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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91화 (491/505)

00491  미스트 존 공략  =========================================================================

491.

소연과 한숙을 안심시키고 새끼 풍산개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사육장으로 향했다. 4개월 된 새끼들은 어미가 엘리트 레드몬이라 그런지 벌써 몸길이가 1.5m로 자라있었다.

그러나 덩치만 클 뿐 하는 짓은 아직 어린 새끼로 적어도 1년은 지나야 제 몫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내년 1월부턴 어미들의 보호 속에 사냥에 투입해도 될 것 같았다.

“오빠!”

“응?”

“이브도 같이 가고 싶다는데 어쩌죠?”

“으음... 알았어.”

“하워드 슐츠와 엘리자베스 뱅크스도 따라온대요.”

“이제 움직일 마음이 생긴 거야?”

“표정이 많이 좋아진 것으로 보아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놓은 것 같아요.”

“알았어. 준비하라고 해.”

“네!”

풍산개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자 상아가 다가와 이브와 하워드, 엘리자베스도 함께 미스트 존 공략에 나서고 싶다고 알려왔다.

미스트 존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위험을 줄이는 길은 강력한 팀을 구성하는 것뿐이었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며 정찰과 일대일 공격에 특화한 이브와 B급 엘리트 레드몬까진 상대할 수 있는 하워드, 엘리자베스 커플의 가세는 팀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이라 언제든 환영이었다.

“그런데 이브는 왜 같이 간다는 거야?”

“저희랑 떨어지기 싫어서 같이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일주일 만에 정이 깊이 들었나 보네?”

“르원틴 박사가 죽고 얘기할 사람이 없었잖아요.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이브를 진짜 좋아한 게 아니라 이브의 아우라에 빠져 그렇게 된 거라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요.”

“친구가 생기니까 좋은가 보지?”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오빠도 잘 알잖아요.”

“나는 그런 거 몰라.”

“하람 오빠 있고부터 저녁에 가끔 얘기도 하고 좋지 않아요?”

“싫어. 남자는 다 싫어.”

“에궁~ 오빠는 나이가 들어도 겉과 속이 따로 노는 건 여전하네요.”

“뭐라고?”

“좋은 건 좋다고 얘기하면 되는데 언제나 싫다고만 얘기하잖아요. 평생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하긴 그게 오빠 매력이긴 하죠. 까르르~”

“큭!”

1998년 7월 20일

7월 한여름이었지만 미스트 존이 있는 그린란드 중심은 만년설이 녹지 않아 한겨울이나 다름없었다.

첫 번째 미스트 존 공략을 그린란드로 잡은 건 A급 히어로 레드몬 북극곰이 버드나무 결계를 부수는 걸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다.

결계가 버드나무라고 미스트 존의 보스가 버드나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호랑이가 개새끼를 낳지 않듯이 버드나무도 떡갈나무를 낳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 그린란드를 첫 번째 표적으로 삼았다.

“상아야! 이브에게 들어가는 즉시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해. 가까이 다가가지는 말고.”

“네!”

“혈풍은 몸을 숨기고 있다가 히어로 레드몬이 나오면 기습으로 처리해.”

“알았어.”

“하람은 아내들을 보호해. 다치면 죽을 줄 알아.”

”내가 죽으면 죽었지 그럴 일은 없으니까 안심해.“

“나 죽으라고 한 적 없다. 죽었다고 원망하면 안 돼!”

“하하하하~”

“모두 준비해! 시작한다.”

파멸의 창을 소환하자 이브의 눈이 동그래졌다. 상급 레드몬답게 파멸의 창의 강대한 힘을 느끼자 겁이 나는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마샤와 상아가 양옆에서 손을 꼭 잡아주자 그제야 마음이 안정되는지 하얗던 안색에 홍조가 돌아왔다.

“쒸우웅~”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간 파멸의 창이 안개에 커다란 구멍을 뚫으며 길을 만들자 구미호를 앞세워 재빨리 미스트 존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하람, 혈풍, 이브, 하워드, 엘리자베스, 소환수, 백호, 아내들이 일렬로 따라 들어왔다.

“전방 1km 지점에 셋, 좌측 500m에 둘, 우측 800m에 다섯이 있어요. 반경 20km 안에 이백여 마리가 있고, 그 중 히어로 레드몬은 총 다섯 마리에요.”

미스트 존에 들어가자 상아가 탐지 스킬로 주변에 있는 레드몬을 파악하자, 구미호와 이브가 공중으로 올라가 주변 지형과 다가오는 레드몬이 있는지 살폈다.

미스트 존은 그린란드 일부가 안개에 둘러싸인 것으로 밖과 마찬가지로 산과 계곡, 벌판, 강이 끝없이 펼쳐진 툰드라 지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시사철 만년설이 녹지 않는 빙하의 땅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레드몬과 동물이 엄청나게 많았다.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란 착각이 들 만큼 많은 동물과 레드몬에 적잖이 당황할 때쯤 굵은 나무가 듬성듬성 나타났다.

겁 없이 덤벼드는 레드몬을 잡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나무의 수와 굵기가 점점 굵어져 중심에 30km를 남겨두자 아름드리나무가 나타났다.

“안에서 별이 안 보일 줄 알았는데, 하늘은 맑게 보이네.”

“빛이 들어오지 않으면 나무와 풀이 자랄 수도 없어, 동물도 살 수 없겠지.”

“하긴 그러네.”

대자연의 기운이 풍부하고, 레드몬과 동물이 많다는 것만 빼면 미스트 존은 밖과 다를 게 없어 사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가스도 없고,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지만, 야영에서 그건 아주 당연한 일로 그게 불편하다면 야영을 하지 말아야 했다.

“오늘 모은 씨앗으로 몇 명이나 각성할 수 있어?”

“두 명.”

“오빠!”

“응?”

“할아버지도 각성해 줄 거지?”

“그럼. 은하 다음으로 해드릴 거야.”

“고마워!”

은비와 할아버지는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렸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손녀와 할아버지로 내가 은비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할아버지가 은비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이 몇 배는 컸다.

이건 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있는 거 없는 거 다 퍼줘도 아까운 줄 모르는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은 사랑이었다.

“이제 할아버지 그만 괴롭혀. 할아버지 연세가 몇인데 새파란 손녀에게 구박받고 살아야겠냐? 그게 네가 애정 표현하는 방법이란 건 알겠는데, 남들 시선도 생각해야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하지 마. 내 잔소리가 할아버지의 유일한 낙이야. 그것마저 없으면 사는 재미도 없어.”

“회춘하셔서 젊은 아가씨들 만나고 다니는데, 무슨 소리야?”

“그거 나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재미있게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시고 그 오랜 세월 동안 나만 바라보고 사셨어. 여자 만날 마음이 있었다면 젊었을 때 이미 새장가 갔어.”

은비도 그렇지만 할아버지도 애정표현이 참 특이했다. 웃으며 대화해도 될 것을 마음에도 없는 화를 내며 아끼는 티를 팍팍 냈다.

그러나 나는 돌아가신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조차 하지 않은 불효자식이었다. 은비처럼 버릇없게 화를 내진 않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엄마 품이 좋아 항상 끌어안고 잤고, 엄마와 한 밥상에 앉아 웃고 떠들었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표현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는 나이가 너무 어려 그것이 사랑인지도 몰랐다. 사랑이란 걸 알았을 땐 어머니는 내 곁에 없었다.

소중한 것은 잃어버린 다음에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 옆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른다.

잃어버려야만 가치를 증명하는 그것은 우리에게 언제나 때늦은 후회로 마음을 상처를 입게 했다.

“오빠!”

“응?”

“이브에게 관심 있어?”

“무슨 소리야?”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니까 하는 소리지.”

“더는 다른 여자 사귀지 않는다고 약속한 거 기억나지 않아?”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그때는 결혼식을 올린 직후라 마음이 싱숭생숭해 약속한 거고, 지금은 시간이 지났잖아.”

“은비야! 오빠 그 정도 타락하지 않았어. 오빠 악마 아니다.”

“괜찮아! 다 이해해! 사람이 변하면 죽는 거야. 용서해줄 테니까 마음에 들면 사귀어. 한 명 추가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

“아니라니까.”

“아닌데 왜 쳐다봐? 마음에 있으니까 쳐다보는 거 아니야.”

“하람하고 엮어주면 어떨까 해서 쳐다본 거야. 생사람 잡지 마.”

“정말?”

“동병상련이라고 둘 다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잖아. 잘 맞을 것 같아서 둘 사이가 어떤지 눈치 보느라 힐끔거린 거야.”

“아정이는 어쩌고?”

“안 그래도 처제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어. 이브와 하람을 엮어주면 사랑하는 사람을 억지로 떼어놓는 짓이니까.”

“그렇지. 우리처럼 같이 산다면 모를까 풋풋한 사랑을 꿈꾸는 아정이가 그럴 리도 없으니, 상처가 크겠지.”

“골치 아프네.”

아정 처제와 하람이 엮이는 건 정말 싫었지만, 사랑하는 남녀를 억지로 갈라놓는 것 또한 못할 짓이었다.

사랑은 부모도, 인종도, 국경도 말리지 못하는 것으로 강제로 떼어놓았다가 잘못되면 그 원망을 감당할 수 없었다.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 잔이고,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라고 사람을 엮어주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었다. 하물며 엮어주다가 욕을 먹는데, 갈라놓으면 두고두고 원망을 듣게 된다.

“아영이 불러서 괜찮은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결정은 당사자가 하더라도 친언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봐야지.”

“그렇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물어보는 게 어때?”

“알았어. 불러와.”

은비 말이 맞았다. 아정 처제를 친동생으로 생각하고 보살폈지만, 피가 섞인 언니만큼 생각할 순 없었다.

그리고 아정 처제도 내 의견보단 언니의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섭섭하지만,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피는 물보다 진했다.

============================ 작품 후기 ============================

집안 사정으로 인해 어제 연재 한 편을 빼먹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분간 연재 주기도 하루 1편으로 줄어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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