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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65화 (465/505)

00465  상급 레드몬 크라켄(Kraken)  =========================================================================

465.

“으아악~~~”

전투 중 가장 금기시하는 것은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스포츠 경기와 고전적인 전투에서 흔히 사용하는 고함과 함성은 상대의 기를 꺾는 용도로 효과가 탁월해 빠지지 않고 사용하는 전술이었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고함을 치는 건 죽여 달라는 뜻과 같았다. 총기류를 사용하는 현대전에서 고함을 치면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들었고, 십중팔구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레드몬과의 전투도 마찬가지로 소리를 지르는 건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레드몬을 불러들이는 일로 금기시됐다.

레드몬을 유인하거나 방어를 책임진 체력형 피지컬리스트들이 멘탈리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언제나 은밀함을 추구하던 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바람 스킬을 최대로 사용하자 몸이 쭉 늘어나며 놈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코앞까지 다가가 살기를 가득 담아 포효를 내지르자 크라켄이 순간 흠칫했다. 살의를 잔뜩 품은 사나운 맹수가 달려드는 듯한 착각을 느낀 놈이 순간 경직되자 커다란 눈을 향해 파멸의 창을 던졌다.

서로 얼굴이 맞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던진 파멸의 창이 겹겹이 막은 다리를 뚫고 들어가 검은 눈동자를 파고들었다.

눈을 뚫고 들어간 파멸의 창이 반대편으로 나오지 않고 방향을 수직으로 꺾어 몸통을 뚫고 항문, 먹물낭, 아가미 심장, 내장낭을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펑~”

크라켄이 반사적으로 휘두른 촉완이 가슴을 후려쳤다. 생전 처음 느껴본 엄청난 충격에 대포알이 날아가듯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구미호가 재빨리 따라붙어 끌어당겼지만, 크라켄이 최후의 발악으로 휘두른 힘을 당할 순 없었다.

산만한 촉완에 맞아 무려 5km나 날아갔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볼썽사납게 200m 넘게 뒹굴었다.

그래도 피해 면역과 철갑 덕분에 숨이 끊어지진 않았다. 피해 면역은 물리 공격, 스킬 공격, 상태 이상까지 모든 피해를 30초간 100% 막아주는 스킬이었다.

그러나 막아줄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가면 100%가 아니라 일정 부분 충격을 차감해주거나, 시간이 줄어들었다.

기준은 내 능력으로 B급 상급 레드몬까진 100% 면역이었고, 그 이상은 50%씩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촉완에 맞은 충격 중 50%는 그대로 전달됐다. 그래도 철갑이 15%, 방어구가 10%를 차감해줬고, 맞는 순간 날아가며 충격이 완화돼 실제 받은 충격은 10% 정도였다.

비명을 지르며 달려온 아내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눈이 감겼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으로 눈을 뜨기 위해 이를 악물었지만, 감기는 눈을 막을 수가 없었다.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는데, 고추만 팔팔하네. 피의 저주 덕분에 사는 거 아니겠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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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때요? 움직일 만해요?”

“응! 이제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무리하면 안 돼요. 며칠 더 누워 계셔야 해요.”

“알았어. 대신 혼자 있으며 심심하니까 이리와.”

“네!”

전담 주치의 마샤를 품에 안고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멀리 나진시와 항구가 한눈에 보였다.

나진 타워는 외벽 전체가 특수 유리로 어디서든 밖을 볼 수 있었다. 24시간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어 좋지만, 홀딱 벗고 있으면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아직도 시끄러워?”

“A급 상급 레드몬을 잡았는데 쉽게 조용해지겠어요?”

“하긴. 나라도 몇 달은 그 이야기를 하겠지.”

“당분간 많이 시끄러울 거예요. 그렇다고 우리에게 해가 될 건 없으니, 오빠는 마음 쓰지 마시고 안정을 취하세요.”

“알았어. 그런데 사체는 언제 들어오는데?”

“모레 입항할 거예요.”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크라켄의 거대한 촉완에 맞아 날아간 지 3일 만에 정신을 차렸다.

아내들이 곁에 다가오자 긴장의 끈이 풀렸는지 바로 정신을 잃었고, 아리와 마샤, 아영의 응급치료 후 집으로 옮겼다.

스킬에 당한 상처가 아닌 촉완에 가격당한 물리적 상처로 충격의 90%는 떨어지기 전 보호 스킬과 방어구 등에 상쇄돼 심한 외상은 없었다.

무리한 포스 운영과 과도한 흡기로 몸에 이상이 생긴 상태에서 충격이 더해져 정신을 잃은 것이지 죽을 만큼 다쳐서 기절한 건 아니었다.

아내들도 대부분 기감력을 터득해 내 상태를 금세 알아채 예전처럼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그러나 촉완에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 펑펑 울어댄 건 전과 다름이 없었다.

파멸의 창에 머리와 몸통을 관통당한 크라켄은 한쪽 눈이 터지고, 아가미 심장과 내장까지 모두 잃고도 1시간을 더 버티며 저항했다.

그렇다고 도망가거나, 하람과 혈풍을 죽일 능력은 없었다. 강대한 포스로 꺼져나가는 생명을 붙잡고 1초 1초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계속 화염탄을 날린 하람과 혈풍은 크라켄의 끈질긴 생명력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크라켄이 죽자 혈풍과 김가은 경호팀장만 남겨두고 아내들과 하람은 다친 나를 데리고 나진시로 돌아왔다.

하람이 따라온 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한 것으로 아내들에겐 크라켄보다 내가 수백만 배 더 중요했다.

크라켄이 인세에 보기 힘든 보물이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남편과 바꿀 수는 없었다.

누군가 크라켄을 욕심내 훔쳐간다고 해도 나만 무사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상급 레드몬 혈풍이 지키는 사체를 훔쳐갈 간 큰 도둑은 없었다.

문제는 혈풍의 존재를 몰라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나진시에 내가 도착하자 바로 크라켄 사냥 소식을 발표했다.

중장비 수백 대와 양수기 만 대, 인력 수만 명, 배와 헬기까지 동원하며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수많은 정보부를 속일 순 없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크라켄을 처리하려는 건 스킬이 노출되는 것과 방해꾼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스킬이 노출되는 건 밑천이 드러나는 일로 숨길 수 있을 때까진 무조건 숨겨야 했고, 방해꾼은 사냥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해 절대 허용할 수 없었다.

이런 것만 아니면 구경을 하든, 사진을 찍든, 응원을 하든,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지름이 14cm에 달하는 거대한 레드스톤과 함께 크라켄의 사진과 영상이 공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다.

이렇듯 식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지능이 낮은 대왕오징어가 A급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한 것과 상상할 수 없는 크기 때문이었다.

바다에 서식하는 레드몬이 육지 레드몬보다 크고, 강력하다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바다가 육지보다 몇 배나 크고 먹이도 훨씬 풍부한 만큼 이런 사실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걱정하는 건 그동안 바다를 지배한 레드몬이 향유고래, 범고래 등으로 인간에 적대적이지 않은 포유류였기 때문이었다.

고래는 레드몬으로 진화한 후에도 인간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먼저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간혹 돌고래와 범고래가 장난을 쳐 선박이 부서지는 일이 있었지만, 공격할 의도는 없었다.

인간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고래가 바다를 지배하는 건 위험이 적다는 뜻으로 레드문 이전보다 많이 힘들지만, 근해를 중심으로 배를 운항하는 일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고래를 능가하는 레드몬이, 그것도 지능이 낮은 두족류에서 나온 건 매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고래가 크라켄에게 바다의 패권을 뺏기면 사람들은 근해조차 마음 놓고 다닐 수 없었고, 해안 도시와 작은 섬들도 살 수 없었다.

바다를 잃으면 살 수 있는 땅과 먹을 식량이 줄어든다는 뜻으로 엄청난 재난을 의미했다.

더 큰 재앙은 크라켄이 번식해 새끼들이 육지까지 진출하는 것이었다. 10년 20년이 걸릴 일은 아니지만, 바다 생물이 진화해 육지 생물이 됐다는 걸 생각하면 인류의 존망이 걸린 일이었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번식했으면 어쩌죠?”

“대왕오징어가 사자처럼 새끼를 돌보는 건 아니니까 대부분 잡혀 먹겠지.”

“그래도 몇 마리 살아남을 수 있잖아요?”

“부모의 보살핌 없이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긴 힘들 거야. 강자가 많은 만큼 싹수가 보이는 놈들을 내버려 두지도 않을 거고.”

“그럼 과학자들이 말한 건 지나친 기우네요?”

“범고래, 향유고래처럼 끈끈한 가족으로 무리 짓는 포유류와 비교하면 말이 안 되는 소리지. 그래도 걱정되는 건 크라켄이 나온 이상 제2, 제3의 크라켄이 나올 수 있다는 거지.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고.”

“위험한 건 사실이네요?”

“그렇지.”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크라켄 바다 지배설은 과한 면이 있었다. 확률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백수의 제왕인 사자도 어미의 보호 없인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확률 제로에 가까운 주장이었다.

대신 크라켄 같은 괴물이 계속 생겨날 수는 있었다. 그것이 두족류 일수도 있고, 어류일 수도 있고, 갑각류일 수도 있지만, 크라켄이 스타트를 한 만큼 언제든 제2, 제3의 상급 레드몬이 나타날 수 있었다.

“상급 레드몬이 나타나면 또 잡을 수 있을까요?”

“이번엔 운이 좋았어. 다음에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어.”

“그럼 오안네스 언니라도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게 도와줘야겠네요.”

“그러면 좋지.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

마샤의 말처럼 오안네스와 솔피들이 진화해 바다를 지켜주는 것이 가장 좋았다. 크라켄을 잡은 건 행운이 따라준 것으로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만, 운만 믿고 덤볐다가는 다음에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다음 날 크라켄이 도착하자 눈 속에 감춰진 레드주얼을 꺼내며, 함께 가져온 온 모비 딕의 사체에도 레드주얼 하나를 얻었다.

크라켄에서 나온 레드주얼은 지름이 5cm로 각기 다른 해양 생물 열 마리를 다리로 잡은 크라켄이 물을 마음대로 조종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이었다.

“이거 혹시 물을 마음대로...”

“말하지 마. 복 나간다.”

은비의 입을 틀어막고 크라켄 주얼을 손에 꼭 쥐었다. 제발 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포스를 주입했다.

“헉!”

“뭔데 그래?”

“나왔어. 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나왔어. 하하하하~”

“내말이 맞지? 모두 내 덕분이야. 호호호호~”

“네가 입을 놀렸으면 나올 것도 안 나왔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확신했기 때문에 나온 거야. 내가 물을 다루는 능력 나올 거라고 얘기하지 않았으면 절대 안 나왔어.”

“그래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됐지?”

“맨입으로?”

“뭐가 갖고 싶은데 그래?”

“쌍둥이~”

“한 번만 더 그러면 너만 평생 아기 없을 줄 알아.”

“우씌! 맨날 나만 미워해!”

크라켄 주얼의 효과를 좀 더 세밀하게 알고 싶어 은비의 쫑알대는 소리를 무시하고 자리에 앉아 포스를 주입했다.

크라켄 주얼이 포스를 머금자 모비 딕에서 나온 레드주얼과 비버에서 나온 잠영 주얼을 끌어당겼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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