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78/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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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의 훈련이 끝나고, 지토와 마커스는 제법 늠름한 군인이 되어있었다.

새로 받은 장비와 무기는 한 몸과도 같았고, 서먹서먹했던 동기들은 둘도 없을 친구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두 달간의 훈련이 끝난 지금.

그들은 수료식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훈련소도 끝이네.”

“내가 이쪽으로는 오줌도 안 싼다. 씨발.”

“그래도 밥은 맛있었어.”

“그건 그렇지···.”

“너는 어느 부대로 가냐?”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군단에 배속된다던데···. 지토 너는?”

“나도 거기로 가!”

“이런 우연이 있나.”

“이 훈련소 애들 절반 이상이 다 거기로 갈걸.”

단상 위에 파라몬드가 올라서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떠들고 있던 병사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대열을 맞추고 섰다.

훈련장은 정적에 휩싸였고, 이를 쭉 둘러보던 파라몬드는 말없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훌륭하다. 두 달 동안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제군들은 로마와 게르마니아를 수호하는 용맹하고 명예로운 전사로서 살아가길 바란다.”

“와아아아아-!”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훈련장에 모인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자 숲이 울리며, 이에 놀란 새들이 화들짝 날아올랐다.

이를 말 없이 지켜보던 파라몬드가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올리니, 병사들은 귀신같이 조용해졌다.

“마지막으로 자네들에게 전할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부관 가져오도록.”

“예, 장군.”

장교 하나가 황급히 단상을 뛰어 내려가더니, 이내 낑낑거리면서 한눈에 봐도 무거워 보이는 궤짝들을 들고 올라왔다.

“이 안에 담긴 것은 반짝이는 은화다. 그리고 모두 자네들의 것이지.”

“뭐야?”

“무슨 소리야.”

“은화를 준다는 건가?”

“은혜롭고 자비로우신 마리우스 전하께서 지난 군제개혁 이후로 새롭게 생긴 훈련비라는 것이다.”

파라몬드는 멍하니 서 있는 병사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자네들은 국가의 부름에 응했고, 두 달 동안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지.”

“호명하는 인원부터 앞으로 나오도록!”

“물레방앗간 집 둘째 아들 마커스!”

“예!”

마커스가 화들짝 놀라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파라몬드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궤짝에서 은화 열 닢을 꺼내서 그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아···. 아닙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래, 다음.”

“율리우스의 첫째 아들 지토!”

“예!”

파라몬드의 앞에 선 지토는 잔뜩 긴장하면서, 속으로는 어린 동생들과 어머니에게 무엇을 선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자네는 지난 훈련들을 뛰어난 성적을 보였군.”

“가, 감사합니다! 전부 대대장님의 지시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하하···. 자네 훈련대대에 남을 생각 없나?”

“저, 저는···.”

지토가 허둥지둥 대답하려 하니, 파라몬드가 웃으면서 말했다.

“농담일세 하지만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지 문을 두드리게, 자네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파라몬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금화 한 닢을 손에 쥐여주었다.

“이, 이건···.”

“금화지. 자네가 이번 기수 중에서 최고의 훈련생이라는 증거야.”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전하께 하도록. 다음!”

지토는 손에 쥔 금화와 훈련대대의 건물 벽면에 붙어있는 거대한 초상화를 번갈아 보더니, 이내 초상화에 대고 큰 소리로 경례를 올렸다.

로마의 휴일 - 5

시칠리아에 주둔 중인 콘스탄티우스의 부대는 쉽사리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마제국의 함대가 카르타고와 인근의 바다를 통제하고 있었지만, 함부로 바다를 건넜다가 길도의 병사들에게 포위라도 당하면은 큰일이었다.

스틸리코에게 지원군을 요청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었다.

“이를 어쩐다···.”

“장군, 길도가 점점 세를 불리고 있습니다.”

“죄다 안 좋은 소식들뿐이군.”

콘스탄티우스는 자기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

분명 자신의 계획대로만 진행되었다면, 진즉에 카르타고를 함락시키고 반역자 길도를 잡아다가 처형시킨 뒤에 라벤나에서 개선식을 하고 있었을 텐데···.

일이 너무 꼬여버렸다.

시칠리아에서 서성거린 지 한달째.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카르타고로 간다.”

“장군···. 차라리 돌아가시지요. 이미 시작부터 어그러진 작전입니다.”

“더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반란군의 세력이 아이깁투스까지 미칠지도 모를 일이야.”

“장군, 적은 우리의 열 배가 넘는 대군입니다.”

“내일까지 바다를 건너서 카르타고를 친다.”

콘스탄티우스는 주사위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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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우스가 결심했을 때, 길도는 병사들을 이끌고서 알렉산드리아로 진군 중이었다.

그의 생각에는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때, 알렉산드리아까지 자신의 수중에 넣는다면 더는 북아프리카에서의 손해를 견딜 수 없는 로마가 자신들의 독립을 인정할 것이라고 여긴 것이었다.

실제로 로마는 북아프리카까지 군대를 보낼만한 여력이 없었다.

본토의 부대는 무슨 일인지 시칠리아에서 발이 묶여버렸고, 히스파니아는 연달아서 일어나는 반란을 진압한다고 정신이 없었으며, 알렉산드리아의 병사들은 거북이처럼 몸을 웅크리고만 있었다.

물론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형이었던 마르켈이 그러했고,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과 병사들이 그러했다.

하지만, 마르켈이 로마인들에게 ‘살해’ 당한 뒤.

길도가 복수를 울부짖으며 들고 일어나자, 더는 그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알렉산드리아까지는 며칠이나 남았나.”

“적의 저항이 없다면 일주일이면 충분할 것이고, 적의 저항을 받는다면 한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대군을 보고도 저항을 생각한다면, 그것 나름대로 칭찬할만한 것이겠지.”

길도는 자신의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들판을 가득 메우는 10만 대군의 위용에 가슴이 절로 웅장해졌다.

이런 군대가 있다면 세상에 정복하지 못할 곳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역사 속의 그 어떤 대왕들도 나와 같은 대군을 운용해본 이는 손에 꼽겠지.”

“그렇겠지요. 그 유명한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장군처럼 많은 군대를 운영해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 나는 알렉산드로스만큼은 아니더라도 피로스 대왕보다는 더 위대하지 않겠나?”

“물론이지요. 장군께서 알렉산드리아를 정복하신다면, 피로스 대왕을 뛰어넘는 것이지요.”

“그래, 내가 그들보다 못할 게 무엇인가.”

길도는 고개를 돌려 성벽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지나왔던 다른 요새들이나 성들과는 다르게 커다랗고, 웅장했으며 튼튼해 보이는 성이었다.

“그 시작은 키레네에서부터 시작되겠군.”

“장군,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저까짓 성쯤이야 단숨에 넘어 보이겠습니다.”

“좋다! 공격 나팔을 불어서 전군에 신호를 보내라! 한 번의 총공격으로 저 성을 넘을 것이다!”

길도의 명령하에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0만의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땅이 움직이는 듯했으며, 그들이 내는 함성은 천지를 흔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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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잠시 돌려 브리타니아를 바라보자면, 이곳도 만만찮은 상황이었다.

픽트족과 연계한 콘스탄티누스의 부대가 기어이 하드리아누스 장벽을 넘었고, 헤라클리우스가 이끄는 병사들이 이에 맞섰지만···.

“후퇴! 전원 린든까지 후퇴한다!”

“반역자들을 몰아내라!”

“우리 땅을 되찾자!!!”

개전 한 달 만에 북부의 마지막 요새인 에보라쿰마저 빼앗겨버린 상황이었다.

이제 린든 마저 함락된다면, 아칸의 주요거점인 론디니움까지는 이렇다 할 방어선도 없었다.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황이었다.

“각하, 이제 어쩌면 좋겠습니까?”

“으음···. 지금 병사들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론디니움을 방어할 최소한의 방어병력을 제외하면···. 2만 명이 조금 넘습니다.”

“2만···. 2만이라···. 이게 우리의 마지막 군세겠군요.”

“각하, 지금이라도 브리타니아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시지요.”

카티우스의 말에 아칸이 그를 꾸짖었다.

“가다니 어느 곳으로! 우릴 받아줄 곳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죽어도 이곳에서 죽고, 살아도 여기서 사는 겁니다.”

아칸의 호통에 카티우스가 고개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저는 그저···.”

“듣기 싫습니다. 지금 당장 해병들과 지원병력을 이끌고 린든으로 가서 헤라클리우스를 도우십시오.”

“예? 각하께서 혼자 남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아무리 이곳이 우리의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론디니움의 유력자들이 각하를 노리고 있습니다.”

“전방이나 후방이나 위험한 전장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당장 밀려오는 적들을 막는 걸 우선 고민하세요. 저는 이곳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보낼 테니까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번에는 사고 치지 마세요.”

“예···.”

위기가 닥쳐오자 아칸의 세력은 단결하며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론디니움에 홀로 남은 아칸은 몰려드는 픽트족의 무시무시함과 잔혹성을 언급하면서 시민들을 단결시켰고, 지역의 유력자들을 설득해서 군량과 병사로 쓸만한 인력을 받아낼 수 있었다.

반면 콘스탄티누스가 이끄는 픽트족 연합은 연이은 승리에 도취한 탓인지, 벌써부터 분열될 조짐이 보였다.

“이곳 에보라쿰까지는 우리가 받아가야겠습니다.”

“브리타니아의 절반을 떼달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우리가 죽었으면 죽었지, 그렇게까지는 못 해주겠다.”

“분명 처음부터 약속하지 않았소! 우리가 원하는 만큼 땅을 떼어준다고 말이오!”

“무슨 놈의 약속? 처음 듣는 말이로군.”

“크으윽···. 로마인들은 뱀의 혓바닥을 가졌다고 하더니,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군.”

“그렇게 말한다고 너희에게 떼줄 땅은 없다.”

“그렇다면 힘으로라도 빼앗겠소!”

결성부터 삐걱거렸던 픽트족과 로마군과의 연합은 에보라쿰 공방전 이후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다.

수적으로는 픽트족이 유리했지만, 픽트족은 장벽 너머의 브리타니아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콘스탄티누스의 용병술은 픽트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적의 공세를 기다리며 결사 항전을 준비하던 아칸의 일파는 급작스럽게 적이 분열한 시점을 기회로 여겨 에보라쿰을 침공했지만, 금세 격퇴당하고 물러났다.

그렇게 짧지만 강렬하게 불타올랐던 브리타니아의 불꽃이 꺼지고, 흙먼지가 가라앉은 브리타니아는 셋으로 갈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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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건, 이번에 입대한 신병 중 과반수가 정상적으로 훈련을 마치고 수료했습니다.”

“중간에 퇴소당한 이들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그들 또한 아그리피넨시스의 경비대에 편입해서 예비병력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훌륭해. 그리고 교육에 대한 건은 어떤가.”

“훈련소에서 기초적으로 쓰는 법과 읽는 법, 그리고 숫자 정도를 가르쳐본 결과, 모두 가르치는데 두 달은 너무 짧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으음···. 그럼 훈련일수를 늘려야 하나?”

데키무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니, 차후에 부대에서 추가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조치하면 될 듯싶습니다.”

“그럼 그 건은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정신교육은 어떻게 되어가나?”

“그 건은 각하께서 설명해 주셨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눈에 보일만 한 곳에 전부 각하의 초상화를 걸어뒀습니다.”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이 시대의 사람들이 정신교육의 개념을 이해할 리가 있나. 나가서 싸우라면 싸우고, 명령을 듣지 않으면 두들겨 패서라도 듣게 하는 게 우선인 시대가 아니었는가.

“자네 보고는 여기까지 듣지.”

고개를 돌려 사루스를 돌아봤다.

“게르만 부족들은 어떤가, 새로운 병역법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이는 없나?”

“예전부터 반항적이었던 색슨족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지만, 대부분 부족이 각하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그거 잘됐군. 우선 그 친구들에게서 뽑아올 병력과 자원은 차후에 잘 조정해보도록 하지.”

“예, 각하.”

새로운 병역법은 삐걱거리고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었다.

돈 좀 있는 집에서는 자식을 위해 서슴없이 돈을 내놓았고, 그 돈은 부족하게나마 쪼들렸던 재정에 단비를 뿌려줬다.

하지만, 게르마니아의 재정상태는 여전히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아그리피넨시스에 활기가 돌기는 했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빈민들이 넘쳐났고 집도 없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기존의 초토화된 수준에서 이 정도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기적이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이제 건드릴 건···. 교육문제와 세제개편이군.”

“각하, 지금까지 건드리신 것만으로 시민들의 인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런 거 신경 쓰면 아무것도 못 해. 여기서 이것저것 실험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중앙에 건의해서 로마 전역에 시행할 생각이야.”

“각하···. 아무리 그래도···.”

손뼉을 짝하고 치면서 주위를 환기했다.

“요즘 보니까, 부모들이 일손이 모자라서 애들까지 일하게 하던 것 같은데···. 맞나?”

“예, 아마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 아이들은 부모의 일손을 돕고 있을 겁니다.”

“애들이 일 돕는다고 얼마나 돕겠나, 괜히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병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잖아.”

원래 로마에는 공립학교가 속주마다 있었지만, 수많은 내전과 침입을 겪으면서 대부분 유명무실해졌고, 이탈리아 반도 내에서나 가끔 운영되는 수준이었다.

귀족들이나 돈 좀 있는 집안들은 똑똑한 노예를 가정교사로 들이거나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냈다.

그러다 보니 빈부격차가 극심해질수록 교육격차도 벌어져서, 지금 와서는 글도 모르는 이들이 넘쳐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내 말을 들은 데키무스는 당황했다.

“이 지역의 관습 같은 것인데, 어쩌겠습니까? 최대한 시민들을 계도해보겠습니다.”

“지금 징집되는 놈 중에 제일 어린 녀석이 몇 살쯤 되지?”

“아마 열여섯이었을 겁니다.”

“그래? 그럼 열여섯 살이 되지 못한 이들을 아이들로 규정하고,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걸 금지한다. 이를 어길 때에 벌금과 징역형에 처하는 거로 하지.”

“각하, 또 갑작스럽게 말씀하시면 의회가 뒤집히고 시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데키무스가 말렸지만, 나는 귓등으로 튕겨냈다.

“의회 새끼들이야 매일같이 칭얼거리는 게 일이고, 시민들의 분노야 그만한 보상을 쥐여주면 될 일이 아닌가?”

“보상 말입니까···?”

“그래, 마음 같아서는 학교를 짓고 싶지만, 돈이 없으니 예배가 없을 때 성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거로 하지.”

“그, 그럼 아이들은 누가 가르칩니까?”

“그거야 당연히 교회 사람들이 가르쳐야지 않겠어? 매번 헌금도 받아가는데 돈값을 해야지.”

“허···. 예, 역시나 그러시겠지요. 앞으로 교회와는 척을 지겠군요.”

데키무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나는 교회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인데, 데키무스는 내가 교회를 약탈하는 것쯤으로 착각한 듯싶었다.

“이렇게 하는 게 교회나 우리나 이득 아닌가?”

“각하의 생각은 도저히 제 머리로는 따라갈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데키무스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집게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안 그래도 교회 애들이 영향력을 늘리려고 온갖 짓을 다 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기존에 믿고 있던 종교를 갈아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안 그래?”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게 무슨 관련이 있는 겁니까?”

“아이들은 물들이기가 쉽잖아. 뭐가 좋고 나쁜지를 잘 분간 못 하는데 교회에 보내면···. 어떻게 되겠나?”

데키무스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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