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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46화 (446/505)

00446  고토회복  =========================================================================

446.

“오빠! 레드몬이 맞아요. B급인지 A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엘리트 레드몬인 건 확실해요.”

“여자들은?”

“여자들도 마찬가지예요. 중급은 아닌 것 같고 하급 레드몬인 것 같아요.”

“고생했어.”

“정확한 걸 알려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해요.”

“아니야. 상아가 있어서 정말 든든해. 고마워!”

선양 시에 접근하자 상아의 탐지 레이더에 진회와 진회의 여자인 여와들이 걸렸다.

안전보장국이 파악한 대로 여와는 4,000명이 넘었고, 진회가 머무는 선양 시 외곽의 별장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었다.

진회가 어디에 있는지, 여와의 숫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정확히 알아냈으면서도 상아가 미안해하는 건 탐지 스킬이 갖는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상아의 탐지 스킬은 고성능 레이더처럼 레드몬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고, 크기와 형태,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에너지를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데이터가 축적된 레드몬이 아니면 정확한 등급을 알 수 없었다.

크기와 형태, 느낌 등으로 레드몬의 등급을 추측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레드몬은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엠코사에서 개발한 레드몬 킬러는 레이저를 쏘아 에너지를 측정해 레드몬의 등급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정확도 면에선 상아를 앞섰다.

그러나 크기와 형태를 알 수 없고, 동작감지기나 육안으로 관측 후 가까운 거리에서 레이저를 쏘아 탐지하는 방식으로 한 번에 한 마리밖에 측정할 수 없었다.

그와 비교해 상아의 탐지 스킬은 탐지 반경 안에 있는 레드몬은 모두 찾을 수 있어 효율 면에서 레드몬 킬러와는 비교가 안 됐다.

진회와 여와의 정확한 등급을 확인하지 못한 건 이런 특성 때문으로 상아의 탐지 스킬을 활용해 개발한 신기전도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레드몬 킬러를 더 좋은 장비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방을 탐지하는 레이더의 특성을 고려하면 레드몬의 접근을 탐지할 수 없는 레드몬 킬러는 관측 장비이지 레이더는 아니었다.

“오빠!”

“응?”

“A급 엘리트 레드몬 레드울프가 별장으로 접근 중이에요.”

“몇 마리나 몰려가는데?”

“A급 혼자에요.”

“혼자? 확실해?”

“네!”

“싸우러 가는 거야?”

“으음... 아닌 것 같아요. 여와들이 레드울프를 제지하지 않고 통과시켰어요.”

8m가 넘는 거대한 레드울프가 유유히 별장으로 들어가 진회가 잠든 침대 밑에 강아지처럼 엎드렸다.

애완동물로 착각할 만큼 온순한 행동으로 누가 봐도 진회에게 복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늑대가 변신한 건가?”

“아닐 수도 있어요.”

“왜?”

“그렇다면 침대 밑에 엎드린 A급 레드울프도 인간으로 변신했어야죠.”

“아~ 그러네.”

“느낌이지만 진회와 레드울프는 주종관계로 보여요. 그렇다고 살가운 사이는 아닌 것 같아요.”

“복종 스킬에 걸린 건가?”

“그럴 수도 있죠.”

“소연아! 기장에게 고도를 2km까지 내리라고 해.”

“그러다 걸릴 수도 있어?”

“소리가 안 나는데 어떻게 알겠어? 걱정하지 말고 내려.”

진회가 있는 별장으로 이동해 고도를 2km까지 내렸다. 기감을 집중해 진회와 여와는 물론 별장까지 샅샅이 뒤졌다.

“아리야! 잡히는 거 있어?”

“아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그렇다면 변신 스킬을 사용한 건 아니라고 봐야겠네?”

“간파가 정확했다면 그렇겠지.”

아리의 간파 스킬은 상대가 사용한 스킬의 대략적인 효과와 위력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정확도도 매우 뛰어나고, 몇 번 반복해서 보면 스킬의 장단점도 파악할 수 있어 레드몬에 대한 자료를 정리할 때 아리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기감으로 확인한 진회의 몸은 겉만 사람이었지 속은 전혀 다른 생명체였다. 의사는 아니지만, 수없이 많은 여자와 레드몬의 몸을 속속들이 훑으며 장기의 모양과 위치는 확실하게 파악했다.

“레드울프는 아닌 것 같다.”

“몸에 모기 레드몬이 들었어요?”

“아니.”

“그럼 어떻게 아닌 걸 아셨어요?”

“몸을 구성하는 장기의 형태와 위치가 우리와 많이 달라. 도저히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그리고 무엇보다 놈이 깔고 자는 이불이 레드울프가 아니란 것을 확인시켜줬어.”

“뭘 깔고 자는데요?”

“얼굴과 크기로 봐선 청풍인 것 같아.”

“네에?”

“그게 전부가 아니야. 침대 아래 누워있는 놈은 황풍인 것 같고, 황풍이 엎드린 바닥에 깔린 놈은 청풍인 것 같아.”

“만주의 5대 재앙 중 세 마리를 진회가 잡을 거예요?”

“그런 것 같아.”

“정말 충격적인 얘기네요.”

상아의 말처럼 생각지도 못한 충격이었다. 놈이 인간과 똑같은 외형의 레드몬이란 것도 충격이었고, 여와들도 놈과 같은 형태라는 것도 매우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다 합쳐도 놈이 만주의 5대 재앙 중 두 마리를 잡아 깔개로 쓰고, 한 마리는 애완동물처럼 기른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아직은 죽일 때가 아니야. 중국이 무너진 다음 처리해야지.”

“내버려두면 위험하지 않을까?”

“놈도 바보가 아니만큼 우리 쪽으로 오진 않을 거야. 먹기 좋은 북경과 몽골이 있는데, 죽을 자리를 찾아오진 않겠지.”

소연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열매가 익기를 기다릴 때였다. 익지도 않은 과일을 따면 먹지도 못하고 입맛만 버리게 된다.

은하의 계획대로 유방 주석이 이끄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한 세력들과 계속 싸워 나라가 무너지고, 진회의 요나라가 동북 삼성을 확실하게 차지하면 그때 움직여야 했다.

중국이 사분오열돼 예전과 같은 힘이 없을 때 진회를 잡고 동북 삼성을 먹으면 되는 것이다.

영토를 차지했다고 온전히 자신의 영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혼슈와 규슈, 시코쿠처럼 일본인을 모조리 밀어내지 않는 한 영토를 흡수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북 삼성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우리 영토라고 우길 수 있는 역사적 근거도 충분했고, 소수민족과 조선족도 많아 순수 한족이 점유한 영토보단 흡수가 용이했다.

그리고 유방과 피 터지게 싸우며 나라가 풍비박산 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라 그때쯤이면 안정적인 삶을 꿈꾸게 돼 누가 영토를 차지하든 상관없었다.

먹고살 만해지면 생각이 바뀌겠지만, 그때는 이미 한족을 솎아낸 다음이거나 돈을 주고 남부와 동부로 이주시킨 뒤가 될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중국이 그랬듯 강제로 이주시키면 됐다. 오랜 기간 땅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에겐 못할 짓이었지만, 두고두고 골머리를 썩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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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낼 만은 한가?”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불편한 곳은 없고?”

“네!”

“필요한 거 있으면 서인에게 언제든지 얘기하고.”

“감사합니다.”

선양 시를 다녀온 다음 날 서인의 통역으로 하워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달 넘게 별관에서 지낸 하워드와 엘리자베스는 처음 집에 왔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밝아졌다.

보스를 물리치고 구한 하워드와 엘리자베스는 심한 탈진한 상태만 있을 뿐 다친 곳은 없어 일주일간 푹 쉬자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까지 회복하진 못해 온종일 바다만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하워드와 엘리자베스의 상처는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친 아이작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에서 생긴 것이었다.

보기만 하면 으르렁대며 싸우는 사이였지만, 20년 넘게 함께한 친구이자 단짝으로 전장에선 등을 맡길 수 있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료였다.

친구를 잃었다는 마음과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둔 진심을 알게 되자 그리움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닌 둘이라 의지가 됐고, 방해하는 사람도 없어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우리가 나진 타워로 옮겨가자 본관은 지영과, 연희, 민영, 희은, 은미, 선희, 진숙이 차지했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3층 침실에서 7명이 언제나 함께 자고 생활했다. 레즈비언이라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이지만, 미운 정 고운 정이 깊이 들어 떨어지지 않으려 해 알아서 하게 내버려뒀다.

결혼식이 끝나고 사흘 후 7명을 모두 불러 더하지도 뺏지도 않고 내가 한 짓에 모두 말했다.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말에 7명 모두 한 달 동안 집안에만 처박혀 밖에 나오질 않았다.

정을 떼려는 생각에 가보지도 않고 찾지도 않았다. 남녀 사이에 좋은 감정으로 헤어진다는 건 거짓말이다.

신세대들은 헤어져도 친구로 남는다고 하는데, 나는 절대 그렇게 못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헤어진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핑계였다.

또한,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곁에서 바라본다는 것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고문이었다.

죽도록 사랑하는 남녀는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 영화와 소설, 드라마에선 아주 흔한 일이지만,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언어적 유희가 아닌 잔인한 고문으로 사랑하지 않기에, 더는 필요가 없기에 헤어질 핑계를 대는 것에 불과했다.

기나긴 한 달이 지나고 나를 찾아온 지영과, 연희, 민영, 희은, 은미, 선희, 진숙 초췌했지만, 마음속 짐을 덜었는지 표정을 밝았다.

그녀들은 아주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내렸다. 과거가 어찌 됐든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지금의 삶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그녀들의 대답이었다.

결연한 얼굴을 보자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구차한 변명은 그녀들을 죽이는 짓이었다.

내가 그녀들을 위해 깊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듯, 그녀들도 깊은 고민 끝에 나와 함께 하기로 결론을 내린 만큼 존중해주는 것이 온당했다.

“하워드와 엘리자베스는 어쩌실 거예요?”

“뭘 어째?”

“저대로 계속 두실 거냐고요.”

“둘을 찢어놓기라도 해야 해?”

“네?”

“그냥 두지 말라며?”

“제가 언제 그랬어요? 저는 계속 멍하니 있게 내버려 둘 건지 그걸 물어본 거예요.”

“멍하니 있던 온종일 섹스를 하던 그건 자기들 소관이지 내 소관은 아니잖아.”

“아이~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할 거예요?”

“흐흐흐흐~”

서인은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울 것 같은 표정도 귀여웠고, 자기 딴에는 화낸다고 찡그린 표정도 무섭기는커녕 섹시하기만 했다.

“10살 때부터 사선에 내몰린 사람들이야. 쉬지도 못하고 살기 위해 앞만 보도 달렸으니 이제 좀 쉴 때도 됐잖아.”

“세상에서 제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지홍씨 만나고 그런 생각이 없어졌지만, 전에는 정말 사는 게 지옥이었어요. 그런데 엘리자베스 얘길 듣고 저는 그래도 복 받은 여자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엘리자베스였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남의 얘기하듯 담담히 말했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끔찍했을 거야.”

“그렇죠. 상상으론 진짜 고통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부담 주지 말고 내버려둬. 상처가 모두 아물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일 거야. 그때 어떻게 살지 물어봐도 늦지 않아.”

“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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