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187)

백부장은 너희에게 실망했다.

회의가 끝나고 그 내용이 병사들에게 알려지자, 병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드디어 이 지랄 맞은 곳을 떠난다는 기쁨과 가족을 만날 수가 있다는 기쁨이 어우러져서, 그동안 지겹게도 끝나지 않았던 작업이 속속들이 끝났고, 항상 늘어져 있던 병사들에게는 활력이 넘쳤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기뻐할 때도 나는 그럴 수 없었는데, 회의가 끝나고 대대장이 한 말 때문이었다.

"자네 부대가 후미에 남게."

"예? 잘 못 들었습니다?“

대대장은 태연하게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자네 휘하의 백인대가 우리 대대의 철수를 도우라는 걸세."

"그건, 이미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조금 더 '복합적인' 이야기라네."

"복합적이라는 건···?"

"아군이 철수할 때까지 후방을 봐주시게, 아군이 완전히 철수하고 난 뒤에는 요새를 불태운 뒤에 합류하고."

순간, 내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멍하니 대대장을 보고만 있으니, 대대장도 미안했는지, 아니면 별생각이 없었는지는 몰라도. 내 어깨를 두들겨주면서 다시 말했다.

"자네가 돌아온다면, 내 정식으로 군단장님께 건의해서 훈장과 휴가는 넉넉하게 챙겨주겠네, 그리고 자네 이름 앞에 붙은 임시딱지도 떼주고 말이야."

"대대장님, 다른 부대도 많은데 왜 하필 제 부대입니까? 제 부대는 지난 전투로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대장은 조금 당황하면서 입을 다물고는 생각에 잠긴 듯싶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대대장을 밀어붙였다.

"대대장님, 제 부대원들은 부대 정원의 절반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런 부대로는 정상적인 작전 수행이 불가능합니다."

대대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무거운 입술을 들어 올려 말을 내뱉었다.

"부대 인원이 모자라면은···. 채우면 될 일이 아닌가?"

"예?"

"자네에게 임시로 현지 징발권을 위임하겠네."

"현지···. 징발권 말씀입니까···?“

이 양반이 미친 건가 싶었다.

여기 사는 인원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는 로마의 주민들인데, 그들에게서 징발하라니···?

애초에 여기서 끌어올 수가 있는 젊은 층은 한계까지 끌어썼고, 이제 남은 이들이라고는 군 복무를 마친 이들이거나, 군 복무에 하자가 있는 이들뿐인데, 그들을 민병대로 굴리라는 건가?

물론 로마에는 군단을 보조하는 보조 군과 민병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민병대는 민병대였다.

아무리 야만족들이 로마군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들도 엄연히 훈련을 받은 전사들이고 병사들인데 민병대를 붙여봤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아무리 봐도 나를 팽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명령이었다.

"대대장님, 민병대로 어떻게 저 야만족 대군을 막아내겠습니까, 차라리 다른 백인대에서 병사들을 차출해주십시오!"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군."

정정하겠다.

이 새끼는 누구를 곤란하게 하거나 팽할 만큼 똑똑한 새끼가 아니었다.

그냥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이가 나밖에 없는 멍청한 새끼였다.

시발. 내가 이런 새끼를 믿고 백부장을 하고 있었다니···.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렇다면, 내가 다른 백부장들에게 잘 말해둘 터이니 휘하 백인대를 재편하게나, 아! 그리고 현지 징발권도 같이 주지."

벌써부터 다른 백 부장들의 원망이 들려오는 듯했지만, 어쩌겠는가? 일단은 나부터 살아야 원망 소리를 듣지 않겠나.

어차피 이 임무는 거절할만한 종류의 임무도 아니었다.

이걸 거절한다면, 자신을 무시했다고 여긴 대대장이 계속해서 불이익을 줄기 뻔했기에 눈물을 머금고 수락했다.

"...대대장님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게."

대대장의 저택을 빠져나오니 지난 전투의 공로로 옵티오(Optio 백인대 서열 2위 주임상사급)로 진급한 폴로가 따라붙으며 말을 걸었다.

"부대로 복귀하십니까?"

"그래, 앞장서."

폴로는 내 얼굴을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대대장님과의 면담이 잘 안 풀린 모양이십니다?"

"그래, 아주 시궁창에 처박힌 기분이야."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쯧···. 부대로 가서 설명해줄게, 일단 도착하자마자 애들 다 불러모아."

"곧 점심시간인데 점심 먹고 하면 안 됩니까?"

폴로의 말에 순간 욱해서, 뭐라고 한마디 할 뻔했지만 애써 참으며, 눈을 흘기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에 했고 폴로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입을 다물었다.

부대로 돌아오니 병사들이 식기를 든 채로 점심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다들 오전에 작업하다 왔는지 몸 구석구석 흙먼지에 땀으로 범벅이 돼 있는 모습을 보니, 참 딱한 모습이었지만.

병사들은 점심을 먹는다는 생각에 즐거웠던지, 저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음 짓고 있었다.

"후우···."

병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앞에서 무게를 잡고 서 있으니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리우스 님, 점심도 안 드시고 뭐 하십니까?"

"밥 먹는데 풍경 가리지 마십쇼 히히."

"야 이 새끼들아, 그래도 우리 백부장님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흐히히히."

"마리우스 님도 오셔서 점심이나 드시지 말입니다."

병사들이 신나서 말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병사들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병사들도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후다닥 식사를 마쳤고, 모든 병사가 식사를 마친 것을 확인한 나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전부 주목."

"주목!"

"대대장님께서 우리 부대에 한가지 명령을 내리셨다."

병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폴로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점점 표정이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대대장님께서는 우리보고 아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이곳을 사수하라고 하셨다.

"아니 그게 무슨···."

"우린 다 죽었네."

"아이 - 씻팔!"

예상대로 병사들의 반응은 굉장히 부정적이었고, 그대로 무기를 들고 대대장의 저택으로 쳐들어갈 것 같은 모습이었기에 그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아직 내 말 안 끝났다."

내 말에 잔뜩 흥분했던 병사들이 화를 가라앉히면서 내 다음 말을 기다렸고, 병사들이 조금 진정되자 먹을 가다듬으면서 다음 말을 이어갔다.

"대대장님께서는 타 부대에서 병력을 재편할 수 있는 권한과 현지 징발권까지 주셨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겠나?"

"결국, 우리보고 고기방패나 하라는거 아닙니까!"

"맞아!"

병사들이 다시 흥분할 기미가 보이자, 황급히 소리를 질러 그들을 진정시켰다.

"틀렸다!"

큰 소리에 병사들이 입을 다물고서는 다시 내게 집중했고, 나는 병사들을 한번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현지 징발권이라는건, 여기서 징발할수있는 권리라는거다. 이걸 넓게 보자면 판노니아 전역에있는 모든걸 징발할 수 있다는거지."

"그게 무슨 의미십니까?"

"간단하다. 저 몰려오는 야만족들을 역으로 털어먹을수 있단 뜻이 되는거지."

내 발언에 병사들은 혼란에 빠져들었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있던 폴로의 입은 쩍 벌어지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로부터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일주일동안 철수준비로 바쁜 주둔지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병사들을 끌어모았다.

백부장들은 자신의 부대에서 인원을 빼가는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고, 일부는 대대장에게 따지기까지 했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기에 다른이들의 불만은 무시했다.

일주일 동안 발품을 팔아서 부대를 재편한 뒤에는 주둔지 근처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에게 소식을 알리면서도 마을에 남은 남성들로 민병대를 끌어모았다.

숨돌릴 틈도 없이 지내다 보니 시간은 활에서 쏘아진 화살처럼 순식간에 흘러갔고, 철수일이라는 과녁의 정 중앙에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럼, 뒤를 부탁하지.”

"살로나 에서 뵙겠습니다."

"그래, 무운을 빌지."

대대장은 약속한 대로 일주일이 되던 날에 대대 병력과 인근 마을의 백성들을 이끌고서는 주둔지를 떠났고, 주둔지에 남은 이들이라고는 내 휘하의 병력 100명과 민병대 350명뿐이었다.

대대장이 아예 양심 없던 사람은 아니었는지, 비축물자로 쌓아뒀던 장비들을 두고 간지라 민병대의 무장까지는 순조로웠다.

민병대의 무장까지 마치고 난 뒤에 주둔지를 둘러보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우리가 가진 병력만으로는 여기를 전부 지키는 건 불가능해. 그게 내 결론이다."

"그렇다고 이곳을 버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적어도 아군이 달마티아에 입성했다는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는 이곳을 사수해야 하는데···."

폴로는 조금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나를 믿고 이곳에 남긴 했으나, 본대가 있을 때도 힘겹게 막아내던 야만족들을 민병대와 같이 막아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물론, 폴로의 판단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저게 당연한 것 아닌가, 소수가 다수를 막아내는 것은 아무리 높고 튼튼한 성벽이 있다 한들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막아내는 것에만 한정한다면 말이다.

"폴로, 난 자네에게 딱 한 가지 명령만을 내릴 거야, 해줄 수 있겠나?“

"시키시면, 해야지요.“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지만, 뭐 좋네!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하지.“

지도를 펼치니 우리 대대에서 담당 중인 판노니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지도에서 고트족과 반달족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폴로에 말했다.

"나는 휘하의 부대를 이끌고서 이곳과 이곳, 야만족들의 마을을 습격할 테니 자네는 민병대를 이끌고서 주둔지를 지켜.“

폴로는 경악하면서 말하길.

"마리우스 님 적은 다수이고, 아군은 소수인데 여기서 병력을 또 나누시다니요, 자칫 잘못했다가는 각개격파 당할 겁니다!“

"각개격파 안 당하게 주의해야지.“

"그게 말처럼 쉬운 일입니까?! 이건 자살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앉아서 죽으나, 밖에서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라네."

"하지만 일부러 저들을 자극할 필요는···!"

"어차피 우리가 주둔지 인근의 마을들에 소식을 알렸을 때, 야만족들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을 거야, 녀석들이 우리를 치기 전에 역으로 녀석들을 털어먹어야지 안 그렇나?"

폴로는 내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었는지 얼굴을 구기면서 시선을 피했다.

"폴로, 목책에 허수아비를 세워두고 낮에는 갑옷을 입히고, 밤에는 횃불을 걸어두어 수가 많아 보이도록 하게. 그렇다면 적들은 함부로 공격하지 못할 것이야."

"...예."

"폴로, 공격은 최선의 방어인 법이야, 기억하게.“

그날 주둔지에 남은 염소와 양을 잡아 병사들에게 배불리 먹인 후에 휘하 백인대 병사들을 이끌고 주둔지를 빠져나갔다.

저녁을 호화롭게 먹은 탓에 행군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지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고트족의 마을로 행군했다.

고트족의 마을에 도착한 건 달이 서서히 지면서 아침을 준비하는 새벽이었다.

현대에서야 각종 조명기기와 가로등 덕분에 길을 찾기 어렵지 않았지만, 이곳은 고대의 로마였다.

도시에서라면 건물들의 모양이나 생김새, 방향표 등으로 길을 찾았겠지만,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울창한 숲과 드넓은 들판뿐, 방향을 알려주는 건 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들뿐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이러한 별자리들을 보는 법을 몰랐고, 한참을 숲속에서 헤매다가, 운 좋게 하늘 높이 피어오르는 불꽃과 연기를 보고 쫓아온 곳이 고트족의 마을이었다.

이들은 지난밤에 축제나 종교행사라도 벌인 모양인지, 마을의 정중앙에 거대한 장작더미가 불타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아침 해가 떠오를 시간임에도 몇몇이 남아 술과 음식을 먹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신이 주신 기회군···. 신이 있다면 말이야.'

하지만 병사들과 밤새도록 숲속을 헤맨 탓에 병사들이 지쳐버린지라, 습격을 위해서는 병사들을 쉬게 할 필요가 있었다.

병사들이 쉬는 동안에 고트족 마을을 유심히 살피면서 족장이나 귀족 혹은 장로 같은 높은 계급의 사람을 찾아보려 했지만, 맨눈으로 멀리 떨어진 이를 살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지라, 알 수 있었던 것은 야간경계를 서는 병사들이 술에 취해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시간이 점점 흐르고, 달이 완전히 지고. 태양이 뜨기 전의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병사들도 잠깐의 휴식으로 체력을 제법 회복한 상태였고, 야만족들은 아예 보초들이 코를 골면서 곯아떨어진 상태였으니 그들을 털어먹는 건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트는 일보다도 쉬웠다.

조심스레 검을 뽑아 들고서는 천천히 앞장서서 마을로 다가가니, 뒤의 병사들도 각자의 무기를 빼 들고서는 내 뒤를 따랐다.

"모두,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움직이는 야만족은 전부 죽이고 적들의 창고만 불태우고 빠진다. 가자!"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아는 속도를 높이면서 달려갔고, 갑옷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숲속에서 울려 퍼지면서 코를 골며 잠들어있던 보초들을 깨웠다.

[으음···. 뭐야?]

[아, 씨···. 목말라···.]

하지만, 보초들은 전날 마신 술 탓인지 정신 차리는 게 늦었고, 들고 있던 검으로 목을 베어버리면서 마을에 난입해 소리쳤다.

"야만족들을 죽이고 모조리 불태워라! 포로는 필요 없다!"

"우오오오!"

갑작스러운 소란에 고트족 전사들이 하나둘씩 집 밖으로 나왔지만, 하나하나 친절하게 배때기에 검을 박아넣어 주면서 안으로 던져넣었고, 여기저기 불을 붙이면서 혼란을 더했다.

정신을 차린 몇몇이 로마군에 대항하려 했지만, 순간적인 수적 우위로 저항하던 이들을 순식간에 처리한 로마군은 고트족 마을을 가로지르며 눈에 보이는 모든 야만족을 죽였다.

마을 곳곳에서는 피가 흘렀고,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와 자식이나 남편을 잃은 여인들의 곡소리가 불타오르는 마을을 배경으로 하나의 오페라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마을의 중심에 서서, 조금 전까지 도끼를 들고 거칠게 저항하던 족장의 머리를 걷어차면서, 타오르는 마을을 지켜봤다.

오늘 내 한마디로 수많은 이가 죽었지만, 난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녀석들이 죽어야만 했고, 내가 출세하기. 위해서는 녀석들이 죽어야만 했다.

저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얼굴 여기저기에 튄 핏물이 흘러내려 입안으로 들어오면서 입안을 씁쓸하게 했다.

"마리우스 님, 대승입니다."

"후···. 다친 사람은?"

"불장난하다 손이 조금 데인 녀석만 있을 뿐 전부 멀쩡합니다."

"그래, 이제 마을을 뜬다. 마구간에 묶인 말들을 데려와라."

"저···. 마리우스 님···."

병사는 의미 모를 웃음을 지으면서 내게 애원했다.

"병사들이 오래간만에 회포를 풀고 싶다는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십, 수백 명을 죽인의 입에서 나올 말이란 말인가, 아니 저게 정상적인 사고로 도출될 수 있는 결과란 말인가?

여기가 동물의 왕국이었단 말인가, 나는 그 왕국의 왕쯤 되려나?

고개를 저으면서 단호히 말했다.

"그럴 시간이 없다. 적들이 몰려와서 포위되면 전부 몰살이야, 약탈은 허용할 테니 금붙이만 챙겨."

"아···. 따르겠습니다."

병사는 조금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군례를 올린 후에 불타오르는 마을 속으로 사라졌다.

마을을 태우는 불꽃은

빛이 되어 칠흑같은 어둠을 몰아냈다.

불꽃이 점점 사그라들때쯤에는 태양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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