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3 아저씨! 저도 능력자가 되고 싶어요. =========================================================================
503.
처음 한숙을 인공 각성시킬 땐 4단계 정화수를 매일 먹이며, 30일간 포스 샤워로 포스 친화력을 높여야 했다.
그렇게 몸을 만든 후 에너지 10,000몬에 해당하는 각성의 씨앗을 먹이고 아리와 아영, 마샤가 힐링과 정화 스킬로 몸을 보호해야 했다.
그러나 4년간 모두 능력이 크게 향상하며 포스 샤워는 일주일이면 원하는 포스 친화력을 얻을 수 있었고, 4단계 정화수 대신 3단계 정화수만 먹여도 준비는 충분했다.
각성의 씨앗을 먹인 다음에도 생명의 나무를 소환해 놓으면 따로 손을 쓰지 않아도 몸이 안정돼 처음 인공 각성을 할 때와 비교하면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쉬웠다.
“오빠! 제가 너무 경솔했죠?”
“아니야. 잘했어. 나도 생각하고 있던 거야.”
“그래도 사전에 말씀드리고 말했어야 하는데, 너무 즉흥적으로 말한 것 같아요. 죄송해요.”
“그렇지 않아. 나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잘한 거니까 마음 쓰지 마.”
“정말요?”
“응!”
기자회견에서 일반인에게도 인공 각성 기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제니퍼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불안한 얼굴로 다가와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용서를 구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 마땅한 일로 좋은 의견을 낸 제니퍼를 혼낼 이유가 없었다.
혼날 사람은 생각을 전달하지 않은 나였다. 만약 제니퍼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면 우리는 욕심쟁이로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을 것이다.
좋은 이미지는 만들기도 어렵지만, 날리는 건 순식간으로 백 가지를 잘해도 한 가지를 잘못하면 욕을 먹는 세상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
“우리가 지목하면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할 거예요. 사전에 미리 짜고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각성시켜준다고 할 수 있으니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추첨? 어떻게?”
“주택복권 뽑듯 주민등록번호를 뽑는 거예요. 그것도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으로요. 그러면 대다수는 공정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으음~ 그거 괜찮네. 그런데 매국노나 범죄자가 당첨되면 어쩌지?”
“강간, 사기. 존속살인, 경제사범, 정치사범 등 용서받지 못할 흉악범과 부모가 매국 행위를 저질렀는데 자식이 이를 반성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제외한다고 명시하면 되죠.”
“그래도 잡음이 많을 것 같은데?”
“엿장수 마음이라고 했어요. 그 정도 제약은 걸어도 괜찮아요.”
“하긴 공짜로 소원을 들어주는데, 그걸 문제 삼으면 양심도 없는 거지.”
“일 년에 몇 명이나 하실 거예요?”
“안정적인 공급처가 생길 때까진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두 명하면 적당할 것 같다.”
“정말 미국에 미스트 존을 만드실 거예요?”
“싫어?”
“아니요. 저는 상관없어요.”
시집오는 순간 한국인으로 완벽히 탈바꿈한 제니퍼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이자 학교가 있는 미국이 각성의 씨앗을 공급하는 미스트 존으로 전락하는 걸 기뻐할 수는 없었다.
“장인어른은 타격이 크실 텐데 어쩌지?”
“로스차일드 가문이 몰락하며 나온 유럽 쪽 매물을 아빠가 많이 사들였어요. 이 기회에 유럽으로 옮기라고 하면 되죠.”
“그럴 수 있겠어?”
“유럽이나 미국이나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둘 다 피부색도 같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잖아요.”
“알았어. 각성 끝나면 내가 말씀드릴게.”
“아니에요. 그런 건 딸이 말하는 게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래!”
“그런데 국내만 무료로 각성해 주실 거예요?”
“외국도 해야 하나?”
“미래 레드몬과 오빠의 지명도를 생각하면 국내에서만 무료로 인공 각성을 해주는 건 문제가 있죠. 지금까지 국내와 해외를 차이를 두지 않고 재능을 기부했는데, 인제 와서 그러면 그동안 들인 공이 수포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가?”
“오빠는 이제 대한민국만 생각하면 안 돼요. 세계가 오빠를 바라보고 있는데, 해외도 신경 쓰셔야죠. 물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나라만큼 도와줄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생색은 내야죠.”
제니퍼의 말이 맞았다. 글로벌 기업이나 다름없는 미래 레드몬과 세계를 상대로 레드몬을 사냥하는 미래 레드몬 사냥팀을 생각하면 모른 척 눈감을 순 없었다.
“그럼 해외도 두 명하면 되지?”
“네.”
“그런데 해외는 어떻게 뽑아?”
“우리처럼 추첨을 통해 국가별로 뽑고, 거기서 다시 추첨해 통해 두 명을 선발해야죠.”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겠다.”
“어쩔 수 없죠. 소원이 이루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인공 각성이 끝나고 3일 후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시간을 한참 거꾸로 돌려놓은 것처럼 나이가 젊어졌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못 알아볼 만큼 뽀얀 피부로 탈바꿈하며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사위! 정말 고맙네. 죽을 때까지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네.”
“딸을 주신 것만으로 이미 과분할 지경입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매일 말썽만 부리던 녀석을 데려간 것만 해도 고마운데, 과분하다니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네.”
“그렇지 않습니다. 제니퍼는 저를 항상 기쁘게 해주는 보물입니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리 말해주니 내 마음이 다 뿌듯하군.”
깊은 잠에서 깨어난 존 록펠러 회장은 30대 중반의 건장한 청년으로 바뀌어 있었다.
얼굴과 몸 어디에서도 76세란 나이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팽팽한 피부와 탄탄한 근육으로 건강미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인공 각성은 겉모습만 바꿔 놓은 게 아니었다. 죽어가던 장기와 세포까지 모두 20대의 팔팔한 상태로 바꿔 놓았고,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될 회복력과 재생력까지 더해줬다.
또한, 수명도 크게 늘려 놓아 노력 여하에 따라 300년, 400년도 너끈히 살 수 있었다.
인공 각성이 아무런 탈 없이 성공하자 존 록펠러 회장과 서정재 변호사, 김관웅 미래 레드몬 전무가 대중에 모습을 보였다.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공 각성을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 안에는 인공 각성 연구에 평생을 바친 저명한 박사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평생 인공 각성 연구에 청춘을 받치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자 시기와 질투심에 눈이 돌아가 나를 공격하는데 앞장섰다.
해명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불신을 종식하기 위해 대중에 수시로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존 록펠러 회장과 서정재 변호사, 김관웅 전무가 인공 각성 후 잠든 3일간 변해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언론에 공개했다.
또한, 본인들도 방송에 직접 출연해 정밀포스측정기에 몸을 맡겨 변한 능력치를 보여주고, 바뀐 신체를 자랑하며 인공 각성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래도 나를 사기꾼으로 모는 사람들은 여전히 거짓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진실을 믿지 않는 사람은 전체의 1% 미만이라 이들의 흑색선전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오빠! 이 편지 좀 읽어보세요.”
“뭔데 그래?”
“13살 여자아이가 보낸 편지인데, 사연이 정말 가슴 아파요.”
“자기도 인공 각성 받고 싶다는 얘기야?”
“아니요. 동생을 해달라는 얘기에요.”
“동생?”
“2살 어린 남동생이 루게릭 병에 걸려 길어야 한 달도 못 산대요.”
근위축성측색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인 루게릭병은 퇴행성 신경질환이 원인으로 병에 걸리는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희귀질환이었다.
대뇌 및 척수의 운동신경원이 선택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에 '운동신경원 질환'이라고도 불리는 병으로 2,130게임 연속출장의 기록을 보유한 전설적인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루게릭이 이 병에 걸려 죽으며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병에 걸리면 손과 팔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말투가 어눌해지며,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병이 점점 진행되면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 자리에서 일어설 수도 없어 침대에 누워서 지내다가 죽었다.
치료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병으로 진단 후 평균 3~4년이면 사망했고, 10%는 최대 10년까지 생존했다.
“동생이 병에 걸린 지 올해로 10년이래요. 그동안 엄마 아빠가 동생을 살리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병은 호전되지 않았고, 병원비와 약값을 대느라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 산동네 반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어요.”
“반지하 단칸방?”
“네!”
“하아~”
지하 단칸방이란 상아의 말에 옛 기억을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사연을 보낸 13살 김송이 학생은 병원비를 대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10년째 아픈 남동생을 돌본 착한 누나였다.
그러나 김송이 학생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집은 사람은 대한민국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가족 중 한 명만 아파도 가세가 기우는 건 순식간이었다. 감기와 몸살이라면 걱정 없겠지만, 치료가 어려운 암이나 희귀질환에 걸리면 돈은 돈대로 날리고 사람도 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의료보험이 있지만, 희귀질환은 대부분 의료보험 혜택에서 제외돼 병원을 갈 때마다 큰돈이 들어 평범한 집안은 약값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월로 자식이 아니었다면 그 긴 세월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얘 동생을 도와주자고?”
“네!”
“이러면 시작부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들이 많을 텐데?”
“추첨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송이 동생처럼 도저히 치료할 방법이 없는 사람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정화수를 만병통치약이라 부르지만, 정신질환과 신경계통 등 일부 병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미래 정화수 병원에선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줬지만, 이런 사람들은 치료할 방법이 없어 우리도 손을 놓고 있었다.
“오빠! 이번에 미국에서 구한 각성의 씨앗으로 송이 남동생부터 치료해주세요. 아정이와 아솔이, 아림이는 아직 급하지 않아요.”
“아영아! 내 동생인 원호와 서연이 해주기로 한 걸 쓰면 돼. 아정이와 아솔이, 아림이는 다음 주에 각성 시술받아.”
“아니에요. 서인 언니! 저희 동생들은 어려서 천천히 해도 돼요.”
“우리 동생들은 유학 중이라 공부 끝나고 해도 돼.”
“아솔이는 이제 18살, 아림이는 17살밖에 안 됐어요. 오빠가 20살 넘기고 받는 게 좋다고 했으니 3~4년 후에 해도 돼요.”
옆에서 듣고 있던 아영과 서인이 자기 동생들은 다음에 해도 된다며 송이의 남동생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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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