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7 코모도왕도마뱀 =========================================================================
457. 코모도왕도마뱀
검은 코뿔소는 케냐, 탄자니아, 카메룬,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 사하라 사막 남쪽 사바나와 관목림 지대에 서식하는 코뿔소로 몸길이는 약 3m, 몸높이는 1.5m로 뿔이 두 개였다.
아래 뿔은 최대 130㎝, 위 뿔은 최대 60㎝까지 자라며, 생김새와는 다르게 아카시아와 풀, 나뭇잎, 과일 등을 먹었다.
수명은 40년인 코뿔소는 주로 혼자 생활하지만, 암컷은 새끼가 성인이 되는 5년간 함께 생활했다.
한때 뿔을 노린 밀렵꾼들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들어 멸종 직전까지 몰렸지만, 레드문의 축복으로 되살아나 코끼리와 함께 지상 최강자로 군림하며 수가 꾸준히 늘고 있었다.
탄자니아 타보라 주의 왕으로 군림하는 상급 레드몬 검은 코뿔소는 몸길이 25.3m, 무게 25.5ton, 위 뿔 3m, 아래 뿔 12.5m로 별명은 엘라스모테리움이었다.
엘라스모테리움(Elasmotherium)은 홍적세에 멸종한 코뿔소의 일종으로 자이언트 유니콘(Giant Unicorn)이라고도 불렸다
대형 일각수로 앞이마에 길이 2m의 하얀 뿔이 전설의 동물 유니콘을 닮아 붙은 별명으로 코끼리만큼 거대했다.
후각이 예민해 9.5km 밖의 썩은 고기 냄새도 맡는 코모도왕도마뱀은 주로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살지만, 가끔은 사슴과 멧돼지를 긴 꼬리를 이용해 잡아먹기도 했다.
현생 도마뱀 중 가장 큰 종으로 다 자라면 몸길이가 3m에 달했고, 무게는 70kg이 넘었다.
몸길이의 60%가 꼬리였고, 가죽은 골편(Osteoderm)이라 불리는 뼈로 된 비늘이 사슬갑옷처럼 온몸을 덮고 있었다.
2.5cm의 날카로운 이빨은 단단한 뼈도 씹어 먹었고, 입안에는 대장균, 포도상 구균, 프로테우스 등 매우 치명적인 부패성 병원균이 57종이나 살고 있어 물리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한 코모도왕도마뱀은 몸길이 20.6m, 무게 5.5ton으로 B급으로 추정했지만, 멧돼지인 하람을 보면 C급일 가능성이 컸다.
하람과 대련이 끝난 후 덩치가 원래부터 작았는지 물어봤다.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해 C급 상급 레드몬이 될 때까진 계속 몸이 커지다가 인간들이 말하는 B급으로 진화하며 크기가 대폭 줄어들었다고 했다.
하람의 경우를 보면 B급부터는 지구환경에 맞게 덩치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혈풍은 A급 엘리트 레드몬에서 C급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며 형태뿐만 아니라 크기까지 작아졌다.
혈풍의 경우를 보면 모든 레드몬이 하람처럼 B급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면 크기가 줄어든다고 볼 순 없었다.
결국, 비밀에 싸인 진화의 신비처럼 레드몬의 진화도 인간이 생각하는 일정한 법칙 안에서 움직인다고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코모도왕도마뱀이 C급 상급 레드몬인지 B급인지 만나보기 전엔 알 수 없었다.
“서른 대를 잃고도 놈의 에너지양을 측정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돼? 레드몬 킬러가 아니라 레드몬 밥이네.”
“1km 안에 접근하면 동족을 빼곤 무조건 공격한다고 하잖아. 측정 거리가 500m밖엔 안 되니 어쩔 수 없었겠지.”
“레이저를 쏘아 에너지를 측정하는 방식이면,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측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가죽 때문에 안 된다잖아.”
“그럼 팔지를 말든가? 한 대에 50억 원에 팔면서 측정 거리가 500m밖에 안 된다는 게 말이 돼? 완전히 도둑놈이야.”
“은비야!”
“왜?”
“그 문제는 나에게 따질 게 아니라 엠코사에 따져야 하는 거 아니야?”
“만만한 오빠가 있는데, 왜 알지도 못하는 엠코사랑 싸워? 내가 바보야?”
“그러면 너에게 매일 당하고 사는 나는 멍청이냐?”
“빙고~”
“이런...”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레드몬은 남수단 서바르알가잘 주(Western Bahr el Ghazal)의 블랙맘바였다.
세계포스협회에서 빼낸 자료에 따르면 길이 3m부터 30m까지 놈을 봤다는 사람마다 크기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봤다는 증언도 신빙성이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성질 더러운 뱀 블랙맘바는 자기 영역 안에 들어온 상대는 절대 살려주는 일이 없었다.
사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블랙맘바는 달려가는 차도 공격할 만큼 빠르고 흉포해 놈을 피해 달아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뱀은 영역이 그리 넓지 않아 멀리서 보면 달아날 수 있지만, 레드몬으로 진화한 블랙맘바는 매우 뛰어난 야콥슨 기관과 PIT 기관을 갖고 있고, 속도도 화살만큼 빨라 망원경으로 봤다고 해도 살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상급 레드몬 블랙맘바가 있다고 믿는 건 10년 전 A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추정되는 블랙맘바가 나타나 2만 명 이상이 죽고, 마을 13개가 사라지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놈을 피해 달아난 사람이 100명도 안 될 만큼 끔찍한 사건으로 살아남은 사람도 놈이 쫓아오는 지독한 공포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이후 이 지역은 절대 접근해선 안 될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돼 수단 정부가 접근금지지역으로 선포했다.
대신 놈이 빠져나올 것을 염려해 미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청해 위성과 관측 장비로 동태를 살폈다.
그러다 5년 전 B급 엘리트 레드몬 아프리카코끼리와 3년 전 A급 치타가 놈의 영역으로 들어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이 포착되며,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했을 것으로 확신했다.
“오빠!”
“응?”
“블랙맘바도 사냥하실 거예요?”
“그래야지.”
“블랙맘바는 천천히 잡아도 되잖아요.”
“코모도왕도마뱀과 검은코뿔소 잡은 다음 결정할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빠!”
“응?”
“다치면 안 돼요.”
“알았어.”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상아를 품에 꼭 끌어안고 달랬다. 정말 겁이 나는지 몸까지 가눌게 떨었다.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포스를 흘려보내자 마음이 진정되는지 그제야 눈물이 멈췄다.
품에 안긴 상아만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아내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특히 일주일 전 임신한 한숙과 소연은 걱정이 더 했다.
일본 문제가 해결되자 아이를 가지려 했다. 그러나 중국 내전이 발발하며 진회를 처단한 이틀 후에야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사정과 함께 정자가 난자에 착상하는 모습을 기감으로 확인해 임신이 됐다는 걸 바로 알았다.
아이를 가진 소연과 한숙이 품에 안겨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고, 아내들도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했다.
그렇게 행복할 것만 같던 시간도 원정 날짜가 다가오자 걱정으로 바뀌었다. 코웃음을 치던 B급 엘리트 레드몬도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를 열 번도 넘게 들었고, A급 엘리트 레드몬은 너무 위험하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상급 레드몬을 잡겠다고 말하면 내가 죽으러 가는 것처럼 다음에 사냥하면 안 되겠냐고 입을 모았다.
아이가 생기자 미래를 향한 꿈도 생겼지만, 반대로 근심 걱정이 백배로 늘어났다. 아이 아빠의 직업이 레드몬 사냥꾼이다 보니 1분 1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게 유일한 직업이었고, 남편이 일을 그만두면 많은 사람이 죽게 된다.
다른 사람이 죽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사라지면 독하게 마음먹고 일을 그만두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더 커졌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작은 눈 뭉치가 집채만 하게 변해 결국 우리를 덮칠 것이 확실했다.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그런 일이 없도록 부모가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그러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 나가서 싸우라고 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소연도 레드몬 사냥꾼이었고, 은하는 사냥에 대한 계획을 짜는 미래 레드몬 총괄지원 단장으로 누구보다 사정을 잘 알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고 했는데... 우리 집 여자들은 아닌가 보네.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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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 18일
터키, 이란, 브라질, 에콰도르를 거쳐 소순다 열도에 있는 숨바(Sumba) 섬 와인가푸(Waingapu) 시에 도착했다.
숨바 섬은 코모도 섬 바로 아래 있는 섬으로 와인가푸 시는 코모도 섬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항구 도시였다.
아침 일찍 와인가푸 공항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MI-26 헤일로 3대에 나눠 타고 코모도 섬으로 들어갔다.
이번 원정엔 소연과 한숙이 빠졌다. 임신 초기라 무리하면 유산될 수도 있어 집에 남겨두고 왔다.
영영 이별인 것처럼 펑펑 울어대는 한숙과 아쉬워 눈물이 맺힌 소연을 1시간 넘게 안아준 다음에야 간신히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나를 향해 눈물을 떨구며 손을 흔들어대는 소연과 한숙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 부부의 연을 맺은 후 떨어진 날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하루 이상 떨어져 본 적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달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는 소연과 한숙의 마음이 어떨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비행기가 뜨자마자 전화를 걸었고, 1시간 마다 안부를 묻는 등 닭살 돋는 짓으로 마음을 달래줬지만, 비어 있는 옆자리를 채워줄 순 없었다.
“혈풍 오빠! 앞으로 비행기에 태울 때 입을 테이프로 봉해야겠어.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야.”
“하아~ 나도 레드몬이 이렇게 수다스러울지는 미처 몰랐다.”
“나보다 더 수다스러운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아닌 남자가, 더구나 사람도 아닌 레드몬 중에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어떻게 1분 1초도 쉬지 않고 떠들 수 있지? 쉬지 않고 말하는 기계 같아.”
“이해해. 가족을 잃고 많이 외로웠나 보지.”
“이해하려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안 돼! 내가 보기엔 타고난 본성 아니면, 병이야. 수다병!”
“그런 병도 있어?”
“지나치게 수다스러우면 병이지 그게 제정신이야?”
“그렇지. 지나치면 병이지.”
혈풍 엄청나게 수다스럽고 뺀질거린다는 걸 알게 된 건 신나게 얻어터진 일주일 후였다.
거동이 가능해지자 혈풍은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뻔질나게 돌아다녔다.
조용히 구경만 하고 돌아다니면 괜찮은데,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아 온종일 상아를 괴롭혔다.
상아가 성격이 좋아 그렇지 나 같으면 물어본 거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혈풍을 하루에 12번 넘게 곤죽을 만들었을 것이다.
혈풍은 매우 집요해 궁금한 것이 생기면 참지를 못했다. 궁금증을 풀고 이해할 때까지 물어보며 또 물어봐 피를 말렸다.
하람 만큼 머리가 영특한지 20일 만에 사람 말을 대충 알아듣자 다른 아내들까지 괴롭혔다.
조용히 불러 주의도 주고 살살 어루만져 주기도 했지만, 어찌나 뺀질거리는지 몇 시간만 지나면 실실 웃으며 또다시 아내들을 괴롭혔다.
은비가 화를 내는 건 이 때문으로 좋게 이해하려 해도 녀석의 집요함과 능청스러움, 수다는 거의 살인 무기 수준으로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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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