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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64화 (464/505)

00464  상급 레드몬 크라켄(Kraken)  =========================================================================

464.

북쪽과 남쪽을 양분한 폭 1km의 넓은 바닷길이 생기자 깜짝 놀란 크라켄이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소용돌이가 일어나자 얼음이 부서지며 움직일 공간이 넓어졌다. 그러나 원하던 것과는 달리 얼음이 사방으로 튀며 공간이 생긴 만큼 수위도 낮아졌다.

얼음도 물이라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었지만, 얼음을 물로 녹일 능력은 없어 날아간 얼음만큼 수위가 낮아져 몸통은 물론 하체까지 물 밖으로 드러났다.

수위가 낮아지자 모비 딕도 숨을 곳을 잃고 배만 간신히 물에 잠긴 채 몸 대부분이 드러났다.

물이 빠진 갯벌에 허우적대는 고기처럼 퍼덕이자 크라켄이 다리로 휘감았다. 유인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크라켄이 분노의 화살을 모비 딕에게 퍼부었다.

“쾅~ 쾅~ 쾅~”

다리 세 짝으로 모비 딕을 칭칭 감은 크라켄이 도리깨를 내려치듯 모비 딕을 얼음에 대고 패대기를 쳐댔다.

분노를 모두 쏟아 부을 생각인지 다리가 닿는 거리 내의 얼음에 빼놓지 않고 내려 꽃아 피투성이를 만들었다.

‘다리를 세 짝이나 잡아주고 정말 고마운데.’

가족을 모두 잃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모비 딕이 불쌍했지만, 내 편이 아닌 이상 슬퍼할 이유는 없었다.

우리가 누군가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건 가족이거나, 친구, 아는 사람 등등 수많은 사연이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관련이 없는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 국민적 관심을 받거나, 너무 억울하게 죽어 화가 치밀 때 애도를 표할 때도 있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할 만큼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지 않았다.

모비 딕의 죽음 역시 이와 같아 크라켄이 다리 세 짝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만 기쁠 뿐 녀석의 죽음은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뽑아내지 못했다.

A급 상급 레드몬 대왕오징어

전투력 : 41155

지  능 : 189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413,775

스  킬 : 알 수 없음

우려는 언제나 현실이 된다고 크라켄은 이제껏 보고된 적도 없던 A급 상급 레드몬이었다.

레드스톤 값만 무려 1조 6,385억 4,900만 원으로 프리미엄이 붙으면 못해도 2조 원은 가볍게 넘겼다.

살은 염화암모늄 때문에 못 먹어도 껍질인 가죽과 다리는 쓰일 곳이 무궁무진해 부르는 게 값이었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알과 세상 모든 것을 다 씹어 먹을 것 같은 이빨 그리고 레드주얼까지 하면 작은 국가보다 더 큰 값어치를 지닌 움직이는 보물이었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잡지 못하면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만 잔뜩 생길 골칫거리였다.

시랑이 일렬로 꽂아둔 창 50개를 꼬리를 물고 날아가는 총알처럼 크라켄의 눈을 향해 던졌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간 싸움으로 하람과 혈풍이 물을 깡그리 태울 때까지 시간을 벌어줘야 했다.

창을 던지며 왼손에 파멸의 창을 소환했다. 창 25개를 던진 후 파멸의 창을 같은 창인 척 섞어서 던졌다.

앞서 날아간 창 25개는 대부분 촉완에 막혀 튕겨 나갔고, 5개만이 간신히 껍질을 뚫고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다.

산성용액은 덤이었고 진짜 목적은 파멸의 창을 숨기는 것으로 포스는 창날에만 조금 사용하고 힘과 회전력만 이용해 빠르게 던졌다.

창 25개를 가볍게 막자 크라켄은 내가 물을 얼리는 능력에만 특화됐고, 다른 공격력은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비 딕을 상대로 화풀이에 열중했다.

그러다 거대한 힘이 다가오자 화들짝 놀라 황급히 촉완에 다리 두 개를 더해 파멸의 창을 막았다.

하지만 여전히 충격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방어막을 사용하지 않고 질긴 껍질에 의존했다.

파멸의 창과 부딪힌 촉완에 별다른 충격이 없자 크라켄은 괜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했다.

크라켄이 속았다고 생각한 순간 파멸의 창은 부드러운 연두부에 구멍을 뚫듯 촉완과 다리 두 개를 순식간에 뚫고 몸통 지느러미에도 구멍을 내고 날아갔다.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크라켄이 다리 열 개를 사방으로 휘두르며 발광했다. 소멸의 힘에 살이 타들어 가자 두족류인 크라켄도 심한 고통을 느끼지는 몸을 벌벌 떨어댔다.

어류와 두족류는 아픔을 느끼는 통점(痛點)이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건 잘못된 정보로 어류와 두족류도 자극을 받으면 회피, 방어, 체색변화, 먹물발사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건 동물처럼 신체에 가해지는 자극을 중추신경계를 통해 느낀다는 것으로 대왕오징어인 크라켄도 고통을 참지 못해 애꿎은 모비 딕만 작살냈다.

그러나 놈이 발광하는 것만큼 큰 피해를 주진 못했다. 다리 두 짝은 끝 부분이 떨어졌지만,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었고, 두께가 40m 달하는 촉완은 지름 20m의 커다란 구멍이 뚫렸지만, 잘리진 않았다.

지느러미 역시 구멍이 뻥 뚫리고 살이 타들어 갔지만, 헤엄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원하는 만큼 피해를 주진 못했지만 서운하진 않았다. 파멸의 창 서너 개로 크라켄을 잡는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이 정도 피해를 준 것도 큰 성과였고, 하람과 혈풍의 일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또다시 4단계 정화수를 들이키고, B급 엘리트 레드스톤으로 포스를 보충한 다음 두 번째 파멸의 창을 소환했다.

남은 창과 섞어 던지는 건 요행을 바라는 것으로 상급 레드몬을 상대로 똑같은 속임수를 연달아 쓰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었다.

상대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해야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뻔한 수는 아까운 포스만 낭비하는 일이었다.

촉완이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거리에서 공격하자 화가 난 크라켄이 죽은 모비 딕을 집어 던졌다.

분신 주얼로 모습을 나눈 후 모비 딕이 분신을 덮치는 순간 바람 스킬을 전력으로 구사해 우측으로 빠져나갔다.

분신이 모비 딕에 깔리자 나를 잡았다는 생각에 크라켄이 촉완 한 쌍을 높이 쳐들고 기쁨의 세리머니를 했다.

크라켄이 기뻐하는 사이 우측으로 돌아가 오른쪽 눈을 노리고 파멸의 창을 던졌다.

“쒸우웅~”

섬뜩한 소리에 몸에 상처를 낸 무기를 또다시 날아온다는 것을 감지한 크라켄이 옆으로 피하려 했다.

그러나 주변은 온통 얼음으로 다리를 이용해 걸어서 이동할 순 있지만, 물속에서처럼 기민하게 움직일 순 없었다.

피할 방법이 없자 보호막을 사용했다. 하지만 ‘찌지직’ 소리를 내며 3초도 버티지 못하고 보호막이 뚫렸다.

보호막이 뚫리기 직전 위기를 느낀 크라켄이 몸을 틀며 촉완으로 파멸의 창 옆면을 후려쳤다.

“쾅~”

강력한 충격에 파멸의 창이 좌측으로 꺾이며 가까스로 몸통을 비껴나갔다. 간신히 창을 피한 크라켄이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방향을 튼 파멸의 창이 몸통을 뚫고 들어가 반대편으로 튀어나오며 아가미를 망가뜨렸다.

몸 대부분이 물밖에 드러난 크라켄은 수분이 빠지며 숨을 쉴 수 없어 힘이 빠르게 소진됐다.

더군다나 몸통과 다리에 구멍이 뚫리고 아가미까지 다치자 잊고 지내던 죽음의 공포가 찾아왔다.

A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한 이후 10년 넘게 잊고 있던 공포가 찾아오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

겁에 질린 크라켄은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마츠나 만 남쪽 입구로 향해 달렸다. 얼음과 땅 위를 달려 본 적이 없었지만, 흡반과 다리 8개를 이용하자 미끄러지지 않고 앞으로 쭉쭉 나갔다.

[모두 놈을 공격해! 절대 빠져나가게 해선 안 돼~]

하람과 혈풍, 아내들에게 크라켄을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놈이 빠져나가면 지금까지 들인 공은 모두 도로아미타불이었다.

그것도 나가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독박까지 써야 했다. 혼자만 쓰는 것도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나아가서 전 세계가 나 때문에 바다와 해안 도시를 모두 잃을 수도 있었다.

[모두 놈의 다리를 공격해!]

좌우에서 하람과 혈풍이 다리를 겨냥해 화염탄을 쏘자 포스가 많이 드는 파멸의 창 대신 뇌전탄을 사용했다.

심장을 정확히 맞추지 않는 한 파멸의 창으로 크라켄을 죽이긴 쉽지 않았다. 그럴 바엔 빠른 연사와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뇌전탄을 쏘는 게 효과적이었다.

[서인 언니가 정신붕괴로 공격할 거예요. 준비하세요!]

[알았어.]

서인이 코모도왕도마뱀의 레드주얼을 사용해 크라켄을 공격했다. B급 상급 레드몬부턴 정신적 고통만 줄 뿐 전투력 하락은 기대할 수 없지만, 고통의 강도가 커 심리적으로 흔들어놓기엔 그만이었다.

서인이 정신 붕괴를 사용하자 크라켄이 이성을 잃고 발광했다. 화염탄에 맞은 다리엔 불이 붙어 쓰라렸고, 뇌전탄에 맞은 다리는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날벌레 같은 것들은 주위를 돌며 레이저와 불꽃, 독, 얼음 수정 등을 쏘아대 정신을 어지럽혔다.

이뿐만 아니라 하늘에선 회오리바람과 함께 작은 벼락이 떨어졌고, 땅에서 솟아난 가시덩굴은 온몸을 칭칭 휘감았다.

뜨겁지도 않은 불의 장막이 불쑥불쑥 솟아나 눈을 아프게 했고, 좁쌀만 한 바람의 칼날도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거기다 기분 나쁜 기운이 자꾸 몸을 묶으려 해 신경을 건드렸다. 온갖 악조건을 보호막 하나로 간신히 이겨내며 벗어나려 했던 크라켄은 지독한 두통까지 생기자 짜증이 폭발했다.

화나고 두렵고 불안한 상태에서 머리를 쪼아대는 지독한 통증까지 더해지자 죽음의 공포마저 잊은 크라켄이 이성을 잃고 발광했다.

“촤아악~”

눈이 붉게 충혈된 크라켄이 사방에 먹물을 뿌려댔다. 먹물은 적의 시야를 가리고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구명 스킬이지만, 물속에서나 효과가 있었지 공중에 뿌리면 먹물이 든 물총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흥분한 크라켄은 효과에 상관없이 화를 참지 못해 배속에 든 먹물을 다 쏟아낼 때까지 쉬지 않고 뿜어냈다.

[모두 놈의 눈을 공격해!]

배낭에서 B급 엘리트 레드스톤 열 개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그리곤 하나 남은 4단계 정화수를 들이키고 파멸의 창을 소환했다.

창이 손을 떠나는 순간 피의 저주를 사용해 주변 생명력과 함께 바닥에 던져 놓은 레드스톤에서 에너지를 흡수했다.

B급 엘리트 레드스톤 10개에서 한꺼번에 에너지를 흡수하자 순식간에 포스가 차올랐다.

피의 저주를 멈추지 않고 연달아 파멸의 창 3개를 만들어 크라켄의 눈과 몸통을 향해 던졌다.

15초 간격으로 날아든 파멸의 창 4개에 보호막이 깨지며 촉완과 다리, 몸통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파멸의 창을 막느라 하람과 혈풍, 소환수들의 공격도 제대로 막지 못해 다리에 수많은 상처가 생기며 투명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사람이나 포유류였다면 흘러나온 붉은 피가 바다를 이뤘을 것이다. 그러나 오징어는 피를 붉게 보이게 하는 헤모글로빈(hemoglobin) 대신 투명한 색을 띠게 하는 헤모시아닌(Hemocyanin)이 혈액 속에 함유돼 있어 상대적으로 크게 다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과도한 흡기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근육이 미친 듯이 요동쳤고, 피의 저주로 육체적 욕망이 분출해 당장에라도 아내들을 안고 욕정을 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편하게 누울 때도, 아내들과 사랑을 나눌 때도 아니었다. 크라켄을 쓰러뜨려야 마음 편히 누울 수도, 사랑을 나눌 수도 있었다.

철갑과 피해 면역을 사용하고, 파멸의 창을 소환했다. 일곱 개째 파멸의 창을 소환하자 몸에 심각한 무리가 오며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크라켄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이 한 방으로 놈을 끝장내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놈을 잡을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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