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3 미스트 존 공략 =========================================================================
493.
족제비, 불곰, 딩고, 구미호의 콤보 공격에 버드나무 한 그루를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아이가 맞으면 어른이 나서는 건 만고불변의 법칙인지 뒤에서 지켜만 보던 어미가 가지를 뻗어 구미호의 레이저를 막았다.
레이저가 어린 버드나무를 가격하기 직전 어미가 가지를 뻗어 레이저를 막자 지금까지와는 달리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저가 가지에 모두 흡수됐다.
A급 히어로 레드몬의 레드주얼을 흡수한 구미호는 능력이 크게 향상해 꼬리 7개를 하나로 모아 레이저를 발사하면 C급 상급 레드몬을 상대로도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그런 구미호의 강력한 황금 레이저를 보스는 팔뚝만 한 가지로 아주 간단하게 막았다.
상대의 공격을 보호막으로 막거나, 폭발시켜 튕겨내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인데, 보스는 레이저를 흡수해 에너지로 활용했다.
보스가 새끼를 보호하는 사이 가지를 잃었던 새끼의 몸이 녹색으로 빛났다. 그러자 잘려나간 가지가 금세 자라나며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구미호의 레이저를 흡수한 건 네가 사용하는 흡기와 같은 기술이고, 새끼의 몸에서 녹색 빛이 난 건 새끼가 스스로 치료한 게 아니라 어미인 보스가 뿌리를 통해 생명력을 나눠줘서 그래.”
“구미호의 레이저를 에너지로 바꿔 새끼에게 나눠준 거야?”
“응!”
“골치 아픈 놈이네.”
아리의 설명에 기감으로 버드나무의 뿌리를 더듬었다. 우아하게 물 위를 헤엄치는 오리가 사실은 물속에서 발을 쉼 없이 놀리는 것처럼, 어린 버드나무들은 부서진 가지를 복구하기 위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뽑아내느라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자라는 에너지는 어미가 뿌리를 뻗어 새끼에게 에너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에너지를 계속 소모하게 하면 잡을 수 있겠네요?”
“우리가 먼저 지칠 거야.”
“우리에겐 생명의 나무와 정화수가 있잖아요.”
“보스의 뿌리가 지하 5km까지 뻗어 있어, 놈을 지치게 하려면 온종일 쉬지 않고 공격해야 해. 그리고 놈은 구미호의 레이저도 흡수해 단번에 에너지로 바꿨어. 공격하면 할수록 우리만 지치게 될 거야.”
“에궁!”
상아의 말처럼 에너지를 소모시켜 버드나무를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끼는 가능해도 어미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기감으로 확인한 어미는 땅 위에 드러난 부분이 빙산의 일각으로 수십 배나 큰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있었다
그 뿌리를 통해 새끼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에너지를 순식간에 뽑아 올렸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을 흡수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어 365일 쉬지 않고 공격해봐야 에너지만 상납하는 꼴이었다.
[히드라와 족제비, 퓨마, 설표만 몸통을 공격하고, 나머지는 모두 뿌리를 공격해.]
공격 위치를 가지와 몸통에서 뿌리로 바꿨다. 뿌리는 땅에 드러나지 않아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공격수가 상급 레드몬과 그에 버금가는 소환수들이라 땅속을 공격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히드라와 족제비가 신경독과 눈보라로 놈들을 견제하는 사이 어린 버드나무에서 500m 떨어진 땅을 공격했다.
새끼들은 보스보다 뿌리가 한참 짧지만, 최대 1km가 넘어 중간을 자르고 들어가기로 했다.
하람과 혈풍, 이브, 구미호, 현무는 화염탄과 레이저로 웅덩이를 만들었고, 불곰은 굴착기처럼 땅을 파헤쳐 뿌리를 잘라갔다.
딩고는 땅을 파는 대신 지면을 강타해 충격파로 뿌리를 직접 공격했다. 딩고의 충격파는 산을 사이에 두고 소를 때리는 격산타우(隔山打牛)와 같은 원리로 버드나무의 뿌리 조직을 파괴했다.
구덩이를 파며 넓이를 확장하자 잘려나간 굵은 뿌리와 잔뿌리들이 드러났다. 뿌리는 공격능력이 없는지 가지를 뻗어 뿌리를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히드라의 신경독과 흰 족제비의 눈보라에 막혀 가지가 힘을 쓰지 못하며 죽은 뿌리가 빠르게 늘어났다.
[한 놈만 집중해서 공격해.]
명령을 내리자 하람과 혈풍, 이브가 소환수 쪽으로 자리를 옮겨 우측 가운데 있는 놈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구덩이 넓이가 넓어지며 뿌리가 잘려나가자 가지가 자라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잎사귀 조심해.]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손바닥만 한 녹색 나뭇잎이 모래 폭풍처럼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날아왔다.
경고를 날리기도 전에 반응 속도가 빠른 이브와 구미호는 하늘 높이 올라가 나뭇잎을 피했고, 하람과 혈풍은 손에 화염을 둘러 나뭇잎을 막았다.
현무는 귀갑에 몸을 숨겼고, 히드라와 족제비, 설표, 퓨마는 재빨리 지킴이 안으로 들어와 쏟아지는 잎을 피했다.
그러나 땅을 파던 불곰과 충격파로 뿌리를 공격하던 딩고는 피할 시간이 없어 몸을 웅크려 나뭇잎을 공격을 버티려 했다.
“아아악~”
“으음~”
불곰과 딩고가 버드나무의 잎에 맞아 사라지자 먀사와 상아가 충격을 받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재빨리 다가가 쓰러진 마샤와 상아를 품에 안자 아리와 상아가 다가와 치유의 바람과 정화 스킬을 걸어줬다.
마샤와 상아의 등에 손을 붙이고 포스를 불어넣어 놀란 기혈을 진정시키자 창백했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괜찮아?”
“네, 좋아졌어요!”
“마샤는?”
“저도 이제 괜찮아요.”
기력을 찾은 상아와 마샤의 볼에 입을 맞추며 등을 토닥였다. 소환수를 얻은 건 최고의 행운으로 소환수가 죽으면 강제 역소환되며 충격을 받지만, 목숨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었다.
포스만 있으면 언제든 다시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는 주인 대신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고마운 존재로 소환수들이 있었기에 지금껏 아내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
나뭇잎 공격이 끝나자 하람, 혈풍, 이브와 소환수들에 철벽 스킬을 걸어줬다. 소환수는 죽어도 다시 소환하면 되지만,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어 죽으면 기분이 아주 찝찝했다.
“재미난 놈이네.”
“저걸 보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을 거야.”
“신기한 구경이잖아.”
“신기한 게 아니라 무서운 거야.”
다시 공격하려 다가가자 팔다리와 머리가 달린 2m 크기의 목각인형들이 땅을 뚫고 기어 나왔다.
목각인형은 조각가가 만들다가 포기한 것 같은 모습으로 사람의 형상만 간신히 갖춘 형태였다.
그런 요상한 괴물이 땅을 뚫고 기어 나오는 모습은 은비의 말처럼 신기한 게 아니라 섬뜩했다.
A급 히어로 레드몬 버드나무의 종자(從者)
전투력 : 1850
지 능 : 0
상 태 : 이상 없음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0
스 킬 : 알 수 없음
버드나무의 종자인 목각인형은 기계와 같은 무생물로 지능이 없어서 그런지 살기투사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1분 만에 5,000기가 넘는 목각인형이 생겨나 빠른 속도로 뛰어왔다. 움직임이 로봇처럼 부자연스럽지만, 속도는 치타만큼 빨랐다.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라 근처에 다가오지도 못하고 줄줄 녹아내렸다. 소환수들이 발바닥에 땀이 나게 뛰어다니는 동안 은비의 머리 위에 누워 꾸벅꾸벅 졸던 비사가 목각인형이 다가오자 언제 졸았냐는 듯이 눈부신 속도로 독을 쏘아냈다.
목각인형은 어린 버드나무의 뿌리로 만들어져 매우 단단했지만, 비사의 지독한 독에 맞자 아이스크림처럼 줄줄 녹아 사라졌다.
“역시 내 비사가 최고야. 그렇지 오빠?”
“응! 멋지다.”
“음하하하~”
도움이 안 돼 발만 동동 구르던 은비가 비사의 활약에 어깨를 으쓱이며 광소를 터뜨렸다.
그린란드는 추운 빙하 지대로 사냥한 레드몬 중 뱀이 한 마리도 없어 히드라와 비사는 레드주얼을 흡수하지 못했다.
히드라는 B급 상급 레드몬에서 나온 소환수로 레드주얼을 흡수하지 않아도 C급 상급 레드몬을 상대할 수 있지만, 비사는 A급 인랜드 타이판과 북살무사를 흡수하고도 상급 레드몬을 상대할 실력이 안 돼 은비의 속을 태웠다.
더군다나 방어에 특화된 소환수로 하는 일 없이 꾸벅꾸벅 졸고 있어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비사의 활약으로 목각인형이 모두 사라지자 다시 공격을 재개했다. 흰 족제비가 눈보라로 나뭇잎 공격을 막는 사이 한 놈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 방을 남겨놓으면 보스가 가지를 뻗어 새끼를 보호해 공격이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이 정도면 충분해. 오늘은 그만 철수하자!]
전초전치고는 아주 거하게 밀어붙인 후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보스의 스킬까지 모두 알아내진 못했지만, 첫날 공략치곤 꽤 많은 정보를 알아낸 것이라 아쉬움이 없었다.
“내일도 오늘처럼 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그 사이 반대편에 있는 놈들을 내가 처리할 테니까.”
“파멸의 창을 너무 일찍 보여주는 거 아니야?”
“그럼 어쩌자고?”
“혈풍과 함께 화염 폭풍과 지옥의 불길로 양쪽에서 공격할게. 광역 스킬이라 가지로 막긴 어려울 거야. 틈이 생기면 보스를 공격해.”
“으음... 상황을 봐가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할게.”
“알았어.”
회의가 끝나자 이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기 위해 하람을 데리고 호젓한 강가로 갔다.
“이브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다니? 위험하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런 뜻 아니야!”
“그럼?”
“여자로서 생각해본 적 있냐고.”
“여자? 으음... 같은 상처를 갖고 있어 말이 통해서 그런지 나쁘지 않아. 근데 갑자기 왜 물어보는 거야?”
“둘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네가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하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물어보지 않아도 내가 이브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는 표정이었다.
“너는 내가 예쁜 여자만 보면 다 아내로 삼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었어?”
“죽고 싶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다들 그렇게 생각해.”
“다들 누구?”
“네 아내들!”
“와~ 나를 발정 난 수캐로 보네. 젠장!”
“그러니 평소에 잘해야지.”
“멧돼지에게 충고 받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조용히 해! 열 받으면 옥수수 다 터는 수가 있어.”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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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