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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90화 (4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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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 미스트 존 공략

이브을 본 순간 하늘에서 여신이 내려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웠다.

크고 맑은 눈, 오뚝한 코, 빨간 입술, 솜털이 가시지 않은 하얀 피부, 쇼트커트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가슴, 잘록한 허리, 작지만 빵빵한 엉덩이, 늘씬한 다리까지 탄성이 터져 나올 만큼 완벽했다.

특히 옅은 황색의 눈동자는 바라만 봐도 빨려들 듯 빛났고, 자체발광이란 말이 나올 만큼 환하게 빛나는 모습은 사람을 잡아끄는 신비한 매력이 있었다.

영생의 그릇이 아니라 미의 여신을 만들려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이브의 미모에 나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린 채 멍하니 바라봤다.

[오빠! 침 떨어져요.]

[머.머.뭐라고?]

[입 좀 다물라고요.]

[그.그.그래!]

[아무리 이브가 예뻐도 아내들이 옆에 서 있는데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미안해!]

상아의 질책에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곁눈질로 아내들을 바라보자 불편한 심기가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창피함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지만, 도망갈 곳이 없어 뻔뻔하게 근엄한 척 어깨에 힘을 주며 자세를 고쳤다.

그러나 1분간 멍하니 입을 벌려 쳐다보다가 무게를 잡는 건 누가 봐도 근엄함과는 거리가 먼 저질 코미디였다.

그래도 저질 코미디 덕에 긴장으로 바짝 얼어있던 이브의 표정이 풀어지며 딱딱했던 분위기도 풀렸다.

첫 번째 만남은 인사만 나누고 금방 헤어졌다. 적인지 친구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심문하듯 다룰 수도 있었지만, 자기 발로 찾아온 건 협조할 생각이 있다는 뜻으로 적이 될 생각이 없는 상대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마샤의 예언 스킬이 이브가 적이 아니라고 알려줬기 때문에 심문할 필요가 없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통해 입수한 사진에 예언 스킬을 사용하자 흑백의 형상을 한 이브가 사진에서 튀어나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건 마샤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뜻이었다. 미래는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적이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어 속단할 수 없지만, 예언 스킬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때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세상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내 편과 내 편이 아닌 부류! 내 편이 아닌 부류는 무조건 적이었다.

내 편이 아니라고 모두 죽여야 할 만큼 위험한 적은 아니지만, 언제든 나와 아내들의 등에 비수를 꽂을 수 있어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브를 죽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이브는 위험한 생체병기로 언제든 위험한 적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다 은하 얘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어 적이 될지 친구가 될지 만나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만약 예언 스킬에 검게 빛나며 마샤를 위협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면, 아내들이 이브를 두둔해도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이브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혈풍이 이브를 발견하고 하람이 이브를 데리고 돌아오며 보내온 사진에 예언 스킬을 다시 사용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과 다르게 두 번째 사진에선 밝게 빛나며 마샤를 향해 까르르 웃고 떠드는 모습이었다.

이건 마샤와 아주 좋은 관계라는 뜻으로 마샤와 사이가 좋다는 건 아내들과도, 나와도 사이가 좋다는 뜻이었다.

자발적 방문과 예언 스킬로 적대감이 사라진 이브를 힘들게 할 이유가 없어 인사만 나누는 것으로 첫 번째 만남을 가볍게 정리하고 숙소를 정해줬다.

나를 만나는 순간 자신의 생사가 결정됐다고 생각했던 이브는 싱겁게 끝나버린 상견례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아내들이 옆에 착 달라붙어 잠자리와 돌봐주고, 입을 옷과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챙겨주며 수다를 떨어대자 불안했던 마음이 사르륵 녹았는지 저녁 식사시간엔 한결 부드러운 얼굴로 나타났다.

[어때?]

[많은 사람을 죽이며 이브도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어요. 다행히 심성까지 변하진 않아 안정을 찾으면 밝고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올 거예요.]

[다행이네.]

[대신 하람 오빠처럼 시간이 필요해요.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심신이 극도로 지쳐 불안 증세를 보여요.]

[사고 칠 만큼 위험한 거야?]

[그렇진 않아요. 나이가 어리지만, 사리 분별력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 하지도 않아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거예요.]

[바쁘겠지만, 당분간 상아가 잘 좀 돌봐줘.]

[네!]

이브는 180cm의 관능적인 몸매로 남자의 마음을 한껏 자극하지만, 알고 보면 1살도 안 된 아기였다.

호문쿨루스인 이브를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잘못된 것이지만, 살아온 세월이 짧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오랜 산다고 생각이 깊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통해 성숙해지는 건 자연의 법칙이라 무시할 순 없었다.

저녁 식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밥을 먹는 건지 수다를 떠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아내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요란하게 저녁을 즐겼다.

매일 반복되는 모습이라 우린 이상할 게 없었지만, 이브는 이런 모습이 처음이라 그런지 반쯤 넋을 놓고 아내들을 구경했다.

수다도 수다지만 아내가 12명이나 되는 모습은 매우 희귀해 이브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처음 놀러 온 사람은 누구나 한동안 넋이 빠져 있었다.

그래도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버려두지 않고 아내들이 번갈아 가며 말을 걸어 혼자 있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C급 상급 레드몬 이브

전투력 : 16887

지  능 : 178

레드스톤 에너지 : 없음

이브 : 힘-560 민첩-765 체력-657 총합-1,982 멘탈포스-1,511

특이하게 전투력과 능력치가 동시에 표시된 이브는 상급 레드몬이자, 상급 피지컬리스트, 상급 멘탈리스트로 능력자와 레드몬의 수준을 가능할 수 있는 교재였다.

능력자의 능력치가 얼마일 때 전투력 얼마의 레드몬을 상대할 수 있는 대략적으론 알고 있었지만, 명확히 수치로 본 적이 없어 가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이브를 통해 상급 능력자의 수준이 어느 정도 돼야 상급 레드몬을 잡을 수 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

그러나 이것 역시 랭킹 시스템과 같은 것으로 단순 능력치로 비교한 수준에 불과했다.

싸움은 개인의 능력치도 중요하지만, 어른과 아이가 맨손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면 경험과 스킬, 상성 관계가 승패를 갈랐다.

또한, 입신이라 불리는 바둑 9단이 프로에 입문한 초단에게 패하는 경우도 있어 경험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래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생겼다. 실력이 있어도 운 좋은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운이 있어도 인복이 많은 사람은 넘지 못하며, 인복이 많아도 명이 긴 사람에겐 진다고 했다.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僥齋志異 )에 실린 이야기로 한 선비가 흰 수염이 나도록 과거에 낙방하여 가산이 기울고 아내는 가출하자 자살하려 목을 맸다.

그러나 실력이 낮은 사람들이 계속 붙고 자기만 떨어지는 게 너무 억울해 옥황상제에게 가서 따졌다. 그러자 옥황상제가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 술 시합을 시켜다.

"정의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분개한 것이 옳고, 운명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체념하는 것이 옳다."

술 시합은 운명의 신이 일곱 잔을 마시고, 정의의 신이 석 잔밖에 마시지 못해 선비의 패배로 끝났다.

"세상은 정의대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꼭 따르는 법이다. 세상이 7푼의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긴 하나, 3푼의 이치가 행해지고 있음도 또한 명심해야 한다."

운칠기삼은 세상이 이해관계자가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어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얘기로 우리가 도박에서 사용하는 말로 착각했지만, 사실은 세상의 불합리를 콕 짚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로 고등학교까지 최고의 야구선수, 축구선수였던 유망주가 돈과 대학, 프로팀, 스승이라는 이름의 악마들에게 휘둘려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졌다.

“지홍아!”

“응?”

“진통이 오는 것으로 보아 아기가 나오려는 것 같아!”

“모두 해산 준비해~”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소연이 진통을 호소했다. 아이가 나온다는 소리에 아내들이 기쁨과 설렘, 놀람에 허둥거리며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급히 소연을 안고 해산실로 내려가자 한숙도 통증을 호소했다. 아이 둘이 동시에 나오려 하자 집안은 도떼기시장으로 변해 어수선하기가 이를 때가 없었다.

아내들이 허둥대자 이브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이브를 돌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이브도 아기가 태어난다는 사실에 들떠 아내들을 따라다니느라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어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갓 태어난 아기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내들만큼 허둥대며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으앙~ 으앙~”

포스를 사용해 배를 편안히 하며 분만을 유도하자 통증이 시작된 지 10분도 안 돼 아기를 출산했다.

아기를 받는 건 산부인과 여자 의사가 하고 나는 편안하게 분만할 수 있게 돕기만 했다.

“소연아! 한숙아! 둘 다 고생했어.”

“많이 아프다고 하던데, 아픈 줄도 모르고 낳았어. 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지홍씨! 고마워요.”

“낳은 것보다 열 달 동안 뱃속에서 키우는 게 더 힘들어. 둘 다 고마워!”

“아기는요?”

“건강해.”

“다행이네요.”

“잠시만 기다려. 씻겨서 데려올 거야.”

10분쯤 지나자 은비와 서인이 아이를 안고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안기자 소연과 한숙이 눈물을 쏟았다.

안아보라는 소연과 한숙의 말에 벌벌 떨리는 손으로 아기를 안았다.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기쁨에 손을 떠는 게 아니라 떨어뜨리면 어쩌나 겁이나 손을 덜덜 떨어댔다.

그 모습이 웃긴지 침대에 누운 소연과 한숙도 웃었고, 아기에 눈이 팔려있던 아내들도 웃었다.

그리고 맨 뒤에서 고개를 삐죽이 내밀고 바라보는 이브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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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 그린란드의 미스트 존을 공략하러 갈 거니까 모두 준비 단단히 하라고 말해.”

“소연 언니 회복하고 공략하는 게 좋지 않을까?”

“더는 시간 끌 수 없어. 소연에게 내가 말할 테니까 차질 없이 준비해.”

“알았어.”

로스차일드로 인해 시간이 많이 지체돼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아이를 낳은 지 며칠 안 된 소연이 가슴 아파하겠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만 보낼 순 없었다.

은비에게 미스트 존 공략을 준비하게 한 다음 소연과 한숙을 찾아가 이유를 설명하고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많이 낙담할 줄 알았는데, 예상했는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해 다녀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 쉽게 받아들인 것도 있지만, 아이가 있다는 게 마음의 안정을 준 것 같았다.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땐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서웠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강인한 엄마로 변했다.

이래서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고 하는 것이다. 더불어 애를 낳지 않은 여자와 애를 낳은 여자는 책임감이 하늘과 땅 차이로, 애를 낳아 길러보지 않은 여자에게 큰 중책을 맡기는 것은 아주 미련하고 바보 같은 짓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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