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3 슬픈 사랑 =========================================================================
453. 슬픈 사랑
1997년 9월 20일
유방 주석과 장칭리 국가 부주석, 장윈촨 국가안전부 부장 등 상하이방 핵심 세력이 모두 죽었다.
상하이방을 처단한 건 중국 공산당 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들로 구성된 태자당으로 요코에게 나라를 모두 빼앗기고 베이징과 상하이만 남자 유방과 상하이방 핵심 세력을 모두 죽여 요코에게 보내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노예로 살며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던지, 스스로 목숨을 끊던지 둘 중의 하나를 결정하라고 했다.
요코와 화친 협정이 어렵다는 것은 알게 된 태자당은 미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을 분할하기로 이미 협정을 맺은 미국과 러시아는 태자당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태자당이 남으면 중국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태자당도 사라져줘야 일이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도 생체무기를 사용한 테러범을 도울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이제 남은 건 문스톤으로 보호받는 베이징과 상하이 시에서 끝까지 투쟁하다 죽거나, 국외로 탈출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탈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방 주석만큼 심하진 않았지만, 태자당도 받아줄 곳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탈출할 비행기도 없었다. 육로로 이동해 배를 타고 망명하는 방법도 있지만, 베이징은 고립된 지 두 달째로 레드몬과 반군이 득실거려 탈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요코는 써커와 레드몬이 도시에 들어갈 수 없자, 소수민족과 호족을 이용해 베이징 안에 있는 공군 기지와 공항을 공격했다.
12억이 넘는 엄청난 인적 자원을 활용해 끊임없이 특공대를 밀어 넣어, 인민해방군 전투기, 제공기, 폭격기, 수송기, 헬기, 민항기 등 날아다니는 건 모두 파괴했다.
또한, 외부에서 수송기와 민항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포로로 잡은 인민해방군 방공여단을 동원해 베이징과 상하이 주변에 대공포와 대공 미사일을 배치해 접근하는 비행기를 공격했다.
그래도 상하이는 바닷가라 도시를 벗어날 길이 많았지만, 베이징은 육지에 둘러싸여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였다.
“상하이는 바다를 통해 국제 구호단체에서 구호품이 들어와 사정이 조금 낫지만, 베이징은 항공 지원도 어려워 굶어 죽는 사람이 많은가 봐.”
“얼마나 남아 있는데 그래?”
“5,000만 명 정도 남았어.”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노동력과 총알받이가 필요해 마구잡이로 끌어가서 그래.”
소연이 이야기한 대로 전쟁이 시작되자 유방 주석은 노동력을 착취하며 병사로 써먹을 요량으로 허베이 성과 산둥 성 주민 5,000만 명을 베이징으로 강제 연행했다.
중국의 수도이자 금융, 상업의 중심지인 베이징은 2,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초대형 도시였지만, 물자 대부분을 외부에서 지원받는 소비형 도시였다.
아무런 준비 없이 5,000만 명이 도시에 쏟아져 들어가자 치안은 엉망이 됐고, 먹고 자는 것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7월까진 톈진이 함락되지 않아 풍족하진 않지만, 지속해서 물자가 수급됐고, 국제 구호단체와 중국에 호의적인 일부 국가에서 식량을 공급해줘 굶어 죽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톈진이 함락되고 소수민족과 호족의 파상적인 게릴라 전술에 도시가 쑥대밭이 되며 8월부턴 아사자가 속출했다.
“전기와 수도, 가스 등 생활시설 대부분이 파괴됐고, TV와 라디오 방송국도 불타 죽은 도시나 마찬가지야.”
“자금성과 이화원도 다 부서졌다며?”
“응, 게릴라들을 계속 투입해 보이는 건물은 모두 폭파해 멀쩡한 건물을 찾아볼 수가 없어.”
“지휘부는 어디 있는데?”
“지하 VIP 방공호에 숨어 있어.”
“혹시 오성급 호텔 수준은 아니지?”
“그 정도는 아니야. 그래도 부서진 건물에 숨어 배를 곪는 사람들보단 백 배 낫지. 개인 침실과 화장실, 샤워실이 있고, 위성 TV도 나오니까.”
“전쟁이 나도 권력을 가진 자는 언제나 편하게 사네.”
“우리 기준에 편한 거지 평생 고생이라곤 안 해본 사람들에겐 그것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일 거야.”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틀렸다. 누구는 손이 살짝만 비어도 죽을 것처럼 난리를 치지만, 어떤 이는 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찢겨도 신음도 내지 않았다.
불편함과 배고픔도 마찬가지로 고통에 단련된 사람은 잘 참아냈지만, 평소 호의호식한 사람은 1분 1초도 못 참았다.
이런 사람은 단체 여행을 가면 금방 눈에 띄었다. 남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혼자만 지랄 발광을 하며 있는 척 없는 척 온갖 티를 다 냈다.
“선전 항에 있는 거 확실해?”
“4시간 전에 확인했어.”
유방이 죽자 곧바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 날아가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대기하던 MI-26 헤일로를 타고 광둥 성의 선전 시로 날아갔다.
선전 시는 광저우 시 아래에 있는 부성급 도시이자 홍콩 바로 위에 있는 도시로 요코와 쇼타가 숨어 있는 곳이었다.
영악한 요코는 내가 찾아올 것을 알고 광시좡족자치구와 광둥 성에 몸을 숨길 곳을 여러 곳에 마련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우리는 광시좡족과 동맹을 맺은 미국을 이용해 요코가 숨은 곳을 찾아냈다.
첩보위성과 안전보장국 요원만으로 요코와 쇼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중국 인민해방군의 움직임을 파악해준다는 미끼로 조기경보기 E-3 센트리 4대를 투입했다.
광시좡족은 미군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좋아했지만, 사실은 E-3 센트리를 개조한 레드몬 조기경보기 송골매로 요코와 쇼타가 숨은 곳을 찾기 위해 미래 레드포스가 미군을 가장해 들어간 것이었다.
“왜 하필 선전 항이야?”
“중국 정부가 세계적인 허브 항으로 만든다고 투자한 곳으로 항구 규모가 매우 커 몰래 빠져나가기가 좋아. 여차하면 홍콩으로 튈 수도 있고.”
“거긴 왜 왜 폭격을 안 받았어?”
“홍콩과 인접했단 이유로 영국이 폭격을 자제해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구했어.”
“1월에 중국으로 반환했잖아.”
“반환했어도 영국 자본이 많아 아직 중국 땅이라고 하긴 어렵지.”
홍콩 국제공항을 이용하면 선전 시까지 10분이면 날아갈 수 있지만, 요코가 홍콩에 부하들을 심어놓았을 가능성이 커 하노이에서 접근했다.
“오빠! 항구가 밀집한 시아오난 산에 1,000마리가 넘는 써커들이 몰려 있어요.”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을 소리 없이 날아간 헤일로가 선전 시 근처에 다다르자 상아가 써커들이 몰려있는 곳을 찾아냈다.
“요코와 쇼타는?”
“지하에 있는지 잡히질 않아요. 죄송해요.”
“아니야. 구미호로 찾으면 되니까 마음 쓰지 마.”
미안해하는 상아를 달래며 창밖을 바라봤다. 같은 중국인데, 홍콩은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밝게 빛나고 있었고, 선전 시는 부두 주변만 불이 켜져 있었다.
내전으로 물동량이 5분의 1로 줄어들었고, 전력과 유류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항구의 3분의 1만이 가동 중이었다.
시아오난 산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야산에 헬기를 착륙시켰다. 구미호를 먼저 보내 요코가 있는 곳을 알아보게 한 후 써커들이 있는 산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구미호는 변신은 하진 못해도, 털 색깔을 바꿀 수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검은색으로 바꾸고 시아오난 산으로 잠입했다.
“요코가 있는 지하기지를 찾아내면 하람과 내가 입구로 달려갈 거야, 하람이 화염 폭풍으로 써커들을 공격하면 그때부터 놈들은 정리해. 나는 그사이 지하로 내려가 요코와 쇼타를 정리할게.”
“네!”
하람과 시랑, 아내들에게 간단하게 작전을 설명하고 구미호의 눈을 따라 기감력을 집중했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한 구미호는 써커들을 시선을 교묘히 피해 지하 비밀기지로 들어갔다.
산을 뚫어 만든 창고를 개조했는지 생각보다 내부가 넓고 복잡했다. 출입하는 통로도 3개나 있어 아차 하면 놈들을 놓칠 수도 있었다.
지하 창고를 30분쯤 헤매던 구미호가 지하 3층에서 요코와 쇼타를 발견했다. 커다란 지도가 놓인 회의실에는 요코와 쇼타가 동북 삼성을 짚으며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놈들도 진회의 정체를 의심하는지 탁자 위엔 진회에 대한 다양한 자료가 가득 놓여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세 군데나 있어 소리가 나면 놓칠 수도 있어. 작전을 바꿔야겠어.”
“통로를 맡으면 되잖아요?”
“한 곳은 바다로 직접 통하는 곳이야.”
산 중턱에 입구가 있는 창고는 지하 1층과 2층은 지상이었고, 지하 3층은 해수면과 같은 높이로 모터보트를 타거나, 날아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서인의 침묵 스킬이 발동하자 연속으로 살기를 투사해 입구를 지키던 써커들을 잡았다.
한 번에 60마리가 쓰러지자 30초 만에 300마리가 넘는 써커가 나뒹굴었다. 살려둘 생각이 없어 강하게 살기를 투사하자 심장마비로 죽었다.
소연과 은비, 아리도 서인에게 충격이 덜한 홀드와 체인 라이트닝, 가시덩굴로 써커들을 잡았고, 하람과 시랑은 각각 한 자루 대도와 두 자루 단검을 들고 육박전을 치렀다.
소환수들도 스킬 대신 몸통박치기로 놈들을 제압했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써커들은 은비의 비사가 지독한 독으로 녹여버렸다.
‘이젠 서인이 없으면 일을 못 하겠네.’
처음 공대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계륵 같은 존재였던 서인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감초 같은 존재로 발돋움했다.
서인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작전의 수가 달랐다. 은밀히 일을 처리할 때,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이동할 때 서인의 진가는 여지없이 발휘됐다.
서인 덕분에 조용히 보초를 해치우고 지하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 역시 서인의 침묵 스킬로 소리를 없앤 후 살기투사로 써커들의 심장을 터뜨렸다.
지하 2층까지 내려가며 써커들을 처리하자 쥐 죽은 듯이 고요한 것에 수상함을 느낀 요코가 쇼타를 끌고 급히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영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타의 행동에 구미호가 앞을 막아서며 레이더를 발사했다.
3층까지 내려가면 늦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파멸의 창을 소환했다. 우우우우웅~ 울어대는 파란색 창이 소환되자 서인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서인아! 침묵 해제!]
구미호가 뒤로 빠지자 그 틈에 바다로 난 입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려던 쇼타의 머리 위로 파멸의 창이 떨어졌다.
“쇼타~”
2층 천장이 재로 변하며 거대한 힘이 떨어져 내리자 위험을 알아챈 요코의 비명을 질렀다.
요코의 비명에 반응한 쇼타가 있는 힘껏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러나 빛의 속도로 떨진 파멸의 창이 한발 일찍 어깨와 다리를 치고 나갔다.
“쇼타! 정신 차려!”
팔다리가 사라진 부위가 점점 타들어 가자 요코가 칼을 꺼내 검게 타들어 간 부위를 도려냈다.
그러나 가슴의 3분의 1과 배의 절반이 이미 사라져 살릴 방도가 없었다. 그래도 손을 놓을 수 없는지 입을 벌려 대롱 같은 침을 꺼내 자기 팔뚝에 꽂았다.
“쇼타! 힘을 내. 죽으면 안 돼!”
요코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쇼타를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소멸의 기운이 몸속에 침투해 내장이 다 부서진 쇼타는 영양분을 빨아들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