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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58화 (458/505)

00458  코모도왕도마뱀  =========================================================================

458.

“외로워서 저러는 걸까?”

“가족을 모두 잃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여자가 생기면 달라지겠지?”

“아무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은영 언니 붙여줄까?”

“너는 2공대장 밖에 아는 여자가 없어? 하람이도 은영씨 붙여준다고 하더니 또 은영씨야.”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알아?”

“알지. 나이 들며 불안감, 부담감, 좌절감 등 부정적인 생각이 점점 심해져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거잖아.”

“잘 아네.”

“그런데 그게 은영씨랑 무슨 상관이야?”

“은영 언니 올해 32살이야. 그 나이 들도록 남자 손도 못 잡아보고 오직 일만 했어. 심정이 어떨 것 같아?”

“나야 모르지. 여자도 아니고 그런 일을 겪은 적도 없으니까.”

“이해하라는 말이 아니야. 몰라도 되는데, 미래 2공대 대원들 어떻게 지내는지 그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2공대원들이 은영씨 히스테리와 무슨 상관이야?”

“노처녀 히스테리에 애들 다 죽게 생겼어.”

“뭐라고?”

“혈풍의 수다보다 더 무서운 노처녀 히스테리에 애들이 명태처럼 바짝바짝 마르고 있다고.”

“정말?”

“그래, 눈만 마주쳐도 일 안 하고 연애한다고 들들 볶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눈이 오면 눈이 와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서, 날씨가 좋으면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온갖 트집을 잡아 애들을 괴롭히고 있어.”

“컥!”

은비의 말대로라면 이건 괴롭히는 게 아니라 가혹 행위였다. 사람을 때리는 것보다 더한 가혹 행위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따라다니며 씹어대는 것으로 당하는 사람은 지옥을 보게 된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애들 다 죽게 생겼어. 어쩔 거야? 은영 언니 혈풍에게 소개해주는 게 좋겠어? 아니면 양쪽 모두 죽게 내버려 두는 게 좋겠어?”

“빨리 소개해줘. 아니다. 지금 날짜 잡자.”

“무슨 날짜?”

“합방 날짜!”

“뭐라고?”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지. 그래야 골칫덩이를 한꺼번에 치우지.”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네. 흐흐흐흐~”

은비의 음흉한 웃음을 들으며 집에 돌아가는 즉시 술을 진탕 먹여 둘을 한방에 처넣을 계획을 꾸몄다.

인간으로 변했어도 혈풍은 혈기왕성한 남자였고, 조은영은 억제된 성욕에 반쯤 돌아버린 노처녀였다.

서로에 대한 호감은 없지만, 사랑의 묘약 술이 있는 한 청춘 남녀는 밤새 하얗게 몸을 불사를 것이다.

그러면 혈풍은 빼도 박도 못하고 조은영을 책임져야 한다. 놈이 실수라고,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우겨도 처녀를 건드렸으니 책임을 지든, 고추를 자르든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할 계획이었다.

억지로 맺어진 인연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일면식도 없이 결혼하고도 애만 낳고 잘 살았다.

죽도록 사랑해 결혼해도 이혼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얼굴 모르고 결혼해도 잘 사는 사람도 많았다.

은비와 내가 음흉한 계획을 꾸미는 줄도 모르고 창밖을 보며 신나게 떠드는 혈풍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졌다.

‘너는 나진시에 온 순간 코 꿰인 거야. 내가 오라고 한 거 아니니까 원망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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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레스 섬과 숨바와 섬 사이에 있는 코모도 섬은 서울시 면적의 65% 크기인 390㎢로 거대 파충류 코모도왕도마뱀으로 유명해진 섬이었다.

레드문 이전엔 소수의 원주민도 이 섬에서 코모도왕도마뱀과 함께 살았다. 워낙 오지라 찾는 사람도 없던 섬으로 코모도왕도마뱀이 알려지며 주목받게 됐다.

그러나 레드몬과 함께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으로 변해 현재 단 한 명의 사람도 살지 않는 무인도로 변했다.

“섬 북쪽 중앙에 있어요. 중급 코모도왕도마뱀도 상급 레드몬 주위에 500여 마리가 있고요.”

“엘리트 레드몬은 없어?”

“네. 없어요.”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한 지 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새끼도 안 낳나?”

“코모도왕도마뱀도 오빠처럼 아기가 싫었나 보죠.”

“컥!”

상아의 강력한 어퍼컷을 한 대 맞으며 섬 남쪽에 내렸다. 코모도 섬은 동서보다 남북의 길이가 훨씬 긴 섬으로 코모도왕도마뱀이 있는 곳은 폭이 가장 넓은 북쪽이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10년 전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했어. 상급 레드몬들이 수많은 투쟁을 통해 성장했지만, 놈은 별다른 도전 없이 평탄하게 진화했어.”

“고난이 없었다면 두려움도 없고, 상대를 얕보는 마음도 크겠네.”

“맞아. 우물 안 개구리라고 보면 돼.”

코모도왕도마뱀이 속한 왕도마뱀은 4천만 년 전 아시아에서 오스트레일리아에 걸쳐 서식한 도마뱀으로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높아지며 코모도 섬에 고립돼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코모도 섬에서 가장 큰 생물이자 최강의 포식자로 서로 싸우다 죽거나 병들어 죽지 않는 한 새끼 때가 아니면 다른 동물의 공격을 받아 죽을 염려가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만만히 볼 상대도 아니야. 입에서 내뿜는 부패성 병원균은 매우 치명적이고, 범위도 넓어. 레드몬 킬러를 격추한 골편도 파괴적이고. 방심한 틈을 노려 실력을 발휘하기 전에 치명상을 입히는 게 좋겠어.”

“파멸의 창으로 공격하라는 말이지?”

“응!”

아리의 조언대로 가장 강력한 파멸의 창으로 놈이 방심한 틈을 노려 단시간 내에 싸움을 끝내기로 했다.

지독한 부패성 병원균을 내뿜는 코모도왕도마뱀과 시간을 끌며 싸우면 공대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섬이 아닌 넓은 육지면 부패성 세균을 피할 수도 있고, 끌고 다니며 상대할 수 있지만, 좁은 코모도 섬에선 도망칠 곳도, 유인할 곳도 없었다.

생명의 나무와 아영의 정화 스킬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놈의 전투력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안전하다고 확신해선 안 된다.

방죽이 작은 구멍에 뚫리듯 지나친 확신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100% 완벽해도 언제나 위험에 대비해야 했다.

코모도왕도마뱀과 3km로 거리가 좁혀지자 나무가 많은 잡목림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잡목림에 몸을 숨긴 건 놈의 이목을 흐리려는 생각으로 마음 같아선 피해 면역을 쓰고 가까이 다가가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랬다간 아내들에게 몰매를 맞을 수도 있어 놈을 유인해 잡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아리와 아영, 마샤가 생명의 나무를 소환하자 철갑과 공로 면역을 둘러 몸을 보호했다.

서인이 침묵 스킬로 흔적을 지우자 구미호가 코모도왕도마뱀에게 다가가 레이저를 발사했다.

“피용피용~ 피용피용~”

그사이 파멸의 창을 소환한 후 4단계 정화수를 들이키고, 엘리트 레드스톤으로 포스를 채웠다.

조막만 한 여우가 날아와 레이저를 발사하자 흥미가 동하는지 20m가 넘는 거대한 코모도왕도마뱀이 몸을 일으켰다.

구미호가 레이저의 위력을 최대한 약하게 해 코모도왕도마뱀을 유인해 오자 왼손에 뇌전탄을 준비했다.

구미호가 눈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자 기분이 상한 코모도왕도마뱀이 골편을 발사했다.

그러나 준비하고 있던 구미호가 가볍게 피한 후 꼬리를 흔들며 놀려대자 제대로 열이 받은 코모도왕도마뱀이 구미호를 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재빠르게 달려오자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져 500m로 줄어들었다.

뇌전탄을 먼저 쏘고 파멸의 창은 한 박자 쉬고 던졌다. 뇌전탄도 매우 빠른 스킬이지만, 파멸의 창은 빛의 속도라 표현할 만큼 빨라 한 박자 느리게 던져야 뇌전탄  뒤에 숨길 수 있었다.

숲에서 파란 광구가 갑자기 튀어나왔지만, 코모도왕도마뱀은 상급 레드몬답게 아주 침착하게 골편을 날려 뇌전탄을 막았다.

빠르게 날아간 골편이 뇌전탄을 때리자 방전현상이 일어나며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밝은 빛에 시야가 나빠진 사이 그 빛을 뚫고 파멸의 창이 코모도왕도마뱀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쉬익~”

놀란 코모도왕도마뱀이 비명과 함께 골편 100개를 날리며 번개같이 몸을 틀어 꼬리로 파멸의 창을 때렸다.

20m가 넘는 거구라고 생각할 수 없는 빠른 움직임에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놈의 빠른 대응과는 상관없이 파동에너지가 가득 담긴 파멸의 창은 골편을 모두 가루로 만들고 강력한 꼬리마저 뚫고 지나갔다.

“키히익~”

요상한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파랗게 빛나는 파멸의 창이 또다시 날아들었다. 파멸의 창이 몸을 향해 날아오자 코모도왕도마뱀이 기다란 혀를 내둘러 창의 옆면을 후려치며 휘파람을 불었다.

“삐익~ 삐익~ 삐익~”

“윽!”

머리가 부서질 것 같은 극렬한 통증에 보호막 안으로 후다닥 뛰어들어갔다. 생명의 나무로 보호받는 보호막 안도 완벽한 건 아니었지만, 고통이 5분의 1로 줄어들어 버틸 만은 했다.

“서인아! 괜찮아?”

“하아~ 하아~ 네, 괜찮아요.”

코모도왕도마뱀의 휘파람에 침묵 스킬이 깨지며 충격을 받은 서인을 은비와 제니퍼가 품에 안고 있었다. 아리와 마샤, 아영은 생명의 나무에 힘을 보태느라 손을 뗄 수 없었다.

“우리는 괜찮으니까 오빠나 조심해. 오빠가 다치면 우리 모두 끝장이야.”

“알았어.”

은비의 걱정 가득한 타박을 받으며 4단계 정화수를 한 병 더 들이키고, 재빨리 포스를 채운 후 파멸의 창을 소환했다.

B급 상급 레드몬 코모도왕도마뱀

전투력 : 21228

지  능 : 128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211,559

스  킬 : 알 수 없음

파멸의 창에 꼬리가 절반 넘게 잘려나가고, 혀와 앞발마저 사라져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운 코모도왕도마뱀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허세를 떨며 정신을 붕괴시키는 휘파람을 불어댔다.

꼬리를 말고 등을 보이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코모도왕도마뱀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구미호의 공격에 절절매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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