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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2 (30/33)

에필로그 2

이젠하르트가 참회의 순례 여행을 떠난 직후, 세 귀공자는 어느 목로주점에서 만났다. 눈물 젖은 송별회를 여는 도중에 카이렛은 만취해서 자던 중에 이따금 주먹을 불끈 쥐고 잠꼬대를 외쳤다.

“하, 망할 빨간 원숭이 새끼! 로트, 조심해. 탐파니스 그 새끼가 사라졌어. 그 새끼 어디 간 줄 알아? 토할 준비하고 들어. 널 쫓아간 거야. 네 꽁무니를 추적하고 있다고. 우에엑!”

이때까지도 맨정신인 로에란그린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이봐, 이터.”

“왜?”

로트를 떠나보내고 흑흑 울던 이터는 눈이 퉁퉁 부어 주점 과부에게 눈짓을 보내다 돌아봤다.

“자네 볼로냐로 언제 떠날 거야?”

“콘드비라무어스가 자객을 보낸대서 내일 떠나려고. 볼로냐 여자들이 날 애타게 기다리거든.”

“잘 가라.”

“잘 있어. 흑흑.”

“참, 얼음 감옥에 갔을 때 이젠하르트가 자네한테 뭐라고 안 했어?”

“했지. 날 얼싸안더니 와줘서 고맙다고 펑펑 울더라. 나도 그래서 얼싸안고 말했지. 내가 꼭 구해줄 테니 기다려라. 로트 놈이 이스트리엔으로 가다가 잡혀 죽어도 나는 살아서 돌아올 테니까 염려하지 말라고.”

주점 과부가 눈짓을 보내오자 이터는 신이 나서 헤죽헤죽 웃었다.

로에란그린은 그 꼴을 보며 혀를 찼다.

“힐데가르트는 참 안됐군. 오라버니가 떠나고 사랑하는 남자도 떠나게 됐으니.”

“그렇지. 그런데 그게 바로 우리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이인 걸 어떡해. 아, 가엾은 비둘기! 로트 녀석은 눈깔이 삐었지, 그런 깜찍한 비둘기를 놔두고 사나운 새매 같은 놈을 쫓아가다니!”

“내 생각엔 힐데가르트가 눈이 삔 것 같은데. 자네 같은 천하의 바람둥이를 연모하다가 결실을 이루지 못했으니.”

놀란 이터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물었다.

“뭐? 나 같은?”

“그래, 자네 같은.”

“……?”

“힐데가르트가 자네를 연모했대. 몹시 짝사랑했다나. 그러니 눈이 삐다 못해 멀었지.”

“뭐? 나, 나를?”

“그래. 그런데 이제는 수녀원 철창에 갇힌 비둘기가 됐군. 아무튼 잘 가라, 이터. 지금 당장 볼로냐로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으악, 제기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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