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2 아저씨! 저도 능력자가 되고 싶어요. =========================================================================
502. 아저씨! 저도 능력자가 되고 싶어요.
1998년 8월 20일
인공 각성을 위해 사전에 통보한 홍은하, 최광석, 민정국, 정형운, 김범수, 이은혜, 차영철, 최정준, 조진호, 김도형, 강승원, 서정재, 김관웅, 김일섭, 정지윤, 존 록펠러 이렇게 16명이 나진시로 모였다.
은비의 할아버지 최광석, 소연의 아버지 민정국, 아리의 부모님 김범수, 이은혜 등 집안 어른들은 자신은 괜찮다며 서인과 아리, 아영의 동생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그러나 찬물도 아래위가 있다고 연세 많은 어른을 두고 아이들에게 순서를 양보할 순 없었다.
가족들은 조만간 모두 능력자로 각성시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백 번도 넘게 안심을 시킨 후에야 간신히 나진시로 모셔올 수 있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모시고 기자회견을 하게 된 건 아주 기쁘고 뜻깊은 일이 있어섭니다.”
인공 각성을 무기화하기로 결정한 이상 숨길 이유가 없어 세계 각국의 언론사를 모두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진시에서 기자회견을 열 때마다 특종이 가득해 초청장을 보내자 기자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미래 호텔 기자회견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찼다.
“눈치 빠른 일부 정보기관에선 알고 있겠지만, 미래 레드몬 총괄지원 단장이신 정한숙 단장님은 능력자이십니다.”
“정한숙 단장님은 평범한 일반인으로 알고 있는데, 능력자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최근에 능력자로 각성하셨다는 뜻입니까?”
“혹시... 인공 각성의 비밀을 푸신 겁니까?”
제니퍼가 한숙이 능력자라고 발표하자 흥분한 기자들이 모두 일어나 벌떼같이 질문을 퍼부었다.
개중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기자도 있었지만, 일부 냄새를 맡은 기자들은 정확하게 핵심을 파고들었다.
“정한숙 단장님은 4년 전인 1995년 5월 30일 인공 각성을 통해 능력자로 거듭나셨습니다. 현재 하급 피지컬리스트로 아이까지 출산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단군 일보 김기용 기자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인공 각성에 대한 기자 회견입니까?”
“맞습니다. 인공 각성 실험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자리입니다.”
“4년 전 인공 각성 실험이 성공했는데, 왜 이제야 발표하시는 겁니까?”
“정한숙 단장님이 인공 각성에 성공했지만, 당시 기술은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4년간 박지홍 회장님은 인류의 안전을 위한 엘리트와 상급 레드몬 사냥 이외엔 인공 각성을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 결과 완벽하고 안전한 인공 각성 기술을 찾아내셨습니다.”
“연구진이 아니라 박지홍 회장님이 개발하신 겁니까?”
“인공 각성 연구는 현재 많은 나라에서 활발하게 연구 중입니다. 박지홍 회장님은 최초의 상급 능력자이자, 최초의 최상급 능력자로 포스에 대해 그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연구소가 아닌 회장님이 직접 인공 각성에 대해 고민하시고 연구하신 겁니다.”
제니퍼도 한숙만큼 언변이 강한지 사람들을 휘어잡으며 자기가 원하는 대로 기자회견을 이끌어 갔다.
그러나 나에 대한 지나친 칭찬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도저히 TV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제니퍼 말 정말 잘한다. 그렇지 아영아?”
“네! 오빠 얘기를 적재적소에 잘 갖다 붙이네요.”
“역시 많이 배운 티가 난다. 그렇지?”
“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건가 봐요. 저라면 얼어붙어 원고도 제대로 읽지 못했을 거예요.”
“수줍음이 많아서 그런 거지 모자라서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머리는 네가 제니퍼보다 훨씬 좋아.”
“그렇지 않아요. 제니퍼 언니가 얼마나 똑똑한데 그러세요. 그리고 언니들 모두 저보다 훨씬 똑똑하세요. 가족 중에는 제가 머리가 가장 나빠요.”
“네가 머리가 나쁘면 오빠는 죽어야겠네?.”
“그런가요? 히히히히~”
TV에선 제니퍼가 연신 침을 튀기며 나를 칭찬했고, 침실에선 은비와 아영이 서로를 칭찬하며 나를 안주로 씹어댔다.
‘어디를 가나 불편한 곳뿐이네. 젠장!’
“각성 방법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일급비밀이라 곤란하네요.”
“간략하게라도 말씀해주십시오. 전 세계 사람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주 간략하게 알려드릴게요. 오늘부터 총 열여섯 분을 인공 각성시킬 거예요. 각성까진 일주일이 걸립니다. 일주일이 걸리는 이유는 인공 각성을 위해 사전에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주일간 몸을 만든 후 박지홍 회장님이 힐러들의 도움을 받아 신체를 능력자로 개조합니다.”
“인공 각성에 필요한 재료가 있습니까?”
“재료까진 아니고 도움이 되는 물질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죄송하지만 그건 영업비밀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총 열여섯 명이라고 하셨는데, 인원에 제한을 두는 건 무엇 때문입니까?”
“막대한 포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박지홍 회장님을 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밝히겠습니다. 우리 남편도 피가 흐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너무 혹사시키지 마세요. 대충 설명이 된 것 같으니 이제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드리겠습니다.”
“뭔가요?”
“차후 인공 각성을 꾸준히 하실 계획입니까?”
“당연히 그래야겠죠. 인공 각성은 인류의 축복이자 선물이니까요.”
“그렇다면 인공 각성을 해주는 기준은 뭡니까? 오늘 발표하신 명단을 보니 모두 가족과 미래 레드몬 직원들이던데...”
“가족과 우리를 위해 헌신한 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기자님은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나요?”
“나쁜 뜻으로 질문한 게 아닙니다. 오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질문 드린 요지는 돈을 내면 인공 각성을 받을 수 있는지, 박지홍 회장님과 두터운 친분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인지 그것이 궁금해 물어본 것입니다.”
“둘 다 가능하겠죠. 그러나 결정은 남편의 몫이라 어떻게 될지 저도 알 수 없네요.”
“혹시... 일반인에게 특혜를 베푸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수많은 사람이 능력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는지 알고 싶습니다.”
“으음...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인공 각성은 몇몇 사람에게만 돌아가면 안 되는 인류의 축복이니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죠. 여기 계신 기자님들은 모두 알다시피 남편은 매우 가난한 집에 태어나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죠. 그래서 세계 최대 규모의 보육원도 세우고, 사냥한 레드몬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미래 재단에선 매년 엄청난 돈을 기부하고 있죠. 이번에도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인공 각성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에요. 준비할 것도 많고 필요한 재료도 있죠. 이번에 16명을 한꺼번에 각성시키는 건 4년 동안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앞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인공 각성시키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남편과 상의해 일 년에 한두 명이라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할게요.”
“인공 각성을 위한 결정적인 재료가 필요하군요?”
“포스만으로 인공 각성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게는 안 되네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매개체가 필요해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으니 이해해주세요. 이제 질문에 충분히 답한 것 같은데, 그만 기자회견을 끝내도 되겠죠?”
“성실한 답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니퍼님의 착한 마음을 전 인류가 고마워할 겁니다.”
“저는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이에요. 모든 건 남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그 점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라요.”
“회장님이 바른길을 걸을 수 있도록 내조하신 사모님들의 공이 크십니다.”
“알아주시니 고맙네요. 호호호호~”
기자회견이 끝나자 TV와 신문에 온통 인공 각성에 대한 뉴스로 도배됐다. 채널을 돌려도 정규 방송을 모두 중단하고 인공 각성에 대해 떠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각 방송사는 전문가라는 어중이떠중이들을 데려다 놓고 인공 각성이 가능한 것인지, 파급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헛소리를 떠들어댔다.
시청자들도 인공 각성을 해주는 대가로 돈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가장 궁금해했고, 일부 프로에선 적당한 금액이 얼마인지 사람들에게 물었다.
적게는 100억에서 많게는 100조까지 아주 다양한 금액이 나왔다. 금액을 말한 사람들의 마지막 말은 돈만 있으면 얼마를 원하든 꼭 받겠다는 것으로 능력자로 각성하고 싶은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단군 일보 김기용 기자의 질문 중 일반인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지 그걸 가장 궁금해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 건 따로 준비해 놓았습니다.]
[정말인가?]
[물론이죠.]
[아우! 정말 고맙네. 내 죽을 때까지 자네 말이라면 하늘의 태양이 달이라고 해도 믿고, 바닷물을 다 마시라고 해도 마시겠네. 고맙네! 정말 고맙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우리가 남입니까? 섭섭합니다.]
[아니지. 절대 아니지. 우리는 피보다 진한 의형제 아닌가! 하하하하~]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왔다. 몇몇만 아는 직통전화로 전화를 받자 먼저 각성 얘기를 꺼냈다.
삼각 동맹의 한 축이자 이제는 미국보다 더욱 끈끈한 혈맹이 된 옐친 대통령을 애태우며 놀릴 순 없었다.
줄건 확실히 주고, 받을 건 확실히 받는 게 남자다운 성격의 옐친 대통령에겐 잘 먹혔다.
축하전화를 핑계로 각성을 부탁하려는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와 미래 레드몬 본사는 물론 그룹 전체와 나진시청의 업무가 마비됐다.
전화가 폭주할 것은 예상했지만, 얼굴은 물론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전화를 걸어와 자기가 능력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통에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오빠! 엘리자베스 여왕 전화에요. 어떻게 할까요?”
“인공 각성 중이라 받을 수 없다고 말해.”
“네!”
아영이 들고 온 엘리자베스 여왕의 전화를 돌려보내고 클린턴 대통령이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결국 인공 각성을 해줘야겠지만, 최대한 시간을 끌며 껍질을 홀랑 벗겨 먹은 다음에 해줄 생각이었다.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처세를 잘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적당히 해야지 눈에 보이게 왔다 갔다 하면 좋게 볼 수 없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께서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말씀만으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동안 언짢은 일이 있었다면 훌훌 털어내시고 저희 미국과 영원한 파트너로 함께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십시오.”
잠시 뜸을 들이자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클린턴 대통령이 왜 전화를 걸어왔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었다.
사람이 물욕을 떨쳐내도 젊음과 생명에 대한 집착은 떨쳐낼 수 없었다. 이걸 떨쳐내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부처였다.
“지금은 보는 눈이 많으니 어쩔 수 없지만, 퇴임 후 나진시로 오시면 박대하지 않겠습니다.”
“가.가.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옐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이외에도 하루 동안 나와 통화한 사람은 총 30명이었다.
모두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세상을 움직이는 권력가와 재력가들로 나는 이들을 무료로 각성해주는 대신 소희의 암시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을 놓을 생각이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 속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 흐흐흐흐~’
세상에 공짜가 없듯 인공 각성도 공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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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