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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84화 (48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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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 분열(分列)

은하의 예상대로 한 달 동안 스무 곳이 넘는 훈련소와 배양소, 쌍두독수리 공대 기지, 산업시설 등이 공격받았다.

이 중에서도 잠능자 훈련소와 나이트 인공배양소가 주요 표적으로 강승원 국장이 알아낸 곳은 한 곳도 빠짐없이 잿더미로 변했다.

다비드 회장은 계속된 피해에 라임스(Reims) 인근 잠능자 훈련소에 능력자 5,000명과 키메라 2,000기, 대공포, 대공미사일, 공격헬기, 전투기 등을 총집결시켜 이브를 공격했지만, 전투기만큼 빠르게 하늘을 날며 공격하는 이브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써커와 질적으로 다른 이브는 미사일과 대공포에 맞아도 깃털조차 다치지 않았고,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며 레이저를 이용해 전투기와 공격헬기, 대공포를 유린했다.

또한, 병력이 집중된 곳은 정면 승부를 피하고 잠시 물러났다가 병력이 빠지면 그때 다시 공격하는 등 게릴라 전술로 다비드 회장을 짓밟았다.

이브의 매우 영리한 작전에 말린 쌍두독수리 공대는 변변한 저항도 못 해보고 표적으로 전락해 이브의 그림자만 봐도 벌벌 떠는 지경에 이르렀다.

“능력자 관련 시설은 모두 파괴된 거야?”

“유럽과 북아프리카의 능력자 인공 배양소 여덟 곳, 잠능자 훈련소 열두 곳, 쌍두독수리 공대 본부와 지부 스무 곳까지 모두 공격받았어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더니 씨를 말렸네.”

“몽펠리에와 보르도가 공격받은 다음 날 시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지하로 숨어들어 피해가 크진 않아요. 오히려 텅 빈 시설을 지키겠다고 이브와 싸우다가 심각한 피해를 봤어요.”

“얼마나 죽었는데?”

“능력자는 만 명 이상, 경비병은 십만 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코르시카 섬에서 죽은 능력자까지 합치면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

“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했어요. 피해가 심각하긴 하지만 쉽게 망하진 않을 거예요. 가문의 수장에서 밀려 날 위기라는 게 더 큰 문제죠.”

“수장에서 밀려난다고 문제 될 게 있나?”

“수장 자리에서 밀려나면 원로들의 지원이 끊겨 파산할 수도 있어요.”

“파산? 재산이 얼만데 파산을 해?”

“우리가 아는 로스차일드 재산은 가문 전체의 재산이지 다비드 회장 개인의 재산이 아니에요. 다비드 회장이 가진 재산은 가문의 재산 중 십 분의 일에 불과해요. 세계 최고 부자 지홍씨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죠.”

“내가 세계 최고 부자라고? 주머니에 십 원짜리 하나 없는데?”

“규슈와 시코쿠, 혼슈, 나진시 모두 지홍씨 명의잖아요. 땅만 해도 돈이 얼만데 그래요.”

“그건 공동재산이지 내 것이 아니잖아.”

“어쨌든 지홍씨 명의는 맞잖아요?”

“명의야 그렇지.”

은하의 말처럼 명의만 따지면 내가 세계 최고 부자였다. 그러나 규슈를 빼면 대한민국에 모두 돌려줄 땅으로 잠시 보관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매물로 내놔도 살 사람도 없는 땅으로 겉보기만 그럴싸한 빛 좋은 개살구와 같았다.

“그렇다고 파산까지 하겠어?”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운영하는 회사와 관련 기업들 모두 주식 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졌어요. 로스차일드의 명성과 막대한 자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천하의 로스차일드도 버티기 힘들어요.”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막으면 되잖아.”

“유럽만 증시가 폭락한 게 아니에요. 미국까지 여파가 미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엉망이 됐어요.”

“우리나라도 심각하겠네?”

“떨어지긴 했지만, 유럽과 미국에 비하면 버틸 만해요.”

“미국이 재채기만 해도 몸살감기를 앓는 우리가 멀쩡해?”

“든든한 우리 남편 덕분에 이브가 한반도를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지, 동요가 심하진 않아요.”

한 달 동안 이브가 연구소와 능력자 관련 시설만 공격한 게 아니었다. 다비드 회장이 직접 운영하는 파리 오를레앙을 비롯해 관련 기업 십여 곳과 다비드 회장이 숨은 것으로 추정되는 안가 스무 곳이 공격받았다.

그나마 민간 시설 공격을 자제해 민간인 사망자는 아직 없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매우 심각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동유럽과 미국으로 빠져나가며 유럽은 산업 전반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또한, 로스차일드 가문이 망할 거라는 소문이 퍼지며 심리적 충격으로 증시가 폭락하는 등 3차 대전이 일어난 것처럼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벤저민이 회장이 되는 거야?”

“누가 될지는 싸워봐야 알겠죠. 확실한 건 조만간 이브를 처리하지 못하면 다비드 회장이 수장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거죠. 그리고 둘 중에 누가 됐든 다비드 회장을 가문에서 영원히 축출하려 할 거예요.”

“왜?”

“다비드 회장이 떠나야 로스차일드 가문이 피해를 면하죠. 그게 아니라도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게 속 편하겠죠.”

“상급 능력자가 4명이나 있는데, 밀어내는 게 가능해?”

“도의적 책임을 물으면 수장 자리를 내놓지 않을 수 없죠. 수장은 가문을 대표하고, 가문을 부흥시키는 게 책임이니까요. 가문에서 밀어내는 건 상황이 달라 쉽지 않겠지만, 벤저민과 필립이 소유한 회사와 능력자들이 이브에게 공격받으면 나가지 않을 수 없죠. 자기 때문에 가문 전체가 피해를 보는 거니까요.”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고 다비드 회장은 영생을 꿈꾸다가 이브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

“이브와 연락할 방법이 있을까?”

“만나보게요?”

“지난번에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한 말 깊이 생각해봤어. 만나보고 사람인지 괴물인지 판단해야 할 것 같아서.”

“잘 생각하셨어요. 선입견 없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본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잘 되면 강력한 조력자를 얻는 거고, 안 되면 계획대로 제거하면 되는 거니까요.”

“알았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더 기다려야 해?”

“다비드 회장이 없어진 다음 만나는 게 좋아요. 지금 찾으려 하다간 독이 바짝 오른 다비드 회장을 불러들일 수 있어요.”

“급할 건 없으니까 천천히 해. 그런데 이브는 어떻게 찾으려고?”

“신문과 방송에 광고하면 되죠. 우리 남편이 만나고 싶다고 연락 달라고. 그러면 전화 정도는 하지 않겠어요?”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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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회장이 꼭꼭 숨어 나타나지 않자 영악한 이브는 작전을 바꿔 로스차일드 가문에 소속된 능력자는 소속에 상관없이 공격했다.

솔로몬 공대, 다윗 공대, 사울 공대 등 로스차일드 가문에 소속된 능력자는 보이는 족족 죽였다.

또한, 벤저민 회장의 에드먼드 드 로스차일드 그룹, 필립 회장의 광물회사 Bumi, 금광회사 배릭골드 등 로스차일드 가문의 마크만 보여도 공격했다.

이러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일주일 만에 만 명이 넘는 능력자가 사망하고, 회사는 문을 닫을 지경이었다.

주식은 휴지쪼가리로 변했고, 부동산은 헐값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았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소유했던 부동산을 사면 이브가 공격할 수도 있어 공짜로 나눠줘도 가지려는 사람이 없었다.

“더는 피해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비드에서서 비롯된 일로 당장 가문에서 축출해야 합니다.”

“축출만으로 이브의 분노를 달랠 수 없습니다. 다비드를 이브에게 넘겨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가문이 살 수 있습니다.”

“만약을 대비해 박지홍에게 이브 처리를 의뢰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이브가 다비드를 죽이는 것으로 복수를 끝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브를 잡을 수 있는 건 박지홍밖에 없습니다.”

“박지홍과 이브가 한패인데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까?”

“박지홍은 이브와 한패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매일 사람들에게 얼굴을 비춰 결백을 증명했습니다. 박지홍이 이브와 한패라고 주장한 건 다비드 혼자였지, 다른 누구도 박지홍이 이브와 한패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이브는 항상 나타나 공격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다비드가 억지를 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당장 이브 처리를 부탁합시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와는 적인데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까?”

“세상에 황금으로 부리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눈이 돌아갈 만한 제안을 하면 박지홍도 넘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던 가문의 원로들이 입에서 불을 토하며 다비드를 욕하고, 이브를 상대할 방법을 떠들어댔다.

가문 전체가 피해를 당하자 벤저민은 이브에 대항할 방법을 논의하자며 리옹으로 원로들을 급히 초대했다.

그러나 진실은 이브를 핑계로 가문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기 위한 것으로 자신에게 호의적인 원로들만 초대했다.

“다비드를 가문에서 축출하면 새로운 수장을 뽑아야 합니다. 누가 좋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추진력과 결단력이 뛰어난 벤저민을 뽑아야지요.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낼 인물은 벤저민밖에 없습니다.”

“맞습니다. 벤저민은 언제나 앞장서서 싸웠습니다.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꽁지를 말고 숨어있는 다비드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가문의 수장이 되면 위기를 단번에 해결할 겁니다.”

“그럼 이 자리에서 다비드를 축출하고 벤저민을 새로운 수장으로 추대합시다.”

“좋습니다.”

콩고물을 노린 뒷방 늙은이들이 앞 다투어 벤저민을 치켜세우고, 아부에 열을 올렸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망할 거란 소문이 파다했지만, 그건 로스차일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허무맹랑한 거짓이었다.

100년 넘게 세계를 지배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산은 드러난 재산보다 숨겨둔 것이 더 많았다.

분산된 게 약점이지만, 이브만 처리하면 단번에 성세를 회복하고, 전처럼 세상을 호령할 수 있었다.

“쾅!”

“많이 늦었군요. 죄송합니다.”

“이런...”

수장 자리를 결정하려는 순간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자 부서지듯 문이 열리며 필립이 추종자들을 이끌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이 다윗 공대원을 이끌고 몸으로 막았지만, 상급 능력자 마리 라포레를 앞세운 필립을 막을 수 없었다.

밥이 익어 입에 넣기만 하면 끝나는 상황이었는데, 필립의 등장으로 계획이 엉망이 되자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이런 중차대한 자리에 저만 쏙 빼놓다니... 섭섭합니다. 형님!‘

“네가 낄 자리가 아니라서 부르지 않았다.”

“이브를 상대하려면 가문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저도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으로 당연히 손을 보태야죠.”

“나는 네가 바티칸 소속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바티칸과는 상호 호혜적인 관계이지 형님이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관계가 아닙니다.”

“바티칸은 너를 하수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가문의 도움이 되고자 바티칸의 힘을 빌린 것뿐입니다.”

필립이 벤저민을 자극하자 회의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벤저민과 필립의 뒤에 선 나이트들이 무기에 손을 올렸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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