

막연하게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산짐승이 찾아온다면 차라리 괜찮았지만 최악의 경우 몬스터가 먹잇감으로 나를 인식할 수도 있었다.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나오는 식은땀에 우선 주저앉아버렸다. 생각을, 생각을 해야지. 책가방도 없고, 당연히 검도 없었다. 마법은 예민자일 뿐 쓸 수 없다. 나는 혼자다.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쓸데 없는 고민이 달가울 정도로, 끔찍한 가정들이 하나 둘씩 머릿속에 들어찼다.

파르만 교수님이 분명 오페라는 말을 하자마자 마법이 발동된 걸로 봐서는 뭔가 특수한 마법이 그녀에게 걸려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알았다면 그 시동어를 말하지 않았을테니 그 마법이 걸려있다는 것조차 파르만교수는 모르는 것 같았고, 마법을 건 사람은 나를 아마도 고의적으로 이리 보낸 것일 거다. 그 말은,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여기 계속 있는 것은 어쨌거나 매우 위험하게 느껴졌다. 내 냄새가 남아봤자 좋을 게 없었으므로, 나는 과감하게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방향을 어떻게 정할까 고민하다 내 키 만한 곳에 난 작은 가지를 뚝, 부러뜨렸다. 땅에 세우고 나서 손을 떼자, 그것은 왼쪽으로 넘어졌다.

좋아, 왼쪽이다.

*

왼쪽으로 쭉 걸어간다고 생각했고, 같은 길이 아닌 것 같이 느껴졌지만 역시 풍경은 그게 그것처럼 느껴져서 솔직히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한 시간쯤 걸은 것 같은데 보이는 것은 그대로였다. 물소리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적 사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발이 몹시 아파왔다. 페드윈의 교복에 포함되어있는 구두는 상당히 편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구두였다. 흙이 묻어 이미 엉망진창인 구두에, 아마 뒤꿈치가 까진 듯 욱씬거렸다. 더 이상 걷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서 일단 큰 나무가 보이자마자 둥치 옆에 앉았다. 솔직히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서 웅크려 잔뜩 울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에 체력을 회복하고 발이 좀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마사지를 해두는 게 좋겠지 싶어서 구두와 양말을 벗고 맨발을 주물렀다.

체력이 달렸다. 평소에 다니엘이 시키는 달리기라든지 여러 기본 훈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정신적인 피로와 쉴 수 없다는 압박감, 그리고 긴장감에 목이 몹시 탔다. 그 이상하게 아무 소리가 없던 공간에서 벗어나자 슬슬 바람소리가 들리고, 숲이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좋은 징조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아까의 어두움과는 비할 데 없이 까맣게 주변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 곳에 밤이 찾아오려고 하는 것이 느껴져 나는 연신 주변을 살폈다. 좀 자두는 것이 좋을 지, 아니면 계속 이동하는 것이 좋을지를 가늠했지만 상황을 알지 못해서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여기서 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가만히 있으니 더 불안했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전혀 안전하다는 판단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곳이 어느 숲인지만 알아도 대충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해보겠는데, 짐작도 안 갔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한숨을 쉬는데, 문득 내가 여기에 오면서 단 한 번도 잘려진 나무를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말이 되나? 물론 남부 어느 지방에 가면 사람들이 건드리지 못할 만큼 깊은 숲이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그곳은 남부지방인데도 특이하게 여름이 없는 곳이라, 거의 언제나 날씨가 가을날씨라고 들었는데, 이곳은 상당히 추웠다. 갑자기 다시 한 번, 용이 눈이 생각났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나는 필사적으로 얼마 전에 들었던 지리 수업을 기억해내려 했다. 누구도 들어가선 안 되는 곳에는 특징이 있다고 배웠다. 그 곳에는…

달이 떠오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인간은 가질 수 없는 눈의 형태가 보였다. 달빛에 번뜩이는, 괴물의 눈에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지르기 직전에 참아냈다.

몬스터, 몬스터였다.

주변의 지형을 확인해볼 필요도 없었다. 최악의 상황이다. 인간들의 숲에 사는 것은 짐승이지만, 드래곤의 숲에 사는 것은 몬스터. 즉, 나는 드래곤이 다스리는 숲에 들어와 있다. 일단 도망가야 하지만, 애꿎게 기척이라도 냈다간 그대로 끝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해와 달이 공존하는 시각이었고, 그들은 달빛 아래서야 제대로 감각을 찾았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은… 숨어야 한다.

숨, 숨을 곳. 숨을 곳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느껴져서 나는 벌벌 떨었다. 몬스터는 드래곤의 숲을 지키는 것들이었다. 인간의 왕의 부탁으로 드래곤이 몬스터들을 다스리게 된 이후, 그들은 드래곤의 숲을 벗어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니까 난 아마 우리나이 또래에 처음으로 입체감 있게 몬스터를 본 걸지도.. 그리고 이제 곧 죽을 거다. 일찍 죽는 것보다야 그래도 나중이 낫겠지. 죽기 싫었으나 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발악하지 않고 죽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야. 시간이 지나치게 없었다.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손으로 주변을 더듬다가 말도 안 되게 기적적으로, 나무에 구멍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내 신발을 움켜쥐고 맨발로 기어서 그 구멍속으로 들어갔다. 나무 안은 다행히 내가 들어가니 꼭 맞았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내가 오늘 향수를 뿌렸던가? 나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나무 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무리였다. 일단 신발을 가슴에 껴안고 치맛자락을 쓸어서 튀어나오는 것이 없도록 했다. 나무 냄새가 최대한 내게 배도록 팔이며 머리며 잔뜩 문질렀다. 그리고, 이 곳에 온 처음으로…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쿵.............!

지나치게 겁에 질리면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입을 틀어막았다. 그것들은, 아주 많았다. 내 앞을 지나가는 것의 발은 아주 흉측했다. 아니, 나는 흉측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냥 그게 무서웠다. 세상에서 그만큼 무서운 것을 처음 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실제로 처음이었다.

내 눈에서 눈물 방울이 툭, 떨어져내렸다. 나도 모르게 눈을 깜빡했나보다. 그리고 그때, ... 나는 내가 눈을 깜빡인 것을 저주했다.

'그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발, 제발, 제발… 눈을 감고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고 그 발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살려줘, 누구라도 좋으니까 살려줘.

히익, 힉, 하는 소리가 저절로 목에서 났다. 이렇게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절대로, 이렇게는… 그 때 어떤, 매우 천천히, 발 끝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때 없이 교수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몬스터중에는, 하늘을 나는 것과, 땅을 걷는 것….

그리고, 땅 밑을 다니는 것이 있다.

발목을 잡는 털이 달린, 네 개의 손가락.

"꺄아아아아아악!!!"

내 비명소리에 나무 윗부분이 날아갔다. 완연히 떠오른 달 아래 이름도 알 수 없는, 생리적 혐오를 일으키는 어떤 것들과 눈이 마주쳤다… 수십마리의 '무언가'가 내 앞에 서있었다. 끈적거리고, 혐오스러웠으며 분명한 목적을 가진 것들이 내 앞에서…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형태들이 움직여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가까웠다. 덜덜덜 떨고 있는 와중에 내가 미친듯이 움직여서 뿌리친 그 손이, 나를 다시 한 번 잡았다. 나는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고, 울었고, 온 몸을 버둥거렸다. 그리고 다른 것이 다가와 내 발을 잡는 그 땅의 것의 팔을 잘라서, 내 머리채를 쥐려고 했다… 어디서 그런 순발력이 나왔는지도 모르게 그 손처럼 보이는 것에서 벗어나 그 죽은 것 뒤에 섰다. 도망, 도망 가야 하는데…

어디로, 어디로 가야하지.

그리고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어떤 것이 내가 피했던 것이 우습다는 마냥 내 머리채를 당겼다. 두피에 닿는 그것의 가죽과, 끈적한 느낌에 나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엄마, 엄마 살려줘, 살려줘, 제발, 엄마 …!

그 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달이 조용히 가려지고, 바람소리가 났다…. 주변의 나무가 갈대처럼 휘어지기 시작했으며, 그리고 ‘그것’이 다가왔다. 천천히, 아니 빠르게. 아니, 그저 커다랗게… 내 인생의 첫 번째 기적이.

"드래곤…."

아름다운 생명체가 나타나자마자 내 머리카락을 쥐고 있던 힘이 사라지고 있었다. 나타나자마자 위험한 존재감에 어쩐지 시간 자체가 정지한 것 같았다. 지나치게 현실감이 없어서 나는 내 주변에 방금 전까지 내 인생 그 무엇보다도 큰 위협이었던 것들을 잊고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았다. 언제 뜯겨졌는지 모를 치마와 온 몸의 멍, 그리고 피가 나고 있는 허벅지의큰 상처에서 그제서야 고통이 느껴졌다.

[떨어져라, 그 여자에게서.]

그 소리는 공기를 매우 크게 울려 내 머릿속에서 번져나가는 듯한 소리였다. 마력을 움직이는 걸까, 그의 입에서 빛가루같은 연청색 마력이 사라락, 하고 떨어져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제서야 그것들은 천천히, 미련이 남는 눈동자로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마지막의 것이 천천히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있자니 저절로 힘이 빠지고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온 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눈 앞에 보이는 죽은 괴물의 존재에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주체하지 못하고 토하기 시작했다. 울면서 계속 토하는 내가 조금 가엾어 보이긴 했는지 초록색 비늘에 연청색의 내 두팔을 벌린 것보다 큰 눈을 가진 존재가 마법을 걸어주는 것 같았다. 거짓말처럼 속이 편안해지고 허벅지의 상처가 거짓말처럼 나았으니까. 거기에 옷에 묻은 핏자국과 토사물의 흔적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가 되자 어쩐지 이 모든 일들이 단순한 꿈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내가 약간 진정했다고 생각했던지 드래곤이 물었다.

[리콜라티와 함께 온 여자인가.]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완전히 안심한 걸로 판단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초록색의 드래곤은 아주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그는 감히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가 고개를 숙여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분명히 아까의 그것들과는 달랐다. 그는 무척 아름다운 생명체였다. 매우 큰 눈인데다 도저히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그 크기마저 비상식적이었는데 어쩐지 이상하게 징그럽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멀리서 초록색으로 보였던 비늘은 매우 영롱한 에메랄드빛이었고, 광택이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두개의 뿔이 있었는데, 상아색이었고 무척 부드러워 보였다.

[뿔을 만져라.]

조심스레 팔을 뻗었다. 사실 나는 발작적으로 울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았다. 뿔은 생각했던 것만큼 부드러웠다. 세상 어느 것의 뿔도 이처럼 크고 고운 색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거였다. 진짜 상아보다도 아름다웠으므로.

뿔을 만지고 나자 이상하게 비현실적이던 감각이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이상하게도 내가 겪었던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매우 아련하고 싫은 꿈을 꾼 기분이었다. 내가 겪은 일과 퍽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감각에 내 마음 어딘가가 부드러워졌다.

[인간, 올라올 수 있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라는 눈으로 그를 봤다. 그는 정말로 컸고, 나는 감히 그의 몸에 올라탈 수도 없어보였다. 게다가 드래곤 위에 올라타라니, 그 무슨 소설에나 나올 법한 제안을 하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드래곤은 오히려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방법을 제시했다.

[저 나무위로는 올라갈 수 있겠나?]

진짜로 당신을 타라고, 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몹시 흥분되기도 했다. 모험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딱히 특별한 경험을 갈구한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 일이 얼마나 특별하고 신기한 경험이 될지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걸 거부한다면, 정말로 바보 천치일 거다. 그래서 나는 결국 손자국이나 멍이 있었던 것조차 의심스럽게 깨끗해진 내 몸에 감탄하면서 나무에 끙끙대며 올라갔다. 반쯤 잘라진 나무에 올라서자, 그가 최대한 목을 숙였고, 나는 거기에 겨우 올라탔다.

[꽉 잡아라. 떨어지면 답이 없으니까.]

나는 처음으로 네, 라고 작게 대답했다. 공포에 질렸었기 때문인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매끈매끈한 그의 목을 최대한 꽉 잡았다.

천천히 바람이 불었다. 어디서 바람이 부나 했더니, 그가 날개로 일으키는 바람이었다. 그는 천천히 날개 짓을 몇 번 하더니 몇 걸음 달려갔다. 물론 그 와중에 나무가 몇 그루 처참하게 부러졌다. 그러더니, 조금씩 뜨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드래곤이 준 경험이 내가 겪은 첫 번째 기적이었다. 기적 외에는 어떤 단어도 부족했다.

============================ 작품 후기 ============================

헤헤헿.... 마음에 드는 편입니다.그래도 많이 고침.... 뭐새로 쓰는 것만큼은 그래도 안 걸렸네요! 다음 편도 마음에 드는 편이며는 좋겠다!!

감기 걸렸어요 여러분 ㅠㅠ 감기 조심하세요 ㅠ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