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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78화 (478/505)

00478  분노의 화신 이브  =========================================================================

478.

순수했기에 더욱 크게 분노한 이브는 비밀 연구소를 지키던 능력자 50명과 경비병 2,000명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지하로 내려갔다.

이브는 겁에 질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연구원들을 무표정한 얼굴로 죽이고 또 죽였다.

이브도 이들이 르원틴 박사를 죽이진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르원틴 박사를 죽인 사람들과 공범이라고 생각해 손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

이브는 사람들을 죽이며 르원틴 박사의 스승이자 연구소 책임자인 헤니 테슬라 박사를 찾았다.

테슬라 박사는 르원틴 박사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거란 생각에 연구소를 이 잡듯 뒤졌다.

그러나 테슬라 박사를 비롯해 자신을 관찰하던 연구원들 일부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테슬라 박사의 사무실로 들어간 이브는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끝에 자신에 대한 기록과 박사가 옮겨간 곳이 어디인지 찾아냈다.

이브가 달아난 것을 알아낸 블랙 나이트 대장 사무엘 윌슨은 끌로드 베리 비서실장에게 키메라 연구소를 옮길 것을 건의했다.

끌로드 베리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은 다비드 로스차일드 회장은 먼저 헤니 테슬라 박사와 주요 연구원을 키메라 생산기지가 있는 코르시카 섬으로 옮겼다.

그러나 생산기지엔 연구시설이 없어 연구시설이 만들어질 때까지 아델보덴 연구소는 폐쇄하지 않고 호문쿨루스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이 때문에 코르시카 섬으로 옮겨가지 못한 연구원 78명과 직원 112명, 경비병력 2,050명이 목숨을 잃었다.

목적을 달성한 이브는 연구소를 깡그리 부수고 코르시카 섬으로 테슬라 박사를 찾아갔다.

코르시카(Corsica) 섬은 지중해에서 4번째로 큰 섬으로 이탈리아의 서쪽, 프랑스의 남부, 사르데냐 섬의 북쪽에 있는 섬이었다.

목축업 외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섬이지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의 출생지란 명성과 지중해의 수려한 풍광 덕분에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다.

물어물어 코르시카 섬을 찾은 이브는 키메라 생산기지가 섬에 있다는 것만 알뿐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비드 회장은 10년 전 섬 북쪽을 사들여 산 중턱에 터널을 뚫고 키메라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키메라 생산기지는 프랑스 정부와 코르시카 주민도 모르는 시설로 위성으로도 찾을 수 없게 철저하게 은폐됐다.

이로 인해 3일 동안 코르시카 섬을 샅샅이 뒤진 후에야 간신히 기지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급 레드몬에 상급 능력자라 해도 탐지 능력이 없는 이브는 뛰어난 후각과 청각, 시각을 이용해 생산기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브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공중에서 둘러보면 키메라 생산기지를 금세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살인이 죄라는 것도 모르는 이브는 여전히 순수 그 자체였다.

이브가 간신히 기지를 찾았을 때는 쌍두독수리 공대 능력자 3,000명과 4,000기가 넘는 키메라Ⅲ, 중무장한 경비원 20,000명이 철통같이 키메라 생산기지를 방어하고 있었다.

이브가 아델보덴 연구소를 공격하자 경비대가 비상벨을 눌렀고, 이 사실은 즉시 끌로드 베리 비서실장에게 보고됐다.

곧바로 쌍두독수리 공대가 이브를 잡기 위해 출동했고, 그와 동시에 주요인사와 시설에 대해 1급 비상령이 발령됐다.

다비드 회장과 가족은 안가로 몸을 숨겼고, 키메라 생산시설과 나이트 양성학교 등 주요시설엔 인력이 다섯 배로 보강돼 철통 같은 경비에 들어갔다.

마음 같아선 쳐들어가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이고 싶었지만, 자신을 소중히 하라는 르원틴 박사의 말을 잊을 수 없어 뒤로 물러났다.

이브의 능력이면 키메라 생산기지를 파괴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능력자 3,000명과 4,000기가 넘는 키메라Ⅲ를 모두 죽이고 무사히 빠져나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C급 상급 레드몬의 힘을 능가하는 이브는 대인전과 공중전에 특화된 형태로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엔 부적합했다.

이브는 A급 엘리트 레드몬의 공격도 100% 막을 수 있는 튼튼한 날개와 시속 800km가 넘는 빠른 속도, 열 손가락에서 자유자재로 발사하는 강력한 붉은 레이저가 주력 무기였다.

정글에서 레드몬을 싸울 때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는 장점과 강력하면서도 현란한 레이저를 이용해 치고 빠지는 전술로 강력한 레드몬을 모두 물리쳤다.

이를 활용하면 키메라 생산기지를 지키는 능력자와 키메라를 잡을 수도 있지만, 쌍두독수리 공대엔 원거리 공격에 뛰어난 민첩형 피지컬리스트와 멘탈리스트이 많아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브는 침착하게 르원틴 박사의 원수를 어떻게 하면 갚을 수 있는지 깊이 고민했다.

먼저 르원틴 박사의 말처럼 미래 레드몬의 박지홍을 찾아갈까 생각했다. 그러나 박지홍을 찾아간다고 원수를 갚는다는 확신이 없었다.

박지홍이 호문쿨루스인 자신을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었고, 운 좋게 뜻을 같이한다고 해도 한시가 급한 자신처럼 박지홍도 마음이 급해 바로 공격에 나선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브는 박사의 말을 어기고 싶지 않았지만, 박사의 말대로 하면 원수를 갚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용서를 빌며 이번 한 번만 자기 뜻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코르시카 섬을 빠져나온 이브는 세상을 제대로 알아야 원수를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모르면 원수를 갚는 건 고사하고 지난번처럼 실험실에 갇혀 이용만 당하다 죽게 된다는 걸 알았다.

테슬라 박사의 사무실에서 찾은 기록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만들어졌는지 대충이나마 알게 된 이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브는 한 번도 자신이 어떤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르원틴 박사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진실은 너무나 가혹해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괴물이나 다름없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르원틴 박사를 생각해 아픔을 꾹꾹 참고 이겨냈다.

이브는 자신을 만든 사람들이 미웠지만, 르원틴 박사를 생각해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자신을 이용하려 만든 사람도 있지만, 사랑해준 사람도 있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 인간을 적으로 삼지 않기로 했다.

날개를 옷 속에 숨기고 이탈리아로 숨어든 이브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숨은 재능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옆에 다가와 말을 걸지 못해 안달을 냈다.

처음엔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르원틴 박사를 생각하자 그게 상대를 좋아하는 모습이란 걸 알았다.

그러나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는 그것까진 이해할 수 없었다. 원수가 보낸 사람들이 아닌지 의심도 했지만, 애끓는 진심을 들은 후에야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게 됐다.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와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 이유를 알 수 없는 믿음 그리고 후광이 비추는 것 같은 아우라에 자신도 모르게 이브의 포로가 됐다.

숨은 재능을 발견한 이브는 이 능력을 이용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원수를 갚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박사의 죽음과 인간이 자신을 이용하려 한 사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에 짧은 고민을 끝냈다.

먼저 이민국 직원을 꼬드겨 신분증을 만들고 염색과 화장을 통해 외모도 최대한 바꿨다.

그리곤 고급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고위경찰, 국회의원, 대기업 임원 등을 유혹했다.

이들을 통해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모으며 힘이 되어줄 조력자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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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로 숨었는지 그것도 알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야. 이브가 아델보덴 연구소에 나타난 지 벌써 열흘이 지났어. 그동안 회장님은 숙소를 다섯 번이나 옮겼고, 회사엔 출근도 못 하셨네. 사모님과 도련님, 아가씨들도 핀란드까지 피신해 밖에도 나오질 못하고 계셔. 그런데 아직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했다는 보고를 회장님께 드리란 말인가?”

이브가 아델보덴 연구소를 쑥대밭으로 만든 후 사라진 지 열흘이 지나도록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단서조차 찾지 못하자 열이 받은 끌로드 베리 비서실장이 언성을 높였다.

말수가 적고 점잖은 다비드 회장은 이번 일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목숨을 위협받은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서 살짝 불편해할 뿐 언짢아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마음까지 평안한 것은 아니란 걸 오랫동안 회장을 모신 끌로드 베리 비서실장은 알고 있었다.

일을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 날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 화를 내면 뒷감당을 하기 어려운 법으로 그전에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블랙 나이트와 정보원들을 총동원했지만, 아델보덴 연구소를 나온 이브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누군가 도움을 주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누군가 이브를 도왔다면 도와준 흔적이라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자들이 도왔겠죠.”

“박지홍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가?”

“박지홍과 놈의 아내들, 박지홍에 버금가는 서하람이면 흔적을 지우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울 겁니다.”

“아프리카에 있던 이브가 아시아까지 어떻게 간단 말인가? 날개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 먼 곳을 갈 수가 없지 않은가?”

“이브가 말리에서 달아나 정글로 숨어들었을 때 박지홍과 미래 레드몬 사냥팀은 탄자니아와 남수단에 있었습니다.”

“그건 상급 레드몬을 잡으러간 것 아닌가?”

“남수단에 고작 닷새를 머물렀지만, 탄자니아에 열흘 넘게 머물렀습니다. 그중 닷새는 엘라스모테리움을 감시한다는 핑계로 숙소에도 돌아오지 않았고요. 분명 그때 이브를 데려간 게 분명합니다.”

“으음... 그럴 수도 있겠군.”

사무엘 윌슨 대장이 확신을 갖고 말하자 끌로드 베리 비서실장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블랙 나이트 사무엘 윌슨 대장은 다비드 회장과 끌로드 베리 비서실장 등 극소수의 사람만 아는 숨은 상급 피지컬리스트로 배신자를 추적·섬멸하는 척살부대의 대장이었다.

사무엘 윌슨 대장이 이브 처리를 맡게 된 건 다비드 회장이 거느린 부하 중 추적 능력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으로, 10년간 블랙 나이트를 대장으로 근무하며 단 한 번도 목표물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브로 인해 명성에 심각한 흠집이 나며 이브의 이 자만 들어도 자다가 뻘떡 일어날 만큼 혈안이 된 상태였다.

“이브의 능력은 중급 피지컬리스트로 아프리카 정글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어야 정상입니다. 그리고 능력이 빠르게 향상했다고 해도 연구소 경비병 2,000명과 나이트 50명을 순식간에 죽일 순 없습니다. 두 달 만에 상급 나이트로 승급한 예는 보고된 적도 없지만,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아델보덴 연구소에 이브가 침입해 경비병을 죽이자 당직 나이트가 신속히 비상벨을 눌렀다.

그러나 상황을 보고할 시간은 없었다. 당직자가 보고한 내용은 이브가 침입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이브가 인기척이 있는 곳엔 레이저를 마구 쏘아대 1분 만에 경비대를 모두 죽여 보고할 시간이 없었다.

사무엘 엘슨은 경비대만 있었다면 이브 혼자서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지만, 중급 피지컬리스트 4명과 중급 멘탈리스트도 1명을 포함해 나이트가 50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이브 혼자서 상황을 보고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처리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이브 혼자서 아델보덴 연구소를 침입한 게 아니라 조력자가 있다고 믿었다.

박지홍이 경비대를 무력화한 사이 이브가 이들을 모두 죽이고 지하로 내려가 연구원과 직원들까지 죽였다고 생각했다.

박지홍을 의심하는 건 고함을 질러 레드몬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기절시킨 후 죽였다는 제보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몇 년 전 일로 지금은 최상급 피지컬리스트가 확실한 만큼 나이트 50명과 경비병 2,000명은 단번에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죽은 사람의 상처가 모두 같은 게 께름칙했지만, 이브 혼자서 한 것처럼 일을 꾸미기 위해 위장했을 수도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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