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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80화 (4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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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 전쟁

“이브가 로스차일드를 괴롭히는 건 박수를 칠 만큼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이브의 능력을 생각하면 무조건 좋아할 수만도 없겠네요.”

“그렇지.”

“풍산개로 이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안될 거야.”

“상급 능력자 수준은 되겠죠?”

“아프리카 정글에서 살아남을 정도면 그 이상이라고 봐야지.”

“오빠와 같은 최상급 능력자라는 말씀이세요?”

“최상급 능력자인지, 상급 레드몬인지 알 수 없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닐 거야.”

“키메라Ⅲ처럼 마구 찍어내는 건 아니겠죠?”

“아니길 바라야지.”

상아의 말처럼 로스차일드를 괴롭히는 이브의 등장이 기쁘긴 했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이브가 실패작이라고 해도 문제점을 보완하면 이브와 비슷한 성능의 신형 키메라가 쏟아져 나올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C급 엘리트 레드몬에 불과한 풍산개로는 이브를 막을 수 없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로 물량에는 장사가 없었다.

“이브를 도와야 하는 게 아닐까요?”

“왜?”

“그래야 이브와 같은 신형 키메라가 나오는 걸 막죠.”

“그랬다간 전쟁이 날 수도 있어. 다비드 회장과 전쟁이 나면 로스차일드 가문 전체가 참전할 거야.”

“전쟁이 나도 해야죠. 시간을 주면 싸워볼 기회마저 없잖아요.”

“흐음...”

상아의 말이 맞았다. 시간이 지나 신형 키메라가 쏟아져 나오면 싸움다운 싸움도 해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거나, 평생 도망 다니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

기회가 있을 때 이브를 도와 다비드 회장을 처리하고, 키메라 생산시설과 연구진을 모두 없애야 했다.

“키메라를 인류를 위해 사용한다면 참 좋을 텐데요.”

“그렇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 그러나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그리고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 힘을 가져도 위험한데, 100년 넘게 전쟁과 금융사기로 사람들을 죽이고 돈을 번 놈들이 힘을 갖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안 봐도 뻔하잖아.”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아도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세상에서 가장 많은 걸 가졌으면서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사람들의 손에 든 십 원짜리도 빼앗고 싶은 우리나라 재벌하고 다를 게 없는 마음이겠지.”

신형 키메라가 나오면 레드몬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환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로 신형 키메라가 나오면 인류를 지배할 황제가 탄생하는 것이다.

로스차일드는 국가인 미국보다 더 많은 능력자를 보유했지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레드몬을 잡기보단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능력자를 이용했다.

그런 로스차일드가 상급 능력자의 힘을 가진 키메라를 레드몬 사냥에 동원한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을 허투루 산 것이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 힘을 가진 황제가 탄생하면 그때부터 인권은 사라지고, 세상엔 노예만 남게 된다.

다비드 회장이 자선사업에 많은 돈을 쓴 건 로스차일드를 착한 기업, 착한 가문으로 포장하려는 것이지 인류애를 실천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전쟁에 관여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무기와 언론, 금융으로 전 세계를 주름지게 한 기록을 감추기 위해 자선사업에 돈을 쓴 것이었다.

신형 키메라가 나오면 더는 가식의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된다. 신형 키메라로 견제세력을 모두 없애버리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세상을 휘두르면 되는 것이다.

“송골매 지금 어디 있지?”

“러시아에 있어요.”

“8대 전부 러시아에 있는 거야?”

“아니요. 4대는 나진시에서 정비 중이에요.”

“고장 났어?”

“수명이 다한 부품을 교체하고, 기체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하는 거예요.”

“그럼 바로 사용할 수 있겠네?”

“정비 들어간 지 한 달 넘었으니까 가능할 거예요.”

“내일까지 정비 끝내고 모두 독일로 보내. 러시아에 있는 4대는 이탈리아로 보내고.”

“송골매로 이브를 찾게요?”

“응! 그리고 강승원 국장에게 키메라 생산기지와 테슬라 박사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라고 해.”

“알았어요.”

레드몬 조기경보기 송골매로 이브를 찾을 생각이었다. 지지난해 조기경보기 E-3 센트리 4대를 들여와 레드몬 탐지 레이더를 추가해 송골매로 개칭한 레드몬 조기경보기는 작년 4대를 추가해 총 8대로 늘어났다.

탐지거리가 5km밖에 안 되지만, 공중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레드몬 서식지와 숫자, 등급까지 모조리 알아낼 수 있어 레드몬 방어에 큰 도움이 됐다.

한반도와 큐슈, 시코쿠, 혼슈, 동북 삼성, 연해주의 레드몬을 모두 조사하자 놀리기가 아까워 운용비만 받는 조건으로 러시아에 레드몬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모기 레드몬이 없으면 어쩌죠? 유전자를 결합해 이브를 만든 거라면 송골매로는 찾을 수 없어요.”

“못 찾아도 돼. 꼭 이브와 손을 잡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럼 송골매는 왜 보내는 거예요?”

“우리와 상관없다는 걸 다비드 회장에게 보여주려고.”

“믿을까요?”

“당연히 안 믿지.”

독일과 이탈리아로 이동한 송골매가 유럽을 들쑤시고 다니면 우리가 이브를 찾는다는 걸 다비드 회장도 알게 된다.

이브를 찾으면 다행이고, 못 찾아도 그만으로 이브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몰래 키메라 생산기지를 파괴할 생각이었다.

“이브가 한 것처럼 꾸밀 생각이세요?”

“일단은 그렇게 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어?”

“속아 넘어갈까요?”

“속아 넘어가면 다행이고, 아니어도 어쩔 수 없지.”

“하긴 그러네요. 무조건 없애야 하고, 누가 했든 화살은 우리에게 날아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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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3월 20일

상반기 원정이 시작됐다. 평소 남들 모르게 조용히 나진시를 떠났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원정은 기자들을 불러 조촐한 출정식까지 치르고 떠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다비드 회장에게 일하러 간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려는 행동으로 그동안 매일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여주고, 송골매의 이동도 드러내놓고 하는 등 나름 이브와 무관하다는 것을 대외에 널리 알렸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캐나다, 영국, 독일, 포르투갈은 하람이 돌고, 브라질과 우루과이, 터키, 이란, 이집트, 알제리는 나와 아내들이 나눠서 돌기로 했다.

대신 둘 다 자리를 비우는 건 위험해 하람이 사냥을 끝내고 돌아온 다음 날인 4월 15일 브라질로 출발했다.

“코르시카 섬이면 알제리에서 가면 금방이네.”

“섬을 오가는 건 침투용 헬기를 이용하면 되니까 어려울 게 없지만, 아무도 모르게 일을 끝마치고 나올 수 있느냐 그게 문제죠.”

“우리에겐 혈풍이 있잖아. 녀석이 동화 스킬을 쓰면 상아도 어디 있는지 몰라. 감쪽같이 해치우고 나올 수 있어.”

이브로 인해 생체병기 연구소와 키메라 생산기지, 나이트 인공 배양소, 나이트 훈련소의 위치가 드러났다.

그동안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던 시설들로 경비 병력이 세 배에서 최대 열 배로 늘어나며 꼬리가 잡혔다.

쌍두독수리 공대도 나름 노력한다고 표시 나지 않게 은밀히 움직였지만,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면 먹고 마시는 것부터 티가 났고, 사고 치는 놈들도 있어 숨기는 게 쉽지 않았다.

“테슬라 박사와 연구원, 키메라 자료까지 모두 없애야 해요. 실패하면 찾기가 더욱 어려울 거예요.”

“강승원 국장이 키메라 생산기지 내에 연구소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으니 믿어야지 어쩌겠어.”

“박사는 물론 자료조차 없을 수도 있어요.”

“지금은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아갈 수밖에 없어.”

“하아~ 그게 가장 마음에 안 들어요.”

“완벽한 조건은 없어. 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는 길밖엔.”

코르시카 섬까지 가는 건 소형 헬리콥터 MD 500 디펜더를 이용하면 된다. 500MD는 민수용으로 생산된 휴즈 500의 군용 버전으로, AH-1 코브라와 AH-64 아파치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성능도 뛰어나 대한항공에서도 300대를 생산했다.

지난달 키메라 생산시설을 공격할 목적으로 은밀히 중고 MD 500 디펜더 한 대를 사들여 개장작업을 마쳤다.

전용헬기 MI-26 헤일로는 덩치가 너무 커 화물기에 싣고 다닐 수 없어 소형 헬기인 MD 500 디펜더를 준비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엔진과 주요 부품, 뼈대를 통째로 바꾸고, A급 엘리트 레드몬 가죽으로 기체를 감싸 황금보다 더 비싼 침투용 헬기로 개조했다.

알제리에 도착하면 그날 저녁 MD 500 디펜더에 상아와 서인, 혈풍, 마샤만 태우고

코르시카 섬에 은밀히 침투해 키메라 생산시설을 파괴할 계획이었다.

공격은 동화 스킬로 레이더와 적외선 카메라에도 걸리지 않는 혈풍이 침입해 지옥의 불길로 모두 태울 생각이었다.

문제는 은하가 말한 것처럼 테슬라 박사와 연구원, 키메라 자료까지 모두 없앨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강승원 국장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이브에게 베른의 키메라 연구소가 공격받기 전 테슬라 박사와 주요 연구원들이 코르시카 섬의 키메라 생산기지로 급히 옮겨온 정황이 포착됐다.

신형 키메라가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하려면 테슬라 박사와 연구원들을 제거하고, 자료까지 모두 없애야 했다.

그러나 둘 다 쉽지 않은 일로 신형 키메라에 관한 자료를 여러 곳에 숨겨뒀을 수도 있었고, 테슬라 박사와 연구원들도 분산했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강승원 국장이 조사한 대로 코르시카 섬에 박사와 연구원들이 모두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코르시카 섬의 키메라 생산기지를 공격하는 건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는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놈들이 모이길 기다릴 수도 없었다. 이브가 세상에 나온 순간 시간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다비드 회장에게 시간을 주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했다.

우리가 공개적으로 원정에 오르자 감시의 눈길이 더욱 심해졌다. 원정을 핑계로 주요시설과 요인을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경비가 한층 강화됐다.

그럴수록 아무것도 모르는 척 행동하며 한껏 여유를 부리며 브라질에서 7일, 우루과이에서 6일을 소비하고, 터키에서도 9일을 보낸 후 이집트에 도착했다.

“이젠 대놓고 감시하네.”

“내버려둬. 마음이 확 풀어져야 일하기 좋지.”

“그래도 그렇지 숨지도 않고 사진을 찍어대는 건 너무 하잖아.”

“숨어서 찍나 보여주면서 찍나 찍는 건 마찬가지잖아. 다를 게 뭐가 있어?”

“그런가?”

“그래 이 바보야.”

“아얏~ 그러지 마! 아파아~”

살짝 백치미를 보이는 은비의 볼을 꼬집자 많이 아픈지 눈물을 글썽였다. 예전 같으면 아프다고 길길이 날뛰며 화를 냈을 텐데, 사랑에 눈이 멀자 투정 대신 품에 안겨 코맹맹이 소리로 애교를 부렸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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