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8 고토회복 =========================================================================
448.
만주 5대 재앙 중 규모가 가장 큰 혈풍단은 지린 성 최대 호수인 쑹화 호(松花湖)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혈풍단은 1995년 1월 차오스 주석의 대대적인 토벌에도 숫자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날 만큼 독보적인 힘을 갖춘 채 동북 삼성의 패자로 군림했다.
무리의 우두머리인 혈풍은 전투력이 9950으로 상급 레드몬 진화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B급 엘리트 레드몬인 새끼 세 마리도 7000~8000 사이로 다른 혈랑 무리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유했다.
중급 레드울프도 750마리가 넘었고, 회색늑대도 5,000마리가 넘어 안정적으로 레드울프를 공급했다.
무서울 것 없던 혈풍단에 변고가 생긴 건 열흘 전으로 사냥을 나갔던 B급 엘리트 레드몬 두 마리가 5일 단위로 사라지며 시작됐다.
혈풍단은 숫자가 워낙 많아 한꺼번에 몰려다니며 사냥할 수 없이 B급 엘리트 레드몬 한 마리에 레드울프 100마리, 회색늑대 500마리가 무리를 이뤄 돌아가며 사냥에 나섰다.
사냥에 나서면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씩 걸려 막내가 사라졌을 때만 해도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째마저 사라져 돌아오지 않자 혈풍은 변고가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수색에 나섰다.
수색에 나선 지 이틀 만에 첫째와 막내가 사냥을 나선 곳에서 죽은 회색늑대 수백 마리를 발견한 혈풍은 최대의 고비가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그렇다고 도망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본거지인 쑹화 호로 돌아가 적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혈풍이 본거지로 돌아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가족을 죽인 원수가 나타났다. 혈풍의 예상대로 적은 인간이었다.
인간들은 폭격기와 전투기, 야포로 혈풍단의 보금자리와 레드울프, 회색늑대를 공격했다.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은 혈풍은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며 레드울프들을 끌고 야포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혈풍단의 3분의 1을 잃었지만 혈풍단은 여전히 막강했고, 만주에선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자부심도 진회와 황풍, 여와들을 만나는 순간 여지없이 깨졌다. 청풍과 백풍을 흡수하고, 지난달 흑풍까지 흡수한 진회는 혈풍이 상대할 수 없는 상대가 아니었다.
1997년 5월 20일, 요코와 전투를 집중하기 위해 유방 주석은 진회와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요코와 진회를 동시에 상대할 능력이 없다는 장칭리 국가 부주석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간 유방 주석은 기만전술로 잠시 진회를 묶어두겠다는 생각에 이름뿐인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유방 주석이 잔머리를 굴렸지만, 속이 뻔한 수에 넘어갈 만큼 진회도 어리석진 않았다.
천하의 모사꾼 소소가 있는 한 그런 얕은수로 진회를 속일 순 없었다. 그런데도 허울뿐인 상호 불가조약을 체결한 건 지린 성과 랴오닝 성에서 여와들을 모집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번 유방은 요코에게 전력을 집중했고, 진회는 여와의 수를 빠르게 늘리기 위해 지린 성과 랴오닝 성의 10세 이상 20세 미만의 여성들을 모두 선양 시로 불러들였다.
선양 군구 소속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500만 명이 넘는 소녀를 강제로 끌어온 진회는 이 중 5,000명이 넘는 여성을 여와로 만들었다.
여와의 수를 10,000명으로 늘린 진회는 자신의 힘을 늘려줄 흑풍단과 혈풍단을 처리하기로 결심했다.
진회가 거병하며 가장 크게 걱정한 부분은 중화인민공화국도, 혈랑 무리도 아니었다.
한반도의 구석을 차지한 미래 레드몬 사냥팀이었다. 그곳에 가장 위험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진회는 어떻게 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땅속에 묻힌 시체를 흡수해 성장한 진회는 훈련과 전투를 통해 성장하는 형태가 아닌 생명을 흡수해 능력을 향상하는 형태였다.
누구나 그렇듯 진회도 생명체를 흡수해 초반 빠르게 성장 했다. 그러나 A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한 이후엔 눈에 띄게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황풍을 복종시키며 B급 엘리트 레드몬을 흡수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능력이 향상하지 않으며 흡수만으론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청풍을 흡수하며 같은 A급 엘리트 레드몬을 흡수하면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지체하지 않고 백풍마저 흡수해 상급 레드몬의 턱밑까지 접근했다.
상호불가침조약을 맺은 지 5일 후 흑풍과 놈의 새끼인 B급, C급 엘리트 레드몬 두 마리를 모두 흡수하며 꿈에 그리던 C급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한 진회는 여세를 몰아 마지막 남은 혈풍마저 노렸다.
먼저 귀찮은 부하들을 처리한 진회는 혈풍단의 본거지를 부숴 밖으로 혈풍을 유인했다.
진회의 작전대로 야포를 치기 위해 혈풍과 레드울프가 뛰어나오자 매복했던 여와들이 레드울프들을 공격했다.
한 마리 남은 B급 엘리트 레드몬은 A급인 황풍이 맡았고, 혈풍은 진회가 직접 나서 상대했다.
사람의 형상을 했지만, 그 안에 자신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강대한 괴물이 들어 있음을 꿰뚫어본 혈풍은 발악하듯 화염탄과 지옥의 불길로 공격했다.
그러나 A급 엘리트 레드몬의 끝에 다다른 혈풍의 막강한 공격도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한 진회에겐 한낱 장난에 불과했다.
둘의 차이는 딱 한 단계였지만, 벽을 넘어선 자와 벽을 넘지 못한 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로 혈풍의 진회의 상대가 안 됐다.
이대로 허망하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혈풍은 전투력 1000을 영구히 잃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무적 스킬을 사용했다.
혈풍의 숨겨둔 비기이자 구명 스킬은 전투력 1000을 영구히 소모해 10분간 어떠한 공격에도 피해를 입지 않는 절대 방어로, 혈풍은 절대 방어 스킬을 쓰고도 진회를 어쩌지 못해 꼬리를 말고 도망쳐야 했다.
처참하게 패해 달아난 혈풍은 중국 북동부 내몽골 지역의 다싱안링 산맥으로 숨어들었다.
다싱안링 산맥은 1,200~1,300m에 이르는 험난한 산이 남북으로 1,200km에 걸쳐있는 산맥으로 넓은 곳은 306km, 좁은 곳은 97km에 이르러 진회를 피해 숨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온몸이 상처투성인 혈풍은 전투력마저 8000대로 떨어지며 복수는커녕 다싱안링 산맥의 터줏대감들을 공격을 두려워해야 할 만큼 약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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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풍과 혈풍까지 처리할 정도면 상급 레드몬이라고 봐야겠죠?”
“흑풍은 그렇다 쳐도 혈풍은 상급에 근접한 놈이었으니, 그렇다고 봐야지.”
“지난번에 봤을 땐 분명 엘리트 레드몬이었는데...”
“며칠 사이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했나 보지.”
“걱정 안 되세요?”
“그래 봐야 C급 상급 레드몬이잖아. 단계를 무시하고 B급, A급까지 진화했다면 모를까 C급이면 하람만 보내도 충분히 잡을 수 있어.”
“너무 태평한 것 같아요?”
“태평이 아니라 자신감이지.”
이틀 전 혈풍마저 물리친 진회의 능력에 많이 걱정스러운지 상아의 예쁜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예쁜 얼굴이 망가질까봐 얼른 품에 안고 손으로 이마를 마구 문지르자 주름이 사라졌다.
대신 이마가 빨개지고 상아의 입이 오리처럼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입을 키스로 밀어 넣고 엉덩이를 두드려주자 그제야 내가 사랑하는 예쁜 상아로 돌아왔다.
“인상 쓰지 마. 예쁜 얼굴 망가져.”
“찡그리는 것보다 오빠 손에 먼저 망가지겠어요.
“무슨 소리야? 깨끗하게 나았는데. 오빠 손이 약손인 거 몰랐어?”
“두 번 치료했다간 이마 다 까지겠네요.”
“흐흐흐흐~”
“에휴~”
음흉하게 웃자 옆에 앉아 있던 마샤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상아의 빨간 이마를 손으로 덮고 힐링 스킬을 사용했다.
“국내는 언제부터 공급하는 거야?”
“뭐를요?”
“신기전 장갑차.”
“아~ 대통령 바뀌면 공급할 계획이에요.”
“왜?”
“그전에 공급하면 빼돌릴지도 모르잖아요.”
“아무리 썩어도 그렇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신기전을 빼돌리겠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대가리가 썩으면 밑에 있는 것들은 무조건 썩게 돼 있어요.”
지난 8월 양산에 돌입한 신기전 장갑차는 작년 말 생산규모를 크게 확장할 결과, 올 2월 1일 미래 레드포스 8개 여단에 각각 150대와 레이저·방공여단에 200대를 배치했다.
8개 여단에 200대 이상을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신형 방어탑이 개발되며 도시를 지키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숫자를 대폭 줄였다.
2월부터 4월 말일까지 생산한 분량은 현재 모두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 애초 계획은 대한민국 육군과 레드몬 사냥팀에 신기전 장갑차를 공급한 후 5월부터 록펠러 가문과 러시아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패할 대로 부패한 현 정권과 공무원, 군인들을 믿고 신기전 장갑차를 넘길 수 없다는 아내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내년 2월 대통령이 바뀌면 공급하기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대한당의 변병석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는 가정 하에 짠 계획으로 만약 자유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머리를 쥐어뜯어야 할 상황이 생긴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 이상 변병석 대표를 꾸준히 대통령 후보로 밀고 있어 대낮에 홀딱 벗고 시청광장을 질주하지 않는 한 자유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없었다.
“장인어른과 옐친 형님에겐 몇 대나 보냈어?”
“록펠러 가문에 300대, 러시아에 150대 보냈어요.”
“주문한 게 총 몇 대야?”
“록펠러 가문이 900대, 러시아가 18,000대요.”
“18,000대? 제정신이야?”
“러시아 크기를 고려하면 18,000대도 많은 건 아니죠. 100,000대가 있어도 모자란다고 봐야죠.”
“생산규모가 몇 대인데 그래?”
“현재 월 600대로 24시간 쉬지 않고 연중무휴로 돌리면 7,200대까지 생산할 수 있어요.”
“연 7,200대인데 18,000대를 어느 세월에 공급해?”
“5년 안에 공급하기로 계약했고, 12월이면 생산량이 세 배로 늘어나 공급엔 지장이 없어요.”
록펠러 가문과 러시아에 신기전을 공급하기 직전 미국 TTC 방송이 선정한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레드몬 사냥팀과 각국 레드몬 방위 관계자, 언론사를 나진시로 불러들였다.
올 초 신기전 장갑차에 대한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나가며 한숙에게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노코멘트로 일관하려다가 어차피 팔 거면 제대로 파는 게 났다는 의견에 5월 15일 3,0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시연회를 열었다.
방어탑 공사가 한창인 은덕에서 열린 신기전 장갑차 시연회는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성능에 사람들의 입을 다물어지지 않게 했다.
신기전 장갑차 30대를 동원한 이 날 시연회에선 최하급 레드몬부터 중급 레드몬까지 총 200여 마리를 사살했다.
5km 이내의 레드몬을 모두 찾아내 정확하게 사살하는 모습은 시연회 내내 사람들의 기립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음 날 세계 유수 언론사엔 톱뉴스로 신기전 장갑차에 대한 소식이 실렸고, 레드몬에 대항할 진정한 무기가 탄생했다는 극찬과 찬사가 쏟아졌다.
시연회가 끝나자 주문이 쇄도했다. 그러나 계약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에게 호의적인 나라부터 차례로 공급할 계획이라 무턱대고 주문을 받을 순 없었다.
이 때문에 나진시엔 한숙을 만나려는 각국 특사와 레드몬 사냥팀 관계자, 기자들이 몰려들어 부산까지 길게 줄을 서며 북새통을 이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