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497화 (497/505)

00497  뉴욕을 삼킨 괴물  =========================================================================

497.

그린란드의 미스트 존을 처리하고 집에 돌아오자 고어 부통령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펜실베이니아 주에 미스트 존이 생기자 고어 부통령은 곧바로 나진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년 365일 언제나 감시의 눈을 게을리하지 않은 미국은 우리가 미스트 존을 공략하려 한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미국의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러시아의 연방보안국(FSB), 이스라엘의 모사드(Mossad), 영국의 M16, 프랑스 해외안보총국(DGSE), 독일의 연방정보국(BND) 등 세계 최고 정보기관의 첫 번째 요주의 인물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도 아닌 나였다.

이들 정보기관이 매일 작성하는 일일점검의 첫머리에는 언제나 나와 아내들, 주변 인물들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밥 먹고, 산책하고, 아내들과 수다 떨고, 풍산개와 놀아주고, 낮잠 자고, 아내들과 키스하는 것까지 빼놓지 않고 보고했다.

물론 타워 안에서 지내 무얼 하는지 알 수 없어 몇 시에 타워를 나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누구와 가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하는지 이런 것들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렇듯 24시간 감시당하고 있어 우리가 브라질의 아마조나스 밀림, 인도네시아의 뉴기니 정글, 리비아의 주프라 사막,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흐사 사막, 시베리아의 타이미르 반도 등 미스트 존을 돌아다닌 걸 모를 수가 없었다.

미스트 존이 혼자 조용히 다녀올 수 있는 곳에 있지도 않았고,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곳도 아니라서 이들 몰래 공략한다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도 않았다.

조용히 방해받지 않고 공략하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었고, 정보기관들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 모른 척, 안보는 척 행동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던 미국은 펜실베이니아 주에 일이 터지자 고어 부통령을 파견해 도움을 요청하도록 했다.

고어 부통령은 한숙이 방문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 전화를 걸어 애걸복걸했다.

한숙도 TV로 소식을 접해 야박하게 굴 수 없어 다음부턴 꼭 사전에 연락하라는 말로 고어 부통령의 입국을 허락했다.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이 절반 가까이 사라지고, 주변 도시는 물론 필라델피아까지 안개에 잡아먹힌 미국은 한 마디로 꼭지가 돈 상태로 사소한 일로 척을 세워봐야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었다.

그러나 당장 도와주기 어렵다는 말은 던져놓았다. 안개가 사라지자 상아가 사냥결과와 내 상태를 즉시 보고해 내가 탈진으로 쓰러진 걸 알고 있었다.

“도와주십시오.”

“미스트 존의 보스 보셨죠?”

“네.“

“새끼들도 보셨죠?”

“봤습니다.”

“그런 놈들을 잡고 몸이 성하면 그게 사람이겠어요?”

“박지홍 회장님은 초인입니다.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 없이 하는 얘기에요. 우리 남편도 피가 흐르는 엄연한 사람이에요. 괴물이 아니라고요.”

“괴물이란 뜻으로 들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제니퍼가 인상을 찡그리자 고어 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한숙 대신 제니퍼가 협상 책임자로 나오자 고어 부통령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래도 같은 미국 사람이라 미국을 외면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되자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니퍼는 한숙보다 더 단단해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다.

믿음이 크면 실망도 크다고 같은 미국 사람이라 기대가 컸던 고어 부통령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건 고어 부통령이 잘못 생각한 것으로 제니퍼는 결혼과 동시에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됐다.

그것도 토종 한국 사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골수 민족주의 한국인으로 변신했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게 아니라 남편을 사랑하고, 따뜻한 정을 나눠준 언니와 동생들을 사랑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피가 물보다 진했다. 그러나 더 진한 건 사랑과 의리로 뭉친 사람들이었다.

“언제쯤 가능하겠습니까?”

“후유증이 심해 1년은 쉴 계획이에요.”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수백만 명이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1년이면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의 처지가 아주 곤란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처지가 곤란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다친 사람을 사지로 밀어 넣을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1년은 너무 하잖습니까? 지금껏 길어도 한 달을 병상에 계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린란드의 보스는 B급 상급 레드몬이에요. A급 엘리트 레드몬도 열 마리나 있었고요. 그런 무지막지한 놈들을 잡고 겨우 한 달을 쉰다는 게 말이 되나요?”

“물론 힘들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B급 상급 레드몬 크라켄과 블랙맘바를 잡고 1년을 쉬지는 않으셨습니다.”

“같은 등급이라고 미스트 존의 보스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시면 안 돼요. 급만 같았지 훨씬 힘들고 어려운 레드몬이었어요.”

“당연히 그러시겠죠. 그렇다고 해도 1년은 너무 깁니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누적돼서 그래요. 우리 남편도 사람이라고요.”

“그러면 서하람님이라도 파견해주십시오.”

“하람 오빠도 다쳤어요.”

“최상급 피지컬리스트 두 분이 다 다쳤단 말입니까?”

“미스트 존의 레드몬은 밖에 있는 레드몬과 질적으로 달라요. 쉽게 말해서 두 배 강하다고 보시면 돼요.”

“두 배요?”

“중급 레드몬도 C급 엘리트 레드몬의 괴력을 발휘하는 곳이 미스트 존이에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고어 부통령의 시커멓게 변한, 얼굴 표정만 봐도 구조대를 파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국민 800만 명이 침몰하는 배에 갇힌 것과 같은 상황에서 손 놓고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다면 그건 대통령이 아니었다.

직무 유기를 떠나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매국노였다.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었다.

그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었고, 그것을 위해 최고의 권력과 최고의 시설, 최고의 요원들을 국민이 위임해준 것이었다.

놀러 다니라고, 자기 잇속을 채우고, 개망나니 짓을 하라고 엄청난 돈을 들여 꽃단장을 시킨 게 아니었다.

국민을 지키고, 국가를 지키고, 영토를 수호하라고 수많은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준 자리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와 함께 구조대를 투입했다. 미군 최고의 기갑 사단인 1기병 사단과 Ⅲ군단 육군 제3 기갑 기병연대, 82 공수사단, 아파치 헬기부대 등 최강의 부대를 투입했다.

또한, 밴더빌트와 골드만삭스, JP모건이 공동으로 설립한 링컨 공대와 아랍의 석유재벌들과 미국 부호들이 공동 설립한 페가수스 공대도 파견했다.

“마음이 급한 건 이해하지만, 구조대를 투입하려면 우리와 상의라도 하고 보냈어야죠.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구조대를 무조건 밀어 넣으면 어쩌자는 거예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까?”

“미스트 존에 들어가면 어디에 떨어질지 아무도 몰라요.”

“뭐라고요?”

“안개와 접촉하는 순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이때 자기가 걸어 들어간 곳으로 똑바로 나올 확률은 제로에요. 중심에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안개 지대를 통과하면 좌측 혹은 우측, 최악엔 반대편에서 나올 수도 있어요.”

“그 말은 구조대가 뿔뿔이 흩어졌다는 뜻이군요?”

“맞아요.”

“헉!”

미스트 존의 안개 지대는 대략 200m 정도로 안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은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나왔다.

마치 미로처럼 안개는 내가 원하지 않는 곳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이 때문에 파멸의 창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간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아까운 포스를 낭비하며 안개에 구멍을 뚫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생긴 지 며칠 안 돼 레드몬이 거의 없을 거란 거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안전하겠군요?”

“그건 장담할 수 없어요.”

“레드몬이 거의 없다고 하셨잖습니까?”

“보스가 결계를 만들기 위해 새끼를 낳았을 거예요. 문제는 뉴욕을 삼킨 미스트 존이 그린란드의 미스트 존처럼 나무가 주인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보스와 새끼들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그냥 두지는 않겠죠. 그리고 나무라도 안심할 수 없어요.”

“중앙에 있는 나무가 100km 떨어진 사람들을 해친단 말입니까?”

“중앙에 있는 보스는 그러질 못하죠. 그러나 결계인 새끼들은 가능해요.”

“나무에 발이라도 달렸습니까?”

“발은 없는데,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순 있죠.”

“네?”

“보스가 새끼들을 원하는 곳으로 순간이동 시키고, 데려올 수 있어요. 미스트 존 밖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게 다행이죠.”

제니퍼가 미스트 존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굳이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숨길 것은 각성의 씨앗으로 알려줘도 될 내용은 가감 없이 알려줘 진짜 숨겨야 할 내용은 생각도 못하게 해야 했다.

링컨과 페가수스 공대가 미스트 존에 들어갔지만, 미스트 존이 생긴 지 겨우 일주일이라 보스를 빼면 각성의 씨앗을 품은 레드몬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잠시 통로를 만들 순 있어요. 하지만 그것으론 100명도 구할 수 없어요. 방법은 보스를 잡는 것밖에 없어요.”

“이브님이라도 파견해주십시오.”

“우리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염탐하고 계시군요.”

제니퍼의 얼굴이 야멸차게 변하자 고어 부통령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지만, 이건 최대한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었지 정말로 등을 돌리자는 뜻이 아니었다.

싫든 좋든 미국은 없어서는 안 될 나라였다. 일본과 중국, 로스차일드가 차례로 무너지며 세계 경제는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여기서 미국까지 무너지면 세계 경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진다. 세계 경제는 실타래처럼 엉켜있어 혼자만 잘한다고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미국처럼 내수만으로 버틸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동북 3성과 규슈, 시코쿠, 혼슈를 얻어 경제기반이 튼튼해졌지만, 최소 10년은 더 있어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바가지를 왕창 씌운 후 인류애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세워 미국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안다고 해도 모른 척해야 할 일을 고어 부통령이 거론하며 제니퍼의 심기를 건드렸다. 더군다나 약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말해 더욱 화를 돋웠다.

“남의 뒤를 캘 시간과 인력이 있으면 그 시간에 도시 주변에 레드몬이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올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죄송합니다. 심기를 불편하게 하려는 뜻은 없었습니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그만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제니퍼의 눈에서 파란 광채가 일자 당황한 고어 부통령이 다시 한 번 깍듯한 자세로 사과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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