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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83화 (483/505)

00483  전쟁  =========================================================================

483.

“오빠! 테슬라 박사의 기억 중에 이브와 키메라 연구에 대한 기억도 있죠?”

“응, 있어.”

“그럼 그 기억을 토대로 오빠가 이브를 만들어 보는 건 어때요?”

“생체병기를 만들라고?”

“테슬라 박사처럼 사람을 희생해 괴물을 만들라는 게 아니에요. 최대한 피해가 없게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키자는 거예요. 그럼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의 신체를 강화해 전투력과 생존력을 높일 수도 있고, 풍산개에 접목해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잖아요.”

“윤리적인 건 일단 젖혀두더라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어.”

“그게 뭔데요?”

“머리!”

“네?”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 기억만 흡수했지 박사의 두뇌까지 흡수한 게 아니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헉!”

동그라진 아영의 눈처럼 내 마음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테슬라 박사의 엄청난 지식을 송두리째 내 머릿속으로 옮겨왔지만, 기억 장치만 있을 뿐 이해장치가 없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건다고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이었네. 젠장!’

“최정준 박사님께 자료를 넘겨주면 되잖아요.”

“좋은 생각이 아니야.”

“자료가 유출될까 봐 그러세요?”

“아니. 세상에 나와서 좋을 게 없어서 그래.”

최정준 박사를 믿지 못해 테슬라 박사의 연구 자료를 넘기지 않으려는 게 아니었다. 세상에 나오면 사람을 이롭게 하기보단 해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깝지만 사장하는 게 좋겠어.”

“왜요?”

“인체실험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인 731부대 의사들이 자신들의 연구가 인류의 생명 향상에 공헌했다고 떠드는 것과 같으니까.”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죄송해요.”

“아니야. 아영이는 좋은 뜻으로 말한 거야. 다만 그걸 사용하는 사람이 그러지 못해서 문제지.”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도 새 문명을 건설에 이바지한다는 좋은 뜻으로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쟁에 사용돼 많은 사람을 죽이는 살상무기가 됐다.

테슬라 박사의 키메라와 호문쿨루스 연구도 인류 발전에 공헌하기보단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돌연변이와 생체병기를 만드는데 공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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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시카 섬에서 돌아온 날 아침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내들을 데리고 능청스럽게 시내 관광을 즐겼다.

백화점에 들러 옷도 사고, 보석도 사고, 기념품도 사고, 보란 듯이 요란하게 쇼핑을 한 후 저녁엔 알제리 전통 음식으로 만찬을 즐겼다.

다음 날 점심까지 늦잠을 잔 후 수도 알제에서 남쪽으로 400km 정도 떨어진 라구아트로 이동했다.

라우아트에 도착한 다음 날 아리와 마샤, 아영이 병들고 다친 사람들을 치료했고, 그 다음 날은 도시 주변에 출몰하는 레드몬을 소탕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이틀 동안 자선활동을 펼치고 하루를 푹 쉰 다음 B급 엘리트 레드몬 치타 부부 사냥에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단거리 육상동물 치타는 시속 100㎞에 달하는 빠른 발을 가졌지만, 고양잇과 맹수 중 최약체에 속했다.

몸길이 약 140㎝, 꼬리 길이 75~80㎝, 몸무게 50~60㎏으로 유럽살쾡이와 스라소니보다 조금 큰 정도로 대형 맹수가 득실대는 아프리카에선 기조차 펴지 못하는 불쌍한 맹수였다.

B급 엘리트 레드몬 치타

전투력 : 7551

지  능 : 111

상  태 : 적대감 최대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10% 하락

에너지 : 37,666

스  킬 : 알 수 없음

몸길이 7.55m, 꼬리 길이 4.3m, 몸무게 558kg의 치타 부부는 눈부시게 빠른 속도와 상처를 통해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힘과 체력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발만 빠를 뿐 강력한 한 방이 없었고, 상태 이상 스킬도 동급 레드몬에겐 먹히지 않을 만큼 수준이 낮아 중·하급 레드몬에겐 사신일지 몰라도 구미호와 히드라에겐 덩치만 큰 고양이에 불과했다.

“앞으로 엘리트 레드몬 사냥은 구미호와 히드라만 보내야겠어. 둘만 보내도 충분하잖아.”

“나랑 소희만 가면 되는 거야?”

“둘만 다니고 싶어?”

“아니!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은비도 같이 가야지.”

“오~ 거짓말 많이 늘었는데. 깜빡 속을 뻔했어.”

“사실이야.”

“첫사랑 소연 언니는 어쩌고?”

“소연이 앞에선 당연히 소연이가 제일 사랑하는 여자지.”

“그럼 매일 옆에 끼고 사는 상아 앞에선 상아가 최고겠네?”

“당연하지~”

“우리 오빠 능구렁이 다 됐네.”

“능구렁이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야.”

“하하하하~ 이럴 땐 정말 귀엽단 말이야.”

“예쁘게 봐줘서 고마워!”

키메라 생산시설이 파괴되고, 테슬라 박사가 죽었지만, 세상은 조용했다. 그런 시설이 있었는지, 그런 박사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듯 신문과 TV 뉴스엔 단 한 줄의 논평도, 소식도 없었다.

그러나 겉으로만 그럴 뿐 로스차일드 가문은 불난 집처럼 우왕좌왕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허둥댔다.

하루 만에 잠능자 훈련소 두 곳과 가장 중요한 키메라 생산시설이 파괴되며 인명 피해만 5만 명이 넘었다.

이토록 피해가 큰 이유는 키메라 생산시설에서 무려 4만 명이 넘는 목숨을 잃어서였다.

기지에는 생산 중이던 키메라Ⅲ가 8,000기나 있었고, 생산시설 종사자와 실험체도 3만 명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훈련소와 생산기지를 지키던 쌍두독수리 공대원 5,000명이 목숨을 잃었고, 키메라Ⅲ도 5,000기나 잃어 전력 손실이 심각했다.

“끌로드 베리 비서실장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다비드 회장이 두 달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아 동요가 매우 심한 상태예요.”

“시기가 절묘했네?”

“그렇죠. 다비드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다음 일이 터졌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거예요.”

“상황이 어려우면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거 아니야?”

“드러내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거겠죠.”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것보다 나와 이브가 더 무서워?”

“주원인은 이브와 지홍씨 때문이지만,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벤저민과 필립 회장도 크게 한몫하고 있어요.”

“외부 세력이 나타나면 힘을 합치는 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전통 아니었어?”

“필립 회장이 바티칸과 손을 잡기 전까지 그랬죠.”

“암살을 기도라도 한 거야?”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의 암살 기도가 있었어요. 배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중 최소 세 번은 필립 회장이 바티칸의 힘을 빌려 다비드 회장을 공격한 것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공공연한 비밀이에요.”

“권력투쟁이 치열하네.”

“원래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고 했어요. 친형제도 아니니 고민할 필요도 없죠.”

조선 제21대 왕 영조(英祖)는 사도세자(思悼世子)를 뒤주에 가둬 죽였다. 뒤주 속에 갇힌 사도세자는 8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울부짖다가 1762년 5월 21일 숨을 거뒀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인 이유는 권력 때문이었다. 학업을 게을리하고, 사냥과 주색에 빠져 일을 소홀히 하고, 광증으로 여러 사람을 죽이고, 영조의 치부인 경종의 일을 파헤치고, 지지기반인 노론과 사이가 나빠 어쩔 수 없이 죽였다고 말하지만, 진짜 이유는 권력이었다.

권력은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마저 송두리째 사라지게 하는 마약으로 자식과 형제, 가족의 목숨을 헌짚신보다 가벼이 여기게 했다.

“은하가 보기엔 어때? 우리를 의심하는 것 같아?”

“당연히 의심하죠. 그것도 1순위로 의심하죠.”

“그런데 왜 가만히 있어?”

“우리를 상대하려면 쿠삭 형제와 프랑수아 아르디, 루이즈 보르고앙이 나서야 하는데, 다비드 회장을 지켜야 해 그럴 수가 없잖아요. 키메라도 얼마 남지 않았고, 쌍두독수리 공대도 4분의 1이 사라져 주요시설을 지키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벤저민과 필립마저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데, 공격하고 싶어도 공격할 수가 없는 거죠.”

“그렇다면 내우외환에 시달릴 때 나머지 시설도 공격하는 게 좋겠네?”

“다비드 회장의 진정한 힘은 쿠삭 형제와 아르디, 보르고앙 그리고 쌍두독수리 공대의 핵심 세력인 중급 능력자 300명이에요. 이들을 처리해야 싸움이 끝나요. 나머지는 공격해봐야 시간 낭비에요.”

“내버려뒀다가 벤저민과 필립이 흡수할 수도 있잖아?”

“다비드 회장이 죽은 다음이면 모를까 살아있는 상태에선 이들을 흡수하려 하면 내분이 격화해 서로 상잔하게 될 거예요.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죠.”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야 하는 거야?”

“공격에 대비해야죠.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 수도 있으니까요.”

다비드 회장이 나진시를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러나 사람이 미치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어 당분간 나진시에 머물며 방어에 힘써야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브가 활동을 시작한 이상 피해가 꾸준히 이어질 거예요. 모습을 드러낸 이상 쉽게 물러나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면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겠네?”

“놀 생각만 하지 말고, 이브를 상대할 방법을 찾으세요. 예쁘니까 잡아다가 데리고 사는 것도 괜찮겠네요. 남자들은 예쁘면 다 용서하잖아요.”

“이브는 사람이 아니야. 호문쿨루스야. 나보러 지금 괴물을 데리고 살라고? 미친 거 아니야?”

“정화수를 먹이면 소교처럼 사람으로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

“소교는 사람이었다가 여와가 된 거고, 이브는 처음부터 사람과 써커의 유전자가 섞여서 태어난 거야. 원래 괴물인데 사람으로 어떻게 돌려?”

“써커의 DNA가 들어있다고 이브를 괴물이라고 할 수 있나요? 순수하고 착한 아이라고 했잖아요?”

“맞아. 밝고 순수하고 명랑한 아이야.”

“사람보다 더 순수하고 착한 아이를 괴물이라 부르는 게 올바른 생각일까요? 몸은 사람이지만 마음이 괴물인 사람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우리가 이브를 괴물이라 부르는 게 과연 옳은 행동일까요?”

“.......”

은하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다른 존재의 DNA가 몸에 들어있다고 그 사람을 괴물이라고 부르는 건 옳지 않았다.

생물의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DNA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다. 팔다리 수가 다를 만큼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니지만, 성격과 취향, 인간성, 버릇까지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브의 DNA에 포함된 써커의 DNA도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조금 다른 형질이 섞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마음이었다.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과 노력이 있다면 모습이 조금 달라도 사람이었다.

반대로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공격적이며,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은 모습은 사람일지 몰라도 개돼지와 다를 것이 없었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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