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6 뉴욕을 삼킨 괴물 =========================================================================
496. 뉴욕을 삼킨 괴물
마음 같아선 한 자루를 더 소환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놈을 공격하기 전에 머리가 터져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았다.
이빨을 악물고 파멸의 창을 던졌다. 귀청을 찢는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파멸의 창이 일렬로 날아들자 죽음의 공포에 버드나무가 가지를 모두 모아 파멸의 창을 가로막았다.
두 번이나 파멸의 창에 큰 상처를 당하자 극심한 두려움에 보스는 하람과 혈풍의 공격도 잊고 창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맨 앞에선 파멸의 창이 가지를 뚫는 사이 기회를 포착한 하람과 혈풍이 보스에게 다가가 화염탄으로 밑동을 공격했다.
“펑펑펑펑펑~”
화염탄에 맞은 밑동이 부서지며 불이 붙자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버드나무가 황급히 가지를 회수해 하람과 혈풍을 공격했다. 가지가 사라지자 파멸의 창이 빠르게 중단을 향해 날아갔다.
“우우우웅~”
최후가 왔음을 짐작한 버드나무가 온몸을 떨며 죽기 싫다는 소리를 말을 대신했다. 그러나 무정한 파멸의 창은 자식을 잡아먹은 버드나무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버틸 생각인지 검은 소용돌이를 만들어 맨 앞의 창을 결계 밖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연속으로 결계의 문을 만들지 못해 불붙은 밑동 좌우에 파멸의 창이 뚫고 지나갔다.
소멸의 힘에 밑동이 타들어 가며 구멍이 커지자 높이 121m, 둘레 32m의 거대한 버드나무가 옆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뿌리와 분리돼 두 동강이 나고도 힘이 남았는지 가지들이 기울어지는 몸을 지탱하며 떠받쳤다.
보스는 공기와 햇볕에서 보충하는 에너지만으로도 생명을 이어갈 수 있어 뿌리가 없어도 죽진 않았다.
그러나 놈이 죽기를 바라는 하람과 혈풍이 그 꼴을 보고만 있진 않았다. 하람과 혈풍이 마지막 남은 포스를 짜내 화염의 폭풍과 지옥의 불길을 날렸다.
“쾅쾅쾅쾅쾅~”
사력을 다한 하람과 혈풍의 화염 스킬이 보스를 덮치자 간신히 몸을 지탱하던 가지들이 재가 되어 부셔졌다.
“쿠왕~~~”
땅을 울리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보스가 넘어지자 그린란드를 공포에 떨게 하던 미스트 존도 사라졌다.
더불어 나와 하람, 혈풍도 탈진으로 나란히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하람과 혈풍도 아영이 준 3단계 정화수를 3병을 모두 마시며 버드나무 보스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하람과 혈풍도 나처럼 이번에 끝을 내지 못하면 놈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쏟아 부었다.
고수의 싸움에서 승부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더 많이 참고, 오래 참고, 끈질긴 놈이 승리하는 것이었다.
영화처럼 멋지게 날라차기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고목을 쥐어짜 물이 나오게 하듯 마지막 한 방울의 힘까지 쏟아 붓는 자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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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람과 혈풍은 어때?”
“회복해서 어제부터 잘 돌아다니고 있어요.”
“레드몬이라 그런지 나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네.”
“그런 것도 있지만, 하람 오빠와 혈풍 오빠는 오빠처럼 생명력을 흡수하지 않아 회복이 빠른 거예요. 오빠처럼 생명력을 과도하게 흡수했다면 지금도 침대에 누워 끙끙 앓고 있을 거예요.”
“그런가?”
“그럼요. 남의 생명력을 그렇게 과도하게 끌어 쓰고 멀쩡하면 그게 이상한 거죠.”
“땅과 공기에서 흡기하면 괜찮던데.”
“그거야 순수한 생명력이니까 그렇죠. 오빠는 레드몬의 생명력인 레드스톤에서 에너지를 흡수했잖아요. 그건 순수한 게 아니에요.”
마샤의 말처럼 순수한 생명력만 흡수했다면 일주일이나 침대에 누워있을 이유가 없었다.
탈진 증상이 아무리 심해도 최상급 피지컬리스트가 일주일이나 침대에 누워있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것도 언제나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주는 연리지 주얼과 최고의 힐러인 아리와 마샤, 아영의 치료를 받으며 골골댄다는 것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유는 순수하지 않은 생명력을 흡수해 상반된 기운이 몸 안에서 충돌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대자연의 기운은 본래 같지만, 머무는 장소와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한다. 레드스톤에 축적된 에너지도 레드몬의 영향으로 본래의 모습과 다르게 변해 있었다.
이런 현상은 레드몬만 국한된 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여 자신에 맞는 성질로 변환해 사용했다.
내가 침대 신세를 지는 건 서로 다른 기운을 무리하게 끌어다 사용해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었다.
일반인이나 수준이 낮은 능력자가 나처럼 남의 생명력을 마구 끌어다 쓰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상급 레드몬에 육박하는 빠른 회복력과 저항력, 강인한 신체가 있었기에 아직 살아있는 것이었다.
“오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아무리 튼튼한 집도 험하게 다루면 무너져요. 오빠도 집과 마찬가지로 잘 가꾸고, 육성하고, 보존해야지 함부로 다루면 망가질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조심할게.”
“그럼 미스트 존 공략은 최소 1년간은 쉬세요. 그 안에 오늘처럼 사냥하는 건 정말 큰일 날 일이에요.”
“알았어.”
주치의인 마샤의 처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1년이나 쉴 만큼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무리하면 언젠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되는 건 인과의 법칙으로 마샤의 결정을 따르는 게 현명했다.
물론 은하와 처제들, 집안 어른들을 각성시킬 충분한 재료를 얻어 마음이 너그러워진 것도 마샤의 권고를 받아들이게 된 이유였다.
그러나 흡족한 각성 재료와 달리 기대했던 레드주얼은 실망을 금치 못하게 했다. 보스를 포함해 아홉 그루(두 그루는 보스가 잡아먹음) 버드나무에서 얻은 레드주얼은 달랑 한 개였다.
새끼지만 A급 히어로 몬스터라 기대가 컸는데, 단 한 개의 레드주얼도 나오지 않았다.
이유를 추측해본 결과 원래 없었거나, 결계라는 특수성 때문이거나, 보스인 어미가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새끼들의 레드주얼을 흡수했거나 셋 중 하나였다.
셋 중 어느 것이 진실이든 허탈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나마 보스에게 얻은 레드주얼의 스킬이 워낙 좋아 쓰린 속을 달랠 수 있었다.
지름 4cm의 레드주얼은 설원에 홀로 서 있는 버드나무가 들어 있는 모양으로 순간이동과 에너지 흡수 두 가지 스킬이 내장돼 있었다.
순간이동은 사용자가 원하는 생명체를 최대 5km까지 단 1초 만에 이동시킬 수 있는 스킬로 한 번에 멘탈포스가 500이나 소모됐다.
멘탈포스 소모가 큰 게 흠이지만, 무기와 크기에 상관없이 원하는 생명체를 옮길 수 있어 가둬둘 튼튼한 우리만 있다면 크라켄도 생포할 수 있었다.
에너지 흡수는 상대의 공격을 흡수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변환하는 스킬로 0%에서 100%까지 충격을 이겨내는 정도에 따라 흡수하는 효율이 달랐다.
예를 들어 상대의 정권 지르기 공격을 뒤로 밀리지 않고 완벽하게 막아내면 상대가 사용한 힘을 에너지로 100% 흡수할 수 있지만, 막지 못하고 얻어맞아 나가떨어지면 0.1%도 흡수할 수 없었다.
이건 막을 수 없는 강한 공격은 피하라는 뜻으로 아주 난해하고 요상한 스킬이었다.
그러나 상대의 공격을 흘리며 막거나, 스킬로 맞받아치며 막으면 전체는 아니라도 일부 에너지는 흡수할 수 있어 위급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또한, 흡기와 피의 저주 스킬에 연계해 사용하면 흡수율이 100% 향상돼 이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했다.
각성 재료는 14,000이 넘는 씨앗 1개와 3,000에 육박하는 각성의 씨앗 8개를 획득해 보스와 새끼에서 얻은 것만으로도 거의 4명을 각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검은 돌 하나를 보스의 뿌리에서 찾았다. 문스톤을 삼켜 미스트 존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도 못 한 전혀 엉뚱한 돌이 나왔다.
돌을 손에 쥐고 기감으로 찬찬히 확인했지만,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검은 돌이 버드나무를 상급 레드몬이 될 수 있게 도왔다는 것과 미스트 존 생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건 나보다 최정준 박사와 장인어른인 차영철 소장이 전문가라 두 분에게 맡겨 찬찬히 알아보기로 했다.
“사체는?”
“어제 다 실어갔어요. 이제 우리만 돌아가면 돼요.”
“그 많은 걸 어떻게 실어가?”
“미스트 존에 활주로를 만들어 화물기로 날랐어요.”
“빙판에 활주로를 만들어? 그러다 미끄러지면 어쩌려고?”
“사고 없도록 잘 만들었으니 안심하세요.”
내가 몸져누운 사이 버드나무 사체 열두 그루와 레드몬 사체 수천 개를 나진시로 실어가기 위해 설원에 활주로를 만들었다.
현무가 불꽃 탄환으로 눈을 싹 녹이고, 불곰과 설표가 길을 만들고, 딩고가 확실하게 다져 튼튼한 활주로를 만들었다.
“많이 시끄럽지?”
“난리도 아니에요.”
“영원히 풀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미스트 존이 사라졌으니 당연하겠지. 한동안 우리 덕분에 기자들 밥 벌어 먹고살겠네.”
“그게 아니라 미국에 미스트 존이 생겨서 난리가 났어요.”
“뭐라고?”
“펜실베이니아 주 이스턴 시 외곽에 미스트 존이 생겨 미국이 발칵 뒤집혔어요.”
“펜실베이니아? 거기가 어디야?”
“뉴욕에서 서쪽으로 100km 떨어진 도시에요.”
“뉴욕에서 100km면...”
“오빠가 생각하는 게 맞아요. 뉴욕의 맨해튼과 브루클린까지 미스트 존에 들어갔어요.”
“언제?”
“그린란드의 미스트 존이 사라지기 1시간 전에 생겼어요.”
“사람들이 많이 갇혔겠네?”
“CNN 보도에 따르면 뉴욕만 400만 명 이상 갇혔고, 다른 도시까지 합치면 최소 800만 명 이상이 미스트 존으로 사라졌어요.”
1998년 7월 25일 14시 10분(대한민국 시각) 이스턴 시 동쪽 2km 지점에 미스트 존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반경 100km가 안개에 둘러싸이며, 뉴욕의 중심인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포함해 서쪽이 모두 미스트 존에 들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남쪽의 필라델피아는 도시 전체가 안갯속으로 사라지며,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즉각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도시 주변의 레드몬을 모두 소탕할 것을 미국 포스협회 지부에 지시했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뒷북치며 요란을 떨어봐야 안갯속으로 사라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도와 달라고 연락 왔겠네?”
“네!”
“뭐라고 했어?”
“다쳐서 누워있다고 했죠.”
“그 말을 믿어?”
“미국도 우리가 미스트 존을 공략한 걸 알고 있어 믿지 않을 수 없겠죠.”
“감시가 도움이 될 때도 있네.”
“아까도 말했지만, 1년은 쉬어야 해요. 미국을 통째로 준다고 해도 안 돼요.”
“알았어.”
“약속!”
“쪽!”
손가락을 거는 대신 마샤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약속을 대신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건 마샤도 알고, 나도 알았다.
============================ 작품 후기 ============================
사과말씀 드립니다.
오류로 인해 같은 글이 올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