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5 슬픈 사랑 =========================================================================
455.
헬기로 선양 시 인근까지 이동한 후 진회가 머무는 별장으로 접근했다. 조용히 접근했다고 생각했는데, 손님을 귀하게 여기는 매우 예의 바른 성격인지 여와들을 몽땅 끌고 나와 영접했다.
녀석의 움직임을 상아가 미리 알려줘 물러났다가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음에도 오늘처럼 정면승부를 고집한다고 기대할 순 없었다.
가장 골치 아픈 일이 상대가 작정하고 숨는 것이었다. 일반인이 숨어도 찾기 힘든데, 상급 레드몬이 숨으면 태평양에 떨어진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려웠다.
숫자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정면승부를 걸어올 때 끝을 내야 베개를 높이 베고 잘 수 있었다.
“환대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마중까지 나오고 이러면 미안한데.”
“세계 최강자를 대하는데 최소한 마중은 나와야지.”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면 고맙고.”
“아내들을 다 데려왔군.”
“혼자와도 되는데, 아내들이 싫어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 나를 끔찍이 사랑해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거든.”
“예쁜 여자들이 많아 바람을 피울까 봐 감시하러 온 건 아니고?”
“이런! 들켜버렸네. 하하하하~”
상아의 통역으로 진회와 대화를 나누며 느낀 건 놈도 혈풍처럼 쓸데없는 말이 많다는 것이었다.
레드몬은 과묵하다고 생각했는데, 진회와 혈풍을 만나고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생각도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생긴 선입견으로 두 놈 덕분에 레드몬 중에도 은비처럼 수다스러운 놈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뒤에 있는 놈은 익숙한 냄새가 나는군.”
“누구?”
“빨강 머리!”
“아~ 혈풍! 한 번 만난 걸 냄새로 기억하다니 코가 완전히 개 코네. 예술이야.”
“칭찬으로 듣지. 그런데 꼬리를 말고 도망칠 땐 언제고 다시 나타난 거지? 실력이 조금 늘었다고 두려움이 사라진 건가?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겁을 상실한 건가?”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 봐 내가 데려왔어. 혈풍은 이곳에 오면 안 되나 보지?”
“아니. 누구든 환영이야.”
“그런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하는 거야?”
“왜? 술이라도 한잔하고 싶어?”
“촉수 괴물과 술이라... 사양하겠어. 나는 사람과 편히 먹고 싶지 생기를 쪽쪽 빨아먹는 괴물하고 술을 기울이고 싶진 않아. 불편해서 술이 넘어 가겠어?”
“서두르는 걸 보니 빨리 죽고 싶은가 보군?”
“그것도 나쁘지 않지. 힘든 세상 오래 살 필요 없잖아.”
진회는 시종일관 무덤덤하게 툭툭 말을 뱉었다. 이런 행동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는 것으로 긴장감도,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옆에 선 소교는 진회와는 생각이 다른지 정신없이 우리를 살폈다. 이건 불안하다는 의미로 자신감이 넘치는 진회와 달리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회와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10,000명이 넘는 여와가 우리를 둘러쌌다. 대부분 수준이 하급 피지컬리스트로 아내들에겐 조금 위협적인 숫자지만, 지킴이와 가시덩굴이면 다칠 염려는 없었다.
그리고 하람과 혈풍도 있는 한 10,000명이 아니라 100,000명이 넘는 여와가 덤벼도 걱정할 게 없었다.
“더 할 말 없으면 시작하지?”
“네놈과 네 아내들 그리고 함께 온 혈풍과 멧돼지를 모두 흡수해 세상을 지배하는 밑거름으로 써주마.”
“호오~ 세계정복이라... 끝내주는 말이군. 그 꿈 꼭 이뤄야 할 텐데... 이루지 못해도 너무 섭섭해 하지 마. 꿈이 꼭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그거야 너처럼 야망도 꿈도 없는 족속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지, 헌원 황제의 화신인 나는 원하는 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헌원 황제 좋아하고 있네. 피나 빨아먹는 모기 주제에 계집애처럼 말만 많아가지고.”
“뭐라고?”
“네가 안 오면 내가 가면 되지. 안 그래?”
신호를 주자 손을 잡고 있던 아리와 마샤, 아영이 재빨리 생명의 나무를 불러내 보호막을 쳤다.
소연이 공대원들에게 공포 면역을 걸어주자, 나도 철갑 스킬로 방어력과 상태 이상 저항력, 이동속도를 향상시켰다.
“아오오오~~”
풍산개와 혈풍의 전투력을 전투력 2배 향상하고, 하람과 백호의 전투력도 30% 향상해주는 시랑의 하울링을 신호로 싸움이 시작됐다.
수면 주얼을 사용해 뒤로 다가오던 여와 1,000명을 한꺼번에 재우자 짚단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그 모습에 진회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지는 걸 기분 좋게 감상하며 살기를 연속으로 투사해 여와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구미호와 현무, 비사, 설표, 딩고, 불곰이 여와들을 향해 레이저와 불꽃 탄환을 쏘며 달려가자 소연과 은비, 서인도 데스 필드와 라이트닝 스톰, 고동을 사용해 여와들을 공격했다.
둘 다 화염 계열인 하람과 혈풍이 화염탄을 날리며 여와들을 재로 만들며 칼춤을 추자, 시랑과 백호도 양 떼 속에 뛰어든 맹수처럼 거칠게 날뛰었다.
C급 상급 레드몬 진회
전투력 : 14227
지 능 : 181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91,115
스 킬 : 알 수 없음
나와 하람, 혈풍만 조심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진회가 당황한 사이 선제공격으로 여와의 수를 줄여놓고 놈에게 살기를 투사했다.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전투력이 C급의 절반 가까이 다다른 상태였다.
“아악~”
중급 레드몬 소교
전투력 : 1657
지 능 : 167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심한 공포로 움직이지 못함.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75% 하락
에너지 : 1657
스 킬 : 알 수 없음
진회가 소교의 앞을 가로막는 모습에 혹시나 하고 살기를 투사했다. 소교가 쓰러지자 진회의 등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소교를 멀찍이 밀어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보호하는 것으로 진회가 소교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이 쭉 늘어나 얼굴을 노리고 빠르게 다가왔다. 여우 채찍에 예기를 담아 찔러가자 손가락이 쫙 펴지며 몸을 감싸왔다.
“쾅쾅쾅쾅쾅~”
뒤로 물러나며 참격을 날렸다. 혈풍의 말대로 탄력이 엄청난지 촉수가 끊어지기는커녕 참격이 모두 튕겨 나왔다.
바람 스킬로 빠르게 원을 그리며 돌자 왼손가락도 촉수가 되어 따라왔다. 진회의 촉수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각각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날카롭게 다가왔다.
뒤로 물러서며 가시창과 혈기탄을 소환했다. 정면으로 가시창을 던지며 혈기탄 다섯 발을 조종해 옆구리와 다리를 노렸다.
가슴으로 날아든 가시창을 촉수로 가볍게 쳐낸 진회의 옆구리와 등에서도 촉수가 튀어나와 혈기탄을 잡아챘다.
“펑펑펑~~~”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디서든 촉수가 튀어나온다던 혈풍의 말은 단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눈이 따라가지 못해도 촉수가 알아서 상대의 공격을 방어해 약점이 없는 형태로, 놈에게 사각이 없었다.
공격을 막아낸 촉수가 우르르 몰려오자 속도를 높여 좌측으로 빠르게 돌며 냉기탄을 연달아 발사했다.
“쩌저저정~”
냉기탄을 쳐낸 촉수가 얼어붙자 재빨리 다가서며 가슴과 얼굴을 향해 가시창을 던졌다.
얼어붙은 촉수로 인해 움직임이 방해될 줄 알았는데,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촉수가 떨어져 나가며 가볍게 가시창을 튕겨냈다.
그래도 얼음에 약하다는 것을 알아내자 연속으로 냉기탄을 쏘았다. 촉수가 얼어붙는 것을 두려워해 피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놈은 촉수를 잃는 게 두렵지 않은 지 피하지 않고 냉기탄을 모두 촉수로 쳐냈다.
‘촉수를 잃어도 상관없다는 거야? 아니면 약해 보이는 게 싫다는 거야?’
1분도 지나지 놈이 촉수로 냉기탄을 쳐내는 이유를 알게 됐다. 얼어붙은 촉수가 벌레처럼 꿈틀거려 얼음을 깨고 나와 진회의 몸으로 돌아갔다.
이러면 촉수를 잘라도 충격을 줄 수 없었다. 세포가 살아있는 한, 본체가 살아있는 한 잘린 촉수는 언제든 다시 몸으로 돌아갔다.
이건 치료나 재생보다 더 끔찍한 일로 혈풍의 말처럼 강력한 한 방이 아니면 상처를 입힐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발은 빠르지 않았다. 대신 촉수가 눈을 대신해 날아드는 스킬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막았다.
진회와 드잡이질을 벌이는 사이 10,000명이 넘던 여와 대부분이 죽거나 심하게 다쳐 서 있는 여와가 1,000명도 안 됐다.
수는 여와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하람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광역 공격 스킬 화염 폭풍 한 방이면 흔적도 없이 태울 수 있지만, 아내들이 다칠 수도 있어 아직도 살아남은 여와가 있었다.
“경국지색의 아내들이 다 죽어 가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상관없어. 다시 만들면 돼.”
“그래도 살을 섞고 살던 여자들이 죽는데, 가슴 아프지 않아?”
“소모품은 쓰다 버리라고 만든 것이지, 애정을 갖고 돌보라고 만든 게 아니다.”
“그래도 네가 여와로 만들었잖아.”
“필요해서 만든 것이지, 애정을 줄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들이 아니야.”
“소교도 그래?”
“으음~”
“말 못하는 것으로 봐서 얘는 다른가 보네.”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소교를 보자 진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모두 소모품이라고 하더니 소교는 좀 다른지 대답을 못 했다.
“소교를 인질로 잡을 생각인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치사하게 그런 짓은 안 해.”
“놓아줄 생각도 없겠지?”
“미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어. 왠지 알지? 내가 여자를 무척 좋아하거든. 그런데도 모두 죽였어. 왜 그렇겠어? 살려두면 안 되니까 그런 거야. 미안하지만 소교도 그 안에 포함돼 있어.”
“내가 너희를 다 죽여야 소교를 살릴 수 있겠군?”
“좋은 생각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열 손가락이 총알처럼 날아왔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가시창을 쏘아댔다.
“팅팅팅~”
소교를 들먹이자 머리꼭지까지 화가 뻗쳤는지 촉수로 가시창을 튕겨내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바람 스킬로 빠르게 물러나며 가시창을 계속 던졌다. 놈이 가시창을 우습게 여기도록 포스도 싣지 않고 던져 방심하게 만들었다.
3분쯤 전속을 다해 쫓아와도 잡지 못하자 하람과 혈풍을 노렸다. 둘이 잽싸게 보호막 안으로 들어가자 나를 유인할 생각인지 보호막에 촉수를 붙이고 에너지를 빨아댔다.
그러나 아영이 생명의 나무에 손을 붙이고 4단계 정화 스킬을 사용하자 깜짝 놀라 촉수를 떼고 황급히 물러났다.
정화 스킬은 레드몬을 공격할 능력은 없지만, 불순하고, 더럽고, 요사한 힘을 물리치는 능력이 있어 촉수는 다가설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