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디펜스 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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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로마.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그 이름!
정작 그 로마의 최후는 실로 비참했다.
강철같은 군단병들과 솔로몬의 지혜를 가진 원로원의 정치인들, 그런 이들을 이끄는 철혈의 황제는 어디 가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시민을 탄압하고 이용하며, 억압하는 비루한 자들만이 남았을 뿐이다.
수많은 싸움 속에서 강철같은 군단병들은 스러져가고,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생김새부터 다른 게르만, 고트족 등의 용병들과 강제로 군대로 끌려온 어린 신병들뿐이었다.
그런 무수히 많은 외국인 용병들 가운데는 검은 머리의 동방 용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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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인 나상훈은 이제 병장에서 민간인으로의 진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군생활동안 친해졌던 후임들과 인사도 나누고, 영창으로 군생활이 늘어버린 동기도 놀려먹으면서 위병소를 빠져나오니.
이제는 진짜 혼자가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오묘해졌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기도 했고, 그동안 쌓아왔던 군생활의 추억을 곱씹어 보기도 했지만.
아직도 전역했다는 기분은 잘 느끼지 못했다.
그냥 조금 긴 휴가를 나온 것 같은 기분?
그렇게 별의 별생각을 다 하고 있을때쯤, suv차량 한 대가 상훈의 앞에 멈춰섰다.
“나상훈이, 이제 집가나?”
“아, 행보관님.”
“그동안 고생 많았다.”
행보관의 한 마디 말에 울컥했다.
“행보관님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자슥이, 버스 기다리나?”
“예.”
“타라, 역가제? 거까지 태워주꾸마.”
“이 차타면은 다시 부대로 돌아가고 그런거 아닙니까?”
“뭐? 하하하하, 타기 싫으면 치아라.”
행보관이 창문을 다시 올렸다.
황급히 올라가는 창문을 손으로 막은 상훈이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차에 올라타니, 행보관이 너털 웃음을 지으면서 차가 출발했다.
“나상훈이 전역하믄, 아새끼들 개판될낀데.”
“하하하, 알아서들 잘 하겠죠.”
“아니야, 나상훈이 혹시 부사관 해볼...”
“행보관님 옆...!”
행보관이 조심스레 부사관 이야기를 꺼내려고 잠깐 고개를 돌린 그 순간에 대형트럭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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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스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그냥, 옛날생각.”
“또 고향 생각하신겁니까? 어차피 돌아갈수도 없으시다면서요. 그냥 잊으시죠.”
“잊는다고 잊혀지겠냐...”
마리우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트럭에 치이고 눈을 뜬곳이 로마군이었을 줄이야...
인생에 누군가는 한번도 안간다는 군대를 두 번이나 오게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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