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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82화 (482/505)

00482  전쟁  =========================================================================

482.

[심한 감기몸살로 그제부터 아작시오 병원에 입원 중이래.]

[확실해?]

[세 놈 다 같은 대답이었어.]

[수고했어.]

[이런 일을 수고라고 할 수 있나? 손가락만 까딱여도 되는 아주 쉬운 일인걸. 이놈들 지조가 없어서 인상만 써도 벌벌 떨면서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마구 떠들어대는 놈들이야. 남자 새끼들이 말이 얼마나 많은지 귀가 다 따가울 정도로 떠들어대. 모름지기 남자라면 나처럼 진중해야 하는데, 계집도 아니고 약해빠져서 사내라고 말한 수도 없어. 이런 놈들이 사내 망신 다 시키는 거야. 이런 놈들은 고추를 잘라 개나 줘야 해. 남자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혈풍아!]

[어?]

[용건은 어떻게 하라고 했지?]

[간단하게.]

[간단하게 하자. 좋은 말로 할 때.]

[알았어.]

헤니 테슬라 박사는 노환과 심한 감기몸살로 생산기지에서 북쪽으로 10km 떨어진 아작시오 시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었다.

이거야 말로 하늘이 도운 것으로 테슬라 박사는 다비드 회장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로 놓쳤다면 두고두고 골머리를 썩일 뻔했다.

[박사는 여기 정리하고 처리할 테니까 신호 주면 화염으로 쓸어버려.]

[화난 거 아니지?]

[어.]

[정말이지?]

[한 번만 더 물어보면 정말 화낸다.]

[알았어. 입 다물게.]

혈풍은 일도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붙임성도 좋고, 머리까지 똑똑해 하람 만큼 부려 먹기가 좋았다.

그러나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주둥이가 수많은 장점을 모두 단점으로 바꿔놓았다. 하람의 반의반의 반의반만 진중해도 멋진 놈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텐데...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텔레파시로 혈풍에게 지옥의 화염을 준비시키고 서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호를 받은 서인인 반경 1km를 침묵 스킬로 가두자 마샤가 수면 주얼로 입구를 지키던 능력자와 키메라를 모두 재웠다.

입구 경비병들이 짚단처럼 우수수 쓰러지자 살기투사로 은폐물에 숨은 쌍두독수리 공대원 심장을 쥐어뜯고, 가시덩굴로 키메라를 미라로 만들었다.

순식간에 500이 넘는 능력자와 키메라가 목숨을 잃었지만, 쌍두독수리 공대원들은 소리가 사라져 옆 은폐물에 숨어 있던 동료가 죽는 것도 몰랐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사라지자 이상함을 느낀 몇몇 능력자들이 은폐물에서 고개를 내밀고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쓰러진 경비병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동료를 붙잡고 소리를 질러도, 무전기에 대고 악을 써대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뒤늦게 적이 침입해 야료를 부렸다는 것을 깨달은 능력자들이 동료에게 경고하기 위해 은폐물을 벗어났다.

하지만 몸이 은폐물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심장을 쥐어뜯는 극심한 고통에 입과 코에서 피를 울컥 토하며 쓰려졌다.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려.]

[알았어.]

경비병을 모두 제압하고 혈풍에게 신호를 보내자 시뻘건 화염이 출입구와 환기구를 뚫고 나와 산 전체를 태웠다.

혈풍은 하나도 남김없이 깡그리 태우라는 내 말을 착실히 수행하기 위해 지옥의 화염을 열 번도 넘게 사용해 사람은 물론 생산시설까지 모두 잿더미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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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층 특실에 있네.”

“금방 처리하고 올게.”

기감으로 테슬라 박사가 입원한 병실을 찾아내자 혈풍이 사냥개처럼 뛰어나가려 했다.

“잠깐만.”

“왜?”

“이브에 대해 알려면 박사가 필요해.”

“납치해서 데리고 나오면 눈에 띄는데.”

“납치할 필요 없어. 기억만 흡수하면 돼.”

이브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레드몬 조기경보기 송골매 8대를 총동원해 유럽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브를 찾지 못했다.

유럽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고, 지하에 숨어 있어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복수를 꿈꾸는 만큼 유럽을 벗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그렇다면 상아의 추측대로 모기 레드몬의 유전자를 추출해 인간 유전자와 결합시켜 만들었을 가능성이 컸다. 이렇게 되면 기감이외엔 이브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로스차일드라는 공동의 적이 있어 다툼이 없지만, 로스차일드가 사라지면 이브와 우린 필연적으로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브가 인간으로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지만, 날개가 있는 인간은 세상에 없었다.

나는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고, 인간만이 고귀한 존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동물도 레드몬도 함께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우 이기적이라 가족을 위협하는 존재는 살려둘 수 없었다. 이브가 하람과 혈풍처럼 나를 따르는 존재였다면 얼마든지 이해하고 용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죽여야 했다.

“박사하고 같이 온 능력자와 수행원들 모두 처리하고, 병원 CCTV도 모두 없애.”

“알았어.”

혈풍이 모습을 감추고 병원으로 들어가자 옆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병원 옥상으로 넘어갔다.

[상황 종료.]

[알았어. 들어간다.]

비상구를 통해 테슬라 박사가 치료받고 있는 특실로 들어갔다. 방안은 소독약 냄새 대신 코를 찌르는 탄내와 까만 재만 가득했다.

“모두 태웠어.”

“잘했어.”

칭찬받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자신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혈풍의 어깨를 두드려 노고(?)를 위로했다.

자신을 소라고 착각하는지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에 춤이라도 출 것처럼 어깨를 들썩였다.

한심한 눈으로 혈풍을 쳐다본 후 겁에 질려 벌벌 떠는 테슬라 박사에게 다가갔다.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리는 박사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말도 통하지 않았고, 물어봐야 시간만 낭비라는 생각에 살려달라는 박사의 간절한 눈을 외면했다.

박사를 살려 미래 연구소에 데려간다면 쓰임새가 많았다. 생체병기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존재로 의학 분야에 접목하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머리가 좋다고, 뛰어나다고, 엄청난 연구 성과를 냈다고 사람을 실험용 기니피그(guinea pig)처럼 취급한 행동을 용서할 순 없었다.

그건 극악한 인체 실험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인 731부대 의사들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고 용서한 미국과 같은 행동이었다.

기억 흡수를 사용하자 70년 동안 쌓이고 쌓인 박사의 방대한 기억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 저장됐다.

기억을 모두 흡수하자 살기를 투사했다. 미련을 갖지 않기 위해 빠르고 깔끔하게 목숨을 끊었다.

너무 편안한 죽음을 준 게 아닌지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죽일 순 없었다.

혈풍에게 뒷마무리를 부탁하고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옆 건물로 넘어가자 박사가 머물던 특실 유리창이 터지며 불길이 치솟았다.

‘호문쿨루스? 영생?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게 인간의 꿈이라지만, 모기 레드몬에 뇌를 빨리면서까지 그러고 싶을까?’

테슬라 박사의 기억을 통해 다비드 회장이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젊음 그리고 나와 같은 힘이었다.

다비드 회장은 불사의 육체와 강력한 힘을 얻어 영원토록 세상을 지배하려 했다.

“영생이 가능해요?”

“몸으로 사용할 그릇은 만들었고, 정신을 담는 일만 남았어.”

“그릇이 이브에요?”

“응!”

“정신은요?”

“모기 레드몬.”

“네에?”

“모기 레드몬을 이용해 기억을 이전할 계획이었어.”

“발상이 기발하긴 한데, 그게 다비드 회장이라고 할 수 있나요? 모기 레드몬에 뇌를 빨리면 다비드 회장이 아니라 모기 레드몬이잖아요?”

“기억을 온전히 이전하면 그게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기억을 온전히 옮겼다고 영혼까지 넘어가는 건 아니잖아요? 영혼이 없는데 그게 자기 몸이에요? 말도 안 돼요.”

“영혼을 믿지 않으면 상관없지.”

마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비드 회장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아와 서인도 마샤와 같은 생각인지 예쁜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많은 종교가 육신은 죽어도 영혼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영혼불멸설(靈魂不滅說)을 믿었다.

기독교에서는 야훼(YHWH)가 불멸하는 영혼을 인간에게 불어넣었다고 믿었고, 도교에서는 불멸하는 존재를 신선이라 믿었다.

불교에서는 불멸의 영혼이 업식(業食)에 따라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으로 윤회한다고 믿었다.

서로 차이는 있지만, 영혼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은 같았고, 이런 생각은 기독교, 불교가 세상에 태어나기 훨씬 전인 원시종교부터 존재했다.

“키메라에 대한 자료는 모두 사라진 거예요?”

“그렇지 않아. 키메라Ⅰ, Ⅱ, Ⅲ에 대한 자료는 끌로드 베리 비서실장이 갖고 있고, 호문쿨루스에 대한 자료도 극히 일부지만 다비드 회장에게 있어.”

“그걸로 이브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온전한 자료가 아니라서 쉽진 않을 거야. 그러나 대략적인 방법을 알고 있어 늦어도 10년이면 이브를 다시 만들 수 있어.”

“다비드 회장을 처리해야 일이 끝나는 거네요?”

“그렇지.”

상아의 말처럼 다비드 회장을 없애야 신형 키메라가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 역시 시간을 늦추는 것에 불과했다.

변종 모기 레드몬과 써커의 유전자와 샘플을 가진 나라가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적어도 10개국은 됐다.

이들이 로스차일드만큼 연구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테슬라 박사가 걸어간 길을 열심히 쫓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브로 인해 개발 방향의 길을 제시받은 것이나 다름없어 연구 속도가 빨라질 게 분명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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