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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74화 (474/505)

00474  상급 레드몬 엘라스모테리움(Elasmotherium)  =========================================================================

474.

“쒸우웅~”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파멸의 창이 날아들자 엘라스모테리움의 기다란 뿔에서 하얀 광선이 날아갔다.

“지이잉~”

지름이 3m나 되는 광선이 파멸의 창과 부딪치자 블랙홀에 빛이 빨려들 듯 감쪽같이 사라졌다.

심지어 연어가 물길을 거슬러 오르듯 파멸의 창이 광선을 타고 속도를 더해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철석같이 믿었던 광선이 창을 막지 못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엘라스모테리움이 사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길이 25.3m, 무게 25.5ton의 거대한 동체가 날렵한 날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묘기였다.

하지만 놈의 신기한 움직임보다 파멸의 창이 조금 더 빨라 엉덩이와 왼쪽 다리를 뚫고 지나가 땅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히이이이잉~”

기둥 같은 굵은 다리와 커다란 엉덩이가 절반 넘게 사라진 엘라스모테리움이 바닥에 쓰러져 벌벌 떨며 애처롭게 울어댔다.

예전 같으면 죄 없는 레드몬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마음이 씁쓸했을 텐데, 레드몬의 기억을 흡수한 이후 성격이 잔인하게 변해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남산만 한 배에 연속으로 가시창을 던졌다. 다리가 날아간 엘라스모테리움은 버둥거리기만 할 뿐 일어나질 못해 가시창을 피하지 못했다

“푹푹푹!”

가시창 세 개가 연약한 배를 파고들자 극심한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에서 하얀 거품을 뿜어냈다.

“상급 레드몬이라고 한가락 하네.”

입에서 거품을 뿜어내자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죽기는커녕 상처 부위로 흘러간 거품이 파멸의 창에 타서 사라진 부위에 새살을 돋게 했다.

파멸의 창을 한 자루 소환해 놓고 놈의 특이한 치료술을 감상했다. 지금껏 파멸의 창에 다친 상처를 치료한 레드몬은 매머드와 엘라스모테리움 딱 두 마리였다.

그러나 매머드는 파멸의 창이 발전하기 전의 일로 더욱 강력해진 파멸의 창에 맞으면 상처를 치료하기 어려웠다.

엘라스모테리움도 사라진 부위를 새로 만드는 것으로 파멸의 창에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효과는 만점으로 상처에 모인 거품이 사라진 부위와 똑같은 모양으로 변해 복제라고 해도 될 만큼 아주 정교하게 복원했다.

치유와 재생 스킬은 멍들고 찢어진 상처를 낫게 하고, 소모된 체력을 빠르게 회복시켜줬지만, 사라진 팔다리를 재생하진 못했다.

잘린 팔다리를 상급 힐러가 그 자리에서 접합 치료를 할 순 있지만, 잘린 팔다리가 없으면 영원히 불구로 살아야 했다.

사라진 신체 부위를 복원하는 건 신의 영역으로 엘라스모테리움은 파멸의 창에 사라진 상처까지 감쪽같이 복원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고 복원 속도가 너무 느렸다. 사라진 엉덩이와 다리를 재생하는 무려 10분이 걸렸다.

사라진 부위를 복원하는데 10분이면 눈부시게 빠른 속도지만, 전투 중에 사용하기엔 거북이처럼 느린 속도였다.

10분이면 엘라스모테리움을 1,000번 넘게 죽일 수 있는 시간으로 간신히 엉덩이와 다리를 재생한 놈의 배에 파멸의 창을 던졌다.

파멸의 창이 배를 뚫고 들어가 엉덩이로 뚫고 나왔다. 중요한 뿔과 심장, 레드주얼을 다치지 않게 내장만 훑어냈다.

강대한 생명력과 기사회생의 스킬을 가진 엘라스모테리움도 장기가 한꺼번에 사라지자 어쩔 도리가 없는지 1분을 버티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아주 잔인하게 엘라스모테리움을 죽이고 재빨리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아직 죽지 않은 뇌세포에서 기억을 흡수했다.

죽은 다음이라 온전한 기억을 흡수할 순 없었지만, 다행히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던 모습은 남아 있었다.

“죽은 상태에서도 기억을 흡수할 수 있어?”

“잠깐이지만 살아 있는 뇌세포가 있어 일부 기억은 흡수할 수 있어.”

“건진 게 있어?”

“쪼금!”

엘라스모테리움이 죽자 은비가 가장 먼저 달려와 질문을 던졌다. 칭찬은 소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아끼고 예뻐하자 훈련도, 일도 가장 열심히 했다.

엘라스모테리움에서 나온 레드주얼은 마샤에게 돌아갔다. 오랜만에 기대에 부응한 레드주얼은 상처 복원과 멘탈포스 50% 향상 두 가지 스킬을 품고 있었다.

상처 복원 스킬은 잘린 팔다리, 깊게 파인 상처, 불이나 스킬에 타서 없어진 상처 등을 사라지기 직전의 모양으로 복원하는 스킬로, 오래된 상처도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었다.

상처 크기와 부위에 따라 포스 소모량이 달라 일반인의 팔 한쪽을 온전히 복원하는데 대략 멘탈포스 1,000이 소모됐다.

포스 소모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사라진 팔을 포스 1,000과 맞바꾼다는 건 사기나 다름없었다.

멘탈포스 50% 향상은 포스양만 늘려주는 것으로 스킬의 능력 향상, 새로운 스킬 출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상급 레드몬 사냥할 때마다 오빠가 다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네요.”

“내가 심하게 다칠까 봐 걱정됐어?”

“네!”

“조심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고 있어요.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어요. 엘라스모테리움처럼 상급 레드몬은 강력한 스킬 한 가지는 꼭 갖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흐흐흐~ 앞으로 마샤 믿고 마음껏 싸워도 되겠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다치면 안 돼요.”

“먀샤가 있는 한 불구가 될 염려는 없잖아?”

“그렇다고 일부러 다칠 이유도 없잖아요. 오빠 다치면 언니들이 마음 아파 잠도 못 자고 물도 못 마셔요. 저도 가슴이 너무 아파 미칠 것 같단 말이에요.”

“농담이야.”

“오빠! 농담이라도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가슴이 두근거려요.”

“알았어.”

상처 복원 스킬은 다친 부위를 감쪽같이 복원하지만, 근력까지 복원하진 못했다. 모양과 기능은 똑같이 복원해도 근력은 처음부터 다시 키워야 했다.

상처 복원 스킬의 단점 중 하나로 엘라스모테리움이 거품으로 다친 엉덩이와 다리를 복원할 때 기감으로 알아냈다.

그러나 전투 중 복원하는 것만 아니면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그로기 상태에 빠질 만큼 심한 부상을 입으면 전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치유와 재생 스킬로 상처를 치유하며 싸울 수도 있지만, 그것도 버틸 수 있는 상처라야 가능한 것으로 엘라스모테리움처럼 치명상을 당하면 신의 권능이 있어도 소용없었다.

“사라진 다리와 팔을 찾아주면 사람들이 정말 기뻐하겠죠?“

“기뻐하는 정도가 아니라 감격해 밤새 펑펑 울겠지. 그리고 죽을 때까지 평생 은인으로 생각할 거야.”

“은인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만 찾아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해요.”

“우리 마샤는 말하는 것도 예뻐!”

“헤헤헷~”

사라진 팔다리를 복원해주면 은인인 아니라 평생 종으로 살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은 흉터 하나만 생겨도 벌벌 떠는 세상에서 팔다리가 없다는 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비웃음, 모멸감, 막막한 생계 등 대한민국은 장애인이 살기엔 매우 힘든 나라였다.

운 좋게 이런 것들을 다 이겨내도 상실감과 자책감은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줬다.

“돌아가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다 다친 사람들부터 치료해줄 거예요. 대한민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너무 천대해요. 우리라도 그분들을 챙겨줘야 할 것 같아요.”

“기특하게 나도 못한 생각을 마샤가 했네.”

“제가 한 게 아니라 언니들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거예요.”

“대부분은 그런 얘기를 들어도 무심히 지나쳐. 자기 얘기가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 기억도 못 해. 마샤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언니들 얘기를 귀담아듣고 여러 번 생각했다는 거야.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야.”

“창피하게 왜 그래요. 그만하세요. 남들이 들으면 나라를 구한 줄 알겠어요.”

“예뻐서 그러지.”

마샤의 마음 씀씀이에 진심으로 감복해 칭찬을 늘어놓자 창피한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태생인 마샤가 나보다 한국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는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샤가 한국 사람을 걱정하는 건 내가 한국 사람이고, 언니와 동생들이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피는 우크라이나 사람이지만, 마음과 몸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마샤는 진짜 한국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 모습을 보면 내가 외국인 같았다. 피와 모습은 한국 사람이 맞지만, 마샤의 반의반도 대한민국을 걱정하지 않았다.

외모, 태생과 상관없이 자기가 몸담고, 사랑하는 나라가 조국이었다. 영주권을 갖고 미국에 살며, 영어를 쓰고, 미국에 세금을 내는 한국인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

겉모습이 한국인이라고, 피가 한국인이라고 한국인이 아니다. 언어도 잃어버리고, 생각과 문화마저 잃어버린 사람이 어찌 한국인이고 할 수 있겠는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모국의 언어와 문화·사상·생각을 잊어버린 버린 사람은 무늬만 한국인이었다.

“뿔이 진짜 보물이네.”

“광선을 발사했던 기다란 뿔을 말하는 거예요?”

“응.”

“왜요?”

“독과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몰아내 줘.”

“벽사목보다 좋은 거예요?”

“서각은 각종 독과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스킬을 막아주지만, 벽사목처럼 레드몬을 막아주진 못해. 효과는 월등해도 쓰임새는 전혀 다르니까 어느 것이 더 좋다고 꼭 집어서 말하긴 곤란한데.”

“효과가 어느 정도나 되는데 그래요?”

“B급 엘리트 레드몬까진 상태 이상 스킬을 100% 방어하고, A급은 효과를 70% 이상 반감해줘.”

“우와~ 벽사목보다 좋네요.”

“상급 레드몬이니까 효과는 월등하지.”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따르면 코뿔소 뿔 서각(犀角)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풍독을 없애고, 독기를 물리치며, 경기를 멈추게 했다.

또한, 열독으로 인한 광언과 망어 증상을 고치며, 눈을 밝게 하고, 백독을 해독하고, 종기와 부스럼을 다스린다고 했다.

일각에서 암 치료와 정력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서각의 값을 올리려는 꼼수로 동의보감에 따르면 암과 정력에는 효과가 없었다.

코뿔소 뿔의 효능을 생각하면 상급 레드몬 엘라스모테리움의 서각은 말할 필요도 없이 인세의 보물이었다.

엘라스모테리움의 서각은 벽사목처럼 레드몬이 접근하는 건 막지 못해도 독과 병균, 레드몬의 상태 이상 스킬을 방어했다.

외부의 공격뿐만 아니라 몸에서 생성되는 나쁜 병균과 독성물질도 자동으로 해독·살균해줬다.

일부 효과는 3단계 정화수에 필적해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평생 무병장수할 수 있었다.

크기도 A4용지 절반인 15cm에 두께는 3cm 정도면 한 명은 충분히 책임져, 12m가 넘는 아래 뿔만 다듬어도 수백 명이 혜택을 볼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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