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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445화 (445/505)

00445  고토회복  =========================================================================

445.

1997년 5월 5일

유방 주석은 새벽 1시를 기해 푸젠 성, 후베이 성, 장시 성, 산시 성, 랴오닝 성의 호족들을 공략했다.

북경을 지킬 화이 공대원 3,000명을 빼고 숨겨놨던 5,000명과 7개 성에서 끌어모은 5,000명을 더해 10,000명을 2,000명씩 나눠 반란의 핵심 세력과 배신한 지휘부를 일시에 노렸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로 손쉽게 호족 세력을 진압할 것으로 내다봤던 중국 정부의 예상대로 후베이 성과 산시 성은 거의 피해 없이 호족 세력 3개를 제압했다.

그러나 푸젠 성과 장시 성, 랴오닝 성에선 전력의 80%를 잃는 참담한 패배를 맛보며 반란 세력 진압에 빨간불이 켜졌다.

“4,800명이 넘는 선인이 죽거나 포로로 잡혔어요.”

“소수민족과 호족에 붙은 선인을 다 합해도 3,500명밖에 안 되는데, 그런 큰 피해를 본다는 게 말이 돼? 혹시 미국과 러시아가 능력자를 지원했어?”

“그렇진 않아요. 두 나라 모두 소수의 지상군을 파견할 계획이지, 소중한 능력자를 소수민족과 호족에 지원할 계획은 없어요.”

미국과 러시아에 소수민족과 호족은 중국을 견제하며 자원을 수탈할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이었지, 보호해야 할 대상도 동반자도 아니었다.

이용물에 지나지 않는 소수민족과 호족을 위해 능력자를 희생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로, 소수의 군인을 파견해 명분만 만들면 그만이었다.

이는 한숙이 옐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한 내용으로 소수민족이 생각하는 것처럼 세계의 경찰이자, 인권국가로써 소수민족을 돕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잖아?”

“상아가 확인했어요.”

원정을 떠난 사이 중국 사태가 발발하자 책임자로 은하를 지명했다. 국제 정세에 밝은 전략연구소 소장이자, 군사 전문가로 충분한 소양을 갖춰 중국 사태가 끝날 때까지 책임자 겸 보고자로 중책을 맡았다.

“그럼 우리가 모르는 상급 능력자가 중국에 서너 명이 있었나?”

“그것도 아니에요. 푸젠 성과 장시 성은 광시좡족이 도왔고, 랴오닝 성은 진회가 직접 나섰어요.”

“광시좡족이 선인 4,000명을 막을 힘이 있었어?”

“요코와 쇼타의 짓인 것 같아요. 사진에 찍히지 않았지만, 살아남은 선인들이 레드몬과 사람이 날아다니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어요.”

“날개를 봤으면 확실하다고 봐야겠네?”

“안 그래도 사실 확인 확인을 위해 새로 발사한 첩보 위성 세 기를 동원해 감시 중이에요. 며칠 내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을 거예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로 일본이 사라지는 것을 보자 요코와 쇼타의 써커 무리는 큰 위협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폐해는 변종 방사능 포베로미스 만큼 커 중국이 완전히 분열되면 남김없이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진회가 선인이었어?”

“기록을 뒤져봤는데 선인 중 그런 이름은 없어요.”

“하람이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거야?”

“그럴 수도 있죠!”

“상급 레드몬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수상한 점이 몇 가지 있어요.”

“뭔데?”

“진회가 거느린 여자가 4,000명이 넘어요. 그런데 그 여자들이 모두 선인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수십 명도 아니고 수천 명이 모두 선인이라고? 뜬소문 아니야?”

“안전보장국 요원들이 확인 중이에요. 늦어도 이삼일이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정말 그 여자들이 모두 진회의 여자야?”

“부러우세요?”

“아.아.아니야. 하나도 안 부러워.”

“안 부러운데 왜 물어보세요?”

“진시황도 아니고 어떻게 4,000명을 거느려? 너무 황당해서 물어본 거야?”

“그럼 더 부러운 거 알려드릴까요?”

“또 있어?”

“그 여자들 모두 왕소군, 양귀비, 서시, 초선의 환생이라 할 만큼 엄청난 미녀래요. 굳이 동생들과 비교하면 마샤, 상아, 소연 정도의 미녀가 몇천 명 된다는 말이죠.”

“그건 전혀 안 부러운데.”

“네?”

“왕소군과 양귀비, 서시, 초선이 당시엔 절세미녀였는지 몰라도 지금 보면 호박이나 다름없을걸. 소연, 마샤, 상아와는 비교가 안 되지. 안 그래?”

고대 중국의 4대 미녀인 왕소군, 양귀비, 서시, 초선은 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미모가 뛰어난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절세미녀들로 중국에선 최고의 미녀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들을 본다면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엔 시대와 나라에 따라 미녀의 기준이 천차만별이었다.

뚱뚱한 여자, 발이 작은 여자, 엉덩이가 큰 여자, 얼굴이 동그란 여자, 애를 잘 낳는 여자 등 현대와는 미녀의 기준이 많이 달랐다.

TV의 발명과 함께 미녀의 기준이 서양식으로 획일화된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미녀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미녀의 기준도 시대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바뀌죠.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당시 사람들이 절세미녀라고 칭했다면 지금도 미녀라고 하는 게 맞는다고 봐요.”

“그런가?”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에요. 정치적·시대적·문화적 상황이 전혀 다르니까요. 그러나 미의 기준은 유행과 같은 것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도 큰 문제는 없어요.”

“그렇다면 정말 복 받은 놈이지.”

“그렇죠. 한 명도 얻기 힘든 절세미녀를 4,000명이나 거느렸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잖아요. 4,000명이 넘는 선인이 갑자기 나타나고, 그것도 모두 여자고, 절세미녀라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세요?”

“아니! 전혀 안 돼!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진회도 그렇고, 4,000명이 넘는 여자 선인도 그렇고, 동북 삼성의 지도자들이 모두 충성을 맹세한 것도 그렇고, 심양 군구 소속 지휘관들도 귀신에 홀린 것처럼 열성적으로 진회를 따르는 것도 그렇고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에요.”

“E-3 센트리는 개조 끝났어?”

“거의 끝났을 거예요.”

“레이더에 걸리지 않지?”

“당연히 걸리죠. 보잉 707을 개조했는데, 그 큰 게 안 걸리겠어요? 우리 헬기처럼 돈으로 덕지덕지 처바르면 모를까!”

“MI-26 헤일로로 다녀오는 게 낫겠네?”

“그게 훨씬 낫죠. 상아가 가면 탐지거리도 훨씬 길어지니까요.”

“자정에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해줘.”

“네!”

은하가 농담처럼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하람이 인간으로 변신해 가정을 꾸렸듯, 진회도 인간으로 변신해 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하람이 했다고 진회까지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법은 인간이 정한 것이지 자연에는 없는 법칙이었다.

그리고 4,000명이 넘는 능력자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능력자 한 명을 키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20년이다.

레드문의 영향으로 동물과 식물의 성장 속도가 2배로 빨라졌지만, 인간은 무슨 이유인지 성장 속도가 예전 그대로라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20년이 걸렸다.

이는 능력자가 매우 천천히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인간이 레드몬에 밀리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그것도 동북 삼성에서 4,000명이 넘는 선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1년 만에 나타났다는 건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도 설명이 안 됐다.

“절세미녀라는 말에 얼굴 보러 가는 거 아니지?”

“4,000m 상공에서 사람 얼굴이 보여?”

“내려서 볼 수도 있잖아?”

“내릴 생각 없거든.”

“내리기만 해봐. 죽을 줄 알아.”

“너는 나이가 먹을수록 말이 거칠어지냐. 언어 순화 안 돼?”

“어렸을 때 더 했어. 몰랐어?”

“에잇~”

주먹을 들자 은비가 잽싸게 달아났다. 따라가 꿀밤을 한 대 먹이려 하자 소연 등에 숨어 손을 싹싹 빌었다.

소연이 은비를 바라보며 말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자 은비가 대답 대신 이빨을 보이며 악동처럼 웃었다.

소연도 어쩔 수 없는지 등을 토닥이며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자 은비가 나를 바라보며 혀를 쏙 내밀었다.

죽을 때까지 평생 저럴 거라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은비 덕분에 자주 웃어 밉지가 않았다.

자정에 출발한 헬기는 진회가 머무는 선양 시로 날아갔다. 서인이 침묵을 사용해 소음을 없애자 하늘에 헬기가 떠 있는 것도 알 수 없었다.

“왜 레드몬이라고 생각하세요?”

“3년 전인가? 그때 혈랑 토벌한다고 중국 정부에서 변종 모기 레드몬 2호를 대량으로 사용했어. 그게 마음에 걸리네.”

“진회도 요코처럼 모기 레드몬에 감염된 후 이지를 찾고 능력이 향상돼 부하들을 거느렸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일본과는 상황이 좀 다르지. 요코가 감염된 건 알을 낳는 변종 1호고, 중국이 동북 삼성에 사용한 건 알을 낳지 못하는 변종 2호니까.”

황준지우 박사에 따르면 변종 모기 레드몬 2호는 번식이 안 되는 레드몬으로  숙주가 사망하면 10분 내로 따라 죽었다.

변종 2호는 731 생체병기 연구소 이시이 마사키 소장이 개발한 생명 연장법을 무카이 오사마 내각정보실장이 중국으로 빼돌려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일반인에게 주입하면 최대 21일간 생존했다.

중국 정부는 변종 2호를 투입하고 3일간 적응 기간을 거쳐 아편과 레드바이퍼의 신경독을 섞어 만든 환각제를 투여한 후 혈랑 무리를 상대하게 했다.

환각제에 취한 병사들은 두려움을 잊고 혈랑 무리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다 모두 죽었다.

“진회는 그때 살아남은 강제 징집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확신은 아니야.”

“혈랑이 인간으로 모습을 바꿨을 수도 있잖아요?”

“그 생각도 했어. 멧돼지보단 늑대인간이 우리에겐 더 친숙하니까.”

“어? 저도 늑대인간 생각했는데.”

상아처럼 나도 은하의 말을 듣자 늑대인간을 생각했다. 동북 삼성이 오랫동안 회색늑대에 고통받았고, 만주의 5대 재앙이라 불리는 혈풍, 북풍, 청풍, 백풍, 황풍 다섯 마리 모두 A급 엘리트 레드몬이었다.

이중 혈풍은 몇 년 전부터 상급 레드몬을 목전에 두고 있어 놈이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해 요나라를 건국하고 동북 삼성을 차지했을 수도 있었다.

“미리 고민하지 말자. 가보면 알겠지.”

“네에~”

상아를 품에 안고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어두운 만주벌판을 바라봤다. 국민 대부분이 독도는 우리 땅으로 알고 있지만, 만주가 우리 땅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어색함을 느꼈다.

만주가 중국 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중국이 만주를 차지한 건 불과 100여 년에 불과했다.

고조선은 한반도가 아니라 만주에서 창건한 국가로 만주는 우리 선조들이 3,000년 이상 살았던 지역으로 북방식 고인돌, 비파형 동검, 미송리식 토기 등 신석기와 청동기시대의 우리 문화재가 지속해서 발굴되는 곳이다.

이것만 봐도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있는 것으로 고구려, 발해의 멸망 이후 요(遼), 금(金), 원(元), 명(明), 청(淸)에 만주를 빼앗기며 우리 땅이 아닌 중국 땅으로 인식하게 됐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수많은 역사 자료가 사라졌고, 일제 강점기 식민교육으로 대륙을 달리던 기상마저 사라지며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반도 국가로 믿게 됐다.

‘고토 회복이라? 혼슈와 규슈, 시코쿠를 얻는 것보다 수십 배 값진 일이겠지?’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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